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31일 화요일

성공 뒤의 아버지, 아버지는 돈만 벌어오는 사람이 아닙니다.

김연아 성공뒤엔 아버지도 있었다
(어머니) 박씨가 딸에게 처음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게 하고 지난 13년간 코치, 매니저, 운전기사 등 ‘1인 다역’을 수행했다면, 아버지 김씨는 전지 훈련비, 개인 코치비, 아이스링크 대여비, 의상비 등 대부분의 비용을 감당하며 딸의 선수생활을 떠받쳐왔다.
김연아 선수의 성공뒤엔 당연히 아버지께서도 많은 역할을 하셨겠죠. 그런데 아버지께서 하신 일은 오로지 돈 벌어서 뒷받침한 것 처럼 쓴 기사를 보니 조금 씁쓸하네요. 너무 어머니만 부각되니까 이런 기사를 쓴 것 같은데, 좀 더 취재를 해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질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또는 여러가지 면에서 뒷받침을 많이 하셨지 않겠습니까?

이럴 때 한 번 듣는 음악, 싸이의 <아버지>



 

라면이 어린이 유해식품? 라면은 억울해요!

얼마전에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어린이 학교 주변의 햄버거, 컵라면 등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학내 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라면 업계에서는 라면이 거기에 포함된 것은 억울하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배고픈 추억과 떼어놓을 수 없는 라면

영화 <넘버 3>의 명장면 중의 하나가 있는데 송강호씨가 불사파 조직원들을 데리고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장면입니다. 그 때 라면만 먹고 금메달 3개나 땄던 임춘애 선수를 현정화 선수와 헷갈리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아마 80년대 초등학교 이상 다니셨던 분들은 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임춘애 선수를 모두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당시 “라면 먹으면서 운동했어요. 우유 마시는 친구가 부러웠구요.”라고 인터뷰를 해서 소위 라면 소녀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그건 언론사의 오보라고 하더군요. 이 외에도 힘겨운 나날을 보냈던 수많은 분들이 지겹게 먹었다는 음식에 라면이 언급된 예는 매우 많습니다. 실제로 먹을 것이 없었던 70-80년대에 가장 싼 값에 한 끼 식사를 때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라면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2. 라면의 탄생? 인스턴트 라면과 생라면

라면은 인스턴트 라면과 생라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생라면의 역사는 100년이 넘습니다. 생라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에다가 고기국물을 넣어서 먹는 면으로 일본에서는 생라면 가게가 매우 많고 인기도 높습니다.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라면과 같이 끓는 물에 건조된 면을 넣고 끓여먹는 라면은 인스턴트라면이라고 하는데 인스턴트 라면이 본격적으로 출시된 것은 1958년으로 일본의 닛신식품에서 치킨라면을 그 효시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닛신식품의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가 면을 기름으로 튀기는 것을 보고 라면을 만드는 방법을 착안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에 처음으로 라면이 판매되기 시작했고 당시 가격은 10원이었다고 합니다. 자장면이 30원이었다고 하니까 아직도 상대적으로 라면값이 다른 식품에 비해서 비싼 편은 아닙니다. 그 후로 시장 규모는 60년대에 비해서 5만배 성장했고 (현재 시장규모 1조 5천억), 현재는 160여종의 라면이 생산되고 있으며 2007년 통계로는 우리나라에서만 약 34억개나 팔렸다고 합니다. 1인당 연간 70개를 먹는 셈이죠. 몇차례 방송에서 다뤄진 적이 있는데 러시아에서는 도시락면이 비싼 안주로 팔리고 있다고도 하지요.
 
3. 공업용 우지 파동

아마 지금 40대 이상인 분들은 모두 기억하실 것으로 생각하는데 1989년 겨울에 소위 “공업용 우지 파동”이 일어납니다. 당시 검찰에서 삼양라면 회사 등에서 공업용 우지를 라면에 사용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서 100만 박스 이상의 라면을 폐기 처분하고 3,000여명의 직원 중 1,000여명이 이직하는 사태가 났으며 그 회사는 ‘90년대 초까지 수백억원의 적자에 허덕이게 된 사건이었죠. 아울러 많은 소비자들이 “라면은 기름이 몸에 나쁘다”고 착각하게(?) 만든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라면을 끓일 때는 기름을 한 번 빼고 끓이면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시죠. (삼양라면이 농심에 앞서다가 공업용 우지파동 때문에 1위 자리를 빼았겼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농심은 우지 파동 이전인 1985년에 이미 라면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4. 희대의 실수와 식약청 위해분석 map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식품안전사고를 잘 정리한 웹사이트가 있는데 여기에는 사회, 경제적인 파장을 -5에서 +5까지, 그리고 실제 위해 크기를 -5에서 +5까지로 분류해서 위해 지도를 그려놓았습니다. 이것을 위해분석 map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사회, 경제적인 파장이 -5인데 위해크기가 +5이면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인데 사회적으로는 큰 파장이 없이 넘어간 것이 되고, 반대로 사회, 경제적인 파장이 +5인데 위해크기가 -5가 되면 실제로는 별로 위험하지 않은데 사회적으로는 큰 파장이 일었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에서 사회, 경제적인 파장이 +5로 매우 컸지만 실제 위해크기가 -5였던 사건이 딱 두가지 있었는데 바로 라면의 공업용 우지 파동과 포르말린 골뱅이 통조림 파동이었습니다. 두 사건 모두 당시에는 엄청난 비난과 회사의 도산 등을 경험했던 사건이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 사건이었고 법정에서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었죠. 삼양라면이 무죄 판결을 받는데 무려 8년이 걸렸으니 당사자들에겐 소잃고 외양간 고친 셈이었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60년대부터 국민에게 동물성 지방분을 보급한다는 취지에서 우지를 수입, 정제하여 식용우지로 사용할 것을 정부에서 추천하였기에 사용했었고 우지를 정제하는 비용이 타사의 식물성 유지보다 값이 더 비쌌으며 당시에는 식품성 유지들은 원유 상태에서는 모두 비식용이었던 것이죠. 아무튼 이 파동은 우리나라에서 식품 안전에 관해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하나이자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은 사건입니다. 

