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얼굴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 누군가 새로운 역사를 써야할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 속으로 지지를 보냅니다.
바이오매니아의 Biotechnology.tistory.com의 mirror blog입니다. biotechnology.tistory.com으로 오세요.
2008년 12월 26일 금요일
대학교수가 웬 블로그? (나는 왜 블로그를 하는가)
사실 대학교수가 블로그를 한다고 했을 때 들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 하나는 "시간이 많으신가봐요?"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칸트와 맑스는 1000년이 지나도 계속 읽겠지만 과학분야에서는 10년 전의 논문도 새로운 기술에 의해 쉽게 잊혀지곤 합니다. 그래서 특히 과학 기술 교육은 교재를 통해서만 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학부생 수준의 강의야 일단 기본적인 교재를 가지고 기본 지식을 집어넣는 것도 필요 하겠지요. 하지만 새로운 과학과 기술이 눈코뜰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에 교재는 쉽게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과학 기술은 계속 업데이트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블로그는 이렇게 새로운 논문과 지식을 정리하기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특히 저의 분야 (식품과 의약으로 연결되는 생명공학)는 잘못된, 또는 과장된 정보가 상당히 많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의 socially dangerous 디렉토리에 해당하는 내용들이죠. 이번 학기에 학생들에게 식품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을 찾아오라는 과제를 내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학생들이 찾아온 대부분의 내용들 역시 잘못된(?) 정보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100% 다 잘못된 것이라기 보다는 부분 부분 진실과 거짓이 혼재하면서 결론을 엉뚱하게 내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사실 학자들, 교수들은 대중에게 유통되는 지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게 더 심한 듯합니다. 가장 대중적인 대상은 기껏해야 교양과목 듣는 학생들일 것입니다. 물론 교양과목 강의하는 교수들도 한정되어 있지만 말입니다. 또한 학자들이 대중을 상대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매우 경계합니다. 방송이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좋게 보지 않습니다. 물론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업적을 부풀리고, 사실과 다른 정보를 대중에게 전했던 것이 바로 그런 교수들이었으니까요. 저 역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그런 와중에 올바른 정보와 대중의 지식사이에 점점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교수들이 학술지를 통해 논쟁을 하듯이 정보 시장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최인훈 선생님의 버전으로는 지식노동자, 유시민 전의원의 버전으로는 지식소매상의 역할을 할 사람들이 나와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교수들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는 바로 이런 올바른 정보와 대중적 지식의 틈을 메워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블로그질(?)이라는 것이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특히 과학과 관련된 기사는 주로 외신을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전문적인 저널의 논문이 기사화 되는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 어떤 기사가 하나 나오면 거기에 대한 원문을 읽고 다시 논문을 찾아보고 정리해야 하는데 이런 일은 사실 꽤 심한 정신적인 노가다입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시간이나 지면에 제한이 있는 방송이나 신문이 못다루는 부분을 좀 더 자세하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블로그의 장점이기도 하지요. 게다가 블로그는 누구나 계급장 떼고 붙을 수 있는 곳이구요.
유전자 분석을 위해 남들보다 조금 빨리 인터넷의 바다에 뛰어든지 15년, 과거 PC통신, 프리챌 동호회, 싸이월드, 다음까페,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글루스, 티스토리까지, 온라인은 유행이 빨라서 블로그의 유행이 또 언제 시들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여전히 컨텐츠인 것 같습니다. 제게 배우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제가 해온 공부가 이 사회에 도움이나 기여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이 있다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제가 알고 생각하는 내용을 "편지에 넣어 네트의 바다에 띄워보내는 (출처: 모기불통신)"심정으로 오늘도 저는 블로그를 합니다.
2008년 12월 24일 수요일
고려대, 서울대 광고 이야기와 비교광고
위의 광고는 이 광고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신문광고 때문에 서울대가 부글부글한다는데 많은 분들이 아래의 자동차 광고 전쟁(?) 생각이 나시는 것 같습니다. 뭐 인터넷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Bentley의 광고는 fake라는 설이 많고, 전부다 fake라는 설도 있고, BMW의 첫 광고만 진짜고 나머지는 자동차 동호회 사람들이 합성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습니다. 아무튼 외국에서는 비교 광고가 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직접적인 비교광고가 금지되어 있지 않나요? 생각난 김에 재미로 한 번 올려 봅니다.
1. BMW
아마 아우디가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올해의 차를 수상했나봅니다. 그래서 BMW가 축하광고를 냅니다.
"Congratulations to Audi for winning South Afrecan Car of the Year 2006"
(2006 남아공 올해의 차로 선정된 아우디를 축하합니다.)
하지만 맨 밑에 한마디 덧붙이죠.
"From the winner of World Car of the Year 2006"
(2006년 전세계 최고 자동차 수상자로부터)
한마디로 남아공같은 한 나라에서 올해의 차로 수상된 것가지고 뻐기지 마라, 우리처럼 전세계 수준에서 올해의 자동차로 뽑혀야지, 라는 비웃음(?)이 내포된 광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그러자 아우디의 반격
"Congratulations to BMW for winning the winner of World Car of the Year 2006"
(2006 전세계 최고 자동차로 BMW가 수상한 것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역시 한마디 덧붙이죠.
"From the winner of six consecutive Le Man 24 hour Races 2000-2006"
(2000-2006년까지 6년 연속 르망 24 hour Races 수상자로부터)
아우디는 2006년 올해의 차로 한 번 선정된 것쯤이야, 하면서 6년 연속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한 자기네 차량의 우수성을 은근히 과시하는 광고를 냅니다. 참고로 Le Mans 24 hr Races는 "매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대회로 참가 차량이 13.65km의 서킷을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주행함으로써 차량의 내구성이 승부를 결정짓게 되는 극한의 자동차 경주"라고 합니다. (출처)

3. 스바루의 참견
그런데 이 와중에 갑자기 스바루가 끼어듭니다. 상대적으로 듣보잡(?) 메이커지만 오히려 이 싸움으로 가장 인지도를 높였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Well done to Audi and BMW for winning the beauty contest."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아우디와 BMW 수고했습니다.)
"From the winner of the year 2006 International Engine of the Year"
(2006년 올해의 엔진 수상자로부터)
올해의 차니 뭐니 하는 것들을 모두 뷰티 컨테스트에 비유해 버립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차에서 제일 중요한 엔진을 가지고 상을 받았다는 것이죠.

4. 그리고 맨 마지막은 벤틀리.
본좌급 대응입니다...

사실 이런 비교광고들은 여러가지 재미를 줍니다. 제가 재미있게 보았던 비교광고는 역시 맥과 MS의 비교광고였습니다. 은근히 MS의 PC를 비꼬는 맥의 공격이 재미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다 뼈가 있지요. 유튜브에 가시면 12가지 버전이 있네요. (Mc으로 나오는 사람은 다이하드4에 나왔던 Matt Farrell 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비교 광고의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12월 23일 화요일
내맘대로 뽑은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
올해 최고 과학기술 뉴스 '광우병 파동'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선정)
Top 10 Scientific Discoveries (Time)
Top 10 scientific discoveries (Telegraph 정리)
Top 10 Medical Breakthroughs (Time)
2008년 12월 22일 월요일
세계 각국의 해장 음식은?
2008년 12월 21일 일요일
6가지 잘못된 의학 상식에 대한 새 아티클
설탕괴담론자들이 새겨 들어야할 아티클이 하나 나왔네요.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Festive Medical Myths라는 글입니다. 이 저자인 Rachel C Vreeman과 Aaron E Carroll은 작년에도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이 블로그에서 소개를 한 적(잘못 알려진 의학상식)이 있었죠. 물론 모든 과학자나 의사들이 100%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과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상식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죠.
아무튼 올해 소개된 내용은 아래의 6가지라고 합니다.
이 중에 설탕, 야식, 그리고 숙취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을 끄는군요. 하나 하나 간단히 보면
1) 설탕과 과잉행동
적어도 12차례의 "double blind randomised controlled trials"를 통해서 설탕의 첨가량에 따라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테스트해본 결과 그 어떤 경우에도 (None of these studies), 심지어 주의력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아이들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결과는 설탕을 (식품에 들어가는) 감미료로서, 초콜렛으로, 천연재료로서 사용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설탕에 민감하다고 생각되는 아이들의 경우에도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부모의 반응 행태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는데 부모가 아이가 실제로 설탕을 먹지 않았는데도 설탕을 먹었다고 생각하면 과잉행동을 보인다고 평가해서 아이의 행동의 차이는 오히려 부모의 마음에 달렸다고 합니다.
Krummel DA, Seligson FH, Guthrie HA. Hyperactivity: is candy causal? Crit Rev Food Sci Nutr 1996;36:31-47.
Kinsbourne M. Sugar and the hyperactive child. N Engl J Med 1994;330:355-6.
Hoover DW, Milich R. Effects of sugar ingestion expectancies on mother-child interactions. J Abnorm Child Psychol 1994;22: 501-515.
2) 야식과 살찌는 것
이건 사실 상식적인 내용인데, 밤에 먹는 것만으로 살찌는 것이 아니라 밤에 먹는 사람이 주로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직접적인 link는 없고 간접적인 링크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죠. 예전에 포스팅했던 "빨리 먹는 것과 비만과의 관계"하고 비슷한 내용입니다. 즉 약간의 연관관계 (correlation)은 있겠지만 인과관계로는 볼 수 없는 것이죠.
3) 숙취해소 방법은 있다?
