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6일 금요일

넬슨 만델라의 나라, 남아공 케이프 타운 여행기 (1)

(여행시기 : 2008년 9월 4일-11일)

2008년에 가장 독특한 경험이었다면 무엇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다녀온 것입니다. 국제극한미생물학회가 남아공 케이프타운 근처의 서머셋 웨스트에서 열렸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케이프타운에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홍콩에서 남아공항공을 갈아타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싱가폴에서 싱가폴 에어라인을 타고 가는 것입니다. 전 싱가폴에서 갈아타는 것을 선택했고 싱가폴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했었지요.

남아공은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아프리카 제일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케이프타운의 희망봉 (Cape point)이 아프리카 대륙의 끝이라고 합니다만 사실 최남단은 동남쪽으로 더 가면 나오는 케이프 아굴라스라고 합니다. 정확한 지도가 없을 때 헷갈린 것이라고 하지요 .

남아공 케이프타운 근처 지도입니다. 보통 아프리카 맨 끝이라고 하죠.(실제는 아니지만)


그래서 사실 남아공은 매우 추울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남반구는 여름, 겨울이 우리랑 반대이기 때문에 9월이면 겨울이 끝날 무렵인데 남극이랑 가까운 동네니까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아프리카 최남단은 위도 상으로 그렇게 남쪽이 아니더군요. 아래 그림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호주 시드니랑 비슷한 위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보다 오히려 더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춥지는 않았습니다.

케이프타운이 남극에 가까울 정도로 남쪽일 것이라는 제 착각이었습니다.


남아공은 넬슨 만델라로 유명한 곳이죠. 아파르트헤이트(아프리칸스로 "분리"라는 뜻으로 흑백분리정책)로 오랜동안 비난을 받았었으나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면서 조금씩 그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이기는 합니다. 얼마전 읽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보면 남아공의 공식적인 실업률이 26-28%로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대목이 있더군요. 빈부격차도 매우 크다고 하고 치안도 썩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영화배우 김태희씨가 CF촬영을 위해 왔다가 강도를 당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죠. 정말 케이프타운 공항에서 학회장소로 가는 그 긴긴 도로의 오른쪽에는 옛날 우리나라의 판자집들이 수도 없이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정말 끝도 없이 펼쳐져있는 판자집


하지만 경관이 좋은 동네에 가면 상황은 정반대로 바뀝니다. 테이블 마운틴 뒷쪽의 바닷가에는 그야말로 휴양지 분위기 물씬나는 집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더군요. 영화 <리셀 웨펀2>에서 남아공대사가 살던 절벽 근처의 집 (거긴 미국이었지만)하고 분위기가 비슷한 집들 말입니다.

판자집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일주일 머물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남아공하면 만델라라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만난 사람들은 주로 백인들이어서 만델라에 대한 이야기를 대놓고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2층버스를 타고 시내투어를 했더니 여기저기 만델라의 손길을 느낄 수 있더군요.  
 

생각보다 싸고 하루 종일 타고 내렸다를 반복할 수 있는 투어 버스. 빨강과 파랑 노선이 두개입니다.


넬슨 롤릴랄라 만델라 (Nelson Rolihlahla Mandela)는 1918년생으로 올해 나이 90입니다. 흑백갈등이 극심했던 시절 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26년 동안 케이프타운 앞에 있는 로빈 아일랜드의 감옥에 갇혀있었습니다. 

우측 상단에 보이는 섬이 만델라가 26년간 갇혀 있었던 로빈 아일랜드입니다.


케이프 타운 시내에서 관광객을 위한 쇼핑몰과 식당이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가 V&A 워터프론트입니다. 쇼핑 몰 앞 길에서 아프리카 민속 공연도 볼 수 있고 바닷가도 구경할 수 있고 멀리 테이블 마운틴도 볼 수 있습니다. 

워터프론트에서 구경한, 가장 아프리카스러웠던 공연.


그리고 그 가운데 노벨 광장 (Nobel Square)이 있는데 남아공 출신 노벨상 수상자들 동상이 서 있더군요. 왼쪽부터 196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Nkosi Albert Luthuli, 198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Desmond Tutu 주교, 199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F. W. de Klerk (이 사람은 아파르트헤이트의 마지막 지도자입니다.) 그리고 역시 199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Nelson Mandela 입니다.  