5. 그런데 라면이 어린이 유해식품인가요?

최근 어린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3월 22일부터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학교 및 학교주변 200미터 범위 내 통학로를 중심으로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식품안전보호구역내 학교 및 우수판매업소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실시하기로 했고 올 한 해 동안은 계도기간으로 하고 1년 동안 식품업계의 영양성분 재조정을 유도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대표로서 어린이 영양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는 피자, 햄버거, 컵라면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식품을 “어린이 영양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지정할 것인가 인데요. 현재로서는 과자나 초콜릿·아이스크림의 경우 열량 500 kcal 또는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제품,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의 경우 1회 제공량당 열량 1천 kcal 또는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제품, 을 일단 그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피자, 햄버거, 컵라면 등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제품이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피자, 햄버거, 컵라면이 다 어린이 영양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죠. 
 
6. 라면에 대한 몇가지 오해

1) 라면은 기름으로 튀겨야만 한다?
아닙니다. 라면을 기름으로 튀기는 이유는 라면의 맛을 좋게 하기보다는 건조를 위해서입니다. 면은 수분을 흡수하면 보존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름에 튀겨서 유효기간을 오래 지속되게 하는 것이 튀기는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요즘에는 건면이라고 해서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도 나오고 있습니다. 

2) 라면은 방부제가 많이 들어있다?
이것도 라면의 유통기간이 길어서 생긴 소문으로 생각되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름에 튀겨서 면 속의 수분함량을 극소화했기 때문에 유통기간이 긴 것이지 방부제가 들어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3) 라면은 칼로리가 높다?     
실제로 보통 라면 1봉지의 칼로리는 약 500kcal 정도로 앞서 말씀드린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달걀을 하나 풀고(75 kcal) 밥을 한공기 (300 kcal) 말아서 드시면 전체 칼로리는 꽤 높아집니다 (약 875 kcal).  

7. 라면의 가장 큰 문제는? 나트륨

라면을 먹는데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지나친 나트륨 섭취입니다. 나트륨은 일반적인 면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데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것은 칼국수이고 우동, 라면, 냉면 등에 상당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물을 내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면을 반죽할 때 소금을 넣기 때문입니다. 소금을 넣으면 밀가루의 단백질인 글루텐의 점탄성이 증가해서 반죽의 탄력이 좋아지고 면이 쫄깃하게 되지요. 그리고 건조시에 피막경화현상이 방지되고 미생물 발육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라면 한 봉지 안에 들어있는 나트륨의 양은 약 2,000mg (2g) 내외로 WHO의 성인 1일 권장섭취량에 해당합니다. 소금으로 환산하면 약 5g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보통 라면을 먹을 때 김치와 함께 먹는데 소금으로 절이는 김치에도 나트륨 함량이 꽤 높습니다. 배추김치 10조각에 보통 나트륨 함량이 1,000mg 정도 되지요. 그러므로 하루에 여러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는 것은 지나친 나트륨 섭취를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나트륨의 1일 권장 섭취량은 각 나라마다 다른데 우리나라는 나트륨 섭취가 워낙 높은 편이라서 WHO의 기준보다 훨씬 높은 3,500mg이었다가 2006년에 2,000mg으로 하향조정 했다고 합니다(다른 자료에선 아니라고 하기 때문에 이건 사실 확인이 필요). 미국도 2,400mg이었다가 1,500mg으로 낮추었다는군요.   

8. 나트륨을 많이 먹었으면 야채와 과일을??? 

사람의 몸에서 나트륨과 칼륨은 서로 반대의 작용을 합니다. 세포에서 나트륨 3분자를 빼내는데 칼륨 2분자가 필요하지요. 그러므로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칼륨이 많은 야채와 과일 섭취를 하시도록 영양학자들은 권고하고 있습니다. 칼륨이 많은 음식으로는 양송이, 아욱, 근대, 시금치, 죽순, 부추, 쑥갓, 참취, 물미역, 미나리, 쑥 등이며 과일 군중에는 바나나, 참외, 멜론, 천도복숭아, 토마토, 체리토마토, 곶감, 키위 등이 있습니다. 참고로 오이는 아닙니다.

아무튼 라면을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적당한 열량과 고른 영양”이라는 대원칙을 준수하는 수준에서 라면을 드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2009년 3월 30일 월요일

오늘 본 허걱 뉴스

장씨 유족, 잇단 '증언'에 고통의 나날

대표적으로 한 스포츠지는 장자연이 자신에게 심경고백을 했었다고 주장하는 '왕첸첸'이라는 남자가 보낸 편지를 공개했는데 경찰 수사 결과 이 남자는 장자연과 무관한 우울증 환자로,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도 저 왕첸첸이라는 사람의 편지에 관한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 그게 가짜였군요. 신동아의 가짜 미네르바 사건도 그렇고 저 왕첸첸 사건도 그렇고 대체 우리 언론들 왜이러는 겁니까? 사실 확인은 좀 확실히 하고 보도하셔야지요!


2009년 3월 29일 일요일

티스토리 유입경로 오류는 저만 그런 것인가요?