일반적으로 서구에서 숙취해소에 좋다고 하는 propranolol, tropisetron, tolfenamic acid, fructose or glucose, borage, artichoke, prickly pear, Vegemite 등등은 모두 효과적인 숙취해소에는 실패했다고 하는군요. 오히려 숙취해소물질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 the most effective way to avoid a hangover is to consume alcohol only in moderation or not at all" (숙취를 피하는 가장 효과적은 방법은 적당히 알코올을 섭취하든지 아니면 아예 하지 말든지...)라고 합니다. 사실 이게 진짜 진리입니다.^^
이걸 보면 사실 심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끼게 됩니다. "논리 위에 심리"라는 것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죠. 병에 걸렸다고 믿는 것만으로 통증을 느끼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건강한 육체 못지 않게 건강한 정신이 중요합니다. 물론 바른 지식에 바탕한 건강한 정신 말이죠. 설탕괴담에 벌벌 떠느니 약간의 단맛을 즐기는 편이 더 좋습니다. 물론 과하면 안되죠.
2008년 12월 16일 화요일
베토벤과 동치미, 과학을 대하는 자세
오늘 주제는 베토벤과 동치미인데요.
1. 베토벤과 동치미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요즘 송년회 시즌이라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곤 합니다. 지난 주에는 저희 동료 교수님들과 식사를 하는 중에 과학적인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과학이 모든 것에 답을 주지 못하는데 과학자들이 너무 과학 만능주의 적인 사고를 한다는 비판과, 같은 과학자, 의사, 한의사들이 누구는 이게 좋다, 누구는 이게 나쁘다 이러는데 과연 어느 것이 맞느냐, 라는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과학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 두가지 서로 다른 예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는 베토벤의 사망원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2. 베토벤은 어떻게 죽었는가?
어떤 위인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후대 사람들이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요즘 신윤복이 여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역사는 계속 재해석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료가 발견되기도 해서 과거에 정설로 알고 있던 것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소위 악성이라 불리우는 베토벤은 1770년 12월 16일 오늘이 생일입니다. 26의 나이인 1796년에 난청증세가 오고 48세에 청각을 완전히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습니다.
그런데 베토벤의 사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고 최근까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베토벤은 후천적으로 젊어서부터 귀가 멀었는데 그런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게 납중독의 증세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원래 베토벤은 결혼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성병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당시 베토벤의 검시 결과에는 간경변이라고 이라고 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납중독 이야기가 힘을 받은 것은 베토벤을 따르던 페르디난드 힐러라는 음악가가 베토벤의 사후에 그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보관하다가 최근 그 머리카락을 분석했더니 정상인보다 30배나 더 많은 납성분을 함유하고 있슴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3. 베토벤 머리카락에서 왜 납이 나왔을까?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납이 나온 이유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당시 수돗물에 납이 섞여 있었다, 납으로된 술잔을 사용했다, 와인에 납 성분이 있었다 등등 정확한 원인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납의 위험성에 대해 잘 모르고 납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게다가 최근에 과학이 발단하면서 과거에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위험하다고 새롭게 밝혀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유연 크리스탈 유리잔에서 납이 용출되어 나온다는 것도 그 중의 하나죠. 지난 주에 고급 와인 잔에서 납이 나올 수 있다는 뉴스가 포탈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4. 와인 잔에서 납이 나온다?
보통 크리스탈을 만들 때는 유연, 즉 납 (산화납, PbO)을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크리스탈 잔에다가 산성이 강한 쥬스나 와인을 오래 담아두면 납이 상당량 용출되어 나온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알려졌죠. 뭐 몇 시간 정도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보관을 크리스탈 병에다 한다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무연, 그러니까 납을 사용하지 않은 크리스탈도 개발되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미량의 원소까지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알려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베토벤의 납 중독도 이 크리스탈과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습니다. 당시에 유행한 크리스탈 유리로 만든 하모니카인 아모니카 (Armonica)라는 악기를 베토벤이 매우 사랑했는데 이 악기를 불다가 납중독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런 문제는 비단 베토벤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죤 웨인의 죽음에 대한 논란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존 웨인의 사인에 대한 논쟁? 누가 죤 웨인을 죽였는가?
죤 웨인은 아시는대로 가장 미국적인 영화배우였습니다. 과거에는 서부영화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서부영화 주인공으로 가장 유명한 배우가 죤 웨인이었죠. 그래서 그를 American icon이라고도 합니다. 최근에는 람보가 아메리칸 아이콘으로 바뀌었지만요.
하지만 그렇게 건장한 체구의 존 웨인도 1964년의 폐암 수술을 받았고 1979년에 위암으로 사망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1954년에 찍고 1956년에 공개된 그의 영화 <정복자, the Conqueror>에 출연했던 주요 배우들과 감독이 모두 암으로 단명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에 출연하거나 스태프로 일했던 220명 중에 91명이 1981년까지 암 진단을 받았고, 조연이었던 페드로 알멘다리즈는 1960년에 신장암 진단을 받고 자살했고 감독인 딕 파월이 1963년에 암으로 죽은 것을 시작해서, 죤 웨인이 1964년 폐암 발병 (1979년 사망), 여자 주연이었던 수전 헤이워드도 1972년 자궁암, 유방암, 피부암을 진단받고 1975년 사망, 아그네스 무어헤드 (시민케인에도 출연)도 1974년 자궁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와 같은 높은 암 사망 원인으로 가장 지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1950년대 초반에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이루어진 핵실험입니다. 서부영화 촬영이 많았던 유타는 네바다주의 옆이고 바람이 네바다에서 유타쪽으로 분다고 합니다. 당시에도 핵 분진이 위험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죠. 이렇듯 당시에는 잘 몰랐던 것들이 나중에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고 밝혀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6. 과학이 만능은 아니지만 아는 것이 힘이다.
과학이 사실 이런 위험을 다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이 만능이 아니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분명히 과학이 만능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결국 이런 위험의 정도를 평가(assesment)하는 것도 과학이라는 점입니다. 베토벤의 죽음이나 존 웨인의 죽음을 예측하거나 막지는 못했어도 그 후대에 다시 그런 죽음이 없도록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죠. 그러면 음악 하나 듣고 정반대의 예인 동치미와 연탄가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7. 안재환씨의 죽음과 연탄가스 자살
올해는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큰 충격을 준 한해였습니다. 연예인들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모방자살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올해 안재환씨가 연탄불로 자살을 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는데 이를 모방한 자살 사건이 여러 건 더 있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경기침체로 연탄사용량이 급증해서 연탄가스 중독에 대한 관심이 과거 보다는 훨씬 늘었습니다.
8. 연탄가스 중독사고의 시대
사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난방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연탄이었습니다. 1975년 통계에 따르면 당시 연탄 사용량은 1년에 60억개, 연탄가스 중독 사망자는 3천명, 경증 중독자는 78만명이었다고 합니다. 엄청난 숫자죠.
9. 동치미국물이 연탄가스 중독에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 민간요법에 “숯머리에 동치미국물이 좋다”라는 것이 있는데 연탄가스 중독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연탄가스 중독에 동치미 국물이 좋다고 알려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후반의 어느 학회에서 식초산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발표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1980년에 "식초산과 암모니아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예방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연탄가스에는 식초, 동치미국물, 김치국물 등이 좋다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주게 되지요.
10. 연탄가스 중독의 원리
보통 연탄가스 중독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라고 합니다.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산소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온 몸으로 운반됩니다. 근육에는 마이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로 운반되지요. 그런데 일산화탄소는 산소 대신 헤모글로빈과 훨씬 더 잘 결합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를 마시면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서 심할 경우 질식해서 숨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산화탄소에 중독이 되면 공기를 빨리 환기시키거나 환자를 일산화탄소가 없는 곳으로 옮기고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고압산소를 흡입시키거나 하는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11. 동치미나 식초는 효과가 없다.
그런데 동치미나 식초는 산소 공급이나 일산화탄소 제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동치미국물을 먹이다가 기도로 잘못 들어가서 사망하는 경우가 1년에 여러 건씩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의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는가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다만 한가지 효과라고 한다면 정신을 차리는데 약간의 각성 효과 정도 도움을 주는 정도인데, 실제로는 필요없는 조치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때로는 잘못된 과학 정보들을 알고 있으면 오히려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12. (엉터리 정보는) 모르는 게 약이다.
요즘엔 워낙 정보가 다양하고,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유통이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다고 합니다. 이는 분명히 발전이고 좋은 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 번 잘못 알려진 정보들이 검증 없이 마구 유통되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오늘 예로 든 동치미같은 경우가 그 한 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언제나 어떤 정보의 진위를 한 번 쯤은 따져보는 노력들이 필요한데요. 문제는 일반인들이 그런 것을 다 일일이 따질 시간도 없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도 서로 갈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지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단은 학자들이 자기 연구결과나 이런 부분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고, 언론에서도 너무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아주 새로운 주장이나 이론이 나오면 좀 기다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급성독성이나 급한 의료문제들의 해결은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끝으로 과학 기술은 계속 새롭게 발전하므로 새로운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어우러져야 진정 행복한 well-being의 삶을 우리가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08년 12월 15일 월요일
커피가 여성의 가슴 크기를 줄인다?
“커피가 여성 가슴 크기 줄일 수 있다”
재미있는 뉴스지요? 아니면 좀 황당한 뉴스일 수도 있구요. 한 번 내용을 찾아봐야지 하면서 스크랩 해놓은지 두달이 지나가는 군요. 아무튼 위 기사는 스웨덴 Lund University의 헬레나 젠스트롬 (Helena Jernström) 박사(겠지요? lecturer라는데...)의 연구결과라고 합니다. 아래의 논문으로 기사화가 된 것 같네요.
Coffee intake and CYP1A2*1F genotype predict breast volume in young women: implications for breast cancer.
국내 기사에서는 커피와 가슴크기만을 주로 다뤘는데, 사실 이런 연구를 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고 합니다. 가슴 크기가 큰 사람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그런데 위 연구자들이 하루에 커피 3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감소한다고 전에 보고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커피가 가슴 크기를 줄여주지 않을까?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연구로 보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 연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작아진다라는 것은 유전형이 CYP1A2*1F C-allele에게 있어서만 그렇고 CYP1A2*1F A/A genotype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젊고 호르몬(경구용 피임약)을 사용하지 않는 여성에게만 해당된다는 것이지요.
