2007년 12월 22일 토요일

허구로 밝혀진 의학 상식들

허구로 밝혀진 의학 상식들의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소스는 BBC라고 하는 군요. 기사 제목은 "'Medical myths' exposed as untrue"입니다. 이 기사에는 7가지 "의학미신"을 이야기하고 있군요

그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 하루에 물 8잔을 마시면 건강해진다.
  • 사람은 두뇌의 10%만 사용한다.
  • 죽은 뒤에도 머리카락과 손톱은 자란다.
  • 면도 후 털이 더 굵고 짙게 자란다.
  • 침침한 불 빛에서 책을 읽으면 시력이 나빠진다.
  • 병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전자기 간섭을 일으켜 위험을 초래한다.
  • 칠면조 요리를 먹으면 잠이 쏟아진다.
등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어두운 곳에서 책 읽는 것하고 면도 후 수염이 더 굵게 자라는 것은 정말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물 8잔이나 칠면조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구요.

하지만 이 BBC 기사에서의 백미는 사실 기사 말미의 다음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기사에도 여기에 관해서 한마디 정도는 주의(?)를 주었으면 좋았을텐데요.

Dr David Tovey, editor of Clinical Evidence journal, said: "The difficulty is it is often hard to disprove a theory. On the flip-side, absence of evidence does not necessarily mean absence of effect. Where reliable evidence becomes really important is in helping people make serious decisions about harms and risks. Many of these 'myths' are innocuous. However, we are still finding evidence that runs contrary to current practice and what we expect."

He gave the example of the relatively recent U-turn in advice over sleeping positions for babies to cut cot deaths. Experts now recommend babies are positioned on their backs when sleeping to reduce the risk of sudden infant death.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꼭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여기서부터는 또 다른 믿음의 문제가 개입을 하게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음모론에 빠지거나 하는 것은 물론 현명한 태도가 아닙니다.

2007년 12월 17일 월요일

사과도 먹으면 살찐다? Fructose index

오늘 재미있는(?)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과도 많이 먹으면 살찐다"는 기사인데요. 그럼 사과를 먹으면 살이 안찝니까? 사과(국광) 200그램짜리 하나의 칼로리는 약 100kcal 정도 된다는군요. 그러니 사과도 먹으면 살이 찔 수 밖에요. 그런데, 기사의 내용은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이 기사는 아래 논문 (아직 퍼블리시 되지 않고 온라인에만 공개된 논문입니다.)을 기초로 만들어진 기사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에는 사과라는 단어가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논문 제목은? 보시다시피 "심혈관계질환에 과당지수 (Fructose index)가 포도당지수 (Glucose index)보다 더 연관성이 있지 않은가?" 입니다. 그럼 사과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그건 이 논문을 기사화한 다른 외신 (Science Daily)의 내용에 나옵니다.

그런데 괜히 제목에 사과를 강조하는 바람에 중요한 논점이 뒤로 밀린 느낌입니다. 게다가 살이 찌는 원인이 마치 사과때문인 것으로 오독될 가능성이 있지요. 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논점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전통적으로 당뇨 및 심혈관계 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왔던 포도당지수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식품을 나타내는 대신 과당지수는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stimulate)하는 것이기에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환에는 과당지수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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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과당은 포도당지수 (Glycemic index)가 22로서 아주 낮은 물질입니다. 보통 당뇨의 위험을 이야기하면서 Glycemic index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과당이나 설탕 모두 낮은 GI 값을 가지고 있죠 (설탕은 65정도). 하지만 실제로는 포도당지수가 높은 식품인 감자나 쌀 등 전분질류 식품보다 과당이 많이 함유된 식품이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환과 높은 연관성이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과당의 체내 역할에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보죠).