지난 27일 금요일부터 티스토리 유입경로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으시는 분들은 rss나 북마크로 오시는 분들이 드물고 거의 대부분이 검색엔진에서 자료 찾다가 오시는 분들인데 (아마 레포트 자료 찾는 대학생이 제일 많을 것입니다.) 유입경로가 없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혹시 저만 그런 것인가요? 아니면 다른 분들도 그런가요? 다음에다가 문의를 보냈는데 주말이라서 그런지 감감 무소식이네요.

(오전에 검색해봤을 때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방금 다시 구글링을 해보니까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릴레이]나에게 영감을 주는 블로그

흠... 학과 MT를 떠나기 직전 마바리님의 댓글에 이 릴레이를 이어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이 이야기를 제대로 하자면 무진장 길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부탁을 거절하기도 죄송하고 그랬습니다. 양깡님의 포스팅을 보면서도 생각해 본 것이지만 세상에 제가 염감을 받는 블로그를 궁금해할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된다고 말입니다. 게다가 저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도 그렇지만) 낯을 가리는 편이라서 제가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또 드는 생각이 '뭐 꼭 아는 사람을 해야되는 것은 아니잖아', 이런 생각에 미치게 되자 어차피 이런 릴레이가 우리가 잘 모르는 좋은 블로그들을 서로 소개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니까 부담없이 제 북마크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할 일이 태산인데 말입니다.^^

한 마디만 더 잡설을 늘어놓고 본론에 들어가자면 이런 릴레이가 시작될 때 들었던 첫번째 생각은 "케빈 베이컨 게임"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바대로 "헐리우드의 배우들이 2-3단계만 거치면 케빈 베이컨과 연결된다"는 게임이죠. IMDB에 등록된 배우들인 경우 제 아무리 멀어야 한 다섯 단계만 거치면 케빈 베이컨과 끈이 닿습니다. 우리나라 배우들도 대부분 3-4단계면 케빈 베이컨과 연결되죠. 방금 다시 해보니 유해진, 안성기, 송강호, 장미희, 김태희 모두 케빈 베이컨 넘버가 3이네요. 

그런데 케빈 베이컨 게임을 하다보면 재미있는 것을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소위 "허브"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유해진, 안성기 모두 케빈 베이컨과 연결될 때 "장쯔이"를 통해서 연결되지요(예전에는 박중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렇게 사람과 사람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허브들이 소위 막강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아마 인터넷상에서 유명블로거나 파워블로거라고 알려진 분들이 여기에 속하겠지요. 

그런데 사실 많은 경우 사람들이 영감을 받는(그냥 "애독하는" 정도로 하지요) 블로그가 그런 허브들하고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제가 애독하는 블로그는 양깡님이나 마바리님이 말씀하신 분들하고 비슷하다는 말이죠. 그리고 이미 제 블로그 우측 하단의 링크에 대충 나와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좀 다른, 이미 다른 분들에게서 언급되지 않은, 숨어있는(?) 블로그를 한 번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긴 잡설을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 릴레이는 여기서 끝날 가능성이 높은데, 뭐 어차피 한 사람이 여럿씩 소개하고 그랬으니까 다른 분에게서 또 계속 이어져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론이 길었으니까 본론은 짧게하지요. 제가 구글 리더에 넣어놓고 즐겨보는 분들의 블로그는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Scieng)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2002년인가 한겨레신문에 실린 여인철 박사님의 칼럼을 시작으로 이공계 기피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를 때 만들어진 단체죠. 그 사이트에는 내공이 만만찮은 분들이 꽤 여러 분 계신데 거기서 임호랑이라는 분의 글이 유독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호랑은 필명이셨고 실명은 임춘택님. 얼마전부터는 KAIST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대학 교수로서 블로거로서 그리고 전공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또한 사회에 무관심하지 않은 시민으로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생각하게 해주는 블로그입니다.



제 친구의 소개로 알게된 부산일보 박종호 기자님의 블로그입니다. 이 분 블로그를 보면 솔직 담백한 느낌이 좋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또는 부러워하는? 또는 츤데레하는?) 블로그가 먹는 것 잔뜩 올려놓고 품평하는 블로그인데 (솔직히 외국 살 적에는 정말 그런 블로거들을 원망했었습니다.) 바로 이와 관련된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시죠. 하지만 단순한 식당 품평이 아니라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오히려 풍성하게 들을 수 있답니다. 게다가 문화에 관한 내용까지 말이죠.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제가 본 최고의 커뮤니티는 안티조선 우리모두였습니다. 특히 초기 우리모두에는 당시 온라인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정말 많이 모였었습니다. PC통신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에서 소위 "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은 거의 다 왔다 간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중에서 독특한 독설(?)과 내공으로 인상적이었던 분이 고(故) 양신규 뉴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였습니다. 온라인에서 어떤 사람이랑 논쟁하다가 말고 앨런 그린스펀인가 만나러간다고 해서 뜨악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런데 너무 아깝게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셔서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그 양신규님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 꽤 많은데 그 분을 추모하는 몇몇 분들이 만든 팀블로그가 바로 Skynet for Beautiful Mind 입니다. 국내에서 교수하시다가 다시 MIT에 유학중이신 하킴님과 현재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 오돌또기님을 주축으로 주로 미국에 계신 분들의 경영, 경제, 사회 문제들에 대한 재미있는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포스팅들이 많이 있습니다. 



