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6일 화요일

한림대 김용선 교수논문 간단 리뷰 - 프리온 단백질과 다형성 (Polymorphism)

광우병 논란으로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좀 더 쉬운 예를 들면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polymorphism (다형성)이죠. 인간 (Homo sapiens)이라는 단일 생물종은 인종에 상관없이 유전자의 배열이 (거의) 같은데, 하지만 생긴 것은 다 다릅니다. 이것이 바로 다형성 때문입니다. 유전자의 배열, 예를 들어 유전자 A, B, C, D 의 순서는 같아도 그 유전자 A, B, C, D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은 약간의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아미노산순서도 약간씩 다르게 되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같은 인간에, 같은 인종, 게다가 유전적으로 비슷할 가능성이 높은 같은 강씨지만
전혀 다른 표현형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polymorphism (다형성) 때문이라는 말씀!)



광우병 유발물질로 알려진 프리온 유전자의 129번째 코돈이 메티오닌을 코딩하느냐 발린을 코딩하느냐에 따라 광우병에 더 잘 걸릴 수 있느냐, 아니냐는 논쟁이 열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한림대 김용선 교수팀이 Journal of Human Genetics에 2004년도에 발표한 논문, Polymorphisms of the prion protein gene (PRNP) in a Korean population 이 있습니다. 저는 광우병 논란에 있어서 그 위험성에 대한 과장이 좀 심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문제는 과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129번 코돈 (실제로 이는 유전자의 triplet이므로 프리온 단백질의 129번째 아미노산)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게다가 129번 코돈의 다형성은 단순히 CJD 뿐만이 아니라 알쯔하이머 등의 다른 neurodegenerative 질병 (신경퇴행성 질병)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논문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게 특별히 vCJD에 연관된 것인지, 아니면 알쯔하이머나 CJD같은 아밀로이드 플레이크 (amyloid plaques) 형성에 의한 neurodegenerative 질병의 일반적 현상의 일부인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현재까지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무튼 논란이 되고 있는 논문을 찾아서 읽어보니 한가지 더 흥미로운 것이 있는데, 129번 아미노산 뿐만이 아니라 219번 아미노산이 글루탐산이냐 라이신이냐에 따라서도 sCJD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하는군요. 보통의 프리온은 글루탐산인데 라이신을 가지고 있으면 프로테인 X와 결합하여 CJD를 억제(방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The Lys allele appears to protect against CJD by binding to protein X. This binding appears to prevent PrPC from being converted into PrPSc (Kaneko et al. 1997).

Kaneko K, Zulianello L, Scott M, Cooper CM, Wallace AC, James TL, Cohen FE, Prusiner SB (1997) Evidence for protein X binding to a discontinuous epitope on the cellular prion protein during scrapie prion propagation. Proc Natl Acad Sci USA 94:10069–10074

그런데 그것 말고도 171번 아미노산이 아스파라진인가 세린인가도 중요하다고 하고, 다른 논문들에도 다른 아미노산의 변이들이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것이 많이 나와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한 아미노산의 변이가 큰 변수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129번 아미노산만큼 극적인 것은 없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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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용선 교수팀의 논문의 결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자료가 윗 테이블입니다. 한국인 529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129번째가 M/M이고 219번째가 Q/Q (실제는 E/E, 아래 box설명 참조)인 사람이 86.7%라고 하는군요. 조금 조악하게 말해서 “최악의 경우” 광우병이 좀 더 쉽게 발병할 수 있는 사람인 셈입니다.

여기서 잠깐!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논문의 실수가 있는데, 글루탐산 (Glu)의 약자는 Q가 아니라 E 입니다. Q는 글루타민이구요. 지난 번 포스트의 프리온의 아미노산 서열을 보시면 219번이 E 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Q라고 나와 있어서 뭔가 제가 알지 못하는 의미가 있나 해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아무래도 실수로 보입니다. 이런 중요한 논문에 아미노산 약자를 잘못 쓰는 실수를 하시다니… 저희 과 2학년 지난 중간고사 시험문제였는데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프리온 129번의 타입이 M/M이면 vCJD, sCJD의 발병 가능성이 조금 더 높거나, 잠복기가 짧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90%를 상회하는 한국인에게는 좀 더 주의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129번째 아미노산 뿐만이 아니라 219번째, 171번째 아미노산등 다른 아미노산의 변이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지므로 역시 좀 더 많은 연구를 해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는 단순한 문제일지라도 과학적으로는 언제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니까요.