그런데 이거 하나는 지적해야겠군요. 뉴스엔의 기사에서

"연구팀은 비만과 관련, 식품 속에 함유된 과당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며 가령 사과속의 과당이 옥수수 시럽속에 함유된 고농도 과당만큼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는 것은 아마 식품 전공 기자가 아니라서 잘못쓴 것 같은데, 옥수수시럽에는 과당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대신 고과당옥수수시럽 (HFCS, High Fructose Corn Syrup)에는 과당이 들어있죠. 옥수수는 전분질인데 이 전분질의 포도당을 효소를 이용해서 과당으로 전환한 것이 고과당옥수수시럽(HFCS)입니다. 그러므로 위의 기사는  
 
"연구팀은 비만과 관련, 식품 속에 함유된 과당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며 가령 사과속의 과당이 고과당옥수수시럽속의 과당만큼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가 맞는 표현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HFCS의 과당함량은 벌꿀의 함량과 비슷하답니다.^^

참고로 사과 200그램짜리 하나의 안에는 과당(fructose)가 약 12그램, 설탕이 약  6그램, 포도당이 약 3그램 들어있다고 합니다.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의 혼합물이므로 과당이 약 15그램 들어있는 셈이군요. 과당이라는 말 자체가 과일에 들어있는 당이라는 이야기니까 제일 많이 들어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2007년 12월 13일 목요일

밀양, 그 고통의 질문들


대략 두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미치도록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말이다. 그 첫 번째는 <웰컴 투 동막골>이었던 것 같고 두 번째는 <밀양>이었다. 올 여름에 인터뷰하러 한 열흘 귀국했을 때, 밀양을 놓친 것이 얼마나 아쉽던지.

영화가 공개되자 멜로영화인줄 알았는데 반기독교 영화라는 (헛)소문이 났고 영화를 본 양식있는 기독교인들은 오히려 기독교영화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던 밀양.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아래의 씨네21 별점평을 보라.

남다은 판타지 없이도, 구원의 가능성 없이도,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것 ★★★★
황진미 멜로영화->유괴영화->기독교영화->메디컬영화. 전도연 연기 작렬! ★★★☆
유지나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에게 보내는 선물 ★★★★
이동진 영화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 ★★★★★
박평식 “내 울부짖은들, 뉘라 천사의 열에서 들으리오” 밀양 엘레지! ★★★★
김혜리 죽고 싶은 명백한 이유, 살아야 하는 은밀한 이유 ★★★★
김지미 응달까지 파고드는 햇살 같은, 미약하지만 끈질긴 구원의 가능성 ★★★★☆
김봉석 인간은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을까? ★★★★

세상의 어떤 영화가 이렇게 평론가들에게 구원, 영혼, 상처, 천사 등 기독교의 핵심적 단어들을 늘어놓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주인공의 이름을 보자. “믿음과 사랑” 또는 “신의 사랑”의 이름을 갖고 있는 “신애 (信愛/神愛)”, “따르며 찬양하는” 종찬 (從讚)이 주인공인 영화. 실제로 출연하고 설교대본까지 참여한 목사님 등등, 여러가지로 범상치 않다. 기독교인을 그린 영화는 <투캅스>에서부터 <그놈 목소리>까지 여러 번 있었지만 정면으로 기독교인의 모습을 (기독교의 모습이 아니고), 그것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풍자적이지도 않게 보여준 영화는 <밀양>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밀양을 미치도록 보고 싶게 만들었던 것은 기독교를 다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창동 vs 김혜리 인터뷰를 읽고 나서였다. 이창동이 정의한 밀양은 “고통에 대한 영화”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는 감독이, 80년 광주를 은유한 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를 각색한 영화라니.

그렇게 바라고 그리다가 본 밀양, 역시 밀양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창동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 다시 보기 고통스럽지만 통과해야만 하는 영화, 인간 군상들의 삶을 통해 통찰을 주는 영화, 일상에서 흔하지는 않을지라도 영화적(드라마틱)이지도 않은 삶을 그린 영화…

우리는 흔히 하나님에 대한 불타는 또는 은은한 사랑을 그리는 영화를 기독교(적) 영화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밀양은 인간의 삶을 제대로 그려서 기독교 영화라고 부를 만 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영과 혼과 육을 분리해낼 수 없듯이, 우리의 신앙과 삶, 허위와 진실 이런 것은 우리 삶 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래서 영혼만 이야기하면 언제나 그 다음이 공허하다. 왜냐면 우리는 그 다음 날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으로 받쳐주지 못하는 신앙은 위선의 길로 인도하기 때문에.

