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와 건강

(이번 자료는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2007년도 통계 중간발표의 결과를 방송용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1. 국민건강영양조사란 무엇인가?

국민의 건강과 영양 수준에 관한 국가대표통계로서 건강설문조사, 검진조사, 영양조사로 구성되며,
 1) 흡연, 음주등의 생활 습관
 2) 식습관과 관련된 영양
 3) 각종 질변 빈도의 만성질환
 4) 삶의 질, 이렇게 네가지 분야의 국가통계

제1기(1998), 제2기(2001), 제3기(2005)에 이어 제4기(2007-2009) 조사를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하여 국민건강과 영양에 관한 추세를 볼 수 있는 중요한 통계자료입니다.

2. 이번 통계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특히 이번 4기 조사는 과거 일정시점에 단기간 조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연중무휴로 매주 약 200-250명씩 3년간 약 3만명 가량을 건강설문조사, 검진조사, 영양조사의 방식으로 조사하는데 그 중 2007년 결과를 중간발표한 것입니다.

3. 가장 관심가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일단 전체적으로 보면 언론 보도가 가장 많이 된 것인데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비만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고지혈증과 같은 서구형(선진국형) 질환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 반대로 긍정적인 면은 전체 흡연인구나 B형 간염 발병자수 같은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있겠습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총평을 하자면 우리나라의 건강지표들도 점점 선진국화되어간다는 면에서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겠구요. 하지만 여성들 보다 남성들에게 문제가 좀 많다는 면에서 남성들이 건강과 영양에 좀 더 신경을 쓰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비만율 증가가 뉴스에 많이 보도되었는데요?

보통 비만여부를 재는 측정치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학술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체질량지수라고 불리우는 BMI (Body mass index)지수입니다. BMI는 보통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데요, 몸무게는 kg, 키는 미터로 계산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몸무게 80kg에 키가 180cm인 경우는 80/(1.8)2으로 계산을 해야 하지요.

이 때 BMI값이 18.5 이하는 저체중, 18.5-25는 정상, 25이상은 과체중(비만), 30이상은 (고도)비만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 값은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분류하고 있지요. 하지만 서양에서는 과체중은 사실 비만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도비만이라고 하는 것, 즉 체질량지수 30이상이 진짜 비만이죠.  

우리나라 성인 중에서 비만과 고도비만 (BMI≥25)을 합친 사람의 비율은 약 31.7%로 지난 10년간 5.7% 정도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는 36.2%로 지난 10년 동안 11.1% 증가했고 여성의 경우는 26.3%로 지난 10년 동안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이걸 보면 확실히 남성들이 좀 더 자기관리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비만(BMI≥25kg/m2)
    ․전체 : 26.0%(’98) → 29.2%(’01) → 31.3%(’05) → 31.7%(’07), 10년간 5.7% 증가
    ․남자 : 25.1%(’98) → 31.8%(’01) → 34.7%(’05) →  36.2%(’07), 10년간 11.1% 증가
    ․여자 : 26.2%(’98) → 27.4%(’01) → 27.3%(’05) → 26.3%(’07), 10년간 0.1% 증가

- 고도비만(BMI≥30kg/m2) : 2.3%(’98) → 3.1%(’01) → 3.5%(’05) → 4.1%(’07), 10년간 1.8% 증가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나이가 들어서 50대가 넘어가면 남녀 비만의 비율이 같아지고 그 이상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여성 비만인구가 더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외모지상주의, 특히 젊은 여성 외모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도비만만 본다면 전체 인구의 4.1%인데 OECD 평균은 14.6% 정도이고 사실 미국은 고도비만인구가 32.2%로 우리나라 비만인구보다도 높습니다. 그래서 전세계 OECD 국가중에 우리나라는 고도비만율이 낮기로 세계 2위, 미국은 높기로 세계 1위지요. 비만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일본입니다.

5. 그래도 흡연인구가 줄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인데요?

그렇습니다. 만 19세 이상 전체 흡연자는 25%로 조사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것입니다. 남성중에서 흡연자의 비율은 전체의 약 45%정도로 10년 전 조사결과 66.9%보다 약 21% 이상 줄었습니다만 아직도 미국 남성흡연자 비율인 23.9%에 비하면 두배 가까이 높은 편입니다. 여성의 경우는 현재 흡연자가 5.3%로 10%년 전보다 1.2% 감소했습니다만 미국 여성흡연자 비율 18.0%에 비하면 많이 낮은 편입니다. 아무튼 흡연자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요.

- 현재흡연율
    ․남자 : 66.9%(‘98) → 60.9%(’01) → 51.6%(’05) → 45.0%(’07), 10년간 21.9% 감소
    ․여자 : 6.5%(‘98) → 5.2%(’01) → 5.7%(’05) → 5.3%(’07), 10년간 1.2% 감소
    ․소득수준에 따른 현재 흡연율(’07) : 하위 25% 31.1%, 상위 25% 20.0%
  - 시작연령
    ․남자 : 20.8세(‘98) → 20.6세(’01) → 19.7세(’05) → 19.1세(’07), 10년간 약 1.7세 감소
    ․여자 : 29.3세(‘98) → 29.9세(’01) → 28.0세(’05) → 25.7세(’07), 10년간 약 3.6세 감소
   - 간접흡연
    ․직장 : 51.0%(’05) → 37.4%(’07), 2년간 13.6% 감소
    ․가정 : 44.8%(’05) → 14.6%(’07), 2년간 30.2% 감소

6. 더 바람직한 간접흡연 감소추세

더 바람직한 경향은 간접흡연이 줄어들고 있는데 특히 가정에서 간접흡연하는 사람이 14.6%로 2년전 44.8%에서 30.2%나 줄었습니다. 즉 남성들이 집 안에서 점점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었다는 의미도 되겠죠. 직장에서의 간접흡연도 37.4%로 2년전의 51.0%보다 13.6% 줄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직장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여건 상 간접 흡연하시는 분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남성들의 문제점 한가지 더, 음주.

우리나라 남성들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흡연비율이 높고, 비만비율이 높아진 것과 아울러 한가지 더 문제는 음주율입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월간음주율 (월 1회 이상 음주하는 비율)이 57.2%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2년전의 54.6%보다 약간 높아진 수치이고 미국의 54.7%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이 마시는 수준 정도로 보입니다.

   - 월간음주율 : 54.6%(’05) → 57.2%(’07)
   - 고위험음주 빈도(1회 이상/월) : 44.8%(’05) → 47.8%(’07)
   -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 : 7.9ℓ('01) → 8.5ℓ('02) → 8.6ℓ('03) → 8.3ℓ('04) → 8.1ℓ('05)
 ※OECD Health Data,

2008하지만 이 통계를 남, 여 통계로 다시 잡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우리나라 성인 남성들의 월간음주율은 73.9%로 미국의 62%보다 약 12% 가량 높습니다. 반면 여성들의 월간음주율은 39.9%로 미국의 47.6%보다 약 8%가량 낮게 조사되었습니다. 결국 남성들의 음주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꽤 높은 편이고 이런 것이 비만율이 높게 나오는 것하고도 연관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8. 그러면 여성은 안심해도 되나요? NO!!!

하지만 사실 여성분들의 음주경향이 사실 상당히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고위험음주 빈도라는 것이 있는데요. 한번의 술자리에서 7잔(또는 맥주 5캔 정도) 이상을 마시는 남자 또는 한번의 술자리에서 5잔(또는 맥주 3캔 정도) 이상을 마시는 여자의 통계인데요. 이를 보면 남성의 경우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는데, 여성의 경우는 지난 2년동안 22.6%에서 28.7%로 약 6.1% 증가했습니다. 그러므로 여성의 음주율이 외국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술을 드시는 여성분들 음주량은 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9. 영양적인 측면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나트륨섭취

그 다음으로 식생활에 관련된 항목을 좀 살펴보기로 하죠. 영양에 관련된 지표들은 사실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흔히 섭취 칼로리(열량)라고 이야기하는 에너지 흡수에서는 필요추정량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필요추정량을 100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성인들의 평균은 87.5% 정도로 에너지 섭취가 과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이게 우리나라 비만율이 적기로 세계 2위를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반찬문화가 있어서 대체적으로 영양섭취는 고른 편인데요. 하지만 언제나 지적당하는 한가지, 바로 나트륨 섭취입니다. 우리나라 나트륨 섭취량은 충분섭취량 (상한기준)을 100으로 보았을 때 무려 311.5, 그러니까 3배 이상을 과다섭취하고 있습니다. 