남아공의 노벨상 수상자들.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만델라에 대한 일화는 참 많이 있습니다만 그가 26년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스스로 감옥을 나오는 날을 결정해서 1990년 2월 11일 자기발로 로빈 아일랜드에서 나와 워터프론트로부터 시내를 행진하여 케이프타운 시청 발코니에서 행한 연설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일화입니다. 그 때 만델라는 수많은 지지자들에게 "나는 여기 선지자가 아니라 종으로 섰다"고 했다지요. (연설문 내용은 여기를 클릭해보세요. 영문입니다.^^)

만델라가 연설한 바로 그 시청의 발코니입니다. (국기봉 3개 있는 곳)


하지만 남아공은 그래도 아프리카 나라들 중에서는 가장 발전되어 있는 나라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사실 오랜 식민지를 거치면서 백인들이 만들어 놓은 인프라도 있구요. 그래서 내년에는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월드컵도 열립니다. 제가 갔을 때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위한 경기장을 열심히 짓고 있었습니다. 올해 2009년에는 아프리카컵 축구대회도 열린다고 하지요. 하지만 과연 잘 열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소리도 많았습니다. FIFA도 준비 상태가 너무 느리다고 여러번 경고를 보냈지요.(2010년 월드컵 개최지, 남아공에서 바뀌나)

열심히 짓고 있는 2010 남아공 케이프 타운 축구 경기장

축구 경기장 너머로 테이블 마운틴이 보입니다. 테이블 마운틴에 대해서는 다음에 계속 하죠.

 
제 실험실 친구중에 아프리카 에리트리아에서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한 친구가 있었는데 아프리카에는 독재자가 없는 나라,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나라가 정말 드물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남아공은 그나마 나은 편인가 싶기도 하더군요. 과연 남아공이 아프리카의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랜 갈등을 딪고 성공적인(?) 흑백화해를 이루어낸 만큼 2010년 월드컵도 잘 치루고 앞으로 아프리카의 좋은 모델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2009년 1월 15일 목요일

커피와 환각증세? 과학기사, 이정도는 써야된다.


오늘 또 재미있는 뉴스가 보고되었습니다. "영국 더럼 대학 연구진의 조사 결과 인스턴트 커피를 하루 7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하루 한 잔만 마시는 사람보다 환영이나 환청에 시달릴 가능성이 3배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입니다. 뭐 카페인이 약한 각성작용을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섭취를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기사 소스가 BBC더군요. 그렇다면 BBC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아니면 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한 것인지, 아니면 논문을 소개한 것인지 모호해 집니다. 혹자는 정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연구 내용에 대한 credibility를 놓고 보자면  "논문>>>>>>(넘사벽)>>>>> 연구발표 > 방송프로그램" 이니까요. 물론 논문이라고 다 맞다고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논문의 형태로 발표가 된다면 신중하게 들여다 볼 필요는 있는 것이죠. 

그래서 원래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Visions link' to coffee intake"라는 기사가 BBC 웹사이트에서 검색되더군요. 이번 연구에 대한 내용은 뭐 대동소이합니다만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세번째 문단에서 "However, academics say the findings do not prove a "causal link" (하지만 학자들은 이 발견이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라고 이 연구 내용이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붙인 것입니다. 그 이야기는 "커피 많이 마시면 환각증세 위험!"이라는 제목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BBC의 기사에서 처럼 link (연관관계) 일 뿐입니다. 

그리고 BBC의 기사에는 커피 관련 업계나 학계의 반응이 잘 나와 있습니다. "Dr Euan Paul, of the British Coffee Association, stressed the study only focused on people with a very high caffeine intake. (영국 커피협회의 유안 폴 박사는 이번 연구가 오로지 카페인을 지나치게 과다 섭취하는 사람에게만 촛점을 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을 강조했다) " 

또한 최근의 연구 동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Recent research has linked high caffeine intake among pregnant women to miscarriage or low birth weight. Other studies suggested it could help prevent skin cancer, reduce nerve damage associated with multiple sclerosis, or cause problems for diabetes sufferers. (최근의 연구는 임산부들의 고카페인 섭취와 유산 또는 저체중아 출산이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연구들은 카페인이 피부암을 예방하고 다양한 동맥경화증 위험을 감소시키기도 하며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듯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주변 이야기도 잘 해주는 것이 좋지 않나요? 

그런데 BBC에도 이 연구가 논문으로 나온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그것 하나가 좀 아쉽더군요. 그래서 다른 기사를 찾아봤더니 The Herald에 Think you’ve seen a ghost? Coffee may be to blame 이라는 기사가 있더군요. 그 기사 말미에서 이 연구의 출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The study, funded by the Economic and Social Research Council and Medical Research Council, is published in the journal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아예 펀딩받은 단체의 이름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저널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더니 조만간 나올 논문 (articles in print)에 이 기사의 연구가 수록된 논문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Caffeine, stress, and proneness to psychosis-like experiences: A preliminary investigation"입니다. 

역시 The Herald의 기사에도 이 연구의 의의에 대한 과장된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However, co-author Dr Charles Fernyhough pointed out that the study only showed an association between caffeine intake and hallucinations, not a causal link." (그러나 공동저자인 찰스 퍼나이휴 박사는 이 연구는 단지 카페인 섭취와 환각증세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동저자인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하다니 새롭습니다. 