CYP1A2 라는 것은 P450 1A2라고도 불리우며 에스테로겐 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입니다. CYP1A2*1F는 CYP1A2-164A→C polymorphism을 뜻하는데 그러니까 CYP1A2 유전자의 164번째 염기가 A에서 C로 변이가 일어난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Polymorphism, 즉 다형성이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아래는 이러한 다형성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논문입니다. 이 polymorphism은 주로 colorectal cancer (대장암)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졌는데 다른 영향도 있나 봅니다.
Polymorphisms in the cytochrome P450 CYP1A2 gene (CYP1A2) in colorectal cancer patients and controls: allele frequencies, linkage disequilibrium and influence on caffeine metabolism.
The CYP1A2-164A-->C polymorphism (CYP1A2*1F) is associated with the risk for colorectal adenomas in humans.
결론적으로 이 연구 결과가 전부 사실이라고 한다면,
1) 커피를 하루 3-4잔 이상 마시고
2) 젊고 호르몬을 사용하지 않는 여성이,
3) 게다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CYP1A2*1F A/A genotype이 아니라면,
과도한 커피의 섭취가 가슴의 크기를 줄일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에 대해 잘 설명해 놓은 글이 있는데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보시면 되겠습니다. 당연히 영어죠.^^
물론 일반적으로는 커피가 유방암 위험을 막아주기 보다는 위험성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커피의 카페인이 oestradiol (a form of oestrogen)의 레벨을 높이고 유방암이나 다른 질병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커피와 유방암, 또는 커피와 가슴크기의 관계는 아직 정확하게 결론내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http://www.breastcancersource.com/77988?itemId=3768519
같은 연구진들의 관련 논문
Coffee consumption and CYP1A2*1F genotype modify age at breast cancer diagnosis and estrogen receptor status.
커피가 유방암 및 다른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글
http://www.thehealthierlife.co.uk/natural-health-articles/cancer/breast-cancer-coffee-00061.html
커피와 유방암과의 관계
http://www.ncbi.nlm.nih.gov/pubmed/18183588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물 박사님이 아니랍니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江本勝) 박사(인도의 비인가학위 대학인 International University for Alternative Medicine에서 박사를 받았답니다)가 지은 이 책은 물의 결정이 사람의 말에 따라 달라진다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를 테면 좋은 단어 (감사, 행복, 사랑 등등)를 들려주면 결정이 아름답게 만들어지고 나쁜 단어를 들려주면 결정이 추하게 만들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참고 : '고맙다' 와 얼음결정.-모기불통신)

출처 : http://blog.daum.net/woogi74000/15424150
그런데 이번에 자료를 찾다가 물 박사로 유명하신 김현원 교수님의 홈페이지에서 재미있는 글을 보았습니다. 김현원 박사님이 에모토씨의 연구소(?)를 방문하여 실제 사진찍는 모습을 보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진의 선택이 에모토씨의 직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셨네요. 게다가 외부에서 넣어준 파동의 정보가 물의 결정사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발견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에모토 마사루와 비슷한 물의 기억 능력을 주장하시는 김현원 박사님께선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에모토 박사에게 감사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아무래도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내용은 사실이 아닌듯 합니다.
김현원 교수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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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박상운씨는 광혜원의 최원철 원장, 연세대의 박민용 교수, 그리고 필자와의 공동연구를 통해서 오래전부터 얼음 결정 사진을 찍어왔고, 학회에서도 여러 번 발표한 바 있으나, 외부에서 넣어준 파동의 정보가 물의 결정사진의 형태로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서 수돗물의 결정사진을 찍어도 그중 형편없이 찌그러진 모습의 결정사진들과 함께 아름다운 6각형의 결정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중에서 임의로 어떤 사진을 선택한다면 한번 찍은 수돗물의 결정사진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이 기억을 한다는 사실은 필자가 예전부터 주장하고 있었으나, 에모토씨의 결정사진이 물이 기억을 하는 모습을 그대로 찍어낸다는 것은 아직 믿기 어렵다.
전자레인지 괴담. 한겨레21은 안병수씨를 해고하라!
얼마전에 한겨레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삼성에서 광고 끊기고 힘들다고 한겨레21이나 씨네21 봐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씨네21 신청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겨레 애독자이고 한겨레가 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믿으니까요. 하지만 한겨레21은 안병수씨가 글 그만 쓸때까지 안 볼 생각이에요.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화나게 한다 (한겨레21)
위 글을 잘 보세요. 위 글에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전자레인지)가 위험하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윌리엄 코프의 주장과 한스 허텔 박사의 주장
2) 스탠포드 대학연구팀 주장
3) 연세대 원주 의대 김현원 교수의 주장
그럼 하나씩 볼까요?
1) 윌리엄 코프의 주장과 한스 허텔 박사의 주장
간단하게 이 글 (Fact vs. fiction) 하나만 읽어보시면 될 겁니다. 뭐 영어가 싫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모든 것은 스위스의 식품화학자 한스 허텔이 시작했습니다 (It all started with Hans Hertel). 1980년대 후반에 한스 허텔과 일곱 명의 동료 채식주의자들이 호텔방에 2개월동안 틀어밖혀서 우유와 채소만 먹었는데 전자레인지로 덥힌 우유를 먹은 사람들에게서 "암스러운 상태의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병리학적 초기단계 증상 (the initial stage of a pathological process such as occurs at the start of a cancerous condition)"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결과는 어디에도 논문이 되어서 실리지도 못했고 다른 사람에 의해 재현성이 검증되지도 않았습니다. 허텔이 뭘 측정했고 어떻게 측정했고 그런 것 하나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냥 잊혀진 것이죠. 이 "연구"에 대한 워싱턴 주립대학의 배리 스완슨 교수의 말입니다.
"Without knowing more about how he conducted his study, what he measured, how he measured it, and what he found, it's impossible to even begin to evaluate his findings," says Barry Swanson, a food scientist at Washington State University in Pullman. (그가 무슨 연구를 했는지, 무엇을 측정했고, 어떻게 측정했고 무엇을 발견했는지도 모르면서, 그의 발견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다음에 윌리엄 코프(William Kopp)라는 "미국 연구자"가 나타나서 한스 허텔을 부활시킵니다. 이 사람은 식품화학자도 아니고 그냥 "연구자"랍니다. 안병수씨는 "과학자"(과학자 욕보는군요)라는군요. 윌리엄 코프는 소련이 마이크로웨이브의 위험성을 알았다는 이야기를 퍼뜨립니다. 그리고나서 코프가 쓰기를
"People who ingested microwaved foods showed a statistically higher incidence of stomach and intestinal cancers, plus a general degeneration of peripheral cellular tissues and a gradual breakdown of the function of the digestive and excretory systems," Kopp wrote (마이크로웨이브로 조리된 음식을 섭취한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위와 장의 암발생이 더 높았다. 그리고 일반적인 peripheral cellular tissues의 퇴화와 소화 및 배설 기능의 점차적인 파괴를 나타내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소련의 연구결과라는 것도 역시 발표된 적이 없고 현재 그 연구소는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윌리엄 코프는 가전제품 업계의 핍박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름도 바꾸고 사라져 버립니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 하는 겁니까? Fact vs. fiction 에 여기에 대한 다른 과학자들의 말이 나오니까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조금 무식한 단순화지만 오른쪽으로 갈수록 해롭고 왼쪽으로 갈수록 안전해보이지 않나요? (source: http://www.sciencelearn.org.nz/)
문제는 이들의 말이 아무런 검증없이 급속도로 인터넷에 퍼져버렸다는 겁니다. 그리고 식품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것이구요.
2)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결과
이런 경우가 제일 힘들죠. 대체 스탠포드의 누가 한 연구냐 말이죠. 할 수 없이 Pubmed에서 microwave와 stanford를 검색어로 찾으니까 나오는 논문은 31편. 그 중에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과 관련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논문은 아래의 것 밖에 없네요.
Effects of microwave radiation on anti-infective factors in human milk.
그런데 위 논문을 가지고 안병수씨가 컬럼에서 주장한 “전자레인지에 의해 인체 면역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됩니다. 저 논문은 얼려놓았던 모유의 성분을 전자레인지로 녹일 때 항체나 라이소자임 등의 모유속 항감염인자(anti-infective factors)의 손실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논문인데요. 항체나 라이소자임 모두 단백질들인데 당연히 얼렸다 녹이면 활성이 떨어질 것이고 게다가 전자레인지로 98도까지 돌린 경우는 더 떨어지겠죠. 그걸 가지고 면역력 약화라고 말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볼 수 밖에요. 끓는 물로 녹인 것에는 활성이 살아있고 전자레인지로 녹인 것에는 활성이 죽었다면 또 모르지만 말입니다.
3) 연세대 김현원 교수의 알칼리수
이분의 연구는 아무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분의 알칼리수가 뭔지는 본인도 정확히는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 분의 책을 보고 설명을 들어도 솔직히 이해가 안갑니다. 예전에 김현원 교수의 신동아 기사가 논란이 되었는데, 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원리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그냥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왜냐하면 지금으로서는 본인의 표현대로 초과학적 영역이니까요. 하지만 초과학적 영역은 초과학으로 남겨 두어야지요. 전자파에 의해 물의 치유 효능이 손상된다고 하는 것 역시 "현재로서는" 검증불가의 영역이니까요.
다만 이분이 육각수니 측정불가능한 정도의 약한 수소결합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당연히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그런 수소결합들이 헝클어지겠지요. 그런데 so what? 그게 전자레인지의 유해성과 무슨 상관이죠? 김현원 교수님의 알칼리수는 그냥 가열하면 괜찮고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만 문제가 생기나요?