의외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영화 속의 약국 부부는 나쁜(사려깊지 못한? 부족한?) 사람, 신애는 불쌍한 사람, 그나마 종찬이 가장 바람직한 그리스도인의 표상, 이런 도식으로 영화를 읽는 것 같은데, 나는 솔직히 별로 공감이 안간다. 오히려 밀양이 빛나는 지점은 그런 도식을 벗어난 삶의 풍부함에 있다고 본다. 약국부부도 한국 영화가 그려온 기독교인의 전형성에 비추어 보면 너무나 있을 법한 우리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게다가 그 고통 속의 신애 조차도, 또 그 신애로 표상되는 신앙인들, 원수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는 신앙인들 조차도 (이창동 감독이 특별히 신앙인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어떤 허위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창동의 위대함이 발휘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그는 전혀 신애를 동정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합리화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그녀를 더욱 깊숙히 깊숙히, 바닥으로 바닥으로 몰고간다. 심지어 정신병원에서 나온 바로 그 날, 다시 살인자의 딸을 만나야 하는 운명으로 말이다. 그리고 한 줄기 햇살을 툭 던지고 영화는 끝이다. 그야말로 비밀스런 햇살이다. 자, 이제 신애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각자 한 번 그려보라는 듯이 말이다.

프리티 우먼의 줄리아 로버츠는 과연 리무진타고 다시 찾아온 리처드 기어와 행복하게 살았을까? 우리는 이런 드라마의 다음을 그려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건 하나의 판타지로 끝이다. 하지만 밀양의 전도연은 과연 앞으로 어떤 삶을 살까? 그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녀는 다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까? 한 때 교회를 열심히 섬기다가 떠난 친구들은 과연 하나님을 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진정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것일까? 한 때 기독교의 희망이었다가 지금은 절망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것일까? 아니면 인생이 그냥 원래 그런 것일까? 혹시 내가 그런 사람일까? 밀양은 수 없는 질문들을 만들어낸다. 이런 근본적이고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다니 밀양은 대단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오늘 CS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를 집어들었다.

2007년 11월 28일 수요일

살균용으로 70% 알콜을 사용하는 이유

보통 실험실에서, 특히 미생물을 다루기전에 손에다 뿌리거나 클린 벤치를 닦을 때 70% 알콜(에탄올)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70%일까, 그냥 100% 알콜을 사용하면 될텐데, 이런 생각 누구라도 한 번쯤은 해봤을 겁니다. 일하다보면 그거 물과 알콜 3:7로 섞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다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웹사이트를 보시면 그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http://www.protocol-online.org/forums/index.php?showtopic=4108&hl=
http://www.protocol-online.org/biology-forums/posts/17193.html

그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면...

2007년 11월 14일 수요일

개미산, 호박산, 주석산 등 유기산의 이름과 기원들

강의를 하다보면, 특히 오래전 책들을 보다보면 개미산, 주석산, 호박산 뭐 이런 이름들을 자주 보게됩니다. 사실 요즘이야 그냥 영어이름을 외워서 써버리지만 그래도 가끔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궁금해하곤 했는데, 생각보다 제가 짐작했던 이유들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오늘 그 이름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출처는 대부분 두산백과사전 (네이버)입니다.

1. 개미산 (formic acid)
1670년 피셔가 개미를 증류하여 처음으로 얻어 개미산이라고 한답니다.

2. 구연산 (cirtic acid)
구연이란 시트론 citron의 한자명이며, 시트론을 비롯하여 레몬이나 덜 익은 광귤 등 감귤류의 과일에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는 데에서 연유했다고 합니다.

3. 호박산 (succinic acid)
1550년 R.아그리콜라가 화석(化石)이 된 수지인 호박(琥珀)을 건류하여 얻었다는 기록이 있는 데서 호박산이라고 한다는 군요. (식물 호박이 아닙니다.)

4. 주석산 (tartaric acid)
포도주를 만들 때 침전하는 주석(酒石)에 함유되어 있어 주석산 (또는 포도산)이라고 한다네요. 술 酒자 주석입니다.

5. 낙산 (butyric acid)
버터 등 동물의 유지방 속에 함유되어 있어서 낙산(酪酸)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酪자는 "타락 낙(락)"자인데 타락이란 우유를 끓여만든 음료라고 하는군요.

