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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1일 수요일

안병수씨가 컬럼을 그만 두시는 군요.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 (안병수의 바르게 먹자)
나는 자연주의자가 아니다. 과학을 부정하는 사람도 아니다. 식생활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게 됐고, 그래서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자연주의자가 돼 있었다. 단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신한다. 최소한 식생활만큼은 자연과 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과 멀어지면 질병에 가까워진다”는 괴테의 말, “야생동물은 병이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현대인이 늘 음미해야 할 진리다. 19세기 철학자 포이어바흐가 갈파했듯,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이기에. 그동안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준 <한겨레21>에 감사한다. 아울러 졸고를 사랑해주신 독자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린다.
안병수씨가 한겨레 21 칼럼을 그만 두시나 봅니다. 제가 전에 좀 심한 말을 하기도 했는데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드네요. 

네, 그 분이 어느날 혜성처럼 나타나서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을 때, 저 역시 그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주목해서 들었던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분의 주장에 과학적 오류들과 지나친 동어반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가 소개했던 여러 인물들이 사실은 과학자로서는 함량미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이런 정보들이 이 사회에 너무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진실과 거짓, 또는 확실과 불확실의 경계가 모호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특히 식품은 단일 성분이 아니고 증상에 대한 반응이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이 너무 횡행하는 분야인데 거기에 이런 불확실한 정보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 위에 인용된 괴테의 말, 소크라테스의 말은 철학적인 의미에서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좋은 생각할 거리를 주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상어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와 같은 "엉터리"입니다. 괴테의 시대는 아주 자연적인 흑사병이 돌아서 유럽이 초토화된지 몇 백년 지나지 않아서였고 여전히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대였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말할 것도 없지요. 저 당시엔 자연발생설도 믿었던 시대이니까요. 인간이 훨씬 자연 친화적이었던 시절 우리는 일찍 죽었습니다. 100년전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47세 였다는 말입니다. 

결코 천연이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자연에서 잘 자라는 버섯 중에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몇가지 일까요? 심지어 우리가 먹는 감자도 싹이 난 부분을 잘못 먹으면 위험하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좋을 것 같은 어떤 식물성 기름들은 독소 성분인 지방산이 제거되어야 합니다. 식물은 자기 방어를 위해 phytoalexin을 내고 미생물은 항생제를 만듭니다. 복어는 말할 필요도 없죠. 천연이건 인공이건 안전한 것은 안전하고 아닌 것은 아닌 것입니다. 과학이 모든 것을 다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전성을 밝혀내는 나름 유용한 방법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쓰게 된 것은 어떤 착하고 좋은 분이 항생제가 아이에게 나쁘다며 병원에 가지 않고 아이가 중이염에 걸려 신음하는데도 "우리 아이 잘 버텨주길 바란다"는 일기글을 모 매체에 쓴 것을 보고나서 입니다. 백신이 나쁘고, 항생제가 나쁘고, 우유는 독이고, 밤에 먹는 사과도 독이고, 곰탕이 건강을 말아먹고,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워 먹으면 안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일찍 죽는다는 정보들은 과연 사실일까요? 아마 안병수씨가 컬럼을 그만 쓰시더라도 이런 질문은 오랫동안 계속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전자레인지 괴담. 한겨레21은 안병수씨를 해고하라!

얼마전에 한겨레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삼성에서 광고 끊기고 힘들다고 한겨레21이나 씨네21 봐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씨네21 신청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겨레 애독자이고 한겨레가 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믿으니까요. 하지만 한겨레21은 안병수씨가 글 그만 쓸때까지 안 볼 생각이에요.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화나게 한다 (한겨레21) 

위 글을 잘 보세요. 위 글에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전자레인지)가 위험하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윌리엄 코프의 주장과 한스 허텔 박사의 주장
2) 스탠포드 대학연구팀 주장
3) 연세대 원주 의대 김현원 교수의 주장

그럼 하나씩 볼까요?