결론적으로 안병수씨의 저 글에서 과학적 근거라고 예를 들어놓은 것들은 과학적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지식인들이 폭로하는 전자레인지의 치부"니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에 경종을 울리는 학자들은 그 밖에도 많다"며 예를 들어 놓은 "미국의 과학자인 윌리엄 코프", "스위스의 한스 허텔 박사", 모두 과학적으로 별로 의미없는 분들이구요. Pubmed에서 찾아보면 microwave와 관련된 저 사람들 논문이 한 편도 없어요.
게다가 안병수씨 글이 더 넌센스인 이유는 "전자파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자연이 만드는 전자파는 오히려 더 좋다. 그 유명한 원적외선이 바로 그것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 원적외선을 많이 쬐어주면 속까지 고루 익을뿐더러 맛이 훨씬 좋아진다."라는 것입니다. 이건 대학 1학년 물리나 화학만 배웠어도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자연이 만드는 전자파는 더 좋다? 그러면 자외선도 몸에 좋겠군요. 그리고 식품저장학 교재에 보면 원적외선은 식품 내부 깊이까지 침투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마이크로웨이브는 채소류 가공시 물에 넣고 가열하는 것보다 비타민 손실이 적은 방법이라고 나와 있구요. (식품가공저장학 김덕웅 외, 광문각 p89; 식품가공저장학, 장학길 외, 라이프사이언스 p49 )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럴리는 거의 없지만 마이크로파를 사람이 직쩝 쬔다면 당연히 나쁠 것이고 전자레인지 마그네트론을 직접 쳐다보는 것도 눈에는 나쁠 겁니다. 누구도 그걸 부정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려면 적어도 제대로된 근거를 가지고 주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별 생각없이 한 이야기들이 구전되어 책이나 기사에 기록되고 그걸 다시 인용해서 마치 사실인양 호도되는 방식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니까요.
잠깐만요. 그렇다고 전자레인지에 넣어서는 안되는 물질까지 집어넣고 가열해서 환경호르몬이 나오게 한다든가 하는 그런 것까지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시겠죠? 그리고 Fact vs. fiction에도 혹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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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래는 William Kopp의 원전이라고 알려진 문서인가 본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http://www.lessemf.com/mw-stnds.html#AREC
인용해놓은 몇몇 논문을 찾아봤는데 사실과 다른 것들이 많아요. 1989년 12월 lancet에는 Lita Lee라는 사람의 논문이 없습니다. 그대신 Aminoacid isomerisation and microwave exposure.라는 제목의 논문이 하나 있군요. 이 문제에 대해선 나중에 나온 Free amino acid concentrations in milk: effects of microwave versus conventional heating이라는 논문이 답이 되겠네요. 논문 초록의 맨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씌어 있습니다.
Also, considering few variations of free amino acid concentrations and the time saved, microwave heating appears to be an appropriate method to heat milk. (자유 아미노산 농도의 변화와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마이크로웨이브로 가열하는 것은 우유를 가열하는 적합한 방법으로 보인다.)
2008년 12월 10일 수요일
냉면육수에 넣은 다시마와 조미료
재미있는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와서 화제가 되고 있군요. 미원 (MSG) 맛이 난다는 냉면집에 가서 냉면을 먹어보니 미원맛이 나긴 하는데 화학조미료가 아닌 천연조미료의 맛이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확인을 해보니 미원은 안들어가고 다시마가 많이 들어가더라는 이야기입니다.
미원이라고도 불리우고 화학조미료라고 잘못(?) 불리우는 물질은 Monosodium glutamate (MSG)입니다.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글루탐산의 나트륨염을 만든 것이죠. 물에 들어가면 글루탐산염과 나트륨염으로 이온화 됩니다.
다시마에 들어있는 물질은 글루탐산입니다. 사실 미원과 거의 같은 물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1908년 동경제국대학 이케다 교수가 다시마에서 발견하였고 그래서 미원이 만들어졌죠. 역시 물에 들어가면 글루탐산염과 수소이온으로 이온화 됩니다. 미원과 다시마 조미 성분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나트륨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미원을 넣든 다시마를 넣든 글루탐산은 같이 들어가므로 조미료맛이 난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마는 그 외에도 다른 맛 성분들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맛이 나겠지요. 그래서 MSG와 다시마국물의 맛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것을 구별할 수 있는 혀를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요.
이외에도 조미료에는 핵산조미료가 있습니다. 보통 이노신산(Disodium Inosinate, IMP의 나트륨염)과 구아닐산(Disodium guanylate, GMP의 나트륨염)인데 이노신은 가쓰오부시나 고기의 감칠맛, 구아닌은 버섯의 감칠맛이라고도 합니다. 1913년 小玉新太郎가 가쯔오부시에서 발견한 것이 이노신산이고 버섯에서 발견된 물질이 구아닐산입니다. 복합조미료라고 하면 MSG, IMP, GMP 등을 섞은 조미료를 뜻하는 것이지요.
그냥 조미료 이야기가 나왔길래 정리삼아 한 번 써 봤습니다.
2008년 12월 9일 화요일
망년회 시즌에 해보는 술 이야기2
오늘은 술 이야기 두 번째 시간인데요. 보통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술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내용은 주로 어떻게 쉽게 술에서 깰 수 있는가, 이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숙취와 숙취해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1. 숙취란 무엇인가?
숙취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이튿날까지도 깨지 않는 취기”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보통 “술을 마신 후의 안좋은 느낌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두통, 목마름(조갈), 메스꺼움(오심), 복통, 구토, 무기력, 운동기능장애 등의 부작용을 통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입니다.
2. 그러면 몸속에서 숙취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나요?
실제로 몸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알코올 섭취에 따른 탈수, 저혈당, 비타민 (특히 B12)결핍, 그리고 지난 주에 이야기했던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숙취는 탈수를 가져오나요?
보통 술을 마시면 화장실에 자주가게 됩니다. 알코올이 소변량을 늘려주기 때문인데 알코올이 항이뇨호르몬(바소프레신)의 분비를 억제하여 이에 따라 신장에서 수분의 재흡수가 억제되어 소변량이 많아지게 됩니다.
예전 논문에 보면 사람이 25도짜리 술 250ml를 마시면 평균적으로 600에서 1000ml 소변을 배출한다고 합니다. (MONTASTRUC, P. L’alcool exagere la soif. (Alcohol exaggerates thirst). HCEIA Informations 4:41–42, 1986.) 그러니까 두배에서 많게는 4배의 소변이 배출되는 것이죠. 게다가 구토, 설사 등으로 더 심하게 탈수현상이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술을 과하게 마신 다음 날 아침에는 목이 마르게 되는 것입니다.
4. 왜 물은 많이 못마시는데 맥주는 많이 마실 수 있을까?
일단, 물도 많이 마실 수 있습니다. 많이 먹기 대회에서 1등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이죠. 단기간에 물 많이 마시기죠. 1분 안에 2-3리터의 물을 마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위를 늘려야지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술을 더 많이 마실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왜냐하면 술은 마시면 탈수가 일어나거든요. 때문에 음주 후 커피 등 이뇨성분이 있는 것을 마시는 것은 숙취엔 별로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카페인도 바소프레신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5. 커피 마시고 술 깬다고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가요?
보통 좋지 않다는 이야기의 근거는 두가지인데요. 첫째는 술마시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사람들에게 카페인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므로 커피와 콜라 등 카페인 함유 음료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커피 역시 이뇨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탈수가 촉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음주후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심한 탈수 증세를 보이지 않으면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반대로 서양에서는 카페인이 술 깨는데는 좋다는 민간 속설(?)도 있습니다. 아직 명확한 과학적인 근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탈수는 사실 단순하게 목이 마른 것 뿐만 아니라 뇌로 흘러들어가는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의 양도 줄이기 때문에 두통에도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은 술드시고 난 아침에는 꿀물이나 설탕물을 드시곤 하셨죠. 수분을 보충하고 당도 보충하는 방식이죠.
6. 꿀물이나 설탕물이 효과가 있나요?
네. 일단 꿀물이나 설탕물은 탈수 현상으로 빠진 물을 보충해줍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숙취해소에 “물”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탈수와 함께 숙취의 또다른 현상 한가지는 저혈당입니다.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저혈당을 가져옵니다 (Alcohol-induced hypoglycemia). 포도당은 뇌의 영양공급원이기 때문에 저혈당은 심한 두통과 다른 숙취 증상을 일으키는 한 원인으로 여겨지는데 꿀이나 설탕은 당분이기 때문에 부족한 혈당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당뇨나 이런 지병이 있으신 분들에게 권할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탈수와는 달리 저혈당이 되려면 영양 공급이 부족한 상태로 술을 며칠씩 계속 드셔야 합니다. 식사는 제대로 못하시면서 며칠씩 음주하시는 분들에게 생기는 현상이므로 꼭 꿀이 아니라 물이라도 충분히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7. 탈수와 저혈당외에 숙취를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숙취의 원인 물질로 가장 유명한 것은 지난 주에 말씀드렸던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입니다. 발암물질이기도 하고 (IARC carcinogen class 2B) 돌연변이 유발물질이기도 하며 반응성이 높아서 여러 가지 불필요한 반응을 몸속에서 일으키기 때문에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초산으로 전환이 안되면 두통, 메스꺼움, 심장박동증가 등 다른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말씀을 드렸었죠.
하지만 아세트알데하이드 외에도 다양한 원인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술 속의 이물질(congeners)도 숙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물질이란 보통 발효중에 생산되는 부산물로서 대표적인 것은 메탄올이 있고 다른 유기산물질들이 있습니다.
