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전자레인지 괴담. 한겨레21은 안병수씨를 해고하라!

얼마전에 한겨레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삼성에서 광고 끊기고 힘들다고 한겨레21이나 씨네21 봐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씨네21 신청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겨레 애독자이고 한겨레가 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믿으니까요. 하지만 한겨레21은 안병수씨가 글 그만 쓸때까지 안 볼 생각이에요.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화나게 한다 (한겨레21) 

위 글을 잘 보세요. 위 글에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전자레인지)가 위험하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윌리엄 코프의 주장과 한스 허텔 박사의 주장
2) 스탠포드 대학연구팀 주장
3) 연세대 원주 의대 김현원 교수의 주장

그럼 하나씩 볼까요?

1) 윌리엄 코프의 주장과 한스 허텔 박사의 주장

간단하게 이 글 (Fact vs. fiction) 하나만 읽어보시면 될 겁니다. 뭐 영어가 싫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모든 것은 스위스의 식품화학자 한스 허텔이 시작했습니다 (It all started with Hans Hertel). 1980년대 후반에 한스 허텔과 일곱 명의 동료 채식주의자들이 호텔방에 2개월동안 틀어밖혀서 우유와 채소만 먹었는데 전자레인지로 덥힌 우유를 먹은 사람들에게서 "암스러운 상태의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병리학적 초기단계 증상  (the initial stage of a pathological process such as occurs at the start of a cancerous condition)"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결과는 어디에도 논문이 되어서 실리지도 못했고 다른 사람에 의해 재현성이 검증되지도 않았습니다. 허텔이 뭘 측정했고 어떻게 측정했고 그런 것 하나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냥 잊혀진 것이죠. 이 "연구"에 대한 워싱턴 주립대학의 배리 스완슨 교수의 말입니다.

"Without knowing more about how he conducted his study, what he measured, how he measured it, and what he found, it's impossible to even begin to evaluate his findings," says Barry Swanson, a food scientist at Washington State University in Pullman. (그가 무슨 연구를 했는지, 무엇을 측정했고, 어떻게 측정했고 무엇을 발견했는지도 모르면서, 그의 발견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다음에 윌리엄 코프(William Kopp)라는 "미국 연구자"가 나타나서 한스 허텔을 부활시킵니다.  이 사람은 식품화학자도 아니고 그냥 "연구자"랍니다. 안병수씨는 "과학자"(과학자 욕보는군요)라는군요. 윌리엄 코프는 소련이 마이크로웨이브의 위험성을 알았다는 이야기를 퍼뜨립니다. 그리고나서 코프가 쓰기를 

"People who ingested microwaved foods showed a statistically higher incidence of stomach and intestinal cancers, plus a general degeneration of peripheral cellular tissues and a gradual breakdown of the function of the digestive and excretory systems," Kopp wrote (마이크로웨이브로 조리된 음식을 섭취한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위와 장의 암발생이 더 높았다. 그리고 일반적인 peripheral cellular tissues의 퇴화와 소화 및 배설 기능의 점차적인 파괴를 나타내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소련의 연구결과라는 것도 역시 발표된 적이 없고 현재 그 연구소는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윌리엄 코프는 가전제품 업계의 핍박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름도 바꾸고 사라져 버립니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 하는 겁니까? Fact vs. fiction 에 여기에 대한 다른 과학자들의 말이 나오니까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말이 아무런 검증없이 급속도로 인터넷에 퍼져버렸다는 겁니다. 그리고 식품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것이구요.  

조금 무식한 단순화지만 오른쪽으로 갈수록 해롭고 왼쪽으로 갈수록 안전해보이지 않나요? (source: http://www.sciencelearn.org.nz/)


 
2)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결과

이런 경우가 제일 힘들죠. 대체 스탠포드의 누가 한 연구냐 말이죠. 할 수 없이 Pubmed에서 microwave와 stanford를 검색어로 찾으니까 나오는 논문은 31편. 그 중에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과 관련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논문은 아래의 것 밖에 없네요.

Effects of microwave radiation on anti-infective factors in human milk.

그런데 위 논문을 가지고 안병수씨가 컬럼에서 주장한 “전자레인지에 의해 인체 면역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됩니다. 저 논문은 얼려놓았던 모유의 성분을 전자레인지로 녹일 때 항체나 라이소자임 등의 모유속 항감염인자(anti-infective factors)의 손실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논문인데요. 항체나 라이소자임 모두 단백질들인데 당연히 얼렸다 녹이면 활성이 떨어질 것이고 게다가 전자레인지로 98도까지 돌린 경우는 더 떨어지겠죠. 그걸 가지고 면역력 약화라고 말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볼 수 밖에요. 끓는 물로 녹인 것에는 활성이 살아있고 전자레인지로 녹인 것에는 활성이 죽었다면 또 모르지만 말입니다.  
 