아무튼 이 내용을 보면서 과학기사에서 적어도 몇가지 꼭 있으면 좋을 요소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1) 기사의 원소스, 특히 논문/연구발표 등의 여부
2) 연구 내용에 대한 주변 이야기
3) 연구의 의의나 평가
4) 반론이나 지금까지의 반대되는 주장들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학 기사야말로 (미네르바 수준의) 허위사실 유포가 가장 많은 곳 아니겠습니까? 물론 저는 과학기자님들의 글이나 미네르바의 글이 허위사실유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2009년 1월 14일 수요일

Lake Tahoe (타호 호수), 캘리포니아 여행기

여행이라도 좀 가고 싶네요. 하드 디스크 정리를 하다가 여행 때 찍은 사진을 보니까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재작년에 다녀온 캘리포니아의 타호 호수 (Lake Tahoe) 사진을 좀 올려볼까 합니다. 저희는 동남부에 살았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여행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결혼 10주년이라고 아이들 맡겨 놓고 둘이만 다녀온 여행이었죠. 

레이크 타호의 위치. 흰색 선이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의 경계입니다.


일단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차를 렌트해서 레이크 타호가 있는 르노(Renoo)로 갔습니다. 가면서 본 캘리포니아는 참 신기했는데 민둥산에 나무가 하나 둘씩 있는 줄 알았습니다만 알고보니 무슨 풀(?)이 난 것 같더군요. 아무튼 좀 황량해 보였습니다.

민둥산에 브로콜리 박아놓은 줄 알았다는...


레이크 타호는 해발 1897m에 위치한 산정 호수라고 하는데 그래서 산길을 넘어가야 합니다.

레이크 타호는 산 위에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산 길을 넘어가야 합니다.


약 너댓시간의 드라이브를 마치고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호수지만 넓어서 바다같이 보입니다. 하늘도 물도 어쩜 그렇게 파랗게 보이던지...

레이크 타호에 들어서면 처음 보이는 풍경입니다.


레이크 타호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의 경계에 있는데 네바다 쪽은 도박이 가능하고 세금이 없던가 싸던가 해서 캘리포니아 쪽보다 네바다 쪽의 호텔이 더 싸더군요. 레이크 타호는 북쪽과 남쪽으로 휴양지들이 나뉘어 있는데 저희는 남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방에서 호수가 훤하게 보이는 방을 주더군요. 

아래에는 백사장이 있고 널리 호수 전경이 보이는 작은 호텔 (값도 아주 쌉니다. 한 60불인가...)


저희가 방문했을 때가 5월 말이었는데도 산 위에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물과 백사장과 산과 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신기할 뿐이었죠.물론 백사장은 그렇게 넓지는 않습니다만.

산위에는 눈이 5월 말인데도 쌓여있더군요.

  
다음 날 호수를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호수 안에 작은 섬이 하나 있더군요. 레이크 타호를 찾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이랍니다. 에메랄드 섬이라고 하는데 공식 이름은 아니랍니다. 

저 섬 이름은 아래 사진에...^^

패넷 아일랜드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런데 에메랄드 섬이라고도 하는 것 같습니다.

걸어서 호숫가에 내려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다시 위로 올라와서 호수를 돌다보니 작은 폭포 비슷한 것도 있습니다. 5월 말인데 발을 담궜더니 얼마나 차가운지... 제가 있던 죠지아에서는 수영도 하는 시즌인데 말입니다.

저 발은 누구 발일까요? ㅎ


그리고 호수 옆으로는 멋진 산들이 있습니다. 죠지아에서는 아예 산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신기했고, 게다가 기암괴석이라니요. 갑자기 신혼여행갔던 설악산 생각이...


아무튼 레이크 타호는 큰 기대하지 않고 시작했지만 참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여행하실 분들께는 강추입니다. 물론 저희처럼 좋은 풍경 보면서 이야기나 하면서 유유자적하는 것 좋아하시는 분들께 말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캘리포니아 특유의 전경이 펼쳐집니다.


  레이크 타호에 대한 Wiki의 설명과 공식 사이트를 참고하시면 여행하시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2009년 1월 13일 화요일

전자파의 위해성 : 휴대전화와 전자레인지

(이 포스팅은 지난 저의 두 포스팅 "전자레인지 괴담. 한겨레21은 안병수씨를 해고하라!" 와 "휴대전화는 뇌종양을 유발할까요?"와 그 레퍼런스들을 방송용으로 재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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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모 포탈 사이트의 건강 관련 부분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중의 하나가 “'휴대전화, 뇌종양 유발' 충격!”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에 모주간지에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화나게 한다.”는 컬럼이 실려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그래서 오늘은 전자파의 위해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전자파(電磁波)란 무엇인가? 電子가 아니고 電磁

전자파를 흔히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파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변화가 일으키는 파동을 뜻합니다. 이런 전자파는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 전기제품 뿐만이 아니라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등을 모두 포괄하는 말입니다. 이런 구분은 파장에 따라 하는 것으로 보통 파장이 길면 에너지가 적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 중에 가장 파장이 짧은 것이 X-선이고 그 다음이 자외선입니다. 그래서 X-선이나 자외선은 인체에 많이 해롭지요. 