메탄올은 구 소련 민간항공기 조종사들이 국내에서 구입하여 술대용으로 섭취한 후 사망한 사건(메탄올 마시고 돌아가신 할머니 사건도 있었죠)이 있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입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적포도주 두통 (Red wine headache)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일 발효 과정에 생긴 여러 가지 유사 알코올 물질에 의한 두통이나 메스꺼움 등을 나타내는 말이죠.
8. 숙취 해소에 좋은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005년 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논문을 보면 현재까지 전통적으로, 또는 인터넷 등에서 숙취에 좋다고 알려진 방법들에 대해 자세한 조사를 해 본 논문이 있었습니다. 그 논문에서 인터넷이나 전통적인 숙취해소에 좋다고 하는 방법들은 아스피린, 바나나, 커피, 달걀, 운동, 신선한 공기, 칼슘 카보네이트, 과일 주스, 인삼, 녹차, 꿀, 피자, 숙취해소음료 (RU-21) 등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9. 서양사람들은 해장하는 방법이 다른가요?
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해장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호주와 캐나다 출연자는 “햄버거로 해장한다.”, “느끼한 음식으로 해장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피자도 해장 음식의 하나라고 하니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죠.
모 신문기사에 나온 바로는 미국에서는 당분이 많이든 컵케익을, 그리스에서는 위벽을 보호한다고 버터를, 청어회에 양파를 먹는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도 바나나밀크쉐이크, 굴, 소금에 절인 오이나 토마토즙, 얼스터 프라이(달걀 프라이, 토마토, 소시지, 버섯 등으로 만든 프라이) 등이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해장술 문화도 여러나라에 있다는 점입니다.
10. 해장술이 효과가 있나요?
영국에는 보드카와 토마토주스, 그리고 향신료를 넣은 블러디 메리 (Bloody Mary)라는 칵테일이 해장술로 좋다고 한답니다. 사실 그것보다 더 허무맹랑하면서 유명한 것은 “개털(Hair of the Dog)”이라고 해서 전날 자기가 마신 술집에서 다시 술을 먹으면 술이 깬다는 속설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대다수 과학자들과 의사들의 생각은 전혀 다른데요. 해장술은 효과도 없고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죠. 보통 해장술은 많이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에 의한 약한 신경마비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진정효과 정도가 있는 것이지만 간에 대한 부담이 크고 아주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11. 그럼 우리나라 해장음식들은 어떤가요?
사실 우리나라 해장 음식들도 매우 많습니다. 보통 해장에 좋다고 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북어국, 콩나물국, 선지국, 쇠고기해장국, 뼈다귀해장국, 라면, 곰탕, 감자탕, 짬뽕, 대구탕, 복국, 올갱이 해장국, 재첩국, 미역국 등등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사실 한방에서 이야기하는 약초들, 한약재료들, 그리고 민간요법이라고 할만한 것들도 아주 많은데요. 제가 본 가장 어떤 요리책에는 해장요리만 100가지 정도 나와있는 것도 있더군요.
12. 그럼 그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좋은가요?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의 숙취에 다 잘듣는 방법은 “없습니다” 또는 “모릅니다”가 현재까지의 정답입니다. 물론 논문을 찾아보면 무슨 무슨 추출물이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된다, 아세트 알데하이드의 독성을 제거해준다, 간세포 보호에 도움이 된다 등등의 논문은 꽤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논문이 많다고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선지같은 경우는 연구를 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그 많은 논문들을 몇가지로 카테고리화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1) 첫 번째로는 당류가 높은 식품들입니다. 알코올 섭취는 저혈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당류가 많은 꿀, 과일류 등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과당이 가장 주목받고 있지요. 설탕도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두 번째는 수분입니다. 탈수는 가장 대표적인 숙취증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해장국이나 쥬스, 꿀물 등은 수분 보충효과가 있습니다.
3)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들입니다. 알코올 섭취가 갑자기 늘어나면 비타민 흡수가 잘 안되는 경우들이 있고 특히 Vit B12의 결핍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들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알코올 대사의 중요한 효소들이 미네랄이나 금속 이온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충분히 공급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4) 네 번째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들입니다. 이 경우는 사실 숙취보다는 손상된 간의 재생에 좋다고 여겨지는 식품들입니다. 단기간의 숙취해소보다는 장기적인 간 건강에 필요한 식품이죠.
5) 마지막으로 고에너지 식품들입니다. 보통 음주 후에는 입맛이 없고 식욕이 많이 떨어져서 에너지가 모자랄 수 있는데, 에너지 보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걸 모두 종합하면 가장 좋은 해장음식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국물이 많은 해장국과 차류 (녹차, 모과차, 매실차, 과일차) 또는 과일 등을 드시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숙취해소 음료도 있고 외국에는 알약으로 만든 제품들도 있습니다. 원리는 대부분 비슷한데, 알코올 분해효율을 높여주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숙취가 가장 심한 때는 실제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제로인 지점이기 때문에 알코올 분해효율을 높이는 것 만으로 숙취를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허무개그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논문과 문헌에 숙취를 없애거나 해소하는 방법으로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거나 줄인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숙취를 없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숙취를 해소하는 방법보다는 지나친 음주를 삼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알코올 (http://psyche.knu.ac.kr)
연말음주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Alcohol Hangover (Answers.com)
해장에 대한 다섯가지 호기심
숙취를 극복하기 위한 섭생법
나라별 해장법
국/찌개/해장요리 324가지
2008년 12월 7일 일요일
조그마한 자축! 300,000 Hit!
다른 곳에 산재해 있던 블로그 8개를 다 접고 티스토리 블로그 시작한지 21개월이 얼마 남지 않은 오늘 30만 히트를 넘었습니다. 뭐 다음 블로거뉴스 덕이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아무튼 스스로 30만 히트를 기념해 봅니다. 그 동안 이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간신히 잡은 300,000 Hit 인증샷!
와인 마실 때 납중독? 얼마나 위험할까?
윗 기사를 주의깊에 읽어보면 마지막에 "무연 크리스탈 와인잔을 수입하고 있는" 한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기분이 좀 나빠집니다. 예, 맞습니다. 무연 크리스탈 와인잔 수입업체의 보도자료를 인용한 기사로 보입니다. 아예 보도자료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그게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보입니다.

멋진 크리스탈 Duck Wine Decanter
일단 가장 좋은 소식은 납으로 만든 크리스탈 (lead crystal)은 비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싸구려 와인잔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와인에 조예가 깊으셔서 디캔터 등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신경을 좀 쓰실 필요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lead crystal 잔에다가 와인을 따라 마신다고 납이 막 용출되어 나오는 것은 아니고 와인잔, 특히 디캔터에 와인을 오래 담아 두었다가 먹을 수록 납이 용출되어 나온다고 합니다. 논문을 찾아보니 윗기사에서 이야기한 것은 Joseph H. Graziano 교수의 1991년 Lancet 논문에 나온 결과네요. 기사에서는 마치 새 연구결과가 나온 것처럼 써놨는데 27년전의 이야기군요. 흠...
Wiki의 설명에 따르면 디캔터에 와인을 이틀 동안 담아두었다가 먹으면 89ppb, 넉달이면 2000-5000 ppb가 용출된다고 하고 백포도주의 경우는 적포도주보다 두 배는 더 나온다고 하네요.
그와 관련된 논문도 찾아보니 Lead migration from lead crystal wine glasses라는 1996년 논문에도 와인을 하루동안 두었다가 납 용출량을 측정하니까 358 ppb (ng/ml)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0년에 발표된 논문, Estimation of lead intake from crystalware under conditions of consumer use에는 cola drink > HAc > whisky > white wine의 순서대로 납의 용출이 많이 된다고 하는군요. 산성이 있는 물질은 어떤 것이든 납이 용출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PA (미국 환경보건국)에서 정한 음용수에서 납기준은 리터당 15ug, 즉 15ppb라고 하니까 생각보다는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이 물처럼 와인을 많이 먹지는 않기 때문에 저 기준과 비교하면 안될 것 같구요. 우리나라 과실, 채소류 음료나 탄산음료의 납 기준치는 0.3ppm (300ppb)라고 하므로 1996년 논문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유연 크리스탈제품에 와인을 하루 이상 두었을 때 용출되는 납의 양은 많이는 아니고 상당량 정도는 된다고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식약청의 중금속 섭취 기준
중국산 납김치 사건에 대한 식약청 보도자료
식약청 기준이 너무 높다는 반론
어떤 외국 사이트에서는 크리스탈 잔을 새로 사면 식초를 24시간 담아서 씼어내라고 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크리스탈을 사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유연인지 무연인지 써있나요? 국내 몇몇 홈쇼핑 사이트를 찾아보니 무연은 무연 또는 lead-free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유연의 경우는 "크리스탈(Pbo24%)" 이런 식으로 표시되어 있네요. Pb가 납이고 Pbo는 아마 PbO (일산화납)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와인이나 주스를 유연 크리스탈 잔에다 너무 오래 담았다가 먹는 것은 별로 좋지 않겠습니다. 물론 누가 와인잔에 와인을 며칠씩 뒀다가 먹겠습니까마는... 그런데 이런 내용은 애주가들이나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다 알려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울러 집에서 만든 과일 주스를 유연 크리스탈병에 담아서 보관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도 같구요.