3) 연세대 김현원 교수의 알칼리수

이분의 연구는 아무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분의 알칼리수가 뭔지는 본인도 정확히는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 분의 책을 보고 설명을 들어도 솔직히 이해가 안갑니다. 예전에 김현원 교수의 신동아 기사가 논란이 되었는데, 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원리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그냥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왜냐하면 지금으로서는 본인의 표현대로 초과학적 영역이니까요. 하지만 초과학적 영역은 초과학으로 남겨 두어야지요. 전자파에 의해 물의 치유 효능이 손상된다고 하는 것 역시 "현재로서는" 검증불가의 영역이니까요. 

다만 이분이 육각수니 측정불가능한 정도의 약한 수소결합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당연히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그런 수소결합들이 헝클어지겠지요. 그런데 so what? 그게 전자레인지의 유해성과 무슨 상관이죠?  김현원 교수님의 알칼리수는 그냥 가열하면 괜찮고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만 문제가 생기나요? 



결론적으로 안병수씨의 저 글에서 과학적 근거라고 예를 들어놓은 것들은 과학적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지식인들이 폭로하는 전자레인지의 치부"니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에 경종을 울리는 학자들은 그 밖에도 많다"며 예를 들어 놓은 "미국의 과학자인 윌리엄 코프", "스위스의 한스 허텔 박사", 모두 과학적으로 별로 의미없는 분들이구요. Pubmed에서 찾아보면 microwave와 관련된 저 사람들 논문이 한 편도 없어요.  

게다가 안병수씨 글이 더 넌센스인 이유는 "전자파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자연이 만드는 전자파는 오히려 더 좋다. 그 유명한 원적외선이 바로 그것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 원적외선을 많이 쬐어주면 속까지 고루 익을뿐더러 맛이 훨씬 좋아진다."라는 것입니다. 이건 대학 1학년 물리나 화학만 배웠어도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자연이 만드는 전자파는 더 좋다? 그러면 자외선도 몸에 좋겠군요. 그리고 식품저장학 교재에 보면 원적외선은 식품 내부 깊이까지 침투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마이크로웨이브는 채소류 가공시 물에 넣고 가열하는 것보다 비타민 손실이 적은 방법이라고 나와 있구요. (식품가공저장학 김덕웅 외, 광문각 p89; 식품가공저장학, 장학길 외, 라이프사이언스 p49 )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럴리는 거의 없지만 마이크로파를 사람이 직쩝 쬔다면 당연히 나쁠 것이고 전자레인지 마그네트론을 직접 쳐다보는 것도 눈에는 나쁠 겁니다. 누구도 그걸 부정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려면 적어도 제대로된 근거를 가지고 주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별 생각없이 한 이야기들이 구전되어 책이나 기사에 기록되고 그걸 다시 인용해서 마치 사실인양 호도되는 방식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니까요.

잠깐만요. 그렇다고 전자레인지에 넣어서는 안되는 물질까지 집어넣고 가열해서 환경호르몬이 나오게 한다든가 하는 그런 것까지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시겠죠? 그리고 Fact vs. fiction에도 혹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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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래는 William 
Kopp의 원전이라고 알려진 문서인가 본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http://www.lessemf.com/mw-stnds.html#AREC

인용해놓은 몇몇 논문을 찾아봤는데 사실과 다른 것들이 많아요. 1989년 12월 lancet에는 Lita Lee라는 사람의 논문이 없습니다. 그대신 Aminoacid isomerisation and microwave exposure.라는 제목의 논문이 하나 있군요. 이 문제에 대해선 나중에 나온 Free amino acid concentrations in milk: effects of microwave versus conventional heating이라는 논문이 답이 되겠네요. 논문 초록의 맨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씌어 있습니다.   

Also, considering few variations of free amino acid concentrations and the time saved, microwave heating appears to be an appropriate method to heat milk. (자유 아미노산 농도의 변화와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마이크로웨이브로 가열하는 것은 우유를 가열하는 적합한 방법으로 보인다.)


댓글 17개:

  1. 대... 대단하시다능...!



    저는 요즘은 귀찮아서 저 사람 글은 상대하기도 싫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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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기불이 - 2008/12/11 14:56
    안병수씨 제자리 찾아주기 운동이라도 해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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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째 이상하다 했다...ㅎㅎ

    저 양반의 주장 중에 이런것도 있었던거 같은데...