2008년 5월 3일 토요일

광우병 신문기사 첨삭지도 (프리온의 분자생물학)

광우병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그냥 지켜보는 중입니다. 그런데 지난 번 황우석 교수 사태처럼 이번 사태도 전국민의 과학 지식을 높이는데 큰 공헌을 할 것 같군요. 하지만 역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fact는 무엇이고 거기에서 나온 추론은 합리적인가, 이겠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논쟁의 당사자들이 비전문가인 경우가 많다보니 엉뚱한 표현과 묘사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 본 대표적인 기사 일부를 가지고 프리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죠. 전체 기사가 궁금한 분들은 광우병에 대한 7가지 궁금증 을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도 어딘가 틀린 곳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아래는 위 신문기사의 첫번째 내용 중에 부정확한 표현들만 간단히 재구성한 것입니다.

◆(1) 한국인 유전자는 광우병에 더 취약한가?
= "한국인 유전자는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
이 주장은 김용성 한림대 의대 교수에게서 처음 나왔다. 김 교수는 2005년 국가연구수행과제로 한국인의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형 조사를 했다. 결론은 현재까지로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리온 단백질은 모든 생명체가 (많은 생명체가) 갖고 있으며 세포구성에 들어가는 평범한 단백질이다. 하지만 이 단백질이 동종 개체를 섭취할 경우 (동종 또는 이종의 이미 변형된 프리온, PrPsc, 을 섭취할 경우)변이를 일으켜 변형 프리온 단백질로 바뀌는데 이것이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리온 단백질의 유전자 형태는 (유전자 염기서열, 더 바람직하게는 아미노산 서열은) 사람마다 다르다. 특히 129번째 유전자 배열에 (코돈 또는 아미노산 구성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필수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2개 결합한 메티오닌-메티오닌 동질 결합체(MM형)와 메티오닌과 발린(필수 아미노산 일종)이 결합한 메티오닌-발린(MV형), 발린이 2개 결합한 발린-발린 동질 결합체(VV형)가 그것이다.

사람에게는 염색체가 쌍으로 존재하고 같은 유전자를 두 개씩 가지고 있으므로 프리온 유전자도 두 개인데, 그 두 개 유전자가 코딩하는 프리온 단백질의 129번째 아미노산이 모두 메티오닌이면 MM, 한쪽은 메티오닌이고 다른 한 쪽은 발린이면 MV, 둘 다 발린이면 VV형이라고 한다.

이 중 인간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의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형을 (유전자가 코딩하는 아미노산 서열을) 조사한 결과 100% MM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수는 연구결과 조사 대상 한국인의 95%가 MM 유전자형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영국(38%), 미국(5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다시 말해 아시아 혈통이 인간광우병에 훨씬 취약하다는 것을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정해관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는 학문적으로 확립된 사실로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MM형만 걸린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MM형이 먼저 나타나고 MV와 VV형은 나중에 나타날 가능성, 인간광우병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질병으로 나타날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은 Preproprotein 형태입니다. Preproprotein들은 보통 두 번의 proteolysis를 거쳐서 mature 단백질이 되지요. 프리프로프리온 단백질은 253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이 되며, 맨 앞쪽 N-말단의 22개 아미노산 조각 (signal peptide)이 떨어져 나가면 proprion이 되고, 다시 반대편 C-말단의 23개 아미노산조각 (GPI-anchor)이 떨어져 나가면 최종적으로 mature prion, 소위 PrP가 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의 하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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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 출처는 J Biol Chem. 2004 Jul 9;279(28):29469-77


그리고 사람의 프리온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manlgcwmlv lfvatwsdlg lckkrpkpgg wntggsrypg qgspggnryp pqggggwgqp
       61 hgggwgqphg ggwgqphggg wgqphgggwg qgggthsqwn kpskpktnmk hmagaaaaga
      121 vvgglggyml gsamsrpiih fgsdyedryy renmhrypnq vyyrpmdeys nqnnfvhdcv
      181 nitikqhtvt tttkgenfte tdvkmmervv eqmcitqyer esqayyqrgs smvlfssppv
      241 illisflifl ivg

붉은 색으로 표시한 저 중간의 m (129번째)가 바로 문제의 메티오닌 이지요. 저 기사에서 필수아미노산이니 하는 것은 전혀 쓸데없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아미노산은 단지 저 메티오닌 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관련 논문만 소개하고 마치자면,

Creutzfeldt-Jakob disease with E200K mutation in Slovakia: characterization and development.
Acta Virol. 2002;46(1):31-9.
PMID: 12197632 [PubMed - indexed for MEDLINE]

Insomnia associated with thalamic involvement in E200K Creutzfeldt-Jakob disease.
Neurology. 2002 Feb 12;58(3):362-7.