- 나트륨 : 326%(’98) → 354%(’01) → 375(’05) → 310%(’07), 10년간 섭취기준 3배 초과 지속

사실 나트륨 과다섭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영양적 문제인데요. 소금뿐만이 아니고 간장, 된장 등 우리나라 식재료에 소금이 빠지지 않는데다가 대부분의 반찬과 국에도 소금이 많이 들어갑니다. 의식적으로 조금 덜 짜게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게다가 더 문제는 칼륨 섭취량은 부족하다는 것이죠.
 
10. 칼륨은 왜 더 먹어야 하나요?

칼륨은 나트륨과 길항작용을 하는 물질로서 우리 세포에서 세 분자 나트륨 이온이 빠져나가면 그 카운터파트로 두 분자의 칼륨 이온이 들어옵니다. 이 때문에 칼륨이 나트륨 함량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고 혈압강하, 신장결석 위험을 감소시키며 뇌졸중 위험을 줄이고 골밀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들이 관심을 끌었고 심지어 소금(NaCl)에 KCl을 섞은 저염소금이나 저염간장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칼륨섭취량은 충분섭취량의 56.8%에 밖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칼륨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은데, 주의할 점은 칼륨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고 칼륨이 많으면서 나트륨이 적은 것을 드시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보통 다양한 곡류에는 기본적으로 칼륨이 적당량 들어있고, 양송이, 아욱, 근대, 시금치, 죽순, 부추, 쑥갓, 참취, 물미역, 미나리, 쑥 등이며 과일 군중에는 바나나, 참외, 멜론, 천도복숭아, 토마토, 체리토마토, 곶감, 키위 등이 고칼륨 식품입니다. 참고로 오이는 대표적인 저칼륨 식품입니다.

하지만 투석이 필요한 심한 신부전증 환자에게는 칼륨섭취가 지나치면 치명적이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소위 “고칼륨혈증”이라는 병입니다. 이는 신장이 칼륨 배설을 제대로 못해서 피 속에 칼륨이 고농도로 존재하는 병인데, 근육의 힘이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의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하면 심장이 멎는 등 생명을 위협한다고 하는군요. 심한 신부전증 환자들은 야채나 과일도 조심해야 합니다. 얼마전 대한신장학회에서는 옥수수수염차 같은 고칼륨 함량 식품에 신부전환자들을 위한 경고문을 넣자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옥수수수염차를 마시고 정상적인 성인이 문제가 되려면 하루 106병을 마셔야 하므로 심각한 신부전증 환자가 아니시면 걱정마시고 칼륨섭취를 늘리시고 나트륨 섭취를 줄이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1. 나트륨과 칼륨말고 다른 것은? 칼슘섭취량이 줄고 있는 것도 문제!

영양섭취와 관련해서 마지막 문제는 칼슘섭취량이 계속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권장섭취량을 100으로 놓았을 때 우리나라 성인들의 칼슘섭취량은 63.6%에 불과하고 10년전 조사에 비하면 10년간 7.5%나 감소했습니다.

칼슘 : 71.1%(’98) → 70.2%(’01) → 76.3%(’05) → 63.6(’07), 10년간 7.5% 감소

아시다시피 칼슘은 뼈와 치아의 구성성분이고 근육의 수축과 신경 전달 물질의 방출, 심장 박동의 조절, 혈액 응고 작용 등에 관여하는 주요 영양소입니다. 칼슘의 섭취에 좋은 것은 다시마와 톳과 같은 해조류, 치즈나 우유 등 낙농제품, 케일, 브로콜리 등의 십자화과 채소들이라고 합니다.

12월에 이 통계와 관련된 좀 더 자세한 보고서가 발간된다고 하니까 그 보고서가 공개되면 오늘 못 다한 이야기들, 특히 질병관련 이야기들까지 묶어서 한 번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흡연, 음주, 비만, 그리고 영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는데요. 연말은 여러 가지 모임과 술자리가 많아서 건강을 소홀히 하기 쉬운 시기인데 지나친 음주나 회식보다는 의미있는 시간들을 많이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11월 24일 월요일

연탄가스중독에 동치미는 효과가 있는가?

답부터 말하자면,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동치미나 식초나 김치국물이나 아니면 초산+암모니아수, 모두 정신이 몽롱한 사람에게 정신이 좀 나게하는 효과 이상의 효과는 없다고 합니다. 괜한 시간 빼았기지 말고 빨리 환기를 시키고 병원에 데려오는 것이 상책입니다.

오늘 다음 메인에 거기에 대한 기사가 걸렸습니다. 연탄 가스 중독 "동치미 먹이면 큰일나요"

위 기사에서, 
민간요법으로 전해지는 동치미 국물은 전혀 효과가 없다.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동치미 국물을 억지로 마시게 하면 자칫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정호성 교수는 "동치미국물은 성분상 전혀 해독작용을 못한다"며 "국물이 기도를 막으면 자칫 질식사를 유발할 수 있고 당장은 괜찮아 보일지라도 일주일 가량 뒤 치명적인 흡입성 폐렴으로 진행될 수 있는 만큼 그런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을 가지고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동치미가 아니라 산삼을 먹여도 문제가 아니냐, 의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괜찮지 않은가 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는데요. 예전에도 일산화탄소에 대한 동치미국물, 김치국물, 식초 등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식이 있건 없건 동치미 국물 또는 식초는 일산화탄소 중독에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그 자세한 정황은 아래 글을 보시면 더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폴겐트의 진실과 거짓  (한 때 온라인에서 많이 활약하셨던 김승렬님 글)
참고로 1980년에 식초가 연탄가스 중독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란은 처음, 연탄가스 중독에 김치물을 먹는 민간요법에서 시작되어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그 후 추후 실험이나 연구에서 부정되었고, 김치 국물이나 식초로 인한 효과는 자극성이 있어 자극효과인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임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현재 응급의학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는 고압산소 요법이 거의 유일하게 인정받는 치료법이며 기타 치료는 대증요법입니다.

 
위에서 1980년에 논란이 되었던 논문은 "식초산과 암모니아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예방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대한의학협회지 23권 4호, 1980년 4월호에 실린 논문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저널 1982년도 25권 11호 963페이지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논문을 검색해 보시면 소위 민간요법이라는 것들의 효능이 거의 없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다른 논문에 보면 식초산이 혈류개선에 약간 도움이 되어 헤모글로빈양을 조금 늘려준다는 내용이 있으나 중독된 사람에게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혹시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면 환기를 시키고 인공호흡을 하면서 빨리 병원으로 호송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구글을 뒤져보니 이런 좋은 글이 있군요.

연탄가스 사고, 옛날일 아니다

그 중에서 일부분만 인용하면 

응급처치 방법, 동치미 국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되는가?
응급처치 방법은 연탄가스 중독 또는 일산화탄소중독이 의심되면, 가능한 빨리 1339(119)에 연락하여 연탄가스중독 환자가 발생하였다고 신고한다. 심정지가 발생된 경우에는 기도유지 및 기본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야 한다. 심정지가 아닌 경우에는 기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턱을 올리고, 머리부분을 뒤로 젖혀서 기도를 유지하여 숨을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정상적인 의식상태에서는 기도유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가능한 빨리 100% 산소를 투여하여야 한다. 민간에서 흔히 동치미 국물을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이 국물이 기도로 흘러 기도를 막아 숨을 못 쉬게 하던지, 또는 후에 흡입성 폐렴으로 진행되어 환자의 상태를 더 나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식이 없는 모든 환자는 절대 금식을 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일산화탄소중독에 대한 병태생리를 이해한다면 동치미 국물이 크게 효과가 없을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2008년 11월 21일 금요일

브로콜리의 좋은 성분들?

인터넷에 마구 돌아다니는 자료 중에 타임지 선정 10대 건강식품이 있습니다. 원래 기사제목은 "10 Foods That Pack A Wallop"이고 2002년도에 실린 내용입니다. 사실 타임지에서 한 번 기사로 다룬 것을 너무 과신(또는 맹신?)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먹어두면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 그래도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는 유의성이 있는 식품들의 리스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브로콜리가 뇌를 닮아서 두뇌음식은 아니랍니다.