Crete님을 숨어있는 블로거라고 하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이 참에 팬심을 드러내고 싶어서 이 목록에 Crete님을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논쟁을 하시다가 얼핏 들으니 전공이 저와 비슷한 것으로 아는데 전공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거기에 "밀매"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논객(실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입니다만 crete님에게는 딱 어울리죠)으로 Crete님 같은 분이 드물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박학다식함보다는 다양한 자료를 찾아내는 성실함이 더 끌리는 분이죠. 예전에 잠깐 같은 사이트에 글을 올리곤 했는데 제가 과연 누구인지 기억하실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마지막 블로그는 위의 블로그들과는 조금 다른, 하지만 어쩌면 비슷한, 미국의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 팬사이트입니다. 스티븐 콜베어는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으로서 코메디 센추럴이라는 케이블 TV의 <콜베어 르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가장 (극)우적인 Fox TV의 프로그램 빌 오라일리 쇼(The O'Reilly Factor)를 패러디한 쇼 프로그램인데, 사실 미국에 살던 때는 전혀 안보던 프로그램이었으나 이 블로그를 통해 재미를 붙여서 열심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팬심이 만들어낸 놀라움이죠. 



자, 이것으로 이 릴레이 (미도리 --> 민노씨 -->필로스 --> Your sun--> 양깡 --> 마바리 --> 바이오매니아 --> ??? )를 마치려고 합니다. 휴우, MT 다녀와서, 졸린 눈 비벼뜨고, 해야할 일 쌓아놓고, 가족들 눈치봐가며, 이 포스팅을 작성했는데, 아무래도 더 이상 릴레이는 진행될 것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위의 다섯 분들과 저는 한 번도 개인적으로 인사를 나눈 적도 없고 댓글을 나눈 적도 없기 때문에 이 릴레이를 이어주세요, 라고 뜬금없는 부탁을 할 처지가 못되기 때문이지요. (빈라면님과는 한 두번 정도 있었군요)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제가 즐겨찾는 분들을 소개하는 기쁨을 가진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그래도 혹시 저 위에 계신 분 중에 한 분이라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지요? 그러려면 여러분들이 제 사이트를 통해서 저 블로그들에 자주 들어가보시는 방법말고는 없겠네요.



 

2009년 3월 27일 금요일

식약청을 동네북으로 만들면 모두가 손해

간만에 정부 옹호하는 소리 한마디 해볼까 합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태반주사제들이 식염수랑 효능이 비슷하다는 놀라운(?) 뉴스가 나왔습니다. 오늘 헬스로그에도 거기에 대한 포스팅이 올라왔더군요. 저야 그 쪽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대체 그 속에 뭐가 들었길래, 그런 궁금증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헬스로그를 다시 뒤져보니 예전에 양깡님께서 올리신 글도 있더군요. 그런데 제가 한마디 보태고 싶은 것은 이런 것입니다. 오늘 올라온 헬스로그의 "태반주사 40% 허가 취소, 효과 논란 계속될 듯"의 일부입니다
식약청도 태반주사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순 없어 보이며 당초 태반주사제의 허가를 내줄 때 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떠안아야 할 판입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강XX 사무국장은 “식약청이 처음 태반주사제 허가를 내줬을 때는 제약사들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을 것”이라며 “제품이 수년 간 유통돼 소비된 후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은 것은 식약청의 큰 실수며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식약청이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책임이 있는지 따져도 봐야겠지요. 하지만 식약청이 허가를 내줄때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 잘못일까요? 가끔 많은 언론에서, 예를 들면 GMO 논란 같은 경우, 미국의 FDA가 GMO허가를 내주었는데 몬산토의 결과만을 가지고 내주었다고 비판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게 잘못일지 한 번 생각해보자는 말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고 식약청이 자체적으로 태반주사의 효능을 검증해서 허가를 한다고 한다면 대체 얼마나 방대한 조직을 식약청이 운영해야 하는 것일까요? 과연 모든 회사의 모든 의약품과 식품을 다 검사해서 허가한다고 한다면 그게 가능할까요? 

하나의 제품이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때로는 정말 쓸데없는 것 같은 자료를 내야하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경제인들은 툭하면 "규제 완화"를 부르짖곤 하지요. 제품을 만들어서 자기네가 테스트한 결과만 가지고 허가가 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공신력있는 품질 검사 기관에서 다시 검증을 받습니다. 문제는 맘만 먹으면 어디서든 원하는 데이터만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가 생각할 때 식약청은 제대로 된 자료를 가지고 왔는지,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실험을 제대로 했는지, 그 결과가 믿을만 한 지를 심사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처음의 자료에는 효과가 있었다고 나왔는데 이번처럼 아니라고 한다면 그 때 실험결과에 무슨 잘못이나 오류나 비리가 있었는지 찾아내야죠. 그리고 그 잘못이 회사의 잘못인지 검사기관의 잘못인지 밝혀내고 처벌할 내용이 있으면 처벌하고 책임을 물려야겠지요.  

하지만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대체 정부는 뭘하고 있는 것이냐?"고 질타하는 것은 이제 식상합니다. 이 말을 정부를 옹호하는 뜻으로 오해하지 마세요. 정말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바란다면 식약청을 동네북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적확하게 식약청의 잘못은 무엇이고 업체의 잘못은 무엇이고를 가려서 매를 치더라도 쳐야한다는 뜻이죠.

예전에 강준만 교수가 우리나라는 모두 "대통령바라기"라는 투의 글을 쓴 기억이 나는데, 이를 테면 양측의 이견을 가지고 합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정부가 해야 한다는 식으로 양쪽다 정부만 타박한다는 것이지요. 그 글이 생각나서 주제넘게 한마디 했습니다.