Inherited prion disease caused by the V210I mutation: transmission to transgenic mice.
Neurology. 2001 Dec 26;57(12):2198-205.

Mutation of the PRNP gene at codon 211 in familial Creutzfeldt-Jakob disease.
Am J Med Genet. 2001 Oct 1;103(2):133-7.

Identification of three novel mutations (E196K, V203I, E211Q) in the prion protein gene (PRNP) in inherited prion diseases with Creutzfeldt-Jakob disease phenotype.
Hum Mutat. 2000 May;15(5):48

등등 여러 논문이 많이 있습니다.

2008년 5월 2일 금요일

옥수수수염차 논란으로 본 칼륨

최근 옥수수수염차에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트륨과 길항작용을 하는 칼륨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칼륨이 좋다는 이야기들이 방송이나 언론에 몇차례 보도가 된 적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혈관이 건강해진다, 칼륨편)

특히 우리나라는 짜게 먹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칼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라면 한 봉지에 김치면 하루 나트륨 권장량의 한 배 반이 훌쩍 넘으니까요. 세포에서 세 분자 나트륨 이온이 빠져나가면 그 카운터파트로 두 분자의 칼륨 이온이 들어옵니다. 가장 유명한 능동수송 (active transport) 메카니즘이지요.

(Play를 누르면 실행됩니다. 영어 설명이지만...)


이 때문에 칼륨이 나트륨 함량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고 혈압강하, 신장결석 위험을 감소, 뇌졸중 위험을 줄이고 골밀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들이 관심을 끌었고 심지어 소금(NaCl)에 KCl을 섞은 저염소금이나 저염간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칼륨은 대부분의 음식에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에 심한 편식만 하지 않으면 따로 섭취할 필요는 크게 없는 미네랄입니다. 단, 식욕부진, 구토, 설사, 운동과다, 탈진 등으로 단기간 칼륨이 부족한 경우들이 있는데 이때는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칼륨이 많이들어 있는 음식들: 100그램당 칼륨 (potassium) 및 나트륨 (sodium) 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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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weightlossforall.com/potassium-rich-food.htm


하지만 오히려 지나친 칼륨의 섭취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특히 투석이 필요한 심한 신부전증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소위 “고칼륨혈증”이라는 병입니다. 이는 신장이 칼륨 배설을 제대로 못해서 피 속에 칼륨이 고농도로 존재하는 병인데, 근육의 힘이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의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하면 심장이 멎는 등 생명을 위협한다고 하는군요. 심한 신부전증 환자들은 야채나 과일도 조심해야 합니다. 야채 과일이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한신장학회에서는 고칼륨 식품의 경우엔 신부전환자들을 위한 경고문을 넣자는 의견을 낸 모양인데 식약청에서는 일반인들에게는 큰 문제가 안된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식품이든지 과하면 좋지 않고, 특히 질병이 있으면 조심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건강한 사람들이 너무 이런데 민감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2008년 5월 1일 목요일

완득이는 그 친구에게 희망을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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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젊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친구였죠. 그 친구는 가난이 싫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난을 남앞에 드러내는 것이 더 싫다고 말했습니다. 전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해주었고, 하필이면 그 때 우리 사이에 놓여있던 책 <완득이>를 그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그래서 전 지금 그 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이제부터는 순전히 제 기억과 남은 감정을 모아서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완득이>의 서두에 난장이가 나오지 않았으면 그 책을 끝까지 읽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인간승리 드라마"삘(feel)"이 나는 다큐멘터리나 책들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책의 둘레 둘레에게 쓰여진 "완득이, 파이팅!" 이라는 문구도 그랬습니다. 아마 가장 편파적으로 부자를 옹호하는 신문의 기자가 완득이 파이팅을 외치는 현실이 마뜩치 않은 것은 제 심성이 삐뚤어졌기 때문임을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뭔가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책이 없어서 이 말을 윤도현씨가 했는지 아니면 그 기자분이 했는지 헷갈립니다.)