오늘 헬스로그에 브로콜리의 항암성분에 관한 포스팅(브로콜리의 암 예방효과? )을 보다가 "어, 예전에 내가 본 것이랑 다르네?" 생각이 들어서 다시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알고 보니 다른 것이 아니라 헬스로그에는 좀 더 큰 범위의 물질명을 쓰셨더군요.)

Broccoli

Who cares if Dubya's dad hated it? The fact is, broccoli is one mean green. It boasts a fistful of phytochemicals, including sulforaphane and indole-3-carbinol, that may detoxify cancer-causing substances before they have a chance to cause harm. In women, indole-3-carbinol may turn the estrogen associated with breast cancer into a more benign form. A number of studies have linked regular consumption of cruciferous vegetables like broccoli to a reduced risk of breast, colon and stomach cancers. Broccoli is a rich source of beta-carotene, fiber and vitamin C (1 cup contains more C than an orange). The best way to unleash the nutrients is by cooking light and chewing hard. But if you simply can't stand broccoli, try your luck with Brussels sprouts, cabbage and bok choy.

일단 위의 박스는 위에서 언급한 타임지의 기사 중 브로콜리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 기사에서는 두가지 물질을 소개하고 있는데 sulforaphane과 indole-3-carbinol 입니다. 바로 이 sulforaphane이 헬스로그 포스팅의 "isothiocyanates" 중의 하나더군요.

1) Sulforaphane

Sulforaphane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wiki에 나와 있습니다만 요약하면 십자화과 채소류에 들어있는 항암, 항당뇨, 항생물질 활성이 있는 물질입니다. 항암활성이 있는 물질이라고 모두 실제로 생체내에서 항암작용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식품성분 치고는 나름 유의성을 인정받았다고 하는 물질입니다. 식물에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천연 살충성분인 glucoraphanin이 효소에 의해 전환되어 만들어지지요. 

myrosinase (thioglucoside glucohydrolase)에 의한 sulforaphane의 생성 (wikipedia)


2) Indole-3-carbinol

또 하나 유명한 물질은
indole-3-carbinol (I3C)인데 역시 십자화과 채소에 많이 들어있는 물질로서 cancer prevention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해서 연구가 많이 진행된 물질입니다. I3C가 결합되면 diindolylmethane(DIM)이 만들어지는데 이 DIM도 암 예방이나 면역력 강화에 효능이 있다고 하지요. 에스테로젠 대사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과량으로 섭취하면 호르몬 불균형이 우려된다고도 하는군요.

3)  Carotenoids and Vitamins

타임지에서 소개한 나머지 두가지는 카로티노이드와 비타민C인데 이것은 뭐 브로콜리만의 특성은 아니구요. 뭐 워낙 카로티노이드와 비타민C가 많은 식품이 많기 때문에 브로콜리만의 특성으로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4) Selenium

인터넷에 떠도는 다른 자료를 보면 셀레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셀레늄은 소위 미네랄(무기질)의 일종으로서 갑상선 기능과도 연관되어 있고 암발생하고도 연관관계가 있다고 여겨지는 물질입니다. (
자세한 셀레늄에 대한 설명은 여기 클릭!) 이 물질이 유명해 진것은 항산화효과와 관련된 glutathione peroxidasesthioredoxin reductase의 cofactor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셀레늄은 브로콜리 100g에 약 2-3ug 정도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셀레늄의 성인 하루 권장섭취량이 50-200ug이므로 브로콜리로 셀레늄을 섭취하려면 5kg 이상을 먹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셀레늄 섭취는 다른 식품 (곡류, 브라질 너트, 참치 등)으로 섭취하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좀 오래된 논문이지만 Morris and Levander, J. Nutr.1970 , 100 (12): 1383


5) Folic acid (엽산)

마지막으로 MBC 스페셜 두뇌음식에서 엽산을 언급했었습니다. 엽산은 비타민 B9이라고 하며 태아에게 부족하면 안되고 태아의 신경 발달에 중요해서 임산부에게 권장되는 물질입니다. DNA 합성에도 관여하고 부족하면 기형아 출산을 할 수 있다고 하지요. 성인이 하루에 400ug, 임산부는 600ug 정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브로콜리에 엽산이 많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식품속의 엽산의 함량은 대게 시금치, 콩, 곡류, 특히 베이글에 많고 동물의 간에도 많이 들어있습니다. 위의 링크를 클릭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브로콜리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만 요즘엔 엽산 첨가 제품들이 많아서 최상위급은 아니네요.


아무튼 브로콜리와 같은 십자화과 채소들 (케일, 브로콜리, 배추, 양배추, 갓 등)에는 공통적으로 위의 물질들이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꼭 브로콜리가 아니더라도 녹황색 채소들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위의 채소만으로 암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혹시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수준이죠. 여지껏 밝혀진 수많은 항암성분 중에 정말 효과가 있었던 경우는 극히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 http://www.ars.usda.gov/Services/docs.htm?docid=9673

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올해의 발명과 유전자의 세계

시간이 참 빠릅니다. 벌써 11월도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고 2008년 달력도 한장만 넘기면 끝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그해의 10대 사건, 10대 뉴스 뭐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는 매년 11월이면 "올해의 발명 (Invention of the year)"을 발표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발명에 대하여, 그리고 올해 주목받은 발명품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타임의 "올해의 발명"이란?


앞서 말씀드린대로 매년 11월이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발명 (Inventions of the Year)"을 발표합니다. 그 전해부터 개발되어진 50가지 상품이나 아이디어를 주로 소개하는데요. 그 50가지 중에는 아주 중요한 과학적 발명품도 있고, 정말 황당한 발명품도 있습니다. 그 50가지 중에서 최고의 발명품은 "올해의 발명 (invention of the year)"로 선정합니다. 그 동안 이 올해의 발명을 통해 소개된 유명한 제품들이 있는데 몇가지를 알아보죠. 

2001년에는 인공심장이 뽑혔었구요. 2002년에는 토마토 백신, 2003년에는 itunes 등이 유명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2005년도 부터입니다. 2005년도 올해의 발명은 바로 우리나라 작품인데요, 복제개 "스너피"였습니다. 황우석 교수팀이 줄기세포 연구에서는 잘못과 오류가 많이 있었지만 동물복제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었는데, 바로 그 복제개 스너피가 올해의 발명으로 뽑혔었습니다.

2. 최근 "올해의 발명"


2006년도에는 올해의 발명으로 "Youtube"가 선정되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컴퓨터와 카메라와 캠코더를 가진 개인들이 소위 UCC (user created contents)라는 작품을 올리도록 만든 획기적인 사이트입니다. 간혹 유튜브를 그냥 동영상 올리는 사이트 정도로 인식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사실 이제 youtube는 정보 공유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IT 기업인 구글이 2006년 10월에 16억 5천만불 (1조 8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인수를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2007년도에는 올해의 발명으로 iphone이 선정되었습니다. 아이폰은 CDMA 방식이 아니라서 한국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지만 전세계적으로 깜찍하고 귀여운 외양과 버튼이 없는 터치 스크린, 무선인터넷, 구글 맵 등등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제품입니다. 이에 맞추어서 국내 휴대폰 회사들도 최근에 터치 스크린 형식의 휴대폰을 내놓고 외국시장을 공략하고 있지요.

3. 1등은 아니지만 그간 주목받은 발명품

하지만 그렇게 올해 최고의 발명으로 뽑힌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 올해의 발명에는 중요한 과학적인 성취들이 녹아져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 중에 제게 기억나는 것 하나가 2006년에 선정된 인간 유두종바이러스 (human papilomavirus, HPV)의 예방백신입니다. 그게 2년전이었는데 아마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라고 해서 동네 병원에 가면 어디에나 이 예방접종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TV에서 공익광고처럼 광고도 하더군요.

이 예방접종에 대한 타임지의 제목은 "Good for Girls!"인데요. 자궁경부암 백신은 어린 소녀들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백신 때문에 텍사스 주지사인 보수적 공화당원 릭 페리가 11-12세 여자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 뉴스가 되기도 했었지요.

