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혈액형을 보통 A, B, AB, O 이렇게 4가지로 나누는 것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사람의 적혈구 세포는 그 표면에 여러가지 항원인 단백질과 지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어떤 표면 물질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A, B, O, AB 이렇게 나눠지는 것이죠. 반면에 혈청 속에는 항원과는 다른 항체가 있어서 자기와 같은 타입이면 응고가 안되고 다른 혈액형이 들어오면 응고가 되는 것입니다. 아마 여기까지는 고등학교 시간에 이미 배우신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항원의 차이라는 것은 항원 단백질의 차이가 아니라 단지 당스핑고지질 (glycospingolipid) 끝의 당 1개의 차이일 뿐입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항원은 Gal-GlcNAc-Gal의 기본구조에 Fucose (또는 Gal)와 GalNAc이 붙어있는 약 5개의 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맨 마지막 GalNAc이 없으면 O형 항원이고, fucose가 있으면 A형, Gal이 있으면 B형, 두 당이 섞여 있으면 AB형이 되는 것입니다.

이 차이만 놓고 본다면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논하는 것이 좀 우습다고 할 수 밖에요. 그 차이라는 것이 결국 당 1개의 차이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산병원 혈액은행의 친절한 설명을 참조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가 당전이 효소이므로 참고할 만한 부분만 인용하면,
ABO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9번 염색체(9q34)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ABO 유전자와 Hh 유전자 그리고 Se 유전자에 의해 적혈구를 비롯한 우리몸의 각 장기와 조직 그리고 타액 등에 ABO 혈액형이 표현됩니다. A 유전자와 B 유전자는 우열이 없이 각각 co-dominant하게 ABO 혈액형을 표현합니다. 즉 A유전자와 B유전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은 A형과 B형의 혈액형이 동시에 표현되어 AB형이 됩니다. A 유전자는 N-acetylgalactosaminyl transferase라는 효소를 만들어 glucose-galactose-N-acetyl glucosamime-galactose-fucose의 구조를 가지는 H chain 끝에 N-acetylgalactosamine을 붙여주어 A형 항원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B 유전자는 H chain 끝에 D-galactose를 붙여주는 galactosyl transferase라는 효소를 만들어 B형 항원을 만듭니다. 그런데 O 유전자는 이런 당전이 효소(glycosyl transferase)를 만들 수 없으므로 H chain만을 표현합니다. Hh 유전자는 H chain을 만드는 fucosyl transferase라는 효소를 만들고 Se 유전자는 타액내 단백에 ABO 혈액형을 표현하는데 필요합니다. (참고: 서울아산병원 혈액은행)
하지만 적혈구의 표면에는 ABO type 항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여러가지 다른 항원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잘 아는 것이 Rh 항원이지요. 한국인들은 Rh- 혈액형이 0.4%가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미국인의 경우는 16%나 된다고 합니다.

일본 원숭이센터에서는 고릴라 피와 사람 피를 혼합해 응고 반응을 측정 했다. 그 결과 고릴라의 혈액은 사람의 B형 혈액과 응고 반응이 일어나지 않음을 발견했다. 따라서 일본 원숭이센터에서는 모든 고릴라 혈액형은 B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음... 이 내용만 가지고 이야기하기는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릴라 적혈구의 B 항원 당쇄구조를 보지 않고서는 말이죠. 하지만 왠지 사회 일각에서(?) B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을 고릴라 보듯이 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하는군요. ^^
(그림은 전부 위키피디어에서 가져왔습니다.)
trackback from: B형 남성의 희소식, O형으로 혈액형을 바꾸는 효소?
답글삭제지난 번 "고릴라의 혈액형은 전부 B형? (혈액형과 당생물학)"에서 썼던 내용인데 오늘 재미있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혈액형을 바꿔주는 효소를 미생물에서 발견했다는 뉴스인데요. "A·B·AB형 혈액 O형으로 전환가능" (한국일보) 혈액형 상관없이 수혈 가능해진다 (조선일보) 이 기사들의 원문이 되는 뉴 사이언티스트에 나온 기사도 참고하시고 아예 원문을 보시려면 몇일 기다리셔야 겠습니다. 아직은 4월호가 정식으로 나오진 않았네요. 하지만 학교에 계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