물도 많이 먹으면 죽습니다. water intoxication (물중독)
예전에 쓰다만 포스팅인데 두빵님의 "소변 자주 마려운 사람은 물의 양을 어느정도 먹어야 할까?"를 읽고 용기를 얻어 마저 써 봅니다. http://www.supernegro.com/admin/wysiwyg/images/hotdogchamp.jpg
언제나 제가 하는 주장이지만 어떤 것이 몸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 모든 식품이나 약품에는 적정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생명체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도 너무 많이 먹으면 죽습니다. 최근에 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는 "썰"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데, 나름 일리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물의 치사량은 얼마나 될까요? 물을 먹고 죽은 사람이 있어야지 그 치사량을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실제로 물을 먹다가 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빨리먹기 대회 (competetive eating contest) 참가자들입니다. 아마 매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이면 세계 핫도그 빨리먹기 대회 소식 뉴스가 해외 토픽 뉴스에 오르내립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고바야시 다케루가 지존의 자리를 지켰었죠. 뭐 12분동안 50개가 넘는 핫도그를 먹는 괴물이죠. 요즘엔 재미교포 이선경이라는 분도 뉴스에 자주 나오더군요. 저는 못봤는데 무한도전의 정준하씨가 우동 50그릇을 먹은 적이 있다고도 하구요. 제가 일본에 있을 때는 볼링 레인에 김밥을 깔아놓고 빨리 먹기 대회하는 엽기적인 장면도 본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음식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지더군요.)
아무튼 이런 빨리먹기 선수들이 엄청난 양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위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위가 그렇게 쉽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서 위를 늘리는데 그 방법이 짧은 시간에 물을 많이 먹는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1-2분 안에 물 2-3리터를 마시면서 위를 늘리는 훈련을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런 훈련을 하다가, 또는 물 많이 마시기 대회를 하다가 소위 물중독 (Water intoxication, hyperhydration, water poisoning)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다고 합니다. Wiki에 따르면 수 분내에 10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면 물중독이 된다고 하네요.
물을 많이 마시면 좋은가에 대해서는 일전에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BBC에서 보도한 'Medical myths' exposed as untrue"(사실이 아닌 의학미신)에 따르면 "하루에 물 8잔을 마시면 건강해진다."는 것도 미신이라고 합니다.
2008년 12월 5일 금요일
은행 잎 추출제, 치매 예방 효과 없다!
은행 잎 추출제, 치매 예방 효과 없다 는 뉴스입니다. JAMA에 논문이 나왔네요. 그런데 Wiki를 뒤져보니 이미 2002년에도 JAMA에 거기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군요.
In 2002, a long-anticipated paper appeared in JAMA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titled "Ginkgo for memory enhancement: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This Williams College study, sponsored by the National Institute on Aging rather than Schwabe, examined the effects of ginkgo consumption on healthy volunteers older than 60. The conclusion, now cited in th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s ginkgo fact sheet, said: "When taken following the manufacturer's instructions, ginkgo provides no measurable benefit in memory or related cognitive function to adults with healthy cognitive function." (제조업자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면 은행은 건강한 인지기능을 가진 성인에게 있어서 기억이나 관련관 인지기능에 있어서 측정가능한 유익을 주지 않는다.)
은행잎 추출물에 들어있는 물질은 플라보노이드 배당체와 터피노이드 (ginkgolides, bilobalides) 들이라고 하는데 이런 여러 물질이 섞여있는 추출물들이 무슨 무슨 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사실 점점 믿음이 안갑니다. 그렇다고 그런 활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 그 물질이 뭔지도 모르면 어떻게 QC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약효성을 담보하기도 너무 어려울 것 같지 않나요. 항암제로 임상 3상까지 갔던 상어연골 추출물의 경우가 생각나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은행잎 추출물로 유명했던 ㅈㅋㅁ이나 그와 분쟁을 벌였던 ㄱㄴㅅ은 혈류개선제(혈액순환촉진제)로 효능이 나와 있는데 과연 이 효능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론이 날지 궁금해지는군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2008년 12월 3일 수요일
'소고기·우유' 많이 먹으면 '암' 유발 기전 찾았다?
'소고기·우유' 많이 먹으면 '암' 유발 기전 찾았다.
기사 제목이 좀 선정적입니다만 일단 저 기사에 나오는 내용은 UCSD의 당생물학자 Ajit Varki 교수팀 (바로 Glycobiology의 저자죠) 의 아래 PNAS논문을 가지고 기사화 한 것 입니다. (그런데 저 위의 기사를 읽으면 이해가 되나요? 저는 무슨 이야긴지 도통 모르겠던데요. 덕분에 이 포스팅을 하는 것이지만)
Evidence for a human-specific mechanism for diet and antibody-mediated inflammation in carcinoma progression.Hedlund M, Padler-Karavani V, Varki NM, Varki A. Proc Natl Acad Sci U S A. 2008 Nov 18.
이 이야기를 Science daily의 기사를 가지고 좀 쉽게 풀어보자면 사람 몸은 스스로 N-glycolylneuraminic acid (Neu5Gc)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데 흔히 red meat을 먹으면 Neu5Gc가 사람의 조직 세포에 incorporation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사람 몸은 거기에 대한 항체 (aniti-Neu5Gc)를 만들어내지요. 이 항체가 만성적 염증을 일으킵니다. (여기까지는 2003년의 논문 내용) 이런 만성적 염증은 암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논문은 암세포 표면에 더 많은 N-glycolylneuraminic acid (Neu5Gc)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Neu5Gc가 암세포의 증식에 뭔가 좋은 일(benefit)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래서 Neu5Gc가 없는 쥐를 만들고 그 쥐에 Neu5Gc가 있는 암이 일어나게 한 다음에 항체 (aniti-Neu5Gc)를 처리했더니 항체를 처리한 쥐에서 암의 발달이 더 잘 일어났다는 것이죠. 그리고 항염증제 (NSAID)를 처리하면 Neu5Gc 항체 (aniti-Neu5Gc)가 제 역할을 못해서 암세포의 발달이 줄어들더라는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 Varki 교수의 이야기는
"Taken together, our data indicate that chronic inflammation results from interaction of Neu5Gc accumulated in our bodies from eating red meat with the antibodies that circulate as an immune response to this non-human molecule – and this may contribute to cancer risk," (red meat을 섭취해서 우리 몸에 축적되는 Neu5Gc와 거기에 대한 항체의 반응으로부터 만성적인 염증이 유래한다는 것, 그리고 이 염증 반응이 암의 위험에 관여할지도 모른다)
라는데 약간 앞서 나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육식으로 인한 Neu5Gc의 축적이 얼마나 될지 잘 모르겠기에), 당생물학의 입장에서 보면 흥미로운 연구결과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로 이 주제와 관련해서 아래 논문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Incorporation of a non-human glycan mediates human susceptibility to a bacterial toxin. Byres E, Paton AW, Paton JC, Löfling JC, Smith DF, Wilce MC, Talbot UM, Chong DC, Yu H, Huang S, Chen X, Varki NM, Varki A, Rossjohn J, Beddoe T. Nature. 2008 Oct 29.
2008년 12월 2일 화요일
망년회 시즌에 해보는 술 이야기1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런 송년회 자리에는 술이 빠지지 않지요. 그래서 오늘은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대한민국이 술 소비량 세계2위? 우리는 술을 얼마나 마시나?
우리나라 음주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약 8.1리터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통계는 알코올 소비량입니다. 보통 맥주에는 4-5%, 소주는 20% 내이므로 맥주로 따지면 162리터 (500cc 생맥주로 324잔), 소주로만 따지면 41리터 (소주 117병)을 마시는 셈입니다.
공식적인 통계로 보면 룩셈부르크, 헝가리, 체코,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의 나라들은 1인당 10리터가 넘는 소비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닙니다.
과거에 잘못된 오보가 있었는데 국제보건기구인 WHO에서 나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가 술 소비량 세계 2등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 오보는 WHO가 주정을 증류주로 통계를 잡으면서 이중 계산한 결과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알코올 소비량 상위국가들이 맥주나 와인과 같이 알콜 도수 15도 이하의 순한 술을 자주 마시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주종이 소위 hard alcohol인 소주 (알코올 소비량 4.5리터)이기 때문에 2002년 통계로는 러시아(6.5ℓ), 라트비아(5.6ℓ), 루마니아(4.7ℓ)에 이어 4위에 해당된다고도 합니다. 그만큼 독한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이죠.
2. 세계에서 가장 독한 술은?
보통 우리가 마시는 알코올은 발효를 통해 만드는데 미생물은 18도 이상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알코올 도수를 맞추려면 증류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들은 전부 증류주죠.
세계에서 가장 독한 술은 폴란드 보드카(호밀이나 밀 등의 곡류를 발효하여 증류한 술)인 스피리터스인데 알코올 도수 95.5도라고 합니다. 이건 거의 독약이구요.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큰 일 날 수 있습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술 중에 가장 높은 도수의 술은 럼주(사탕수수발효증류주)인 바카르디151인데 75.5도라고 하는군요, (참고로 미생물을 죽일 때 쓰는 알코올 농도가 70%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는 안동소주가 약 45도 정도라고 합니다.
3. 추운 동네에서 독한 술을 먹는 이유?
보통 술을 먹으면 몸이 화끈 거리고 체온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술을 마시면 체온이 내려갑니다(Hypothermia), 우리가 감기에 걸려 체온이 오르면 춥게 느끼듯이 우리 체온이 내려가면 덥게 느끼는 것이죠. 그래서 추운 지방에서 소위 독주를 많이 마시는 것은 체온을 조금 내려 덜 춥게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4. 너무 독하지 않은 와인 같은 술은 몸에 좋다고 하지 않나요?
최근에 와인의 붐이 정말 대단하다고 합니다. 각종 와인 바는 물론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에서부터 각종 와인 전문 서적이 나오고 와인학과에 소믈리에학과가 생기기까지 한다고 할 정도인데요. 이렇게 와인이 좋다고 하는 것은 와인이 과일 발효주이기 때문에 와인 속에는 알코올(에탄올) 이외의 다양한 성분들이 들어있고 그 중에 몸에 유용한 성분들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와인이 심혈관 건강에 좋다, 또는 몇가지 암예방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는 것입니다.
5. 프렌치 패러독스 (프랑스의 역설?) 가 뭔가요?
