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얼마만큼 좋은가요?
A) 확실한 것은 흑설탕 정도, 또는 그보다 (약간 또는 많이) 더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Q) 아니 겨우 설탕 정도라니, 게다가 설탕이 몸에 좋다구요?
A) 예, 설탕도 몸에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Q) 그럼 꿀은 좋기만 하고 나쁘지는 않은가요?
A) 아니요, 설탕이 나쁘다면 꿀도 나쁠 수 있습니다.
흔히 건강의 3적 어쩌고 해서 3백식품, 백설탕, 흰쌀밥, 흰조미료를 이야기하는데 사실 뭐 그렇게 일리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리 없는 이야기도 아니구요. 어제 꽃새우를 파는 한 식당에 갔더니 꽃새우에는 글루탐산이 많아서 뭐가 좋고 뭐 이렇게 광고를 써 놓았더군요. 그게 바로 미원 (조미료)인데…
아무튼 꿀이 몸에 좋은 12가지 이유라는 포스팅을 읽었는데, 사실 저 내용은 과장이 많습니다. 벌꿀이 미생물 증식을 억제한다는 것도 아마 당장(糖藏, 당에다가 담그는 효과)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금에 담그는 염장뿐만이 아니라 설탕에 담그는 당장도 미생물 억제방법의 하나입니다. 뭐 항균효과에 대한 논문이 몇 편 있기는 있는데, 실험방법들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벌꿀 항균효과의 control로는 고농도 설탕을 써야하는데 말입니다. 유산균 증식을 높인다는 것도 별로 타당성이 높지 않아 보이고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도 설탕과 큰 차이가 없구요. 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꿀과 설탕의 주요한 차이점은 한 세가지 정도입니다.
1) 꿀은 물이 있고 설탕은 없다는 점,
2) 꿀에는 미네랄이나 비타민이 있고 설탕에는 없다는 점,
3) 설탕은 sucrose라는 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꿀에는 포도당과 과당이 약 5:6 정도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1)은 뭐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3)번도 사실 큰 차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왜냐하면 설탕의 구성성분 sucrose는 포도당과 과당이 1:1로 결합된 물질이기 때문에 실제로 당의 조성 측면에서는 꿀이 설탕보다 과당의 함량이 약간 높지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불만제로인가에서 벌에게 설탕물을 먹여서 만든 가짜(?) 꿀에 대한 보도가 나왔었는데 그 분들이야말로 과학자들입니다. 설탕을 분해하면 당의 조성이 꿀과 거의 유사하게 되니까요.
보통 설탕이 단순당(2당)이라서 혈당을 금방 높이고 어쩌고 해서 나쁘다고 하는데 꿀의 당은 설탕보다 더 단순당(단당)이라는 것이죠. 최근에는 과당을 감미료로 많이 사용하는데 꿀의 조성은 거의 고과당옥수수시럽(HFCS)와 유사합니다. 그러므로 설탕이 나쁘다면 꿀도 나쁠 수 있겠지요. 대신 꿀이 흡수가 빨라서 원기회복에 좋다면 설탕도 좋을 것이구요. (괜히 농사짓는 분들이 설탕물 타 드시는 것이 아닙니다.)
자, 그럼 가장 큰 차이는 미네랄이나 비타민등의 미량성분에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꿀에는 그런 미네랄이나 비타민이 얼마나 들어있을까요? 꿀의 nutrition fact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wiki에 나온 것을 보시면 과연 꿀의 미네랄이 얼마나 좋은 역할을 할 것인지 조금은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흑설탕의 성분표 (wiki 캡쳐)
일반 꿀의 성분표 (wiki 캡쳐)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꿀 속의 비타민C 함량은 극히 미량입니다. 저 표는 꿀 100g 속의 성분값입니다. 보통 우리가 한번에 먹는 양은 한 20g 내외이지요. 그런데 100그램을 먹어도 하루 섭취해야 하는 최소량의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다른 미량원소들의 daily value도 거의 하루 권장량의 3%내외입니다. 그러므로 꿀의 비타민C 덕분에 뭐가 좋고, 비타민B가 많이 들어있고 과장에 가깝습니다. 이 값을 흑설탕이랑 비교하면 차라리 흑설탕에 미네랄은 더 많습니다. 비타민은 약간 적지만 그게 그것이구요. 그러므로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갖가지 고른 반찬으로 보충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물론 꿀은 다양한 방식으로 채취되기 때문에 어떤 꿀에는 특정 성분이나 비타민이 위의 표보다 더 많이 들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꿀을 사기 전에 저 성분표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언제나 나오는 이야기들이 우리가 모르는 미량의 성분이 좋은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반론이 제기되곤 하지요. 아니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왔던 꿀의 효능, 이런 이야기도 있구요. 저 역시 무슨 성분지상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물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있지만 지금 현재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는 것”과 “그런 것”은 차이가 크고 믿음의 문제가 결부되는, 과학의 영역을 좀 더 넘어서는 이야기입니다. 꿀에 대한 더 많은 연구들을 통해 “그럴 수 있는”이 아니라 “그런” 유효성분들이 좀 더 많이 발견되기를 기대해봅니다.