    미국 부유층은 전자레인지를 쓰지 않는다. 왜 안쓰겠냐....이런거...



    정말 왜저러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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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각얼음 - 2008/12/12 00:22
    아무래도 저 양반의 사회적 역할은 어느 정도 끝이 난 듯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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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병수씨의 사회적 역할은 어느 정도 끝이 난 듯하여라(2)



    요즘 너무 앞서나가시는데다가 억지로 짜내는 것인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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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양깡 - 2009/01/19 14:11
    이번 주의 "우유의 복수, 알레르기"라는 글도 너무 어이없는 글인데, 제가 바빠서 그냥 두고보는 중입니다.^^

    http://h21.hani.co.kr/arti/sports/health/241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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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rackback from: 전자파의 위해성 : 휴대전화와 전자레인지
    (이 포스팅은 지난 저의 두 포스팅 "전자레인지 괴담. 한겨레21은 안병수씨를 해고하라!" 와 "휴대전화는 뇌종양을 유발할까요?"와 그 레퍼런스들을 방송용으로 재편집한 것입니다.) ------------------------------------------------------------------------------ 지난 주에 모 포탈 사이트의 건강 관련 부분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중의 하나가 “'휴대전화, 뇌종양 유발' 충격!”이라는 자극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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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트랙백 걸기가 안되네요.



    우유의 복수란 글을 보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포스팅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이오님의 글을 인용하고 링크하였습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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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한정호 - 2009/01/20 22:07
    왜 트랙백이 안될까요?

    아무튼 전부터 선생님 글을 즐겨보던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요즘 스펀지 프로그램 보시나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안병수씨 제자리 찾아주기 운동이라도 한 번 해야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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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근데 음식을 전자렌지에 데워먹으면 맛이 다른 조리법보다 안 좋다고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사지 않고 있습니다만 .... 오븐용찜기 광고에서도 그런 내용이 있어요.

    뭔가 안 좋은 현상이 일어나서 맛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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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박석순 - 2009/01/21 00:01
    맛이 안좋아진다는 것은 안좋은 물질이 생겨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리방법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고기를 삶아먹느냐 구워먹느냐 쪄먹느냐에 따라 다 달라지죠. 또한 맛은 철저하게 기호와 문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맛이 좋다, 나쁘다는 사실 과학에서 다루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원리로 볼 때 뭔가 (건강에) 안좋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맛에) 안좋은 현상은 있을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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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재밌게 잘 봤어요~~ 근데 다음블로그랑 통하기 이런건 안되나봐여.

    계속 올려면 즐겨찾기 방법밖에 없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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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미키미니 - 2009/01/21 17:12
    네, 원래 티스토리가 이웃만들기 기능이 없어서 외로운 블로그라고 하죠. 저도 좀 낯을 가리는 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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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한정호씨의 링크를 타고 들어와서 요 글을 봤는데

    안병수 그 양반, 극도의 자연주의자 이런 상태로 변해가는 중인 것 같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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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난 전자레인지 안 씁니다. 인간이 아직 모든걸 다 밝혀낸것도 아니지만 전자파 분명 유해합니다. 시간 절약? 먹을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으로 축복으로 여겨야합니다. 조금 더 음식조리에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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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trackback from: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화나게 하지 않고 안전하게 한다?
    전자레인지로 익힌후 구우면 발암물질↓ 돼지고기나 생선의 경우 삶거나 찌면 불에 직접 굽는 조리법에 비해 헤테로고리아민은 70-97%를 감소시킬 수 있다. 구이 요리를 할 때에도 조리방법과 양념을 적절히 활용하면 발암성 물질 생성이 줄어든다. 다진 쇠고기로 만든 패티를 굽기 전 전자레인지로 익힌 후 육즙을 버리고 조리하면 헤테로고리아민의 양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다른 육류와 생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뭐 알고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만  기사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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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구글에서 딱 저 세가지 주장들을 정리해놓은 영문글을 읽고서 후덜덜하여 네이버에서 한글 자료들을 찾다가 여기서 안도하네요- 휴우..

    데워먹는게 조리해먹는것보다 맛이 안좋은 이유야.. 불조절도 안되고 중간중간 재료 첨가도 안되니 당연한거겠죠^^ 바글바글 끓는 물에 라면끓여먹는거랑 물+면+스프 한번에 데우는거랑 다르듯..

    저는 하숙집 반찬이 부실할때마다 전자레인지로 반찬 만들어 먹는데.. 불로 요리한 부실한 반찬보다는 확실히 전자레인지로 끓인 찌개가 더 맛나지요..

    근데..안병수씨.. 설마 구글의 그 글.. 그대로 번역한건 아니겠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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