하지만 초반에 난장이가 등장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난장이"라는 단어는 거의 자동적으로 제게 오래전에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을 생각나게 합니다. 난쏘공은 바로 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그리고 아직도 저의 부모님께서 40년이 넘도록 살고계신 동네가 등장하는 저의 첫 소설이었습니다. 어쩌면 완득이가 제가 살던 그 동네에 사는 아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 전 그 소설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냥 인간승리 드라마 류의 소설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저는 완득이에게 감정이입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제가 빠져들어간 대상은 완득이가 죽이고 싶어했던 담임선생 "똥주"였습니다. 저 녀석은 대체 왜 저 선생을 싫어하는 거야, 내가 보기에는 옳은 소리만 하는 사람인데, 라는 의문은 책의 절반을 지나며 해소되었고, 이 소설의 한가지 맘에 안드는 부분 (똥주 선생이 완득이 아버지와 동업을 하는 부분, 이 부분은 약간 억지 같습니다.)까지 발전하였습니다. 이 소설을 완득이의 성장소설이라고 한다면 아마 완득이가 가장 많이 성장한 부분이 바로 똥주 선생님을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자기 자신과 그 환경을 받아들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시빈민, 장애인, 다문화가정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쓴 완득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아이입니다. 육체적으로는 주먹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원래 건강했었지만, 이 소설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완득이의 건강함은 어디서 왔을까요. 그 첫걸음은 자신의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체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게 어려움과 난관에 대처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그것을 회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에 맞서는 것입니다. 회피는 다시 현실도피나 왜곡된 성공의 욕구로 발전됩니다. 하지만 완득이는 회피의 길에서 현실에 맞서는 길로 들어섭니다. 완득이도 처음엔 분명 자신의 현실을 떠벌이고 다니는 똥주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회피하고 싶어했었지만,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절정은 여기, '제 어머니십니다.' 였죠.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인 다음에 완득이는 과연 성공적으로 그 길을 갔을까요? 그 부분은 독자의 상상 속에 있을 뿐이라고 봅니다. 완득이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니까요. 청소년을 넘어 청년 완득이의 삶이 어떠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제게는 조금 지나친 자의식 과잉으로 읽혔던(하긴 젊어서 자의식 과잉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젊은 날의 초상이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들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 정도는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득이에게 환호하는 지점은 앞서 말한 완득이의 그 건강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럼 세상엔 이렇듯 건강한 완득이들이 많이 있을까요? 과문해서인지는 몰라도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못한 듯합니다. 하긴 누구나 다 가는 길을 걷는 사람을 보고 환호를 할 이유는 없겠지만, 아쉽게도 세상의 완득이들은 점점 더 그 건강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는 발전했고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운 만큼 민주화가 되었지만 그럴 수록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어느 컬럼에서 보고 무릎을 쳤던 말, 일찌기 헨리 죠지의 통찰인 "부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그리하여 전반적으로 애국심·덕·지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도 개선된다. 그러나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는 오히려 악화된다."는 경구를 여기서 적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소설이 더 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작가 김려령씨는 한편의 영화를 보여주듯 원숙하게 완득이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과거 이런 환경을 다룬 소설들이 그 지긋지긋한 일상과 구질구질한 삶의 솔직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식이었다고 한다면, 김려령 작가는 신세대답게 쿨하게(?) 적절한 사회적 현실과 그 시대 속에 놓여진 소외된 사람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상엔 이런 애도 있다, 며 약올리듯이 말입니다. 혹시 그게 구질구질한 가난 이야기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요즘의 트렌드 때문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건강함이 반갑습니다. 그리고 그런 완득이들을 세상에서 좀 더 만나고 싶습니다.


완득아, 그 젊은 친구에게 희망을 주렴!

2008년 4월 29일 화요일

스포츠와 정치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잡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정치와 무관하므로 정치적인 이슈를 제기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있고 티벳의 독립을 억압하는 중국은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는 반대편 주장도 있지요. 사실 과거 스포츠에서도 여러가지 정치적인 세레모니들이 있었는데 몇몇 기억에 남는 장면을 예전 블로그에서 다시 정리해 봅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남자 육상 200미터 시상식에서
미국의 토미 스미스(금메달)과 죤 카를로스(동메달)가 흑인 민권운동에 대한 의미로
검은 장갑을 끼고 미국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손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1968년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바로 그 해입니다.
(사진 출처: infoplease.com)



1997년에는 영국 리버풀의 유명 축구선수 Robbie Fowler가
리버풀 항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속옷을 입고 골 세레모니를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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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얼핏보면 무슨 캘빈 클라인 상표같지만 실은 이렇게 써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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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500명의 리버풀 항만 노동자들"을 지지한다는 내용때문에
UEFA로 부터 약 1400불의 벌금을 먹었습니다.
리버풀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선수로 뛰어 128골을 넣은 선수에게
뭐 그정도는 껌값이었겠죠.