PS. 참고로 최근에 상처치료용 꿀 제품이 나왔다고 합니다. Medical-Grade Honey라고 하는데 상표명은 Revamil 이고 생산 회사는 Bfactory라는 네덜란드 회사인가 봅니다. 논문도 있으니까 한 번 보시고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그런데 홈페이지 참 부실하군요.^^)
다음 신지식에 어제 올라온 질문, "요구르트는 왜 1.5리터가 없는 걸까요?"에 대한 답변 중에 야쿠르트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몇 개 올라와 있습니다. 과연 그것은 사실일까요?
일단 제 경험으로 봐서 4-5개 정도를 한꺼번에 먹어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통 야쿠르트를 모아뒀다가 큰 컵에 4-5개를 한꺼번에 먹고는 했거든요. 조금씩 먹는 것이 감질나서 말이죠.
하지만 야쿠르트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개인적인 경험을 함부로 일반화 시키면 안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말 야쿠르트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할까요?
일단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산균 제품을 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상표명으로 그냥 야쿠르트, 요플레, 메치니코프(아니면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등등)이렇게 나누어 보죠. 그런데 법적으로는 이들을 발효유와 농후발효유, 두 종류로 나뉩니다. 야쿠르트는 발효유이고 요플레나 메치니코프는 모두 농후발효유입니다. 그런데 요플레는 호상발효유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요. 보통 떠먹는 요거트를 뜻하는 말이지만 법적으로는 역시 농후발효유입니다. 발효유와 농후발효유의 차이는 무지유고형분의 함량과 유산균의 수인데 발효유의 경우는 무지유고형분이 3% 이상, 유산균이 1ml 당 1천만마리이상인 제품을 뜻하고 농후발효유는 무지유고형분 8% 이상, 유산균의 수는 1ml 당 1억마리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쉽게 이야기하면 요플레나 메치니코프 등에는 야쿠르트보다 최소 몇 배에서 최대 10배 이상의 유산균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므로 야쿠르트를 10병 마신다고 해도 균총수는 농후발효유 1개의 양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산균을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발효유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저는 특정상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아, 물론 각각 사용하는 유산균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반응하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야쿠르트는 Lactobacillus casei를 사용하고 요플레는 Lactobacillus bulgaricus, Streptococcus thermophilus,Lactobacillus acidophilus를 사용하며 헬리코박터 윌이나 메치니코프는 "HY2177(애시도필러스균)+ HY2743(카제이균) + HY8001(비피더스균) + 써머필러스균"을 사용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비슷한 유산균들이고 사실 저 균들 중에 장에 도달하는 녀석들이 그다지 많지 않기에 역시 그렇게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농후발효유를 여러병 마신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유당 (젖당, lactose)의 문제일까요? 보통 유당불내증 (lactose intolerance)이라고 해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결핍된 사람의 경우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보통 분해되지 않은 유당이 장에 쌓이면 삼투압이 높아져서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지요. 원래 발효유는 유산균이 유당을 분해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유당의 비율이 높지 않고 유당불내증 환자에게 좋다고 이야기합니다만 혹시 그래도 남아있는 유당때문에 설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 저 각각에는 얼마만큼의 유당이 들어있을지 알아보면 되겠지요.
야쿠르트의 성분표 (출처:http://www.yakult.com.au/)
그 데이터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성분표를 통해 짐작을 해보자면, 일단 야쿠르트 한 병이 65ml인데 그 속에 당류는 11.6그램이 들어있고 그 중에 유당은 1.2그램이 들어있습니다. (놀랍게도 설탕이 10.2g, 포도당이 0.2g입니다. 대부분이 설탕이죠.)