간단히 이야기를 하자면 프랑스 사람들의 식습관을 봤더니 포화지방산이 많이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데도 불구하고 심혈관계 질환이 적다는 데서 유래하였고 아마도 그 원인이 높은 적포도주 소비량 (프랑스인은 연 평균 60리터, 미국인은 15리터의 레드 와인을 섭취)에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게 더 유명해진 이유는 미국 CBS의 시사프로그램인 “60 minutes"에서 1991년 11월에 방송을 타면서부터입니다. 그해에 미국에서 와인 소비량이 44%가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심혈관 질환 발병자는 줄었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한가지 식품으로 어떤 질병이 예방되거나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를 통해 와인의 폴리페놀 성분과 레스베라트롤 물질들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는 많이 되었습니다.
6. 와인의 좋은 성분 레스베라트롤
특히 최근에는 레스베라트롤이라는 물질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다양한 항암활성을 보이고 있고 강한 항산화효과도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물질입니다. 레스베라트롤은 phytoalexin이라고 해서 식물이 생산하는 자기 방어물질로서 포도껍질에 존재해서 적포도주 red wine에 들어있습니다. 백포도주 white wine은 대부분 껍질을 벗기고 발효를 하기 때문에 레스베라트롤이 매우 소량 들어있지요.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 더 재미있는 사실은 레스베라트롤이 진짜 많은 부위는 포도송이가지라는 것입니다. 껍질보다 약 30에서 50배가 더 들어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포도를 따지 않고 송이 가지 채 발효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7. 그러면 와인은 좋은 술인가요?
와인은 다른 술에 비해 훨씬 다양한 물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몸에 좋은 것도 있지만 몸에 안 좋은 물질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발효부산물로서 다양한 유기산 및 부산물 (congeners)들이 있어서 와인을 과음하면 두통이 더 심하다고 하지요. 이런 것은 대부분의 과실주 발효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그리고 1년 전인 2007년 10월에 “수입산 와인에서 발암물질 발견”이라는 뉴스가 전국을 강타했었는데요. 그게 에틸카바메이트라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에틸카바메이트는 알코올(에탄올)과 요소(urea)가 자연적으로 반응하여 발효나 숙성, 저장 과정 중 생기는 물질로서 우리나라 김치나 된장, 간장에도 꽤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이런 뉴스가 나오면 실제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 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뉴스가 매년 10월에 나오는 이유는 국정감사 시즌이라서 그런데요. 올해는 수입 커피 원두에서 곰팡이독소인 오클라톡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각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어떤 식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렇게 와인에도 명과 암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프랑스에서는 심혈관 질환자 숫자는 줄었을지 몰라도 (이것도 이견이 있는데),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 특히 청소년기 이전 사망과 음주와의 연관성은 더 심각하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8. 술은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나나요?
일단 답부터 말씀드리면 맞습니다. 알코올(에탄올)은 우리 몸에서 대사가 되는데 1차적인 대사와 2차적인 대사가 있습니다. 1차적인 대사라 함은 보통 위와 장에서 흡수되어 간으로 운반되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을 거쳐서 아세트산(초산)으로 변환되는 과정입니다. 이게 일차적인 대사과정인데 그것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MEOS라는 또 다른 알코올 대사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MEOS가 활성화되면 알코올의 내성이 증가되어 알코올 대사율도 증가되기 때문에 마실수록 주량은 늘어나게 되어있습니다.
9. 그러면 술 못마시는 사람도 마시다보면 잘 마시게 되나요?
반쯤 맞습니다. 알코올이 1차로 분해되는 과정, 그러니까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을 거쳐서 아세트산(초산)으로 변환되는 대사가 잘 작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술을 조심해서 마셔야 합니다.
에틸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거쳐서 아세트산으로 분해되는데 우리가 흔히 알콜 분해효소(ADH)라고 부르는 효소는 아세트 알데하이드로 알코올을 전환시키는 효소이고 알데하이드분해효소 (ALDH)라는 효소는 아세트산, 초산을 만드는 효소입니다.
술을 거의 못하거나 술을 조금만 마셔도 쉽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두번째인 알데히드 분해효소가 잘 작용을 못하여 몸속에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쌓이기 때문인데 사실 알코올보다는 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실제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그리고 발암물질이기도 하고 (IARC carcinogen class 2B) 돌연변이 유발물질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반응성이 높아서 여러 가지 불필요한 반응을 몸속에서 일으키기 때문이죠. 그런 분들도 술을 계속 마시면 주량은 조금 늘게 되지만 기본적인 대사과정이 남들보다 약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통을 겪게 되므로 자신의 주량을 잘 알고 그 이상 마시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10. 술마시면 얼굴 빨개지는 것은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인가요?
지금까지는 그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LDH는 사람에게 두 종류(ALDH-1과 ALDH-2)가 있는데 ALDH-2가 미토콘드리아에서 알콜 분해에 사용되는 효소입니다. 동양인의 약 40%는 ALDH2의 변이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어서 지나치게 알코올을 마시면 말초혈관 확장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증 (alcohol-induced facial flushing)이 나타납니다. 이 효소는 아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연이 많은 식품을 함께 섭취하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들도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초산으로 전환이 안되면 두통, 메스꺼움, 심장박동증가 등 다른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알코올 중독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다이설피람(disulfiram,Antabuse)이라는 약은 acetaldehyde에서 초산으로의 진행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서 이 약을 먹고 술을 마시면 괴로워서 술을 못마시게 함으로서 만성 알코올 중독을 끊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보통 일반인들이 겪는 숙취에 따른 몇배의 고통이 주어지는 것이죠.
11. 여성들이 남성보다 술을 잘 못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렇습니다. 보통 남성은 여성보다 더 빨리 알코올을 대사시킵니다. 실제로 동량의 알코올을 섭취하였을 때 여성의 혈중 알코올농도(Blood Alcohol Concentration, BAC)가 남성들보다 높고 그래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간, 심장, 뇌 등의 조직에 손상 정도가 심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 원인은 현재까지 두가지 이론이 있는데 평균 체중이 남자보다 적어, 간의 알코올 효소량 및 몸의 수분 함량이 적기 때문이라는 설과 여성의 위장(胃)에 존재하는 ADH isozyme이 남자에 비해 적게 분포되어 결과적으로 BAC가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아무튼 여성들이 개인적인 편차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술을 잘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12. 폭탄주가 뇌세포를 죽이나요?
지난 주 모 포탈 사이트에 “폭탄주가 당신의 뇌세포를 죽인다.”라는 기사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사람들에게 약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기사를 잘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폭탄주는 뇌세포를 죽이고, 그냥 음주는 아니다,라는 내용이 아닙니다. 내용은 좋았는데, 제목을 조금 흥미위주로 붙인 것 같습니다. 그 기사의 주제는 지나친 음주는, 그것이 폭탄주이든 아니든, 뇌기능에 문제를 가져온다는 내용입니다.
13. 필름이 끊기는 현상?
실제로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기는 것(blackout)이 뇌에 부담을 주는 첫 번째 신호입니다. 그렇다고 알코올의 독소가 직접 뇌세포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고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뇌의 해마에서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가운데 입력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입력만 문제지 출력은 잘 되기 때문에 그래도 집에는 잘 찾아가지요.
문제는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시공간감각, 충동 조절, 언어 능력도 감퇴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전체 치매 환자 가운데 10% 정도는 알코올성 치매라고 하더군요.
이외에도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지방간을 불러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건강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와 손실도 만만치 않죠. 그래서 언제나 적당한 선을 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가장 독한 술은?
Nutrition, Alcohol Use and Liver Disease
필름 끊기는 이유
숙취 (Hangover) - Wiki
음주 후 안면홍조 - Wiki
필름끊기는 현상 - Wiki
음주와 두통 - 닥터코리아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와 건강
1. 국민건강영양조사란 무엇인가?
국민의 건강과 영양 수준에 관한 국가대표통계로서 건강설문조사, 검진조사, 영양조사로 구성되며,
1) 흡연, 음주등의 생활 습관
2) 식습관과 관련된 영양
3) 각종 질변 빈도의 만성질환
4) 삶의 질, 이렇게 네가지 분야의 국가통계
제1기(1998), 제2기(2001), 제3기(2005)에 이어 제4기(2007-2009) 조사를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하여 국민건강과 영양에 관한 추세를 볼 수 있는 중요한 통계자료입니다.
2. 이번 통계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특히 이번 4기 조사는 과거 일정시점에 단기간 조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연중무휴로 매주 약 200-250명씩 3년간 약 3만명 가량을 건강설문조사, 검진조사, 영양조사의 방식으로 조사하는데 그 중 2007년 결과를 중간발표한 것입니다.
3. 가장 관심가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일단 전체적으로 보면 언론 보도가 가장 많이 된 것인데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비만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고지혈증과 같은 서구형(선진국형) 질환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 반대로 긍정적인 면은 전체 흡연인구나 B형 간염 발병자수 같은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있겠습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총평을 하자면 우리나라의 건강지표들도 점점 선진국화되어간다는 면에서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겠구요. 하지만 여성들 보다 남성들에게 문제가 좀 많다는 면에서 남성들이 건강과 영양에 좀 더 신경을 쓰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비만율 증가가 뉴스에 많이 보도되었는데요?
보통 비만여부를 재는 측정치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학술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체질량지수라고 불리우는 BMI (Body mass index)지수입니다. BMI는 보통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데요, 몸무게는 kg, 키는 미터로 계산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몸무게 80kg에 키가 180cm인 경우는 80/(1.8)2으로 계산을 해야 하지요.
이 때 BMI값이 18.5 이하는 저체중, 18.5-25는 정상, 25이상은 과체중(비만), 30이상은 (고도)비만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 값은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분류하고 있지요. 하지만 서양에서는 과체중은 사실 비만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도비만이라고 하는 것, 즉 체질량지수 30이상이 진짜 비만이죠.