그런가 하면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보통 고양이의 타액속의 어떤 단백질(feline D1,  or FelD1)이 사람에게 알러지를 일으키는 물질로 작용한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모 회사가 고양이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접붙이기를 통해 그 단백질을 생산하지 않는 고양이 품종을 개발했다고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현재 판매가격이 품종에 따라 다른데 제일 싼 것은 약 7,950불 (약 90만원) 정도부터 있고 비싼 것은 39,000불 (약 4천5백만원)까지 있더군요.

3개월 된 Allerca GD 고양이들 (Allerca.com)


이렇듯 과학의 발전은 새로운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고는 하는데 그럼 작년부터 올해까지 가장 주목받은 발명은 무엇이었을까요?

4. 2008 최고의 발명품


올해도 역시 다양한 발명품들이 선정되었습니다만 올해는 약간 의외의 제품이 올해의 발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 제품은 다름 아닌 유전자 테스트 키트 (The retail DNA test)랍니다. 이 키트의 이름은 "23andMe"라고 하는데, 왜 이름이 "23andMe"일까 궁금해서 알아보니 우리 인간의 염색체가 23쌍이라서 이름을 저렇게 지은 모양입니다. 현재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서 주로 유럽지역에서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만 아시아의 대부분 나라들은 빠졌습니다.

유전자 검사 시대가 되면 이런 작품은 못나오죠.


원리는 아주 간단한 것인데요 사실 침뱉기 키트 (spit kit)를 주문해서 받은 후에 거기에 침을 뱉어서 회사로 보내고 그러면 회사에서 여러가지 유전자 검사를 해주는 방식입니다. 뭐 피를 뽑거나 머리카락을 뽑아서 하는 것이랑 뭐 크게 다를 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유전자 검사 키트에는 여러가지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볼 수 밖에 없는데요. 일단 이 회사를 만든 사람이 구글의 검색엔진을 만든 세르게이 브린이라는 사람의 부인(Anne Wojcicki)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이 유전자 검사는 생명공학기술과 IT가 접목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검사를 통해서 23가지 알려진 질병과의 연관성, 68가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연구결과들과의 연관성을 검사해준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당뇨병, 파킨슨씨병, 전립선암, 유당불내증 등등이 들어있습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이 검사를 통해 인종적인 선조, 소위 뿌리를 찾는 것도 가능한데요. 미토콘드리아 지놈을 분석하면 가계의 연관관계를 알 수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로부터만 유전되기 때문이죠. 이런 것을 통해서 친부, 친자 등을 알아낼 수도 있지요. <맘마미아> 이런 영화는 넌센스가 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5. 가타카, 유전자 검사의 시대

하지만 이런 편리함들이 늘어가는 세상에 대한 걱정도 늘어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의 유전정보가 잘못 사용되면 차별의 방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런 것을 소위 "유전자 결정론" 문제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80%라고 하면 생명보험회사나 이런 데서는 가입을 받아주지 않겠죠. 그래서 자기 자신의 유전적 운명을 알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100% 알 수도 없음에도), 사실 그 결과로 인해서 여러가지 제약이나 손해가 올 수 있다는 것이죠. 그 극단적인 예가 기형아 검사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There is no gene for the human spirit

이런 문제를 날카롭게 다룬 <가타카 (GATTACA)>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킬 빌>의 우마 서먼과 <비포 선라이즈>의 에단 호크, 쥬드 로가 주연한 1997년 영화인데 개봉과 아울러 많은 주목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유전공학이 발달한 어느 미래에, 유전공학적으로 태어나지 않고 자연 잉태로 태어난 에단 호크는 유전적으로 심장이 약하고 열성유전자가 많아서 30세를 넘기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연히 만난 전직 수영선수 주드 로 행세를 하면서 우주항해회사인 가타카 (GATTACA, DNA 염기서열로 만들어진 단어죠)에 신분을 속이고 우주비행사가 되기위해 취직을 합니다. 우성 유전자로 태어난 주드 로는 교통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기 때문에 에단 호크가 자기 대신 그런 일을 꾸미는 것을 도와주죠. 하지만 가타카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범인을 잡기 위해 전 직원들의 신원조사를 하면서 범인을 쫓는 미스테리와 그 와중에 자신의 신분을 속여야하는 에단 호크의 피눈물나는 노력, 그리고 에단 호크의 정체를 알아버린 동료 우마 서먼의 스토리가 영화의 뼈대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목을 받은 지점은 바로 가까운 미래에 우리도 어쩌면 신생아가 태어나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그 아이의 운명을 확률적으로 알아내고, 더 나아가서는 아예 임신을 할 때부터 우성의 유전자들을 골라서 수정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우리 앞에 열릴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과학이 과거 상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을 우리 앞에 제시한다면 과연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6. 과학의 사회적 책임과 우리의 미래

그래도 아직까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직까지 우리의 과학 수준은 그 정도에는 한 참 못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의 발명으로 유전자 검사 키트가 선정되고, 개인들이 자신의 유전정보를, 아직까지는 비록 한정된 정보에 불과하지만, 크지 않은 돈을 내고 검사할 수 있는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요즘은 수명 연장이 아니라 "죽기 전까지 아프지 않게"가 의료의 목적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소위 웰빙(well-being)이 중요한 세상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여러가지 과학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가 이런 목적을 이루어 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그런 사회가 올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와 행복에 대해서도 잊으면 안되겠죠.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너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던져보면서 말입니다.      


2008년 11월 17일 월요일

어느 야구 선수의 사인

추신수 “마흔살까지 빅리그에 서고 싶다”

이 기사를 보니까 생각난 것인데, 며칠 전에 제 큰 아이가 종이를 하나 제 책상위에 올려 놓았더군요. 밤늦게 집에 가서 책상을 보니까 무슨 영어 같기도 하고, 아내에게 이게 뭐에요 물어보니까, 학교에서 받아 온 것이라더라구요. 무슨 야구 선수 사인이라는데, 유명한 사람인지 아빠한테 물어본다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답니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까 영어로 Clevelan Indians라고 써 있지 않겠습니까. 오 마이, 이거 추신수 선수 사인인가 보네, 라는 생각이 들자 추선수의 고향이 부산이고 부산에 왔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나지 않겠어요. 엄마도 아이도 누군지도 모르고 영어 사인이라고 생각을 하다니...

문제의 그 사인...^^


다음 날 아침 일찍, 딸 아이에게 이 야구 선수가 얼마나 유명한 선수인지 열심히 이야기를 해주고 잘 보이는 곳에다가 걸어 놓았는데, 아이는 그냥 시큰둥... 아빠가 더 흥분한 눈치에 약간 민망하더군요.^^

(추선수에게 직접 받은 것은 아니고 친구 아빠가 추선수를 잘 알아서 대신 받아다 주었다더군요. 아무튼 선린상고가 날리던 시절 박노준 김건우 선수 사인받으러 다니던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어릴적 나의 영웅 김건우 선수

OB 베어스 김영덕 감독님

MBC 청룡 백인천 감독님


2008년 11월 14일 금요일

세계기록이 깨졌군요, 122도에서 자라는 Methanopyrus kandleri

이번 주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The 8th Asia-Pacific Marine Biotechnology Conference에 참석하고 있는데요. Frank T. Robb 박사의 기조강연을 듣다보니 몇 달 전에 일본 그룹에 의해서 최고온에서 자라는 미생물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UMASS의 데렉 러블리 교수팀의 strain 121이었는데, 122도에서 자라는 hyperthermophilic methanogen Methanopyrus kandleri strain 116 이 그 자리를 빼았았더군요.

Cell proliferation at 122°C and isotopically heavy CH4 production by a hyperthermophilic methanogen under high-pressure cultivation (PNAS 2008, 105(31):10949)

홋카이도 대학하고 호리코시 선생팀이 함께 발표한 이 논문은 재미있게도 piezohile (과거엔 barophiles)이라는 겁니다. 압력이 높은 곳에서 잘 자라는 호압성 미생물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압력에 따라 최적으로 자라는 온도가 바뀌는데, 0.4MPa의 압력에서는 116도 까지 자라지만 20MPa의 압력에서는 122도에도 자랄 수 있다고 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기존의 strain 121과 비교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121도나 122도나 비슷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세계기록은 기록인 셈입니다. 게자다 strain 121은 제대로 동정도 안되어서 사람들이 좀 못미더워하기도 했지요. 게다가 Lovley 박사를 약간 이쪽 방면에서는 색안경끼고 보는 사람도 있구요.

