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주의자가 아니다. 과학을 부정하는 사람도 아니다. 식생활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게 됐고, 그래서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자연주의자가 돼 있었다. 단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신한다. 최소한 식생활만큼은 자연과 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과 멀어지면 질병에 가까워진다”는 괴테의 말, “야생동물은 병이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현대인이 늘 음미해야 할 진리다. 19세기 철학자 포이어바흐가 갈파했듯,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이기에. 그동안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준 <한겨레21>에 감사한다. 아울러 졸고를 사랑해주신 독자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린다.
안병수씨가 한겨레 21 칼럼을 그만 두시나 봅니다. 제가 전에 좀 심한 말을 하기도 했는데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드네요.
네, 그 분이 어느날 혜성처럼 나타나서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을 때, 저 역시 그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주목해서 들었던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분의 주장에 과학적 오류들과 지나친 동어반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가 소개했던 여러 인물들이 사실은 과학자로서는 함량미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이런 정보들이 이 사회에 너무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진실과 거짓, 또는 확실과 불확실의 경계가 모호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특히 식품은 단일 성분이 아니고 증상에 대한 반응이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이 너무 횡행하는 분야인데 거기에 이런 불확실한 정보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 위에 인용된 괴테의 말, 소크라테스의 말은 철학적인 의미에서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좋은 생각할 거리를 주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상어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와 같은 "엉터리"입니다. 괴테의 시대는 아주 자연적인 흑사병이 돌아서 유럽이 초토화된지 몇 백년 지나지 않아서였고 여전히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대였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말할 것도 없지요. 저 당시엔 자연발생설도 믿었던 시대이니까요. 인간이 훨씬 자연 친화적이었던 시절 우리는 일찍 죽었습니다. 100년전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47세 였다는 말입니다.
결코 천연이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자연에서 잘 자라는 버섯 중에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몇가지 일까요? 심지어 우리가 먹는 감자도 싹이 난 부분을 잘못 먹으면 위험하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좋을 것 같은 어떤 식물성 기름들은 독소 성분인 지방산이 제거되어야 합니다. 식물은 자기 방어를 위해 phytoalexin을 내고 미생물은 항생제를 만듭니다. 복어는 말할 필요도 없죠. 천연이건 인공이건 안전한 것은 안전하고 아닌 것은 아닌 것입니다. 과학이 모든 것을 다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전성을 밝혀내는 나름 유용한 방법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쓰게 된 것은 어떤 착하고 좋은 분이 항생제가 아이에게 나쁘다며 병원에 가지 않고 아이가 중이염에 걸려 신음하는데도 "우리 아이 잘 버텨주길 바란다"는 일기글을 모 매체에 쓴 것을 보고나서 입니다. 백신이 나쁘고, 항생제가 나쁘고, 우유는 독이고, 밤에 먹는 사과도 독이고, 곰탕이 건강을 말아먹고,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워 먹으면 안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일찍 죽는다는 정보들은 과연 사실일까요? 아마 안병수씨가 컬럼을 그만 쓰시더라도 이런 질문은 오랫동안 계속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타났네요.
답글삭제마르게 --> 바르게
@man - 2009/03/11 21:39
답글삭제감사합니다. 가만 보니 굉장히 심각한 오타였군요.
그만 두시는군요. 선생님 시간 나실 때 한 번 부산에 찾아 가겠습니다. 식사나 가볍게 함께 할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답글삭제비단 인터넷 뿐만 아니라 대중매체에 떠도는 여러가지 정보들이 잘못된 것들이 많은것들은 어느정도 배운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긴 한데요... 제가 생각할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것들을 과장되게 보고하고 또 그런 것들을 통해서 자기의 이익 (예를들어서 방송사나 신문사, 혹은 인터넷 사이트 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 광고 수익을 올릴수 있겠죠 ) 을 추구하는 언론이나 인터넷의 일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답글삭제사실 미네르바 사건도 맞은거 틀린거 많은데 괜히 과장되게 표현한 언론이 엉뚱한 백수 하나 마녀재판으로 끝장냈자나요.