2. 그러면 전자(電子)레인지는 어떤 전자파를 사용하나요?

전자레인지를 영어로 마이크로웨이브(마이크로파)라고 부르는데, 마이크로웨이브는 파장이 크고 진동수가 작아서 원적외선이나 가시광선에 비해 에너지가 약합니다. 그런데 이 마이크로파를 마그네트론이라는 기구를 통해서 방출하면 그 진동수가 2,450MHz(1초에 24억 5000만번)되도록 방출하는데 이 진동수가 물의 진동수와 같기 때문에 물분자가 진동을 해서 자기들끼리 충돌하면서 마찰열이 생깁니다. 이 열을 이용해서 식품을 가공하는 것이 전자레인지의 원리입니다. 그래서 수분이 없으면 가열이 안되는 특성이 있지만 다른 복사열이나 전도에 의한 가열보다 골고루 빨리 가열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3. 그런데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이 문제가 되고 있나요?

사실 전자레인지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혹시 인체에 해롭지는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밝혀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몇가지 잘못된 정보들이 유포되면서 마치 전자레인지를 사용해 가공한 식품들이 암을 유발하거나 인체에 해롭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4. 잘못된 정보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1) 미국의 상류층은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단 전자레인지가 해로워서 미국의 상류층은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세리자와 님의 포스팅의 그래프 참조)

2)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은 과학자들이 인정했다?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윌리엄 코프라는 사람과 한스 허텔 박사 이렇게 두 사람이 꼭 나옵니다. 역사에 먼저 등장한 것은 스위스의 식품화학자 한스 허텔인데 1980년대 후반에 한스 허텔과 일곱 명의 동료 채식주의자들이 호텔방에 2개월동안 틀어밖혀서 우유와 채소만 먹었는데 전자레인지로 덥힌 우유를 먹은 사람들에게서 "암스러운 상태의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병리학적 초기단계 증상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논문으로 발표되지도 않았고 곧 잊혀졌습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사람이 윌리엄 코프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한스 허텔의 이야기와 출처불명의 이야기들을 묶어서 다양한 위험성을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전자레인지가 처음 개발된 것이 미국 회사인데 실은 나찌에서 연구되었다가 소련에서 그 기술을 이어서 개발하다가 너무 위험해서 그만두었다는 소설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단 한 편의 논문도 제대로 쓴 적이 없고 나중에 가전업계의 핍박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이름을 감추고 종적을 감춰버립니다. 문제는 이 두사람의 이야기들이 아직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죠.

3) 전자레인지로 가공하면 면역력이 약화된다?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결과라면서 “전자레인지에 의해 인체 면역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하는 내용도 있는데 이것도 전혀 잘못 해석된 것입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이와 관련된 논문이 하나 나온 것이 있는데 그 논문은 얼려놓았던 모유의 성분을 전자레인지로 녹일 때 항체나 라이소자임 등의 모유속 항감염인자(anti-infective factors)의 손실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논문입니다. 그런데 항체나 라이소자임 모두 단백질들인데 당연히 얼렸다 녹이면 활성이 떨어질 것이고 게다가 전자레인지로 98도까지 돌린 경우는 더 떨어지겠죠. 그걸 가지고 면역력 약화라고 말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볼 수 밖에요.

4) 원적외선과 같은 천연의 전자파는 괜찮다?

일단 천연의 전자파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원적외선 뿐만 아니라 가시광선도 자외선도 다 천연의 것입니다. 하지만 자외선은 몸에 나쁩니다. 확실하게 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전자파가 천연이라고 좋고 인공이라고 나쁘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럴 리는 거의 없지만 마이크로파를 사람이 직쩝 쬔다면 당연히 나쁠 것이고 전자레인지 마그네트론을 직접 쳐다보는 것도 눈에는 나쁠 겁니다. 누구도 그걸 부정하진 못합니다. 실제로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에 대한 논문은 대부분 광원을 직접 쳐다본 사람들의 안과적 질병이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폭발같은 것이 대부분이지 전자레인지로 가공하는 식품의 성분 자체에 대한 문제는 거의 제기되고 있지 않습니다. 

5. 지난 주에 “'휴대전화, 뇌종양 유발' 충격!”이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지난 주에 모 포탈 사이트의 건강 관련 부분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중의 하나가 “'휴대전화, 뇌종양 유발'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전자레인지와는 달이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우려는 여기저기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약간의 해설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 이전에 인터넷에 퍼져있는 몇가지 잘못된 정보를 먼저 짚고 넘어가보죠.