PNAS 2008, 105(31):10949


아무튼 이렇게 계속 새로운 극한미생물들이 나오고 있으니, 과연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지는군요.

2008년 11월 11일 화요일

식품과 지능? 오메가-3 지방산

1. 수능이 국가 행사인 나라

이번 주에는 국가적 중요한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수능(수학능력시험)입니다. 이 행사는 국민들의 출근 시간을 한시간 늦추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전국의 외식업체들과 유흥가가 간만에 호황을 누리기도 합니다. 사실 대학입시가 전국민에게 중요한 사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약간 비극이기도 합니다만, 당사자들에게는 또 일생의 중요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능시즌이 되면 언제나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뉴스들이 많이 나옵니다. 마지막 점검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컨디션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다양한 뉴스가 나옵니다. 그 중에는 수험생의 기억력을 높여주는 먹거리에 대한 뉴스였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brain food (두뇌음식)이라는 것이 유행을 하기도 하지요. 그 대표로 오메가-3 지방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오늘은 그 오메가-3 지방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흔히 두뇌 음식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종류들이 있습니다. 

1) MBC 스페셜에서 나왔던 내용에 따르면 두뇌음식이란 "두뇌를 구성하고 활발히 활동하는 데 필요한 필수 영양소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건강한 음식"으로 뇌의 영양분인 당분,  뇌세포의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마그네슘, 호박씨; 브로콜리, 엽산), 그리고 뇌의 구성성분인 오메가-3 지방산을 이야기하더군요.  가만 보면 사실 다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2) 그리고 두뇌음식을 주장하는 다른 기사들을 종합해보면 파킨슨병을 예방해 준다고 하는 레시틴, 코엔자임Q10 함유제품, 우울증 억제효과가 있다는 제절초 (St. John's Wort) 제제, 최근 식약청 개별 인정형으로 '기억력개선'효능 인증을 받은 '피브로인 BF-7' 등이 있습니다. 

2. 오메가-3 지방산이 왜 주목을 받는가?

오메가-3 지방산이 주목을 받은 것은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 특히 그린랜드라든가 알라스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리는 확률이 서구인들에 비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 다음부터입니다. 1970년대 초반 덴마크의 Dyerberg 박사가 그린랜드의 에스키모인을 조사한 결과 동맥경화, 뇌경색, 심근경색 질환이 매우 낮았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일반 덴마크인의 심근경색 사망률이 40%인데 반해 그린랜드의 에스키모의 심근경색사망률이 3.6%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에스키모인들의 주식은 바다생선, 바다표범, 물개등으로 지방의 성분이 많은 것들이었는데 하지만 오메가-3지방산 섭취량은 덴마크인들이 하루 150mg 내외인데 반해 에스키모인들은 2115mg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검사를 해보니까 에스키모인들의 혈액에는 EPA, DHA, HDL-콜레스테롤의 함량이 높았다고 합니다. 바로 이 EPA, DHA가 오메가-3-지방산의 대표물질이죠. (기능성식품학/송재철 외/p183)

3. 오메가-3 지방산이란 뭔가?

1) 일단, 지방산이란?

오메가-3 지방산을 알기전에 일단 지방산을 먼저 알아야 하는데 지방산은 긴 탄화수소(탄소와 수소로 된 물질)의 끝에 산성인카복실기가 붙어있는 것입니다.

2) 오메가-3 지방산이란?

그 긴 탄소들의 이름을 붙이는데 맨 앞에서부터 알파, 베타, 감마, 이렇게 순서를 붙이고 맨 뒤의 것을 오메가라고 합니다. 그리스어 알파벳이 알파에서 오메가까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메가-3 지방산이란 끝에서부터 3번째 탄소에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는,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불포화되었다는 것이므로, 불포화지방산입니다.

3) 오메가-6 지방산?

오메가-3 지방산 말고 오메가-6 지방산 (리놀레익산, 감마리놀레닉산, 아라키돈산) 도 있는데, 이것은 끝에서부터 6번째 탄소에 이중결합이 있는 지방산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합니다. 하지만 서로 경쟁을 하기도 하지요.

4) 오메가-3 지방산의 종류는? : EPA, DHA, 원료물질 알파-리놀레닉산 (18:3)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EPA (eicosapentaenoic acid, 20:5)와 DHA (docosahexaenoic acid, 22:6)입니다. 이 두 물질은 알파-리놀레닉산으로부터 우리 몸에서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파-리놀레닉산은 사람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식물성 기름에 많습니다. (올리브유는 단일불포화지방산인 oleic acid가 많음)

5) 오메가-3 지방산은 어디에 많은가?

가장 많은 것은 생선, 특히 등푸른 생선입니다. 그 외에는 고래, 바다표범 등에도 많이 있습니다. 육류에도 약간 들어있는데 서구인들은 육류섭취가 많기 때문에 주로 육류를 통해 섭취한다고 합니다. 채소나 곡류에는 알파-리놀레닉산만 많고 EPA나 DHA는 거의 없습니다.

참고)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오메가-3 지방산?
오메가-3 지방산은 생선이 만든다고 하지만 실은 미세조류(식물성 플랭크톤)가 주로 만들고 그 미세조류를 섭취한 생선이 저장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양성 미세조류를 배양해서 DHA/EPA 등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이 미세조류의 오메가-3 지방산은 비린내가 없으며 어류 사료로 사용하면 양식을 통해 DHA/EPA 함량이 높은 어류 양식이 가능하고 수은과 같은 중금속 오염 가능성이 적고 채식주의자들에게 판매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6) 얼마나 먹어야 하는가?

현재 서양식단의 경우 하루 150mg 정도 섭취하고 있습니다. 열흘에 생선 한 마리 먹으면 섭취할 수 있는 양입니다. 하지만 미국 국립보건원 (US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의 워크숍에서 권장한 양은 하루 650mg이고 국제지방산및지질연구회에서 권장하는 양은 하루 500mg입니다. 또한 미국 심장재단에서는 하루 300mg 이상 (일주일에 두 마리 생선) 먹도록 권장하고 있고, 관상동맥심장병이 있는 경우는 하루에 1000mg을 먹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한 것도 좋지 않아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 (FDA)에서는 하루 3000mg이하로 먹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너무 과하면 혈당조절이 잘 안되고, 출혈이 나면 잘 멈추지 않고,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우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혈압약을 드시는 분들은 과도하게 혈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의사선생님과 상의가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사실 에스키모인의 건강에 대한 또다른 보고도 있는데요. 약 150년 전 독일의 한 의사는 에스키모인들이 결핵에 걸리면 유달리 가래에 피가 많이 나오고,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아마도 에스키모인들의 음식 섭취가 대부분이 동물성이고, 특히 고래고기의 지방섭취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에스키모인들은 하루 6.5g 정도를 섭취해서 과도한 오메가-3 지방산 섭취가 이런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것입니다.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습니다. (이건 진리 중의 진리!!!)

4. DHA 와 EPA의 기능은?

1) ACSH의 과학적 증거 수준

ACSH (American Council of Science and Health, 미국 과학건강협회)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여러 기능성 식품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증거의 수준을 다섯가지(매우강력 very strong; 강력 strong; 중간 moderate; 미약에서 중간 weak to moderate; 미약 weak)로 분류를 한 바가 있습니다. 이중에서 오메가-3 지방산의 심장질환 위험 감소효능은 강력 (strong)한 수준으로 상당히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2) EPA의 기능성 : 심혈관관련 질환 예방은 거의 확실

혈소판 응집유발물질을 생성하는 아라키돈산 (오메가-6 지방산)과 경쟁적으로 작용하여 혈전예방작용을 하지만 아라키돈산이 없으면 염증반응이 안일어나서 외부 균의 침입등에 대처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또한  혈액응집인자형성을 억제하여 심장질환의 위험성을 감소시키고 사이토카인(세포의 분화나 증식에 관여하여 세포 기능의 활성과 변화를 유도 는 물질)등의 발생을 억제하여 항염증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DHA의 기능성 : 뇌 및 시력과 관련된 기능들

DHA는 뇌세포 구성물질로서 뇌세포 지방산의 10%, 뇌내 해마세포의 25%를 차지하며 뇌간문을 통과할 수 있는 물질 (EPA는 불가능)입니다. DHA가 부족하면 기억력, 판단력,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증, 주의력결핍과다활동장애(어린이의 심신기능부조), 뇌혈관형 치매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있으나 그 효력에 대해서는 논쟁중입니다.