6. 초산 (acetic acid)
뭐 이거야 식초의 신맛을 내는 성분이죠.

7. 유산 (lactic acid)
우유가 발효되면 생기는 산입니다. 요즘엔 우리말로 젖산, 발효균을 젖산균이라고 많이 하죠.

8. 사과산 (malic acid)
사과 포도 등 천연 과일에 함유되어있는 산이라서 사과산이라고 한답니다.

9. 수산 (oxalic acid)
왜 수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이런 이름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알아놓으면 저 유기산들이 어디에 들어있는지 알게된다는 점에서 유익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2007년 11월 12일 월요일

<즐거운 인생>, 즐거워지고 싶은 아버지들의 판타지

즐거워지고 싶은 아버지들의 판타지
 
그런 영화가 있다. 화려한 편집도, 독특한 촬영 기법도, 이야기도 새로울 것이 없고, 후대에 지금을 돌아보았을 때 영화사적으로도 딱히 큰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데 자꾸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 적어도 <라디오스타>와 <즐거운 인생>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이준익이라는 감독이 21세기 초에 존재하는 의미는 아마 그 정도 지점이 아닐까 싶다. 동시대인들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판타지 감독.

<즐거운 인생>을 즐겁게 보고 나왔다. 예상대로, 본의 아니게 몇 개월(이라고 믿고 싶은) 기러기아빠 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의, 40의 문턱에 다리를 걸친 남자가 혼자 보기에 딱 좋은 영화였다. 시놉시스만 봐도 훈훈한 결말이 눈에 보이는 이야기, 왕년의 그룹 활주로와 백두산을 연상시키는 그룹 이름 활화산, <한동안 뜸 했었지>, <불놀이야> 등의 귀에 익숙한 고전, 그리고 처음 듣지만 곧 익숙해지는 <터질꺼야>, <즐거운 인생> 등의 흥겨운 주제가, 영화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게끔 실제로 열심히 연기가 아닌 연주를 하는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은 이 영화에 비판적인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같은 이야기나 리얼리즘을 기대한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혹시 잊지는 않은 건지?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같은 영화를 만들려면 소위 “와라나고 운동”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의 연장 상영을 촉구했던 관객 운동)도 감수해야 하는데, 그걸 “충무로에서 남의 돈 무서운지 가장 잘 아는 감독”이라는 이준익 감독에게 기대하기는 무리가 아닌가 말이다. 이 영화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인공 성우(<즐거운 인생>에서는 상우)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일장춘몽인데 말이다.

<즐거운 인생>은 판타지다. 그것도 21세기 대한민국을 사는 중년 “아버지”들의 판타지. 이 영화의 세 주인공은 모두 아버지다. 사춘기가 시작된 것인지 핸드폰도 끄고 밤늦게 귀가하는 중학생 딸을 둔 기영 (정재영), 전교 회장에 뽑혀서 돈 걱정하게 만드는 아들을 둔 성욱 (김윤식), 아예 자녀 교육을 위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는 혁수 (김상호). 그리고 사진으로만 나오는 이들의 친구 상우도 음악을 하는 아들 현준 (장근석)과 사이가 안좋은 아버지였다.

일찌기 신해철이 <아버지와 나>에서 읊었던,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 벌어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리는 아버지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지는 꽤 되었다. 작자조차 미상인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글은 아직도 블로그를 떠돈다. IMF 실직사태부터 군가산점 위헌 판결을 거치며 온라인 댓글족들은 “여성(가족)부”의 기사만 나오면 악플을 달기에 바쁘다. 가히 부권 회복시대라고나 할까.

그렇기 때문에 이 대책 없는 아버지들의 퇴행은 나름 즐거운 인생을 사는 삶으로 관객들에게 용인된다. 중년 남성의 자아찾기로 위장한 아버지들의 판타지는 나이와 성별, 심지어 집나간 아내마저 뛰어넘어 모두에게 환호를 받으며 끝이 난다. 하지만 뭐 어떤가, 모두가 한 번쯤 꿈꾸어 봤을, 극중 성욱의 대사처럼 “당신도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자는 판타지인 것을.