6.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보가 있나요?

1) 휴대폰으로 팝콘을 튀긴다?
지금은 많이들 아십니다만 작년 여름에 휴대전화로 팝콘을 튀길 수 있다는 동영상이 소개되면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것도 미국인 버전, 일본인 버전, 러시아인 버전 등 전 세계 사람들이 실행해본 동영상이어서 더 충격이었습니다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요. 모 무선통신장비 회사에서 소위 viral marketing으로 만든 동영상이었던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실제로 팝콘을 튀기기위해서는 밀폐된 공간에서 1kW로 1분 정도가 필요한데 휴대폰이 발생시키는 전력이 0.1에서 1W 이기 때문에 그렇게 빨리 팝콘이 튀겨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2) 휴대폰으로 달걀을 삶는다?
또 다른 하나는 두 휴대전화 사이에 계란을 놓고 전화통화를 하면 서서히 뜨거워지면서 65분에는 완전히 다 익는다는 이야기인데요. 이것도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실제로 “영국의 유명한 과학 프로그램인 Braniac (2005년 방영)에서 핸드폰 2개가 아닌 100개로 계란을 둘러싸고 또 다른 100개의 폰으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계란은 전혀 익지 않았다”고 합니다. 

7. 그렇다면 휴대전화의 유해성도 근거가 희박한 것인가요?

그건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휴대전화는 전자레인지와 달리 사용 빈도가 더 높고 실제로 몸에 부착해서 사용하니까요.  

문제는 이번에 보도된 휴대전화와 뇌종양의 연관관계에 대한 기사는 파퓰러 사이언스(팝사이)라는 외국 잡지의 기사를 토대로 쓰여져 있는데 중요한 몇가지 점이 빠져 있거나 잘못 전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기사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인터폰이라는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인데 이 인터폰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는 휴대전화 사용에 의한 고주파 노출과 암발생 위험에 대해 연구하는 다국적 연구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5개국 7명의 연구책임자로 구성되어 있고 연구에 참여하는 나라는 Australia, Canada, Denmark, Finland, France, Germany, Israel, Italy, Japan, New Zealand, Norway, Sweden, UK, 이렇게 13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큰 프로젝트지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결과로 13개국 6,400명의 뇌종양 환자 케이스를 수집해 조사 연구해본 결과 이스라엘의 결과로는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이용한 사람이 미사용자보다 뇌종양을 앓을 위험도가 50% 높은 것으로, 영국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에서도 휴대전화를 10년 넘게 쓴 사람은 뇌종양에 걸린 가능성이 40% 높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0년 이하로 사용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8. 10년이라는 기간이 의미가 있나요?

일반적으로 뇌종양은 한 두 번의 전자파로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장기간 사용해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터폰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실 휴대전화와 건강에 관련된 연구프로젝트들은 이렇게 장기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죠.

9. 그럼 이 결과에 대한 다른 과학자들의 반응이나 평가는 어떤가요?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결과에 주목은 하지만 의심스런 눈길로 보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이렇게 대규모적이고 장기 프로젝트가 드물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큰 반향을 불러올 수도 있는 문제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인터폰 관계자들이 2년이 넘게 논문을 내지 않고 언론에 연구결과를 단편적으로 흘림으로서 연구 방법이나 이런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도 나오고 있고 실제로 인터폰 프로젝트 연구 책임자에게 공개적으로 논문을 내도록 공개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논문이 나오지 않으면 실제로 어떤 환자들을 어떻게 조사해서 어떻게 결과를 도출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논문이 나오기를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뇌종양은 일반인이 걸리기 쉬운 병이 아니고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우리 유전자를 망가뜨릴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영상통화 폰이 나와서 귀에 대고 통화하지도 않지요.^^

2009년 1월 12일 월요일

고고70, 그 조용했던 시절에도 젊음이 있었다.

삼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요즘 젊은이들을 이해하다. ★★★☆
 

 
두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대체 누구 보라고 만든거야?” 그리고 “누가 마케팅을 한 거야?”
 
이 영화, 정체가 모호하다. 흥행에는 실패했다. 평은 극단이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올해의 영화를 뽑을 때 꽤 많이 거명했다. 예술 영화인가? 그렇진 않을 텐데.
 
개봉 당시 주의 깊게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 쭉쭉빵빵 신민아의 춤으로 마케팅을 해 댔다. 그래서 70년대 젊은이들의 즐거운 한 판 놀이에 대한 영화 정도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영화에 그런 평이 나올 수는 없는 법. 뭔가 있다, 한 번 보자, 그래서 보게 된 영화다.
 
처음 30분은 지루했다. 게다가 촌스럽다. 70년대스럽게 보이려고 영화도 촌스러울 것까지는 없는데, 싶다.
 