우리나라 성인 중에서 비만과 고도비만 (BMI≥25)을 합친 사람의 비율은 약 31.7%로 지난 10년간 5.7% 정도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는 36.2%로 지난 10년 동안 11.1% 증가했고 여성의 경우는 26.3%로 지난 10년 동안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이걸 보면 확실히 남성들이 좀 더 자기관리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체 : 26.0%(’98) → 29.2%(’01) → 31.3%(’05) → 31.7%(’07), 10년간 5.7% 증가
․남자 : 25.1%(’98) → 31.8%(’01) → 34.7%(’05) → 36.2%(’07), 10년간 11.1% 증가
․여자 : 26.2%(’98) → 27.4%(’01) → 27.3%(’05) → 26.3%(’07), 10년간 0.1% 증가
- 고도비만(BMI≥30kg/m2) : 2.3%(’98) → 3.1%(’01) → 3.5%(’05) → 4.1%(’07), 10년간 1.8% 증가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나이가 들어서 50대가 넘어가면 남녀 비만의 비율이 같아지고 그 이상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여성 비만인구가 더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외모지상주의, 특히 젊은 여성 외모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도비만만 본다면 전체 인구의 4.1%인데 OECD 평균은 14.6% 정도이고 사실 미국은 고도비만인구가 32.2%로 우리나라 비만인구보다도 높습니다. 그래서 전세계 OECD 국가중에 우리나라는 고도비만율이 낮기로 세계 2위, 미국은 높기로 세계 1위지요. 비만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일본입니다.
5. 그래도 흡연인구가 줄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인데요?
그렇습니다. 만 19세 이상 전체 흡연자는 25%로 조사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것입니다. 남성중에서 흡연자의 비율은 전체의 약 45%정도로 10년 전 조사결과 66.9%보다 약 21% 이상 줄었습니다만 아직도 미국 남성흡연자 비율인 23.9%에 비하면 두배 가까이 높은 편입니다. 여성의 경우는 현재 흡연자가 5.3%로 10%년 전보다 1.2% 감소했습니다만 미국 여성흡연자 비율 18.0%에 비하면 많이 낮은 편입니다. 아무튼 흡연자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요.
․남자 : 66.9%(‘98) → 60.9%(’01) → 51.6%(’05) → 45.0%(’07), 10년간 21.9% 감소
․여자 : 6.5%(‘98) → 5.2%(’01) → 5.7%(’05) → 5.3%(’07), 10년간 1.2% 감소
․소득수준에 따른 현재 흡연율(’07) : 하위 25% 31.1%, 상위 25% 20.0%
- 시작연령
․남자 : 20.8세(‘98) → 20.6세(’01) → 19.7세(’05) → 19.1세(’07), 10년간 약 1.7세 감소
․여자 : 29.3세(‘98) → 29.9세(’01) → 28.0세(’05) → 25.7세(’07), 10년간 약 3.6세 감소
- 간접흡연
․직장 : 51.0%(’05) → 37.4%(’07), 2년간 13.6% 감소
․가정 : 44.8%(’05) → 14.6%(’07), 2년간 30.2% 감소
6. 더 바람직한 간접흡연 감소추세
더 바람직한 경향은 간접흡연이 줄어들고 있는데 특히 가정에서 간접흡연하는 사람이 14.6%로 2년전 44.8%에서 30.2%나 줄었습니다. 즉 남성들이 집 안에서 점점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었다는 의미도 되겠죠. 직장에서의 간접흡연도 37.4%로 2년전의 51.0%보다 13.6% 줄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직장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여건 상 간접 흡연하시는 분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남성들의 문제점 한가지 더, 음주.
우리나라 남성들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흡연비율이 높고, 비만비율이 높아진 것과 아울러 한가지 더 문제는 음주율입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월간음주율 (월 1회 이상 음주하는 비율)이 57.2%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2년전의 54.6%보다 약간 높아진 수치이고 미국의 54.7%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이 마시는 수준 정도로 보입니다.
- 고위험음주 빈도(1회 이상/월) : 44.8%(’05) → 47.8%(’07)
-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 : 7.9ℓ('01) → 8.5ℓ('02) → 8.6ℓ('03) → 8.3ℓ('04) → 8.1ℓ('05)
※OECD Health Data,
2008하지만 이 통계를 남, 여 통계로 다시 잡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우리나라 성인 남성들의 월간음주율은 73.9%로 미국의 62%보다 약 12% 가량 높습니다. 반면 여성들의 월간음주율은 39.9%로 미국의 47.6%보다 약 8%가량 낮게 조사되었습니다. 결국 남성들의 음주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꽤 높은 편이고 이런 것이 비만율이 높게 나오는 것하고도 연관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8. 그러면 여성은 안심해도 되나요? NO!!!
하지만 사실 여성분들의 음주경향이 사실 상당히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고위험음주 빈도라는 것이 있는데요. 한번의 술자리에서 7잔(또는 맥주 5캔 정도) 이상을 마시는 남자 또는 한번의 술자리에서 5잔(또는 맥주 3캔 정도) 이상을 마시는 여자의 통계인데요. 이를 보면 남성의 경우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는데, 여성의 경우는 지난 2년동안 22.6%에서 28.7%로 약 6.1% 증가했습니다. 그러므로 여성의 음주율이 외국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술을 드시는 여성분들 음주량은 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9. 영양적인 측면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나트륨섭취
그 다음으로 식생활에 관련된 항목을 좀 살펴보기로 하죠. 영양에 관련된 지표들은 사실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흔히 섭취 칼로리(열량)라고 이야기하는 에너지 흡수에서는 필요추정량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필요추정량을 100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성인들의 평균은 87.5% 정도로 에너지 섭취가 과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이게 우리나라 비만율이 적기로 세계 2위를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반찬문화가 있어서 대체적으로 영양섭취는 고른 편인데요. 하지만 언제나 지적당하는 한가지, 바로 나트륨 섭취입니다. 우리나라 나트륨 섭취량은 충분섭취량 (상한기준)을 100으로 보았을 때 무려 311.5, 그러니까 3배 이상을 과다섭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트륨 과다섭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영양적 문제인데요. 소금뿐만이 아니고 간장, 된장 등 우리나라 식재료에 소금이 빠지지 않는데다가 대부분의 반찬과 국에도 소금이 많이 들어갑니다. 의식적으로 조금 덜 짜게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게다가 더 문제는 칼륨 섭취량은 부족하다는 것이죠.
10. 칼륨은 왜 더 먹어야 하나요?
칼륨은 나트륨과 길항작용을 하는 물질로서 우리 세포에서 세 분자 나트륨 이온이 빠져나가면 그 카운터파트로 두 분자의 칼륨 이온이 들어옵니다. 이 때문에 칼륨이 나트륨 함량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고 혈압강하, 신장결석 위험을 감소시키며 뇌졸중 위험을 줄이고 골밀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들이 관심을 끌었고 심지어 소금(NaCl)에 KCl을 섞은 저염소금이나 저염간장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칼륨섭취량은 충분섭취량의 56.8%에 밖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칼륨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은데, 주의할 점은 칼륨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고 칼륨이 많으면서 나트륨이 적은 것을 드시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보통 다양한 곡류에는 기본적으로 칼륨이 적당량 들어있고, 양송이, 아욱, 근대, 시금치, 죽순, 부추, 쑥갓, 참취, 물미역, 미나리, 쑥 등이며 과일 군중에는 바나나, 참외, 멜론, 천도복숭아, 토마토, 체리토마토, 곶감, 키위 등이 고칼륨 식품입니다. 참고로 오이는 대표적인 저칼륨 식품입니다.
하지만 투석이 필요한 심한 신부전증 환자에게는 칼륨섭취가 지나치면 치명적이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소위 “고칼륨혈증”이라는 병입니다. 이는 신장이 칼륨 배설을 제대로 못해서 피 속에 칼륨이 고농도로 존재하는 병인데, 근육의 힘이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의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하면 심장이 멎는 등 생명을 위협한다고 하는군요. 심한 신부전증 환자들은 야채나 과일도 조심해야 합니다. 얼마전 대한신장학회에서는 옥수수수염차 같은 고칼륨 함량 식품에 신부전환자들을 위한 경고문을 넣자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옥수수수염차를 마시고 정상적인 성인이 문제가 되려면 하루 106병을 마셔야 하므로 심각한 신부전증 환자가 아니시면 걱정마시고 칼륨섭취를 늘리시고 나트륨 섭취를 줄이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1. 나트륨과 칼륨말고 다른 것은? 칼슘섭취량이 줄고 있는 것도 문제!
영양섭취와 관련해서 마지막 문제는 칼슘섭취량이 계속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권장섭취량을 100으로 놓았을 때 우리나라 성인들의 칼슘섭취량은 63.6%에 불과하고 10년전 조사에 비하면 10년간 7.5%나 감소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칼슘은 뼈와 치아의 구성성분이고 근육의 수축과 신경 전달 물질의 방출, 심장 박동의 조절, 혈액 응고 작용 등에 관여하는 주요 영양소입니다. 칼슘의 섭취에 좋은 것은 다시마와 톳과 같은 해조류, 치즈나 우유 등 낙농제품, 케일, 브로콜리 등의 십자화과 채소들이라고 합니다.
12월에 이 통계와 관련된 좀 더 자세한 보고서가 발간된다고 하니까 그 보고서가 공개되면 오늘 못 다한 이야기들, 특히 질병관련 이야기들까지 묶어서 한 번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흡연, 음주, 비만, 그리고 영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는데요. 연말은 여러 가지 모임과 술자리가 많아서 건강을 소홀히 하기 쉬운 시기인데 지나친 음주나 회식보다는 의미있는 시간들을 많이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