1) 윌리엄 코프의 주장과 한스 허텔 박사의 주장

간단하게 이 글 (Fact vs. fiction) 하나만 읽어보시면 될 겁니다. 뭐 영어가 싫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모든 것은 스위스의 식품화학자 한스 허텔이 시작했습니다 (It all started with Hans Hertel). 1980년대 후반에 한스 허텔과 일곱 명의 동료 채식주의자들이 호텔방에 2개월동안 틀어밖혀서 우유와 채소만 먹었는데 전자레인지로 덥힌 우유를 먹은 사람들에게서 "암스러운 상태의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병리학적 초기단계 증상  (the initial stage of a pathological process such as occurs at the start of a cancerous condition)"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결과는 어디에도 논문이 되어서 실리지도 못했고 다른 사람에 의해 재현성이 검증되지도 않았습니다. 허텔이 뭘 측정했고 어떻게 측정했고 그런 것 하나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냥 잊혀진 것이죠. 이 "연구"에 대한 워싱턴 주립대학의 배리 스완슨 교수의 말입니다.

"Without knowing more about how he conducted his study, what he measured, how he measured it, and what he found, it's impossible to even begin to evaluate his findings," says Barry Swanson, a food scientist at Washington State University in Pullman. (그가 무슨 연구를 했는지, 무엇을 측정했고, 어떻게 측정했고 무엇을 발견했는지도 모르면서, 그의 발견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다음에 윌리엄 코프(William Kopp)라는 "미국 연구자"가 나타나서 한스 허텔을 부활시킵니다.  이 사람은 식품화학자도 아니고 그냥 "연구자"랍니다. 안병수씨는 "과학자"(과학자 욕보는군요)라는군요. 윌리엄 코프는 소련이 마이크로웨이브의 위험성을 알았다는 이야기를 퍼뜨립니다. 그리고나서 코프가 쓰기를 

"People who ingested microwaved foods showed a statistically higher incidence of stomach and intestinal cancers, plus a general degeneration of peripheral cellular tissues and a gradual breakdown of the function of the digestive and excretory systems," Kopp wrote (마이크로웨이브로 조리된 음식을 섭취한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위와 장의 암발생이 더 높았다. 그리고 일반적인 peripheral cellular tissues의 퇴화와 소화 및 배설 기능의 점차적인 파괴를 나타내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소련의 연구결과라는 것도 역시 발표된 적이 없고 현재 그 연구소는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윌리엄 코프는 가전제품 업계의 핍박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름도 바꾸고 사라져 버립니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 하는 겁니까? Fact vs. fiction 에 여기에 대한 다른 과학자들의 말이 나오니까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말이 아무런 검증없이 급속도로 인터넷에 퍼져버렸다는 겁니다. 그리고 식품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것이구요.  

조금 무식한 단순화지만 오른쪽으로 갈수록 해롭고 왼쪽으로 갈수록 안전해보이지 않나요? (source: http://www.sciencelearn.org.nz/)


 
2)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결과

이런 경우가 제일 힘들죠. 대체 스탠포드의 누가 한 연구냐 말이죠. 할 수 없이 Pubmed에서 microwave와 stanford를 검색어로 찾으니까 나오는 논문은 31편. 그 중에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과 관련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논문은 아래의 것 밖에 없네요.

Effects of microwave radiation on anti-infective factors in human milk.

그런데 위 논문을 가지고 안병수씨가 컬럼에서 주장한 “전자레인지에 의해 인체 면역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됩니다. 저 논문은 얼려놓았던 모유의 성분을 전자레인지로 녹일 때 항체나 라이소자임 등의 모유속 항감염인자(anti-infective factors)의 손실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논문인데요. 항체나 라이소자임 모두 단백질들인데 당연히 얼렸다 녹이면 활성이 떨어질 것이고 게다가 전자레인지로 98도까지 돌린 경우는 더 떨어지겠죠. 그걸 가지고 면역력 약화라고 말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볼 수 밖에요. 끓는 물로 녹인 것에는 활성이 살아있고 전자레인지로 녹인 것에는 활성이 죽었다면 또 모르지만 말입니다.  
 