원래 프랑스 제품인 요플레 오리지널의 nutritional facts를 찾아보면 요플레 한 통에는 당류가 27그램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당이 얼만큼 들어있는 지는 나와 있지 않군요. 이럴 때 방법은 보통 칼로리가 낮은light 제품의 성분을 찾아보는 것인데 라이트의 경우는 14그램의 당류가 들어있군요. 보통 라이트의 경우는 설탕을 대체감미료로 바꾸기 때문에 아마 나머지 당류 14그램의 상당수가 유당이나 포도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과당과 같은 당도가 강한 당도 넣을 수 있구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의 경우는 당류가 14내지 15그램이 들어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역시 유당이 몇 %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이런 농후발효유들은 과일이나 이런 것을 같이 넣는 경우가 많아서 유당의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야쿠르트 10병을 마신다면 유당 12그램을 먹는 셈인데 우유를 많이 마시면 400-500ml도 마시니까 유당때문에 설사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뭐든지 너무 많이 한꺼번에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 물도 말입니다.
끝으로 자료를 찾다보니 서울우유에서 900ml 짜리 대용량 요하임 저지방 요구르트를 이미 출시한 바 있고 업소용 2.3리터짜리도 판매하고 있네요. (약간 허무해지려고 합니다.^^)
오늘 다음의 메인 페이지에 재미있는 내용이 소개되었는데 "요구르트는 왜 1.5리터가 없는 걸까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도 많이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이었는데,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생균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쉽게 변패될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관련 글을 보니까 의외로 요거트를 먹을 때 금속숟가락으로 먹으면 유산균이 다 죽어버린다, 이런 내용이 많이 나오더군요.
미생물 가지고 실험한지 15년이 되어가는 제가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이 "요플레, 금속수저로 떠먹지 마세요"라는 기사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기사의 일부를 인용하면,
"간혹 유산균 식품을 금속 수저로 떠먹게 되는 경우 조심해야 한다. 요플레의 발효 성분과 금속 수저가 닿으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 그 속에 함유 하고 있는 유산균이 모두 죽게 될 수도 있다는 것. 김종규 교수는 이에 “금속의 산화 반응으로 인해 유산균이 죽게되는데 이때는 요플레 한통을 다 먹더라도 그 속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아무것도 섭취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 나와 있습니다.
그럼 대체 위 광고는 뭥미??? 맛만 좋다는 이야긴가???
일단 위 기사의 내용에는 두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1)유산균(젖산균)이 다 죽는다, 2) 영양소를 아무것도 섭취하지 못하게 된다, 입니다.
일단, 2)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직접 low fat 요거트 하나를 꺼내서 보니까 그 안에 들어있는 영양소가 당류 7g을 포함한 탄수화물 11g 그리고 단백질 5g이 들어 있습니다. 일반 요거트에는 지방도 들어있겠죠. 그런데 금속수저로 먹는 것 만으로 저 영양성분들 중에 아무것도 섭취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오류입니다. 단순히 금속과 닿는다는 것만으로 산화든 환원이든 영양소 완전파괴 반응이 일어나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습니다. 설마 대학교수가 저렇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이건 아마 기자가 잘못 이해한 것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문제는 첫번째 내용, 유산균이 금속수저에 닿으면 죽느냐인데, 이것도 과학적 사실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대부분의 발효조는 금속이고 유산균 대량 배양도 금속 발효조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말 금속에 닿기만 하는 것으로 젖산균들이 죽는다면 김치를 스테인레스 김치통에 넣어두면 김치 젖산균도 다 죽어버려야 되겠지요. 하지만 스테인레스 통이건 항아리이건 김치는 적당한 온도가 되면 발효되고 시어져 버립니다. Pubmed에서 젖산균과 금속과의 관계를 찾아봤는데 특별한 점을 발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기를...)