저런 건강에 관한 괴담들도 스펀지나 아니면 인터넷 기사로 쓰기에 적당하겠죠. 살짝 과장하고 허구아닌 허구들을 살짝 끼워넣으면 클릭수 높아지고 또 거기에 미소짓는 사람이 생기겠죠.
쓰다보니 횡설수설.. 여튼 정보는 가려 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 요점없는 리플이였습니다..
이 양반 땜에 정기구독 끝나면 끊어버리고, 시사인으로 갈아타려 했다구.
답글삭제꽤나 영향력있는 칼럼이었으니....
일전에 얘기한 취업컨설팅껀.
아래 포스팅을 참조해주시라.
http://blog.naver.com/hrspecial/20063477792
http://blog.naver.com/hrspecial/20063477526
자네 학과 4학년들은 그다지 절박하지 않은가봐...ㅎㅎ
@각얼음 - 2009/03/12 13:11
답글삭제본인 블로그 안부게시판에 답글을 적었소.
@양깡 - 2009/03/12 11:26
답글삭제네, 시간을 맞춰보지요.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이 아니면 대체로 무방합니다. 조만간 제 연락처를 양깡님 감사넷에 올려 놓지요.
@Jjun - 2009/03/12 12:12
답글삭제옳은 말씀인데 제 개인적으로는 제일 아쉬운 것이 학자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관심도 별로 없고 때로는 스스로 잘못된 정보의 세계를 주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렇죠.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그런 사고에는 자연이 모두 인간을 위해 존대한다는 심한 선민주의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라고 별다를게 있나요. 45억년 된 지구에 살기 시작한지 100만년도 안된 아주 미미한 존재인걸요...
답글삭제trackback from: 좌빨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답글삭제수령의 릴레이를 받고 보니 릴레이란 시스템이 블로거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일종의 윤활유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트랙백은 왠지 댓글만큼 글을 쓰게 하는 어포던스가 약하다. 댓글은 해당 글과 같은 시야에서 볼 수 있지만, 트랙백은 링크를 타야만 볼 수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는 뭔지 알수는 없다. 여하튼 블로거들을 연결해 주는 시스템으로서의 트랙백이 가지는 어포던스는 게시판이 가지는 토론문화를 능가할 만한 어포던스가 아니다. 누군..
@윤구현 - 2009/03/13 09:46
답글삭제"자연이 모두 인간을 위해 존대한다는 심한 선민주의" 공감가는 멋있는 말씀이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며칠전부터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답글삭제과학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이분이 하시는 말을 듣고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설탕을 끊어야 하나?" 라고 생각하던 찰나.
화학과 다니는 동생에게 설탕의 대용품으로 꿀은 어떠한가를 물어보던 도중 동생이랑 신나게 싸웠습니다. ㅋㅋ
동생이 계속 해서 말하더군요. 연구결과라고 소개되는 모든 것들을 다 믿어서는 안된다고.
별것도 아니지만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계속 화를 냈어요 "왜 너는 이 책을 읽어보지 않고 삐딱하게 생각하느냐" 라고요.
확실히. 이 책은 굉장히 무섭습니다. 많은 것을 오해하게 만들기도 하고.
제과회사의 비밀을 폭로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동생과 투닥거린 후 인터넷으로 조금 찾아본 결과
이 분이 이 폭로전(?)에서는 우리나라 나름의 독보적인 존재이셨던 것 같고
나중에는 전문지식 없이 그 폭로전에서 무언가 폭로해 내기 위해 논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못한 글을 계속 써내신것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이 블로그에서는..)
저는 과학적 무뇌아 입니다.
이 블로그 주인장님의 본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은 어쨌든 식품이라고 믿으면서 식품이 아닌 많은 것들을 먹고 사는 건 맞는것 같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과학자들이 대기업과 맞서 싸울
(안병수님처럼 비전문가가 아닌. 정말 전문가가!!!!)
그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