3) 연세대 김현원 교수의 알칼리수

이분의 연구는 아무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분의 알칼리수가 뭔지는 본인도 정확히는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 분의 책을 보고 설명을 들어도 솔직히 이해가 안갑니다. 예전에 김현원 교수의 신동아 기사가 논란이 되었는데, 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원리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그냥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왜냐하면 지금으로서는 본인의 표현대로 초과학적 영역이니까요. 하지만 초과학적 영역은 초과학으로 남겨 두어야지요. 전자파에 의해 물의 치유 효능이 손상된다고 하는 것 역시 "현재로서는" 검증불가의 영역이니까요. 

다만 이분이 육각수니 측정불가능한 정도의 약한 수소결합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당연히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그런 수소결합들이 헝클어지겠지요. 그런데 so what? 그게 전자레인지의 유해성과 무슨 상관이죠?  김현원 교수님의 알칼리수는 그냥 가열하면 괜찮고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만 문제가 생기나요? 



결론적으로 안병수씨의 저 글에서 과학적 근거라고 예를 들어놓은 것들은 과학적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지식인들이 폭로하는 전자레인지의 치부"니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에 경종을 울리는 학자들은 그 밖에도 많다"며 예를 들어 놓은 "미국의 과학자인 윌리엄 코프", "스위스의 한스 허텔 박사", 모두 과학적으로 별로 의미없는 분들이구요. Pubmed에서 찾아보면 microwave와 관련된 저 사람들 논문이 한 편도 없어요.  

게다가 안병수씨 글이 더 넌센스인 이유는 "전자파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자연이 만드는 전자파는 오히려 더 좋다. 그 유명한 원적외선이 바로 그것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 원적외선을 많이 쬐어주면 속까지 고루 익을뿐더러 맛이 훨씬 좋아진다."라는 것입니다. 이건 대학 1학년 물리나 화학만 배웠어도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자연이 만드는 전자파는 더 좋다? 그러면 자외선도 몸에 좋겠군요. 그리고 식품저장학 교재에 보면 원적외선은 식품 내부 깊이까지 침투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마이크로웨이브는 채소류 가공시 물에 넣고 가열하는 것보다 비타민 손실이 적은 방법이라고 나와 있구요. (식품가공저장학 김덕웅 외, 광문각 p89; 식품가공저장학, 장학길 외, 라이프사이언스 p49 )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럴리는 거의 없지만 마이크로파를 사람이 직쩝 쬔다면 당연히 나쁠 것이고 전자레인지 마그네트론을 직접 쳐다보는 것도 눈에는 나쁠 겁니다. 누구도 그걸 부정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려면 적어도 제대로된 근거를 가지고 주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별 생각없이 한 이야기들이 구전되어 책이나 기사에 기록되고 그걸 다시 인용해서 마치 사실인양 호도되는 방식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니까요.

잠깐만요. 그렇다고 전자레인지에 넣어서는 안되는 물질까지 집어넣고 가열해서 환경호르몬이 나오게 한다든가 하는 그런 것까지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시겠죠? 그리고 Fact vs. fiction에도 혹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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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래는 William 
Kopp의 원전이라고 알려진 문서인가 본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http://www.lessemf.com/mw-stnds.html#AREC

인용해놓은 몇몇 논문을 찾아봤는데 사실과 다른 것들이 많아요. 1989년 12월 lancet에는 Lita Lee라는 사람의 논문이 없습니다. 그대신 Aminoacid isomerisation and microwave exposure.라는 제목의 논문이 하나 있군요. 이 문제에 대해선 나중에 나온 Free amino acid concentrations in milk: effects of microwave versus conventional heating이라는 논문이 답이 되겠네요. 논문 초록의 맨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씌어 있습니다.   

Also, considering few variations of free amino acid concentrations and the time saved, microwave heating appears to be an appropriate method to heat milk. (자유 아미노산 농도의 변화와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마이크로웨이브로 가열하는 것은 우유를 가열하는 적합한 방법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