현재 알쯔하이머에 효과가 있는지가 큰 관심사인데 미국에서 임상 3상 실험중이고 2009년 4월에 임상시험이 끝난다고 하니까 귀추가 주목됩니다. 또한 몇가지 알러지 반응의 억제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 및 염증성 반응의 조절인자인 류코트리엔 생합성을 억제하여 알레르기 및 염증성 반응을 조절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최근의 관심사는 아토피 환자의 경우 혈중 오메가-6 지방산의 함량이 높아지고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낮다는 보고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메가-6 지방산 대사 이상이 아토피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역시 논쟁중인 내용이고 현재까지의 결론은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을 균형있게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DHA와 지능 : DHA는 IQ를 좋아지게 하는가? : 루카스의 실험

1992년 영국 캠브리지 의과대학의 소아과 의사 앨런 루카스 박사팀이 영국 의학잡지인 Lancet에 보고한 내용으로 조산아로 태어난 300명 아기들이 8세가 되었을 때 모유를 먹은 아이와 분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과 비교해 본 결과, 모유아가 분유아보다 지능지수가 평균 8.3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인데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분유에 DHA/EPA를 넣게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유를 먹은 아이와 DHA/EPA를 첨가한 분유를 먹은 아이를 비교한 다른 사람의 실험에서도 역시 모유를 먹은 아이들이 심리운동 발달지수와 전반적인 성장, 발달에서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이는 EPA가 아라키돈산을 저해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고급영양학/이양자/p311)

게다가 모유를 너무 오래 먹고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됐을 때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역시 앨런 루카스 박사의 연구에서 보고되기도 했는데 1969-1975년에 캠브리지 산부인과 병원에서 출생한 20-28세의 성인 3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신생아때 4개월 이상 모유를 먹은 사람은 모유 수유기간이 4개월 이하이거나 조제분유를 먹은 사람에 비해 동맥경화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DHA가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높인다는 보고들은 뇌혈관형 치매와 같은 환자들의 경우에 확실해 보이지만 정상적인 청소년의 경우에는 확실치 않습니다. 루카스의 실험도 매우 다양한 논쟁을 불러왔으나 결론적으로 DHA가 어린 아이나 태아의 두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수준에서는 인정받고 있지만 유아기를 지난 청소년의 두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지의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하겠습니다. 식약청에서 허용하는 수준의 기능성은 두뇌 영양 공급 정도 입니다. 

6. 머리좋아지는 식품?

결론적으로 오메가-3 지방산이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고, 태아나 유아의 두뇌 발달에는 도움을 주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지능이나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아직까지 증거가 조금 부족하고 더 엄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수험생들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고른 영양과, 심리적 안정, 그리고 건강이므로 남은 이틀 동안 충분히 영양섭취를 하고 감기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평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2008년 11월 10일 월요일

중강도 운동? 아니면 고강도 인터벌 운동?

살 빼자고 무작정 시작한 ‘조깅’, 사망에 이를 수도

본문 중에,

캐나다 퀘벡시의 라발(Laval)대학 연구팀은 45분간 쉬지 않고 중등도 강도로 자전거를 탄 그룹과 15∼90초의 짧은 시간동안 전력으로 운동한 후 중간에 짧게 휴식시간을 주고 이를 반복하게 한 그룹으로 나누어 운동 효과를 관찰했다. 장기간 유산소운동을 한 경우 운동으로 인한 칼로리 소모는 단기간 운동그룹에 비해 2배나 많았다.

하지만 체지방검사 결과 단기간 운동을 반복한 그룹에서 지방이 훨씬 더 많이 빠졌다. 소모한 1칼로리당 지방체중의 감소는 단기간 운동그룹에서 무려 9배나 많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순환운동(circuit training) 혹은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은 조깅 같은 유산소운동보다 시간을 적게 투자해도 체중감량 효과가 훨씬 크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HITI라고 하는데 여기에 대한 반론은


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

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 or HIIT for short, has been promoted as one of the most effective training methods ever to come down the pike, both for fat loss and for cardiovascular fitness. One of the most popular claims for HIIT is that it burns “9 times more fat” than conventional (steady state) cardio. This figure was extracted from a study performed by Angelo Tremblay at Laval University in 1994. But what if I told you that HIIT has never been proven to be 9 times more effective than regular cardio… What if I told you that the same study actually shows that HIIT is 5 times less effective than steady state cardio??? Read on and see the proof for yourself.


저는 아래 쪽 이야기가 더 긍정이 되는 군요. 아니 그것보다, 2008년에 1994년 
논문을 소개하는 것은 좀... 

2008년 11월 7일 금요일

빨리 먹는 것과 비만과의 관계

오늘 재미있는 뉴스가 하나 떴던데요. ''속도전'' 한국인 식습관, 비만도 ''빨리빨리''라는 기사입니다. 빨리 먹는 것과 비만, 일전에도 일본 연구진에 의한 관련 기사가 있었습니다. "밥 빨리 먹는 사람이 ‘뚱뚱’"이라는 기사였지요.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생각했던 것을 좀 정리해봐야 겠습니다.

일단 빨리 먹는 사람이 살이 찐다는 것은 주로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 측면에서는 좀 약하다고 봅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매우 중요한 것인데, 쉽게 예를 들면 "농구선수들은 키가 크다"는 것(상관관계)을 가지고 "농구선수하면 키 커진다"고 인과관계로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상관성이 있으면 어딘가 인과관계의 고리가 존재하기는 하지요. 키 큰 사람들이 주로 농구를 하듯이 말입니다.

자, 그럼 지금까지 나온 밥 빨리 먹는 것과 비만과의 연결 고리는 무엇일까요? 위 두 기사의 내용을 가지고 대충 이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음식을 빨리 먹으면 뇌에 미처 포만감이 전달되기 전에 위가 꽉 차버려 과식을 하게 되기 때문 
2.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물질인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는 사람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어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상'을 받으려고 음식을 필요 이상 먹게 된다는 사실
3. 포만감을 인지하는 호르몬이 식사 후 약 15~20분 후에 나오므로 이 시간 전에 식사를 끝낸다면 많이 먹어도 배부르다는 느낌이 덜하기 때문에 식사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4.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음식을 분해하는 타액 등이 충분히 나오지 못해 같은 성분이라도 지방으로 갈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5. 급하게 먹으면 음식의 흡수, 소화 등의 과정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기 전에 이미 음식이 축적되기 때문에 쉽게 비만해 질 수 있다.
6. 위장에서 분비되는 식욕을 느끼는 호르몬인 그렐린(ghrellin)도 식사 속도가 빠르면 분비가 촉진돼 더 빨리 배가 고파질 수 있다.
7.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 역시 먹는 속도에 좌우된다
8. 위장 자체도 소화를 시키면서 열량을 소비하는데 생식처럼 소화기에서 운동을 많이 해야 하는 음식은 위장 등에서의 운동이 많이 필요하고 이에 위장이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반면 쉽게 넘어가는 음식은 상대적으로 위장운동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쓰는 열량이 많지 않다는 것.

자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면 몇가지로 카테고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빨리먹는 것과 과식, 과식과 비만

1, 2, 3, 6, 7 은 모두 과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식을 하게되면 당연히 살이 찌게되므로 맞는 이야기죠. 하지만 만일 빨리 먹되 적정량을 먹는다면? 저 이유를 가지고 살이 찔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빨리 먹는 것이 아니라 비만의 원인은 누가 뭐래도 과식입니다. 

2. 빨리먹으면 지방으로 갈 수 있다?

4번과 5번의 이야기는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음식을 분해하는 타액 등이 충분히 나오지 못해 같은 성분이라도 지방으로 갈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지방으로 가려면 Acetyl-CoA와 NADPH가 충분히 생기고 호르몬 및 기타 등등이 있어야 하는데, 충분한 소화가 없으면 Acetyl-CoA와 NADPH가 생기지 않습니다. 혹시 지방산이 beta-산화 (acetyl-CoA로 분해)되지 않고 지방산으로 분해된 후 그냥 지방세포(adipocyte)에 축적된다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빨리 먹어도 위와 장에서 오래 머물면서 분해는 다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급하게 먹으면 음식의 흡수, 소화 등의 과정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기 전에 이미 음식이 축적되기 때문에 쉽게 비만해 질 수 있다."는 말도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인데, 음식의 소화 없이는 흡수가 안되고 흡수 없이 영양분이 몸에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소화되지 않으면 오히려 흡수가 안되어서 몸에 축적이 안되는 것이 맞을 겁니다.