그 다음 30분은 옛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음악을 좋아했다면, 그것도 밴드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그 30분에 떠올릴 것들이 많았으리라. 내게는 시인 기형도가 죽었던 파고다극장에서 본 Led Zeppelin의 라이브 비디오 [The song remains the same]이 떠올랐다. 물론 그건 80년대의 이야기고 삼촌세대는 70년대의 고고클럽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 때가 떠오른다.
 
그 다음 40분이 되면, 왜 일부 평론가들에 의해 이 영화가 상찬되는지 알게 된다. 그렇구나, 그 시대가 저랬었지, 라는 자각이 망각을 깨고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세상이 너무 조용해”서 누군가 저토록 시끄럽게 굴지 않으면 그 열기를 발산할 수 없었던 시대. 많은 사람들이 그 시대를 긍정적으로 회상하지만 다시 가서 살라고 하면 한 명도 가지 않을 그 시대 말이다. 음악영화인줄 알았는데, 이 영화 의외다.
 
그리고 마지막은 난장(亂場)이다. 누군가의 기사인지 평처럼 현실은 목욕탕 씬으로 끝이고 이건 그냥 꿈이다. 현실에서 그럴 수는 없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발칙하게 꾸는 꿈. 그리고 맨 마지막 장면에 뜨는 자막. 젠장, 실화잖아! 역시 그 시대는 “상상 그 이상”의 영화 같은 세상이었다.
 
마이너 중의 마이너, 록 음악 사이에 끼인 소울 그룹 데블스. 음악 영화지만 음악보다 라이브 장면이 더 좋다. 특히 관객의 모습이 좋다. 쇼생크 탈출 이후 엑스트라의 연기가 이렇게 좋았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다. 알고 보니 관객들도 배우들로 뽑았다고 한다. 그리고 두시간 동안 이어지는 조승우의 노래도 좋지만 가장 좋았던 노래는 아래의 노래다. 실제 데블스의 노래라고 한다. <그리운 건 너>. 너무나 흡인력있게 노래를 부르는 홍광호는 뮤지컬 배우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아, 이 영화, 할 말이 너무 많게 만드는 것을 보니 좋은 영화다. 재미있는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그런데 대체 누구 보라고 만든 거야?
 
(어제는 밤에 열심히 기타를 치는 꿈을 꾸었다.)
 

2009년 1월 10일 토요일

미네르바 사건 단상

1. 
1996년 5월 포스트모더니즘 관련 저널 “Social Text”에 한 논문이 실렸다. 논문의 제목은 “Transgressing the Boundaries: Toward a Transformative Hermeneutics of Quantum Gravity(경계를 넘어서: 양자 중력의 변형적 해석학을 향하여)”.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미국 뉴욕 대학교의 물리학과 교수인 앨런 소칼 (Allan Sokal)이었다. 그리고 위의 논문이 발표된 그날 앨런 소칼은 한 잡지에 다른 글을 하나 더 발표했다. 그 제목은 “A Physicist Experiments With Cultural Studies (문화 연구에 대한 물리학자의 실험)". 그리고 전세계 지식계는 발칵 뒤집혔다.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Fashionable Nonsense, 불어판 원제는 Impostures Intellectuelles)> (민음사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음)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소칼 교수는 무슨 실험을 했을까. 위키의 힘을 빌어 간단히 정리하면 소칼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이란 철학자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를 남발하는 공허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해 왔다. 자신의 이런 생각을 입증하기 위하여 아무 의미도 없는 가짜 논문을 만들어서 유명한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학술지에 제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즉 이 실험은 “포스트모더니즘 학술지가 ‘그럴듯하게 들리고 편집자의 이데올로기적 선입견에 비위를 맞춰주기만 하면 넌센스로 범벅이 된 논문을 출판해 주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고 실제로 저널에 실리게 된 것이다.  소칼은 자신의 엉터리 논문에 대해 ‘좌파들의 전문 용어, 비위를 맞춰주는 참고 문헌, 장황한 인용, 명백한 넌센스들을 자신이 찾을 수 있는 한 가장 멍청한 수학과 과학에 대한 인용문을 중심으로 섞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그 저널을 출판한 “남부의 하버드” 듀크대학 측이 곤혹스런 입장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 포스트모더니즘 연구자들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참고로 소칼도 좌파임)


2. 
가장 극적인 대선이었던 2002년 12월 대선. 하지만 2003년 새해 벽두부터 대선에서 승리한 새천년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세밑에 인터넷에 오른 “민주당 살생부” 때문이었다. 당시 급속도로 퍼지던 살생부에는 민주당 의원을 6등급으로 분류하였다. 특1등 공신부터 3등 공신까지 공신이 네등급, 그리고 역적, 역적 중의 역적, 이렇게 역적이 두등급이었다. 민주당의 재집권에 배아픈 조선, 동아를 필두로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기 시작했고 (참고 기사) 급기야 역적으로 분류된 민주당 의원들이 살생부의 작성자를 찾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친노 인사가 작성”했다는 “썰”이 돌았고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므로” 정치 전문가가 작성했다는 설도 있었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지도부는 누가 작성했는지 알고 있다. 내부인사가 작성한 것이 확실하다" 고 단언했으며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여기에 동의했다.