물론 좀 더 열심히 찾아보면 혹시 금속이 미생물 생장에 약간의 영향을 준다는 자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요거트를 금속 수저로 먹으면 젖산균이 다 죽는다는 것은 일종의 괴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검찰이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방송내용에 대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했습니다. PD수첩 내용 상당 부분을 ‘의도적 오역’으로 결론 짓고 제작진에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고 하는군요. 이와 함께 검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은 정운천 전 장관은 PD수첩이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점입가경이라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 써야할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지난 학기말 강의 시간에 광우병 토론 수업을 했는데 학생들이 찾아온 자료들 중엔 사실 PD수첩보다는 EBS의 e지식채널이나 2006년 KBS 스페셜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을 훨씬 더 많이 인용했더군요. 그런데 왜 이 모든 십자가를 PD수첩에게 지우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저의 입장은 광우병에 대한 fact보다는 위험성을 강조하다 보니까 PD수첩 측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과장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한 두군데 있구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지적을 했고 PD수첩 측이 충분히 해명과 사과를 했다고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는 단순히 PD수첩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언론들이 같이 저지른 잘못이라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공개한 동영상과 광우병을 직접 연관짓는 것은 조금 무리한 연결입니다만 우리나라 모든 언론들이 다 같이 행했던 일입니다. 심지에 외국 언론의 보도에도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 경우가 있습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 동영상이 공개되었을 때의 워싱턴 포스트 기사. 광우병 위험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Cows that cannot stand up are supposed to be kept out of the food supply in part because they may be infected with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 or mad cow disease. The disease is extremely rare in the United States, but of the 15 cases documented in North America, most in Canada, the majority have been traced to downer cattle.
문제는 PD수첩이 미국산쇠고기 수입 문제의 발화시점에 그 방송을 내보냈고 사회적 반향이 컸다는 것이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의 와중에 KBS의 “시사기획 쌈”이나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이 문제의 핵심과 의제를 잘 정리한 방송이 아닐까 싶습니다. (갑자기 KBS빠라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읽어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하지만 PD수첩의 방송에 신중하지 못하고 적절치 못한 부분이 조금 있었다고 해서 PD수첩을 사법 처리해야 한다? 이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 잣대를 모든 언론에 공정하게 들이댄다면, 저는 모든 기자와 PD들이 다 전과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언론에서 다루는 기사들에 수많은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아래는 제가 본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어이가 없고 화가 났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강의 시간에 두고 두고 언급되고 있지요.
올해도 여름이 오자 선풍기 괴담에 대한 보도가 또 등장했습니다. 선풍기 켜놓고 잠자면 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현재까지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별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단순히 선풍기가 조건이 아니고 음주라든가, 지병이라든가, 산소유무 등등의 조건이 맞아야 가능한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선풍기 괴담과 함께 또 하나 유명한 괴담이 바로 설탕 괴담입니다. 설탕이 마약보다 나쁘다, 뭐 이런 내용들로 대부분 <슈거 블루스>라는 어처구니없는 책에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한 번 포스팅 한 적이 있으므로 참고하세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송국에 전화할 뻔 했던 바로 그 문제의 프로그램
그런데 작년 10월 KBS의 “위기탈출 넘버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설탕 괴담을 널리 퍼뜨린 적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보시려면 위 링크에서 109회를 보시면 됩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설탕의 백해무익이니 하는 설명은 차치하고 이 프로그램의 큼직한 오류만 간단히 소개해보면,
1) 국립비만연구소의 논문으로 소개된 논문은 국립비만연구소와 상관없슴. 2) 무설탕 발효유에 각설탕 6개 분량의 설탕이 들어있다는 내용은 설탕이 아니라 당류 (sugars)를 잘못 해석한 것 3) 탄산음료 유해성 논문으로 소개된 논문에는 설탕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음 4) 말토덱스트린등의 설탕 대체제가 문제라고 했으나 말토덱스트린은 우리가 먹는 밥이 아밀라제에 의해 분해되면 생기는 물질임 5) 담배에 설탕함유를 설명하면서 고과당옥수수시럽, 전화당을 설탕으로 소개한 것은 오류.
등등입니다. 사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설탕 중독이라는 것은 심리학적인 용어지 의학적 용어라고 보기 어려우며 굳이 사용하려면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바꿔야 하고, 자막에도 오류가 있는 등등 다양한 잘못들이 존재합니다. 이건 거의 설탕에 대한 중상모략입니다. 만약 PD수첩이 사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이런 프로그램은 거의 폐지시켜야 마땅할 것입니다.