2009년 3월 26일 목요일

세계 경제가 한 연구자에게 미치는 영향

지난 주 토요일 랩미팅을 하는데, 요즘 아세토나이트릴 수입이 안되어서 다른 용매를 써서 HPLC를 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대체 저게 뭔 소린고? 아세토나이트릴 (ACN)이 다 떨어졌다는 이야기인줄 알고 그럼 다른 데 거라도 사서 쓰든지, 미리 미리 준비를 해놓아야지, 잔소리를 하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아예 전세계적으로 ACN 생산이 안된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죠. 그러고 나서 오늘 후배의 블로그에 올려진 wiki를 보았더니 정말 world wide shortage라는 소리가...
As of October 2008, there is a world wide shortage of acetonitrile. The shortage results from an attenuated output from China as production was shut down for the Olympics as well as damage to a U.S. factory in Texas during Hurricane Ike. Due to the global economic slowdown, the production of acrylonitrile which is used in acrylic fibers and acrylonitrile-butadiene (ABS) resins has also decreased (used to make plastic moldings from car parts to Lego bricks). Because acetonitrile is a byproduct in the production of acrylonitrile, its production has also decreased.
요약하면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중국 공장이 문닫고 허리케인 때문에 미국 공장이 파괴되었고, 세계 경제가 어려워져서 아크릴로나이트릴 생산이 감소했는데 아세토나이트릴은 아크릴로나이트릴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덩달아 생산감소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멀쩡하게 생산되던 유기 용매가 전세계적으로 생산이 안된다는 것에 어이가 없는 요즘입니다.




2009년 3월 24일 화요일

김삼촌? 김오판 김태균

WBC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경기가 한 경기도 없었지만 역시 끝나고 나니까 아쉽네요.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이번 WBC에서는 김태균이 가장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지난 준결승에서 누나 아기 탄생 축하 뉴스가 주목을 받았지요. 벌써 유투브에 ESPN 중계 동영상이 올라왔군요. 목소리를 들으니 ESPN sunday night baseball의 해설을 맡는 Steve Phillips (전 뉴욕 메츠 단장) 같습니다. (아, 그립네요. Joe Morgan, John Miller의 목소리)


그런데 김태균 선수, 워낙 별명이 많기로 유명했는데 이번에 그 사건으로 "김오판"이라는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합니다. 왜냐구요? 아래 만화를 펼쳐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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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 물

지난 일요일인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습니다. 물은 우리 생활에 가장 필요한 자원이자 생체 구성 물질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세계 물의 날이란?

세계 물의 날 (World Water Day)은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유엔에서 정한 날로 1993년부터 시작된 기념일입니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소위 리우환경회의라는 것이 열렸는데 거기서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합니다. 

2.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부족 국가?

우리나라가 유엔이 정한 물부족국가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여기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일단 유엔이 우리나라를 물부족국가로 지정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2006년부터 정부차원에서 물부족국가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를 유엔이 정한 물부족국가로 인식하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인구행동연구소, PAI (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에서 국민 1인당 연간 물이용가능량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가지고 한국을 물부족국가로 분류했다는데서 시작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약간 정치적인 또는 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두가지 대립되는 시각이 있는데요. 일단 PAI라는 단체는 인구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사설 연구기관으로 유엔하고는 상관없는 단체입니다. 실제로 유엔은 물부족국가를 지정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구요. 

그러면 왜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는 말이 널리 퍼지게 되었을까요? 거기에는 치수를 위해 댐건설을 주장하는 측과 댐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간의 대립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대결이 대운하 또는 4대강 유역 정비사업으로 비화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것, 하지만 국토가 작고 인구밀도가 높아서 국민1인당 가용 수자원은 낮다는 것입니다. 

3. 물을 찾아 외계로

또한 가끔 화성 궤도를 도는 무인탐사선이 화성의 물 흔적을 발견했다는 사진이 보도되곤 하는데요. 대체 왜 물 흔적을 찾아서 그렇게 비싼 우주선을 보내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외계의 생명체를 찾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혹시 물이 있다면 화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2006년에 화성에서 물이 흐른 흔적으로 보이는 사진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된 사진이 2년 뒤에 모래와 먼지의 사진으로 판명되는 등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거를 찾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렇듯 물은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물질로 여겨지고 있지요. 

4. 우리 몸 속에 가장 많은 성분이 물

보통 생물체를 구성하는 성분에서 가장 많은 것이 물입니다. 우리 몸의 약 70-80%를 차지하고 있지요. 70kg 성인으로 따진다면 50kg이 물이라는 이야깁니다. 보통 우리 몸 속의 물이라고 한다면 피를 많이 생각하지만 실제로 성인의 피의 양은 약 5.2 리터 정도 (5kg 내외)에 지나지 않습니다. 몸 속의 물이 50kg인데 피는 5kg 정도라고 한다면 나머지 45kg은 어디에 있을까요? 

물은 단순히 피나 림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땀, 침, 눈물, 그리고 각종 세포 속에 들어있습니다. 생리 식염수라고 하는 것이 우리 체액의 성분과 삼투압이 유사한 액을 말하는데 보통 0.85% 소금물을 뜻하죠. 

이렇게 물은 우리 몸 속에서 다양하게 존재하며 또한 음식물을 분해하는데 사용되기도 하고 (가수분해) 음식물을 섭취하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포도당 한 분자가 분해되면 물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지요. 낙타의 경우는 등의 혹 속에 지방이 가득한데 유사시에는 그 지방을 분해해서 영양분으로 사용하고 그 때 만들어지는 물을 사용해서 사막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물을 대사성 물이라고 합니다.

5. 하루에 물을 8잔 이상 마시는 것이 좋다?

보통 하루에 물을 8잔 이상 마시면 좋다는 말이 상당히 많이 퍼져 있는데요. 원래는 적어도 하루 6잔에서 8잔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논란이 조금 있는데 2007년말에 British Journal of Medicine에 “잘못 알고 있는 의학 미신”에 첫 번째로 꼽힌 것이 바로 이 내용입니다. 

일단 적정량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것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꼭 “물”이어야 하느냐인데, 많은 과학자들은 물이 아니라 우유, 쥬스, 커피 등이어도 상관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물의 필요 측면에서 보면 어떤 음료라도 큰 문제는 없지만 다른 음료들은 칼로리가 있거나 카페인 등이 들어 있으므로 물이 더 좋다, 이런 해석은 가능하겠지요. 