하지만 범인(?)은 쉽게 잡혔다. ID “피투성이”, 그는 민주당 내부인사도 정치 전문가도 아닌 고졸의 철공소 직원이었다. 당시 민주당의 윤리위원장은 “철공소 직원이 혼자 살생부를 작성했다는 소리에 의원들이 다 웃고 있다"고 말했으나 네티즌들은 그 윤리위원장을 비웃었다. 그리고 그 살생부에서 역적 중의 역적으로 지목되었던 박머시기와 정머시기가 두고 두고 노무현 대통령을 괴롭히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3. 
헤겔의 법철학 서문에 나온다는 지혜의 로마 여신 미네르바가, 그리스의 아고라도 아닌 다음의 아고라(광장)에 강림했다. 그는 대한민국과 세계의 경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고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예언(예견)했으며 그것이 현실이 되자 신화의 자리에서 현실로 주목 받았다. 불과 1년 전에 압도적으로 뽑은 멀쩡한(?) 경제대통령을 놔두고 그가 경제대통령 소리를 들었다. 세상은 그의 말씀을 갈구했고 그가 누구냐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80대 노인, 외국에서 공부한 학자, 외환 딜러, 등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으나 그의 글이 틀렸다고 주장을 할지언정 (전여옥 의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 누구도 그가 전문가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승천과 강림을 반복하던 그가 갑작스레 외환 관리에 관한 “공문”에 대한 글을 올리고 나서 그는 더 이상 온라인의 인물이 아니라 우리 앞에 피의자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정체는 “30대 전문대졸 백수”가 되었다. 그는 곧 구속되었고 그의 죄목은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사실” 유포였다. 물론 검찰에서 “허위사실”로 적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론이 더 타당해 보인다. (참고 기사)


4. 
이 세가지 사건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놀아났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소칼 사건은 대학교수에 의해 저질러졌고 나머지 둘은 저학력 하층민(?)에 의해 벌어졌다는 점에서 위 사건들의 차이점을 찾으려고 들지 모르지만 사실 이들은 모두 그 분야의 “비전문가”이기에 학력은 차이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앞의 소칼 사건과 뒤의 피투성이, 미네르바 사건은 큰 차이가 있으니 다름 아닌 “사건 그 다음”이다. 

소칼 사건은 뒤 이은 책 <지적 사기>의 출판과 포스트 모더니즘, 상대주의 토론 등으로 많은 긍정적인 발전들이 이루어졌다. (인터넷에서 양신규-홍성욱 토론 꼭 읽어보시길) 하지만 피투성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미네르바 사건은 그야 말로 하나의 “형사 사건”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왜 그럴까? 아마 그 이유는 미네르바는 이미 “30대 전문대졸 백수”로 정의 내려졌기 때문이다. “30대 전문대졸 백수”의 말이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 논의할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에 많지 않다. 게다가 대체 왜 초야의 한 인물이 외신에까지 소개되는 인물이 되었는지에 대한 복기와 반성을 지금의 높으신 양반들에게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역사라면 진절머리를 치시는 어른들 아닌가 말이다. 

그러므로 미네르바 사건은 하나의 형사사건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사실은 미네르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네르바 사건 그 다음이 중요한 것인데 말이다. 과연 이 사건이 우리 사회의 어떤 급소를 건드렸는지, 지식인 또는 전문가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지를 잘 생각해보고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하긴 이렇게 조심스럽게 글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벌써 그들의 작전은 성공인지도 모른다. 


2009년 1월 9일 금요일

휴대전화는 뇌종양을 유발할까요?

'휴대전화, 뇌종양 유발' 충격!
야후 뉴스가 7일 전한 바에 따르면 인터폰(Interphone)이 휴대전화의 암 발병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13개국 6,400명의 뇌종양 환자 케이스를 수집해 조사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잠정적으로 밝혀졌다.

저는 저런 중대한 내용을 우리나라 언론이 이렇게 단정적인 어조로 "뇌종양 유발", "사실이 (잠정적으로) 밝혀졌다"라고 쓸 수 있다는 것이 더 놀랍습니다. 이 기사는 파퓰러 사이언스(팝사이)의 기사를 토대로 쓰여져 있는데 중요한 몇가지가 빠졌습니다. (그런데 왜 스포츠한국 기사에는 기사 소스가 빠져있는 것입니까?)  

1. 대체 인터폰이 뭐지?