물론 정말로 위기탈출 넘버원을 폐지시키자는 것은 아닙니다. 위기탈출 넘버원은 방송의 오류나 과장에 대한 하나의 예에 불과하며 실제로 유사한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오류들이 존재합니다. 당연히 방송뿐만이 아니라 종이매체나 인터넷도 마찬가지이죠. 때로는 오히려 더 심각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위 웰빙의 열풍을 타고 과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하거나 과장된 내용들이 얼마나 많이 소개되고 있는지 일일이 모니터하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 속에 이런 과장이나 오류들이 있다면 정당한 절차로 이를 시정하는 것은 좋지만, 이와 별개로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 달성에 이를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정당과 정부가 수사를 촉구하고 검찰에서는 특별수사반을 만들어 한 방송을 거짓말방송으로 몰아가면서 한 두가지 오역문제나 생방송 중의 코멘트를 침소봉대하고 원본 tape을 내놓아라 하며 언론을 무력화 하는 것은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검찰 및 정치권의 이성적인 대응을 촉구합니다.
아나운서는 방송에서 보게 해 주세요. 손정은 아나운서 힘내시길...
끝으로 PD수첩 팀 및 다른 언론들에게 한가지 부탁을 드리자면, 근본적으로 과학은 언제나 진행형이기 때문에 과학적 사실과 관련된 보도는 100% 진실만을 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의 유해성이나 유익성에 대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경우 어느 쪽의 주장에 무게를 싣느냐는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겠지만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 의견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학계나 산업계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좀 더 비중 있게 다뤄주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PD수첩의 건투를 빕니다.
오늘 일이 있어서 어느 선배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네가 정말 애국자구나” 이러시더군요. 왜 그런 말씀을 하셨나 생각해보니까 아마 제 차가 조금 심하게 낡은 차였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제 차가 뭐냐구요? 97년 구형 프라이드 흰색입니다.
중고차의 지존, 프라이드!
아마 요즘 대학교 선생 중에 이런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아예 안 가지고 다니시는 분들은 계시지만요. 바로 그 교수님이 아예 차를 안 가지고 다니시는 진짜 애국자(?)이십니다.
한때는 집이 있으면 부자, 차가 있으면 중산층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면허를 딴지도 벌써 7년이 되었네요. 30이 넘도록 면허도 없다며 구박을 받았으나 아이가 생기고 버스도 안다니는 대전의 연구단지에 근무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면허를 땄지요. 전북 어디의 컨테이너 합숙소에 가서 1박 2일 특훈을 받고 딴 면허였습니다. 그리고 2001년 여름 난생 처음 산 첫번째 똥차가 130만원주고 산 92년식 현대 엘란트라입니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브랜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엘란트라
1주일만인가 주행중 엔진이 퍼져서 수리를 하고 등등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서울-대전 왕복도 하고 그랬는데 그만 어느 여자분의 겁없는 불법 유턴에 정면충돌 사고가 나서 차는 운명을 다하고 저는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지요. (그래서 아직도 허리가…^^)
그리고 그 보험금과 보상금으로 2002년 봄 다시 새(?) 차를 산 것이 150만원짜리 94년식 대우 뉴프린스. 이번엔 아주 튼튼한 차였지만 차를 산 다음날 기름이 엥꼬나서 견인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기름이 낮아지면 들어오는 등이 고장이 났던 것이었죠. 전 주인이 고속주행을 한 번도 안해본 차였는지 아니면 탱크주의 대우차 답게 차가 무지하게 무거워서 그런지 시속 100km이상 달리기가 버거웠지만 만족스럽게 잘 타다가 미국에 가게 되는 바람에 회사 사람에게 싸게 넘기고 미국에 갔습니다.
정말 무겁고 튼튼한 프린스
우와, 자동차의 천국, 미국! 차를 구하려니까 자동차 회사도 많고 차종은 더더욱 많아서 뭘 골라야할지 모르던 차에 동네 중고차 딜러에게 좋은 차가 나왔다고 해서 그냥 얼떨결에 고른 차가 그 유명한 96년식 혼다 어코드 V6 (2003년 봄). 미국에서 나올때까지 가장 오래탔던 차였습니다.