1999년 영국 축구팀 Crystal Palace의 세르비아 축구선수 Sasa Curcic이
NATO의 유고슬라비아 공습에 항의하여 피켓 시위를 벌였고 팀에서 방출당했습니다.
그 후에 미국 축구리그 (Major League Soccer)에 진출해서
"MLS의 데니스 로드맨"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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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bbc)
 
 
2001년 호주의 축구팀 Perth Glory에서 뛰던 세르비아계 Bobby Despotovski가
Melbourne Knights (이전 Melbourne Croatia)와의 경기에서
세르비아가 유고내전당시 사용했던 세손가락 경례를 흉내내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격분한 크로아티아계 멜버른 팬들에게 살해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는군요.
 
(사진 출처: http://www.thewest.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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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시는대로 2002년 월드컵 미국전에서 안정환이 골을 넣은 후
김동성-오노 쇼트트랙 세레모니를 선보였었습니다.
(사진 출처: 동아닷컴)
 

 
2003 Cricket World Cup에서는 짐바브웨 크리켓 선수인 Henry Olonga와 Andy Flower가
짐바브웨의 독재자 무가베에 의해 저질러진 테러들에 대한 항의 표시로
검은 팔목밴드(armband) 를 하고 경기에 출전했었습니다.
 
(사진은 앤디 플라워, 출처, BBC web site)
 
Zimbabwe's Andy Flower wears a black wristband in protest at the regime of the Zimbabwe government


 
2004년 1월 카타르 도요다컵 친선축구대회 준결승전 한국과 일본경기에서는
최성국이 골을 넣은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씌어진 속옷 세레머니를 했습니다.
(사진 출처: 한겨레신문)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07년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여자 쇼트트랙 대표선수들이
중국의 장백산 선전에 항의하며 즉석 카드섹션을 보여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사진 출처: 일간스포츠)
 

이런 대부분의 세레모니들이 정치적으로 힘이 없는 나라가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려고 했기 때문에
벌금을 먹거나 해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과 달리
1938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이 독일과의 친선축구경기에 앞서
나찌들의 파시스트 경례법을 했다가 두고 두고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경례는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자발적으로 선수들에게 강요(?)한 것이라는 군요.
 
(사진출처: BBC)
 


 
 

2008년 4월 24일 목요일

가장 높은 온도에서 사는 미생물은?

아직도 많은 책에서 생육 최적온도가 가장 높은 미생물은 Pyrolobus fumarii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초고온균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Karl O Stetter 박사팀이 대서양 열수구에서 발견한 이 아키아는 섭씨 113도까지 생육이 가능하죠.  

하지만 그 기록이 2003년에 깨졌는데 그 균이 바로 Strain 121입니다. 메사추세츠 대학 데렉 러블리 (Derek Lovley) 교수팀이 발견한 이 균주의 생육 최고온도는 무려 섭씨 121도. 우리가 보통 autoclave로 살균을 할 때의 온도입니다. 실제로 autoclave를 해도 죽지 않았고 121도에서 doubling time이 24시간이라고 하는 군요. 이 균도 아키아로서 계통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종류가 Pyrodictium occultum (96.0%)과 Pyrobaculum aerophilum (95.3%)라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130도에서 2시간을 둔 다음에 다시 새 배지로 옮겼을 경우에도 균은 살아있었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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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Sience 2003 Vol. 301. no. 5635, p. 934)


그러데 그 온도에 따른 생장 (윗 그림 D) 이 좀 이상해서 제 예전 보스는 잘 믿기 어렵다고도 하더군요. 아무튼 생물체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궁금합니다.

2008년 4월 16일 수요일

내가 발표한 스물 다섯 편의 논문들 (2008년 4월 까지)

이번 주에 Protein Science에 논문이 떴군요. 지지난 달엔 국내논문도 한 편 나오고... 이제 스물 다섯편이 되었습니다.  (2008년 4월 16일)

이번 주에 chitosanase가 Pubmed에 떴군요. 이제 스물 세편이 되었습니다. (2007년 11월 24일)

지난 주에 Nature Methods에 보냈다가 물먹은 논문이 J. Biomol. NMR에 accepted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 논문을 세어보니 스물 한 편이네요. 첫 논문이 1996년이었으니까 11년 동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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