또한 요로 결석 환자들에겐 결석 배출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실 것을 권하기도 하고 고열이나 설사 등으로 수분이 부족할 수 있을 때에도 종종 충분한 수분 섭취를 권합니다. 이런 경우엔 당연히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오히려 물을 과하게 많이 마시면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6. 물을 많이 먹고 죽는 사람도 있다?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물을 과하게 마셔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저나트륨혈증이라는 것인데 우리 몸의 세포는 생리식염수 농도, 0.85% 정도의 나트륨 농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이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는 hyponatraemia에 걸리게 되는데 이럴 경우에는 뇌가 수축하여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갑자기 너무 많은 물을 먹으면 물중독으로 사망하기도 하는데 보통 많이 먹기 대회 참가자나 그 훈련을 위해 위를 늘리려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극단적인 경우이므로 일반인들이 그렇게까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단지 물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반드시 좋지는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7. 다이어트에 물이 좋은가 나쁜가?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저녁에는 물도 먹지 마라, 또는 운동을 하고 나면 물을 마셔라, 이렇게 상반된 이야기를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만 저녁에는 물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몸이 붓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서라고 하고 운동하고 물을 먹으라는 이야기는 우리 몸에서 지방을 태우려면 가수분해 즉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물은 살을 찌우지않으므로 마셔도 될 것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물의 출입은 다이어트와 상관이 없습니다. 다이어트는 체지방량이 줄어야 다이어트죠. 

8.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이렇게 물이 중요하다보니 물에 대한 초과학적인 능력들도 심심찮게 언론을 타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물 기억설"입니다. 몇 년전 여러 언론을 통해서 소개되기도 했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江本勝) 박사(인도의 비인가학위 대학인 International University for Alternative Medicine에서 박사를 받았답니다)가 지은 이 책은 물의 결정이 사람의 말에 따라 달라진다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를 테면 좋은 단어 (감사, 행복, 사랑 등등)를 들려주면 결정이 아름답게 만들어지고 나쁜 단어를 들려주면 결정이 추하게 만들어진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기존 과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초과학적인 것으로 실제로 에모토씨 외에는 아무도 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의 범주에 넣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눈의 결정도 모양이 같은 것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육각수 논쟁, 알칼리 이온수, 호르몬 물 등 다양한 물의 효능에 대한 연구들과 주장들이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들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것은 물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 읽을 거리들

의학 미신 2007 - 하루 물 8잔???

[생활속의 신과학]''기능수''의 세계와 국내 과학계 반응

한국 물부족국가 아니다.

환경부 물사랑 사이트

육각수 알칼리수의 비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물 박사님이 아니랍니다.

소변 자주 마려운 사람은 물의 양을 어느정도 먹어야 할까?

물도 많이 먹으면 죽습니다.

2009년 3월 22일 일요일

"설탕 자연식품으로 재조명 받아"

"설탕 자연식품으로 재조명 받아"
과다섭취할 경우 성인병을 유발하는 식품으로만 알려졌던 설탕이 자연식, 건강식품으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미국의 주요 식품.음료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단맛을 내기 위해 30여년간 주로 사용해온 고과당 콘시럽(HFCS) 대신에 피자용 토마토 소스에서부터 콜라 제조 등에 설탕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중략) 
소비자들이 3개 효소와 가성소다를 사용해 여러 화학적 작용과 가공을 거쳐 생산되는 고과당 콘시럽보다는 가공이 덜 된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과 가격이 저렴한 점도 설탕 소비를 증가시킨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의 반가운(?) 뉴스는 뉴욕타임즈의 "Sugar Is Back on Food Labels, This Time as a Selling Point" 기사를 재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천연이라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설탕이 천연식품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 이제야 이런 조명을 받는다니 참 아이러니입니다. 

하지만 사실 바뀐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여전히 설탕이건 HFCS건 또는 꿀이라도 과하게 섭취하면 비만이나 다른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윗 기사는 고과당옥수수시럽(HFCS)과 비교했을 때 설탕이나 HFCS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뭐든지 적당히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저 기사에서 3가지 효소에 대해서 나오는데 저 3가지 효소는 옥수수 전분의 액화효소 (alpha-amylase), 당화효소 (glucoamylase), 그리고 glucose isomerase (xylose isomerase)이렇게 3가지 일 것입니다. 이렇게 효소를 이용해서 만드는 공법은 환경친화적이라고 칭송을 받는 방법인데 (효소가 아니라면 염산과 양잿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저렇게 써 놓으니까 좀 이상하군요. 

나머지는 과거에 설탕에 대한 포스팅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09년 3월 20일 금요일

유기 미네랄과 무기 미네랄????

오늘 어떤 블로거뉴스 중에 천일염에 대한 것이 있었는데 유기미네랄 무기미네랄,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아니 미네랄이면 미네랄이지 유기미네랄은 뭐고 무기미네랄은 뭐람? 화학을 좀 공부했다면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해야지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미네랄이란 무기물이란 말이죠. 요즘 여기저기서 미네랄, 미네랄 하는데 그럼 미네랄이 뭘까요? 네이버 사전을 보면 미네랄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무기염류 [無機鹽類, mineral]요약생물체를 구성하는 원소 중에서 탄소·수소·산소 등의 3원소를 제외한 생물체의 무기적 구성요소. 광물질(鑛物質)이라고도 한다. 단백질·지방·탄수화물·비타민과 함께 5대 영양소의 하나다. 인체 내에서 여러 가지 생리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무기염류 중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인 칼슘(Ca)·인(P)·칼륨(K)·나트륨(Na)·염소(Cl)·마그네슘(Mg)·철(Fe)·요오드(I)·구리(Cu)·아연(Zn)·코발트(Co)·망간(Mn) 등의 원소는 미량으로도 충분하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들 무기염류의 섭취가 부족하면 각종 결핍증을 유발한다.