인터폴은 국제경찰인데 인터폰(Interphone)은 뭔가요? 물론 여러분이 알고계신 그 인터폰이 아닙니다. 인터폰은 휴대전화 사용에 의한 고주파 (Radiofrequency, RF) 노출과 암발생 위험에 대해 연구하는 다국적 연구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5개국 7명의 PI (Principal Investigators, 연구책임자)로 구성되어 있고 연구에 참여하는 나라는 Australia, Canada, Denmark, Finland, France, Germany, Israel, Italy, Japan, New Zealand, Norway, Sweden, UK, 이렇게 13개국이라고 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2. 데이빗 카펜터의 발언

"앞서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휴대전화의 위험성에 관해 증언한 올버니대학 건강위생환경연구소의 데이비드 카펜터 소장은 "인터폰의 조사 결과가 휴대전화의 안전성에 결정타를 먹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는 것은 사실과 좀 다릅니다. 아래 팝사이의 기사를 보면 데이빗 카펜터같은 과학자들은 인터폰이 휴대전화 안전성에 대한 결정적인 판결 (ruling)을 해줄 것을 기대하지만 2년 동안이나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지연시키고 있다는데 대해서 불만(frustration)을 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Scientists like David Carpenter, the director of the Institute for Health and the Environment at the University of Albany, who spoke about cellphone risks at a Congressional subcommittee hearing in September, are looking to Interphone for a definitive ruling on cellphone safety but have expressed frustration over the two-years-delayed results.
이 내용은 과학자들이 인터폰에 보낸 이 편지를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3. 휴대폰 사용 기간의 문제

"지난 수년간 관련 연구가 적잖게 발표됐으나 모두 휴대전화를 사용한지 몇년 뒤의 영향을 조사한 것이어서 분석 통계자료로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약간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은 인터폰의 연구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팝사이의 기사를 토대로 본다면 13개국 6400 종의 종양샘플로부터 얻은 결과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이스라엘의 경우는 50%,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40% 더 높은 뇌종양 발생율을 보였는데, 그게 어떤 사람보다 뇌종양 발생률이 높은가하면 10년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에게서만 그랬다는 겁니다. 그리고 10년 이하로 사용한 사람에게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Israeli researchers participating in Interphone found that people who use cellphones regularly are 50 percent more likely than non-users to develop brain tumors. And a joint Interphone analysis from the U.K., Denmark, Norway, Sweden and Finland reported a 40 percent increase in tumor risk in people who use cellphones for more than a decade; the study found no discernable risk for people who have used cellphones for fewer than 10 years.
사실 휴대전화와 뇌종양의 관계는 몇 번 논문으로 발표가 된 적이 있는 모양인데 큰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나 봅니다.(헬스로그의 휴대전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그런데 그 논문들의 헛점이 하나 있다면 대부분 뇌종양의 발전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의 기사에서 "지난 수년간 관련 연구가 적잖게 발표됐으나 모두 휴대전화를 사용한지 몇년 뒤의 영향을 조사한 것이어서 분석 통계자료로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내용은 "지난 수년간 관련 연구가 적잖게 발표됐으나 모두 휴대전화를 사용한 후 단기간 (10년 이전) 후의 영향을 조사한 것이어서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가 정확한 내용이 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일단 논문이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논문은 내지 않고 다른 경로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조금 신뢰를 안하는 편입니다. 기사에 2009년 초에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팝사이의 기사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네요. 아무튼 조만간에 논문을 기대합니다.

다만 팝사이의 댓글 중에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미국의 뇌종양 환자 확률은 10만명 중에 7명이라고 합니다. 두배가 된다고 해도 10만명 중에 14명이죠. 40-50%라고 한다면 10만명 중에 10명 (만명 중에 1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10만명 중에 3명이 더 걸린다는 것이죠. 보기에 따라서는 커도 보이고 작아도 보이는 숫자입니다. 성인인구의 거의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대한민국이므로 전 인구가 10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다고 한다면 5천만명 중에 5000명 정도 뇌종양 환자가 나올 것이고 그 중에 3500명은 휴대전화와 상관이 없고 1500명의 뇌종양 환자가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겠죠.아 물론 좀 더 정확하게 하려면 매년 사망자가 몇 명이고 이런 식으로 해야겠지만 뭐 계산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지 10년이 넘었는데, 뇌종양환자의 숫자는 얼마나 늘고 있을까요? 닥블의 의사선생님들은 아실 것도 같은데요.

그리고 과거에 휴대전화에 관련된 잘못된 정보들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팝콘을 튀기는 것이었죠. 물론 어느 회사의 장난(viral marketing)이었습니다. 거기에 대한 제 포스팅 (휴대폰으로 팝콘을 튀긴다는 것은 뻥!)하고 헬스로그에 더 잘 정리된 내용 (특히 휴대전화로 달걀 삶기)을 참고하셔서 정확한 정보를 알고계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