3. 위장의 운동량과 비만?

"위장 자체도 소화를 시키면서 열량을 소비하는데 생식처럼 소화기에서 운동을 많이 해야 하는 음식은 위장 등에서의 운동이 많이 필요하고 이에 위장이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반면 쉽게 넘어가는 음식은 상대적으로 위장운동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쓰는 열량이 많지 않다는 것." 이 말도 제 생각에는 이해가 잘 안되는데 위장의 운동은 급하게 잘 씹지 않고 음식이 들어오면 더 격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소화가 잘 된 음식이나 죽과 같이 소화가 잘 되도록 만든 음식은 위장에서 할 일이 별로 없겠죠. 그러므로 급하게 먹으면 오히려 소화를 하기위해 위장의 운동량이 많아 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녁을 빨리 먹으면 밤새도록 위장관이 운동을 하느라 숙면을 하기 힘들고 피로의 원인이 된다고 하는 말이 있죠. 

아무튼 제 생각은 비만의 1차 원인은 과식이고, 빨리 먹는 것하고 비만의 연관성도 사실은 과식이 연결고리라고 보여집니다. 빨리 먹되 정량을 먹을 수만 있다면 비만에 대해서 지나치게 걱정할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빨리 먹되 정량을 먹으면 위장관의 운동량이 높아져서 살은 덜찌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드는군요. 그렇다고 빨리 드시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무래도 빨리 먹으면 조금 더 먹게 되어 있으니까요.

참고로 한국인의 비만률은 OECD 국가중에서 최하위에 속합니다. 그런 면에서도 ''속도전'' 한국인 식습관, 비만도 ''빨리빨리"라는 제목은 좀 아니네요.

http://kdaq.empas.com/qna/view.html?n=8448350


2008년 스탠포드 졸업식, 오프라 윈프리 연설

"The beautiful thing about learning is that nobody can take that away from you." (BB King)

오늘 다른 자료를 찾기위해
우연히 방문한 블로그에서 오프라 윈프리의 스탠포드대학 (그렇습니다. 클린턴의 딸 첼시가 "하버드 프린스턴 등 내로라하는 명문대학 합격을 뒤로하고" 선택했다는 그 대학입니다. 대체 스탠포드는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이 아닌가요?)  졸업식 연설문을 보았습니다. 과거 스탠포드 졸업식에서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한 연설은 인터넷 여러 곳에 돌아다니고 있고, 국내에도 해석되어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데 오프라의 연설은 최근의 것이라서 그런지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 것 같습니다. Youtube 를 뒤져보니 역시 올라와 있더군요. 스티브 잡스의 연설보다는 조금 약하지만 그대신 재미있습니다.



문제는 영어라는 거죠. 그래서 연설문도 퍼왔습니다. 읽으면서 보실 분들은

더보기



혹시 예전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에서의 스티브잡스 축사 동영상을 못보신 분이 계시다면 아래를 보시죠(자막 있습니다.)



2008년 11월 5일 수요일

미국대선 개표 관전법

긴 설명 필요없이 한마디로 줄이자면, 네바다 (NV, 5명), 콜로라도 (CO, 9명), 뉴멕시코(NM, 5명), 미주리 (MO, 11명), 인디애나 (IN, 11명), 오하이오 (OH, 20명), 버지니아 (VA, 13명), 노스캐롤라이나 (NC, 15명), 플로리다 (FL, 27명)의 결과만 지켜보면 됩니다. 이 중에서 오바마가 11명 이상을 얻으면 당선, 아니면 실패입니다.

미국 언론사마다 대선 개표를 중계하고 있는데 잘 모르시는 분들이 보면 사실 어렵고 복잡합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잘 정리된 곳은 CBSnews인 것 같네요. 다양한 변수들이 있지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미 대선에서 이기려면 선거인단을 270명을 모아야 합니다. 그런데 두 주를 제외하고는 그 주에서 이기면 그 주 선거인단을 싹쓸이 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미 결과가 결정된 주는 개표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누가 이기고 이런 것도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래는 지난 대선 결과 (부시 대 케리)입니다. 만일 이 결과가 그대로 간다면 매케인이 이기는 것이죠.

지난 대선 결과 (CBSnews.com)



그리고 이 아래는 이번 여론 조사 결과입니다. 색깔을 보시면 거의 동일한 데 아이오와 (IA)는 오바마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오바마의 경우 선거인단 259명은 거의 정해진 것입니다. 나머지 11명을 어디서 가져오느냐에 승패가 달렸구요. 그 승패는 아래 그림의 회색주에서 이겨야 합니다. 보통 공화당 지지주는 red state라고 하고, 민주당 지지주는 blue state라고 하는데 승패가 왔다갔다 하는 주를 swing state (아래 그림의 회색)라고 합니다.

현재 여론 조사결과 (CBSnews.com)



위 그림에서 보듯이 이번 swing state는,

네바다 (NV, 5명), 콜로라도 (CO, 9명), 뉴멕시코(NM, 5명), 미주리 (MO, 11명), 인디애나 (IN, 11명), 오하이오 (OH, 20명), 버지니아 (VA, 13명), 노스캐롤라이나 (NC, 15명), 플로리다 (FL, 27명)입니다. 여론조사에 따라서는 펜실베이니아 (PA, 21명) (방금 뉴스에서는 펜실베이니아는 오바마 승리라는군요)도 스윙 스테이트에 들어가더군요. 아무튼 여기서 오바마가 펜실베이니아를 이기고 플러스 11명만 얻으면 승리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주는 말고, 위의 주들의 개표결과를 주의깊게 쳐다보면 선거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11월 4일 화요일

미국대선주자 과학기술 공약비교, Science Debate 2008

1.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와 과학기술 공약

9월 25일자 네이처 커버

오늘 밤이면 미국은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됩니다. 미국은 매우 독특한 방식의 선거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단순 여론조사로는 승패를 알기 어렵습니다. 매케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지만 지난 2000년도 선거에서도 죠지 부시 현 대통령이 총 투표수에서 지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을 이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날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양당제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나라이고, 이 두 정당이 두고 있는 가치의 우선순위가 약간 다릅니다. 그 때문에 여러가지 정책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이죠. 그런데 우연히 어느 외신을 보다가 두 후보의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을 비교해 놓은 sciencedebate2008.com 이라는 사이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과학은 정치와 별개의 객관적 사실을 지향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실은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좋던 싫던 아마도 미국 차기 대통령의 과학기술 정책이 우리의 미래가 나아가는 일종의 방향타 또는 하나의 푯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두 후보의 과학기술 공약과 그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2. 과학자들의 반란

그 이전에 한가지 말씀 드릴 것은, 현재 미국 대통령 죠지 W 부시는 미국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공공의 적"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제가 아는 어떤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약간 극단적인 경우이고, 또 그 분 연구분야가 부시 대통령이 가장 비판을 받았던 환경 분야였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미국 과학자들은 지난 8년이 과학이 퇴보한 시기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했으면 지난 9월 미국의 노벨수상자 61명이 차기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단체 서한을 보내는 등 집단 행동까지 했겠습니까. 게다가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틴 챌피 교수는 수상소감에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노벨수상자 모임에 가입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실제로 실행에 옮겨서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3명이 함께 그 지지서명에 사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Youtube에는 챌피교수의 오바마 지지발언 동영상 (아래)이 인기를 모으고 있기도 합니다.