가장 오래탄 애증의 자동차 어코드 V6
그 유명한 베스트 셀링카 혼다 어코드지만 솔직히 제가 가장 애먹은 차가 바로 이 차입니다. 에어컨, 히터, 라디에이터, ABS펌프, 페인트, 등속죠인트 등등 제게 수 많은 중고차 상식을 알려준 차이죠. 매번 새차만 몰아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 결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죠. 미국은 한 번 미캐닉에게 차를 맏기면 1주일씩 걸리고 그러니까요.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어코드 광고... 하지만 내 경험은 별로...)
게다가 제가 차를 가지고 나가면 제 아내는 집에만 있어야 하는 문제도 있고 해서 세컨드 카를 구해서 제 일생에 차 두 대를 가져본 호사를 누리기도 했는데 바로 그 차가 92년식 볼보 940 turbo였습니다. 어느 대학 교수님께서 오래 타시던 차였는데 저희에게 아주 싸게 팔고 가셨던 차였지요.
그야말로 solid car인 볼보. 포드가 인수해서 미국에서 만드는 볼보는 예전과 다르다고...
역시 튼튼한 차의 대명사 볼보인지라 이미 12년이 지난 차였지만 튼튼하게 씽씽 달리기는 잘 했습니다. 볼보와 싸브(Saab)는 모두 스웨덴 차들인데 스웨덴 차들이 특히 튼튼한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스웨덴이 추운 나라라서 길이 많이 얼고 접촉사고도 많고 하기 때문에 왠만큼 부딪혀서는 찌그러지지도 않도록 차를 튼튼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더군요.
그러다가 부모님이 오셔서 아이들을 봐주시기로 한 다음에 패밀리카인 미니밴으로 차를 바꾸자는 의견이 나와서 볼보를 팔고 산 차가 바로 미니밴인 2000년식 토요타 씨에나입니다. 10000불이나 줬으니까 여태껏 샀던 차의 액수를 다 더한 값보다 비싼 차였죠. 역시 토요타답게 조용하고 내구성 좋고, 흠잡을 곳 거의 없는 차였습니다. 이 차를 몰고 동남부의 죠지아에서 동북부의 맨 꼭대기 메인까지 왕복 2580마일 (약 4128km)을 9박 10일간 달려서 여행을 다녀왔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차를 팔 때, 가장 마음이 짠했던 차였습니다.
우리가족에게 가장 많은 추억을 남긴 시에나. 차도 그립지만 저 뒤의 우리집-은 아니고 아랫집-도 그립군요.
한국에 들어와서는 한 반년은 또 차없이 뚜벅이로 살았는데, 부산엔 왜 이렇게 산과 언덕이많은지, 아무래도 차 한대는 있어야 겠다 싶어서 다시 100만원주고 구입한 차가 바로 이 97년식 구형 프라이드입니다.
이 차를 본 조카녀석의 한마디, "고모부차, 티코에요?", "이놈아, SUV다!"
중고차의 지존답게 여전히 잘 나가지만 그래도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은 무리일까 싶어서 시내에서만 몰고 다니죠. 장거리를 갈 때는 열차나 버스를 이용하거나 렌트를 할 생각입니다. 여름이라서 가족끼리 놀러가려고 하니까 자꾸 좀 좋은 차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군요.
친구의 권유로 읽은 소설 <야구감독>(에비사와 야스히사 지음, 서커스)은 그야말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소설이 아닐 수 없었다. 스토리는 공포의 외인구단보다 좀 더 현실적인 스포츠 감동 스토리이지만 이 책에 빠져들게 만드는 진짜 매력은 바로 일본 야구의 역사와 전통을 한 권의 책으로 요약 정리하는 즐거움이다.
물론 이 소설은 실화가 아니지만 엔젤스라는 팀 이름과 선 수들을 제외하고는 사실 거의 실명소설에 가깝다. 엔젤스도 실제로는 야쿠르트 스왈로스임을 알아차리는데 그리 올래 걸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야구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리더십, 작전이 차지하는 머리싸움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주인공 히로오카 감독의 리더십은 이 책을 보는 내내 사람을 감탄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한 번도 버럭, 하지 않으면서 인내하는, 그렇다고 단순히 사람 좋은 감독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이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그 모습은 참 매력적이다.
소설의 중간 중간에는 실제 선수들의 실명 밑에는 주석이 붙어있는데 야구선수만 27명, 주인공인 히로오카 타쓰로는 주석이 없지만 28명의 일본야구 역대 최고의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 아래는 바로 그 선수들 명단과 일본 wiki의 선수들 소개 페이지다.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만 보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