하지만 이런 즐거움 속에 당연히 불편해할 쪽은 그 가족에 감정이입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너무나 평면적인 아내들, 철없는 남편 먹여 살리며 “매일 힘들고 매일 후회”하는 아내, 오로지 자식 공부시키는 것만이 사명이라서 하고 싶은 것도 못하며 참고 사는 아내, 기러기엄마로 캐나다에 가서 바람이나 나는 아내들이 나오는 영화라니. 그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남편의 공연에서 환호까지 해야 한다고?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야 말로 이 영화가 참된 아버지의 판타지로 완성되는 부분이다. 사실 우리시대 아버지들의 큰 판타지는 자신은 언제나 순수하지만 “마누라”라는 존재가 자신의 순수를 짓밟고 현실을 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분수에 넘치는 교육비를 지출하고 경제력을 뛰어넘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즐겨하는 변명이 있다. “나는 그냥 아무데나 살아도 되는데 우리 마누라가…”자신의 욕망을 아내에게 투사하여 아내를 악역으로 자신을 선인으로 둔갑시키는 판타지.

하지만 우리 아버지들은 안다. 누구보다 성공과 권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존재가 바로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비록 내가 악역을 맡기는 싫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아내라는 존재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말이다. 이것이 바로 이 땅의 아버지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 속의 판타지인 것이다.

이렇게 <즐거운 인생>은 현실 속에 실재로 존재하는 판타지를 발판으로, 팍팍한 현실을 도피하는 판타지에까지 도달하여 흥겹게 놀아보는, 그야말로 즐거운(?) 영화인 것이다.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이준익 감독은 그런 의미에서 누구보다 “놀이”에 능한 감독이다. 전쟁을 놀이터로 묘사한 <황산벌>, 놀이 그 자체였던 <왕의 남자>, 88년 가수왕 최곤의 <라디오스타>, 그리고 활화산의 <즐거운 인생>까지, 그의 영화는 언제나 놀이가 주된 내용이었다. 놀러 가서 업무 이야기하는 사람이 짜증나듯이, 이야기가 너무 전형적이라 진부하다든지, 갈등구조가 평면적이라든지, 공연장면에서 실제 연주에 힘쓰느라 배우들의 연주 연기가 너무 뻣뻣하다든지, 대책없는 저 아저씨들의 앞날이 궁금하다든지 하는 것은, 마지막에 카메라가 공연장에서 빠져나오듯이 영화관에서 나온 다음에 생각하는 것이 좋다. 뭐 ‘활화산 조개구이’가 대박까지 난다치면 정말 즐거운 인생이라고 부를 만도 하지 않을까?


2007년 11월 11일 일요일

Time 선정 올해의 발명품 2007,

타임에서 올해에도 어김없이 "The Best Inventions Of The Year"를 발표했습니다. 올해의 대상(?)은 iPhone에게 돌아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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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관심은 역시 Health 분야의 제품들입니다. 작년 Gardasil이 선정된 것을 포스팅한 이후로 가다실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됩니다만 올해의 health 부분의 발명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1) Joint Venture
2) Mouse calls
3) Blood simple
4) Healing hand
5) Cancer's Crystal Ball

이렇게 다섯개가 선정되었군요. (제목만 봐서는 잘 모르시겠죠?)


그 중에서 의약품은 바로 다섯번째의 Cancer's Crystal Ball에 소개된 Agendia사의 Mamma-Print가 유일합니다. 유방암 재발을 예측하는 제품이라고 하는데 의약품이라기 보다는 진단 kit(예측 kit?)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만, 아무튼 올해 2월에 FDA 승인을 받았나보군요.

아래는 Agendia사의 MammaPrint®에 대한 소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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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살짝 들여다보니 마이크로어레이를 이용한 진단인가 봅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것은 다음의 과정을 거친다고 되어 있군요.

After Agendia receives the fresh tumor sample:
- Isolation of RNA
- DNAse treatment of isolated RNA
- Transcription into cDNA and then into cRNA
- Fluorescent-labeling of tumor and reference cRNA
- cRNA purification; hybridization of the cRNAs of tumor and reference sample to the MammaPrint®
- microarrayScanning the MammaPrint® microarray and data acquisition
- Calculation and determination of the risk of recurrence in breast cancer patients

아무튼 마이크로어레이를 이용한 기술이 상용화되었다니 기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