네, 보시다시피 미네랄은 무기염류란 말이죠. 그러므로 유기미네랄이란 네모난 삼각형이란 말과 같은 형용 모순이란 말이죠.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유기미네랄이란 식물이나 동물의 조직 내에 유기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미네랄이란 뜻이네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metalloprotein과 같이 무기물이 유기물과 함께 결합된 형태를 말하고 있는 것이네요. 그걸 유기미네랄이라고 하다니... 쩝.

예전에 어느 동료 교수님께서 자기 방에서 물을 한 잔 주시면서 거기에 뭘 살살 뿌려서 주신 적이 있었죠. 맛도 영 찝찝해서 그게 뭔가요, 물었더니 몸에 좋은 건데 아직 파는 것은 아니고 특별히 얻으신 것이라고 하시길래 그 병을 봤더니 소위 "천연" 해양 심층수에서 미네랄 정제한 것이더라는 것이죠. 그럼 그 주성분은? sodium chloride라는 거죠. 얼마나 좋은 물질입니까, sodium chloride!!! 매일 매일 먹어야 하고 우리 몸에 없으면 큰일나는 물질이죠. 물론 안먹기가 더 어려운 물질이지만 말입니다. 

미네랄이 우리 몸에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천일염이나 해양심층수는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봅니다. 미네랄이란 그야말로 미량 섭취하면 되는 것이므로 골고루 먹다보면 대충 해결됩니다. 천일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조금 있지만 한정호 선생님의 소금 팍팍쳐서 먹으라는 건강학자를 믿어야 할까?로 대신하기로 하지요. 

(그냥 한가지,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고 난 나머지를 간수라고 하는데 이 간수가 바로 천일염에서 좋다고 하는 미네랄이 들어있는 부분이죠. 그 주성분은 염화마그네슘이고요. 이 간수는 원래 두부 응고에 사용하는데 천연간수는 중금속 수치가 높을 가능성이 있어서 사용 못하게 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니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바꾸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뀌었는지 확인은 못해봤구요. 그렇다면 천일염에 중금속이 미량 들어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물론 저는 별로 없거나 있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중국산은 장담못하지만-정제된 소금은 나쁘고 천일염은 좋다면서 이런 저런 식품 속에 극미량 들어있는 물질들의 위해성을 주장하시는 분들이 이런 것들은 쉽게 간과하시는 것은 좀 이상하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천일염에 중금속이 들어있다는 이야기 아니라는 것은 아시겠죠?)  


2009년 3월 18일 수요일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화나게 하지 않고 안전하게 한다?

전자레인지로 익힌후 구우면 발암물질↓
돼지고기나 생선의 경우 삶거나 찌면 불에 직접 굽는 조리법에 비해 헤테로고리아민은 70-97%를 감소시킬 수 있다. 구이 요리를 할 때에도 조리방법과 양념을 적절히 활용하면 발암성 물질 생성이 줄어든다. 다진 쇠고기로 만든 패티를 굽기 전 전자레인지로 익힌 후 육즙을 버리고 조리하면 헤테로고리아민의 양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다른 육류와 생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뭐 알고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만  기사에 나와있는 대로 저 헤테로고리아민이 (heterocyclic amines; HACs)라는 물질은 조리온도가 높을수록, 조리시간이 길수록 종류가 늘어나고 생성량도 많아지는 물질입니다. 그러므로 아주 높지 않은 온도에서 짧게 조리하는 것이 좋지요. 고온에서 조리하는 것은 굽거나 찌거나 삶거나 볶거나 튀기는 등의 과정이 있는데 그 중에서 물에 삶는 것이 온도는 제일 낮지요. 보통 삶을 때의 조리 온도는 물이 끓는 섭씨 100도내외, 튀김은 180도 내외, 기름에 볶는 것은 200도 내외, 오븐에 굽는 것도 200도 이상, 숯불의 온도는 270도 이상입니다.  

그러므로 삶거나 찌면 당연히 HACs가 감소. 전자레인지는 가장 빨리 가장 골고루 물을 이용해서 덥히는 방법이므로 당연히 HACs의 발생이 감소되겠지요.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화나게 한다는 것을 믿으시는 분들에겐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만 말입니다.


2009년 3월 17일 화요일

AIDS의 진실과 거짓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충북 제천의 AIDS 감염인 택시기사가 많은 여성들과 성접촉을 가져서 당국에서 그 여성들의 신원파악에 나섰다는 소위 “에이즈 파문”입니다. AIDS는 한 때 “20세기 흑사병”이라고 불렸던 병인데 이건 지금에서 보면 지나친 과장이고 사실 잘못 알려진 것도 많습니다. 오늘은 그 에이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AIDS는 어떤 병인가?

AIDS(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는 질병으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라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HIV에 감염되면 사람의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감염증도 치명적이 될 수 있는데 때문에 AIDS로 사망한 사람들의 사망원인은 AIDS로 인한 감염증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잘 알려진 영국 그룹 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사인도 “AIDS로 인한 기관지-폐렴 합병증”이었습니다.

2. HIV란 어떤 바이러스인가요?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RNA 바이러스인데 사람에게 감염되면 helper T cells, macrophages, dendritic cells 등의 면역 세포를 파괴하여 면역작용을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하지만 HIV 감염은 잠복기가 꽤 길어서 감염인의 절반 정도가 에이즈환자로 진행하는데 보통 10년 정도가 걸립니다. 