죠지 부시 대통령이 과학자들에게 인기가 바닥인 이유가 몇가지가 있을텐데, 첫째는 "부시 행정부 기간 동안 정부의 지원 부실로 미국의 핵심적 과학 기관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과학 지원에 있어서 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개입되곤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환경문제, 줄기세포연구와 같은 생명윤리 문제, 석유나 국방쪽에 돈을 많이 쓰면서 기초투자에 인색하다는 등 전반적인 연구분위기를 해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곤혹스러운 것은 매케인 공화당 후보측입니다. 그래서인지 전임자와 차별화를 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래서 누가 되든지 미국의 과학자들은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외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3. 매케인, 부시의 그늘을 벗어라

일단 앞서 말씀드린 sciencedebate2008.com 이라는 사이트를 보면 두 후보의 공약을 14가지 주제로 요약해 놓았습니다. 그 14가지는 혁신(Innovation), 기후변화(Climate Change), 에너지(Energy), 교육 (Education),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대유행과 생화학적 안전(Pandemics and Biosecurity), 유전학 (Genetics), 줄기세포(Stem Cells), 해양(Ocean Health), 물(Water), 우주(Space), 과학적 통합(Scientific Integrity), 연구(Research), 건강(Health), 이렇게 14가지입니다.

이 중에서 매케인 후보가 현 부시 대통령과 큰 차별점을 보이는 부분은 지구온난화와 줄기세포연구 분야입니다. 먼저 지구온난화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 지구온난화문제를 전 지구적으로 해결하기위해 온실가스 감축 합의를 한 교토의정서에 부시 대통령이 계속 사인을 거부해서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매케인 후보는 이전부터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초당파 의원들"과 함께 미국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법안을 제출하는 등 이 문제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알려가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감축하는 cap & trade에 찬성할 뿐만 아니라 2050년까지 1990년 수준의 60%까지 낮추자고 하여 2050년까지 1990년 수준의 80%까지 낮추자고 한 오바마보다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매케인 후보측이 상당히 신경쓴 또 한 분야가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분야입니다. 현 부시대통령이 연방 연구비로는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시켰기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가장 미국적인 영웅이었던 수퍼맨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의 사망이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공화당원인 레이건 전 대통령 가족들도 부시 대통령에게 "종교를 정치에 이용한다"며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지요. 그래서 그런지 매케인은 일단 연방 기금으로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연구를 허용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다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긋자는 입장이지요.

이렇게 매케인 후보측에서는 현정부에게 있어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환경과 생명공학 기술분야에 있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4. 가장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들 : 에너지 

이번 미국 대선에서 두 후보간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과학기술 관련 공약은 아마 에너지에 관련된 것입니다. 사실 최근의 석유값 파동과 그 이전의 곡물값 파동에서도 보았듯이, 에너지는 현재 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입니다.

일단 두 후보 모두 지나친 석유의존을 탈피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을 지지한다고 말을 하고는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많이 다른데요. 가장 큰 차이점은 오바마 후보측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더 적극적인데 반해 공화당 매케인 후보 측은 원자력 발전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 석유에 대한 공약 :

오바마 후보는 석유회사에 대해 ‘초과이윤세’를 부과하여 그 돈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을 지원하고, 연비기준을 강화해서 2030년까지 미국 석유사용량의 35%를 감축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반면, 매케인은 석유 문제를 풀기위해 미국 연안에서 석유를 시추할 것을 주장하면서 (오바마는 제한적 시추 주장) 오바마측의 연비기준 강화에 반대하는 대신 자동차 업체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차 구매자에 대해 세금혜택을 부여하여 사용량을 줄여가겠다고 합니다. 특히 매케인은 자동차의 배터리 기술을 혁신해 전기자동차 보급을 확대함으로써 석유사용량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3억불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2) 원자력에 대한 공약 :

아마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자 공약은 바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공약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시다시피 원자력은 과학기술계의 오래된 뜨거운 감자입니다.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아주 유명하면서도 경각심을 주는 사건이기도 했지요.
 
매케인은 오는 2030년까지 45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바마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배출되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방안이 마련될 때가지는 원자력 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비용, 안전, 폐기물, 핵확산위험 등을 참고한 새로운 핵발전기술을 선호한다는 선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3)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공약 :

매케인이 재생에너지보다는 원자력에너지를 선호하는데 반해 오바마는 재생에너지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금 지원과 함께 2012년까지 재생자원으로부터 얻은 전기 사용 비율을 10%, 2025년까지 25% 사용을 연방법으로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10년간 신재생 에너지에 1500 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비식량작물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현재의 식량값 상승이 바이오에탄올 때문이기 때문에!)

매케인은 오바마가 주장하듯 전기 생산량의 일부를 재생 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연방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합니다. 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종류인 바이오에탄올 개발을 위한 보조금 지급문제에 있어서도 역시 매케인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5.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 한가지 : 우주 개발/탐사

에너지와 함께 두 후보가 큰 차이를 보이는 다른 한 분야가 우주개발 및 탐사에 대한 입장입니다. 우주개발은 사실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엄청난 돈과 인력이 필요한 분야인데요.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은 우주개발에 더 큰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아무래도 미국 공화당이 강한 미국, 세계 리더로서의 미국, 이런데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매케인의 슬로건도 “강한 아메리카”이구요. 사실 이 우주개발은 미국의 국방계획하고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요. 이미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스타워즈 계획을 발표하며 우주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고 2006년 10월엔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국제협정에 구애받지 않고 우주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과학기술분야에서 현 죠지 부시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매케인 후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적극적인데요. 일단 공약의 길이가 매우 길고 , 우주 탐사에 대해서 더 열정적입니다. 우주 탐사가 최고 우선순위 (top priority)인데 그래야 미국이 리더로 남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무인 달탐사선을 위해 3천만불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습니다. 또한 러시아와의 우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우주개발 예산을 증액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오바마후보는 강력하면서도 균형잡힌 민간 우주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관리체계를 재조정하는 것을 강조하는 선에서 머물고 있는데요. 지난 달 과학저널 네이처지에서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것이 미국에 가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바마 의원은 "미국이 우주에서뿐 아니라 이곳 지구에서 교육과 과학, 기술, 환경, 국가안보 등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우주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항공우주국(NASA) 개혁과 민간우주프로그램 강화 계획을 밝혔습니다. 우주계획은 국가주도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데 민간의 참여를 언급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6. 기타 차이점들

기타 나머지 몇몇 부분에 있어서도 두 후보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요. 먼저 IT분야의 육성에 있어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매케인 후보가 나름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구글 같은 인터넷 회사들이 유리해지는 반면 매케인이 승리하게 되면 AT&T로 대표되는 통신회사들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오바마의 지지자로 에릭 슈미트 구글 CEO, 투자의 달인이라는 워렌 버핏, 존 톰슨 시만텍 회장 등이 있는 반면, 여성 CEO로 유명했던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나 멕 휘트먼 e베이 회장 등은 예상을 깨고 매케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1) IT 분야.

일단 오바마는 빈곤퇴치 및 농촌 소외 현상을 퇴치하는 데 웹을 중요한 무기로 간주하고 있어서 시골 및 저소득 계층이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50억달러의 보조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또 연방정부에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를 새롭게 만들겠다고 제안했고 통신사업자가 모든 인터넷사이트에 동일한 전송속도를 제공할 의무를 명시한 망 중립성(Net Neutrality)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있어서는 현재의 저작권법은 시대에 맞지 않아 개정돼야 할 대상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반면 매케인은 거대 통신회사들과 비교적 '코드'가 통하는 편이라고 하는데요  AT&T 같은 거대 기업을 탄생시킨 통신산업 합병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오바마가 추진하는 망중립성 법안이나 통신보조금 정책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한다는 입장이죠. 반면 매케인 후보는 “온오프 가릴 것 없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불법 복제를 척결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지식저작권이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각종 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발 저작권 통상 압력 강화도 예상할 수 있겠지요.

2) 연구비

과학계가 가장 관심을 갖는 기초연구에는 오바마가 더 적극적입니다. 일단 오바마측은 다음 10년 동안 기초연구예산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명확한 수치를 제공한 반면 매케인측은 앞으로 과학연구를 위해 예산을 늘리겠다고 말은 하지만 하지만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7. 종합

1) 오바마가 이길 경우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연구개발, 기초과학분야 연구비 지원, IT 산업 등에는 다양한 투자 확대가 이루어질 것이지만 우주개발 등의 거대 국가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매케인이 이길 경우

원자력 발전, 석유산업, 통신 산업, 하이브리드 자동차 산업, 우주개발 및 무인 달탐사선 등의 분야가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생에너지 분야나 기초과학분야는 상대적으로 위축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이므로 앞으로 어떤 방향이 새로운 누가 될 지는 내일 낮 쯤이면 결정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