보통 HIV는 HIV-I과 HIV-II로 분류하는데 HIV-I은 침팬지로부터 유래한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사람에게 큰 위해를 나타내는 바이러스이고, HIV-II는 주로 서아프리카에 유행하는 바이러스 종류인데 전염성이나 증상이 약한 바이러스입니다.

3. AIDS는 어떻게 전염되는가?

현재까지 알려진 AIDS의 주요 전염 경로는 성관계, 수혈, 오염된 주사 바늘 (주로 마약사용자), 모유 수유나 임신으로 인한 신생아의 수직 감염입니다. 이 중에서 과거엔 수혈에 의한 에이즈 감염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헌혈 시 반드시 에이즈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에이즈가 보고된 초창기에는 에이즈를 흑사병에 비유하며 공기감염설까지 나온 적이 있었지만 HIV는 사람 몸 밖에서는 오랫동안 생존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HIV가 존재하는 체액이라도 말라있을 때에는 바이러스의 90-99%가 활동할 수 없다고 하며 체내에 침입하지 못하면 감염되지도 않습니다. 

참고로 흑사병은 박테리아의 일종인 Yersinia pestis가 원인세균으로서 유럽에서는 1340년대 처음 창궐한 이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여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1340년대 흑사병으로 약 2천5백만 명이 희생되었고 이는 당시 유럽의 인구의 약 30%에 달하는 숫자이며 최초 흑사병 확산 이후 1700년대 까지 100여 차례의 흑사병 발생이 전 유럽을 휩쓸었다고 합니다. (출처: 위키-흑사병
    
4. AIDS에 대한 오해 3가지

1) AIDS는 동성애자만 걸린다?
에이즈가 처음 보고된 것이 1981년이었는데 당시 보고에서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이 감염되는 특이한 급성폐렴과 피부암 사례”로 보고가 되었고 초창기에 록 허드슨, 프레디 머큐리, 미셸 푸코  등 유명한 동성애자들이 사망한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 이런 오해가 생겼지만 실제로 동성애자가 아니라도 일반 성관계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는 질병으로 판명난 상태입니다. 2006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자 3,561명 중에서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은 2,131명으로 동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자 1,377명보다 많습니다.  

2) 헌혈을 하면 알 수 있다?
제가 과거에 헌혈을 했을 때 에이즈 감염여부를 통보받은 적이 있었는데 개인 정보 누출과 1997년 이후로는 본인에게 통보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알게된 사실입니다.

3) 땀, 키스, 모기 등에 의해도 감염된다?
1991년 미국 프로농구 선수 매직 존슨의 에이즈 감염이 알려지면서 한 때는 다른 선수들이 땀으로도 옮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경기를 거부하는 일까지 있었고 그래서 은퇴를 했었습니다만 나중에 매직 존슨은 코트에 복귀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현재까지 감염사례들 중에 운동, 키스, 모기 등에 의한 감염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5. 제천의 택시기사 전모씨는 에이즈 환자가 아니다?

이번 제천의 택시기사 전모씨의 경우 언론에서 “에이즈 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실제로는 “HIV 감염인(보균자)”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합니다. HIV 감염인이란 HIV를 몸에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하며, 에이즈환자는 감염 후 면역 체계가 파괴되어 2차적인 감염증이나 악성종양이 나타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보통 감염후 환자로 진행되는데는 수혈에 의한 경우는 3-4년, 성관계로 전염된 경우는 보통 8-1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6. 성관계를 통해서 AIDS가 전염될 확률은?

유명 블로거이신 비뇨기과 전문의 두진경 선생님의 포스팅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두 번의 통계조사자료가 있는데 1997년 자료에 따르면 정상적인 성관계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1% 이내, 남자가 여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1~0.2%, 동성 성관계(남자대 남자)에서는 약 3% 정도의 확률이라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올해 초의 논문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한번의 성관계로 여자가 남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04%이며, 남자가 여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은 0.08%였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한번의 성관계로 여자가 남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0.38%이고, 남자가 여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0.30%로 좀 더 높았다고 합니다. 또한 남성 동성 성관계로 에이즈가 전염될 확률은 1.7%라고 합니다. 

7. AIDS는 불치병인가?

사실 에이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오해가 에이즈는 불치병, 현대의 흑사병이라는 고정관념입니다. 사실 에이즈라는 질병이 보고된 초기에는 에이즈는 발병하면 죽는 병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학의 발달에 의해 HIV 감염인들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Medical Care in November 2006에 기고된 "The lifetime cost of current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care in the United States"란 논문을 통해 보면, HIV 감염 후 기대 수명이 점점 늘어나서 적극적인 치료기 시작된 초기에는 20년 정도였지만 2000-2002년대 들어오면서 27년, 2003-2005년 경에는 33년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8. 그렇다면 에이즈 치료제도 많이 개발되어 있나요?

에이즈 치료제로 처음 허가받은 약은 AZT라는 항바이러스 약이었고 이어서 ddi, ddC, d4T와 같은 항바이러스제 약품들이 계속 개발되어 현재까지 약 23종의 약품이 시장에 나왔다고 합니다. 이러한 약품들은 크게 3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이고 둘째는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셋째는 단백분해효소 억제제입니다. 

하지만 HIV는 내성 돌연변이가 잘 생겨서 한가지 약으로만 치료할 경우에는 치료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세 가지 이상의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사용하는 "칵테일요법"을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칵테일 요법이 효과를 보여서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만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9. AIDS 음모론이란?

일각에서는 HIV가 AIDS를 일으킨다는 가설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데 HIV가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주장과 HIV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라는 것 특히 미국 정부가 흑인들을 말살하려고 만든 생체무기라는 설(흑인 여성중 에이즈 환자의 비율은 백인 여성중 에이즈 환자 비율의 23배)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도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과학계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내용입니다. 

10. 결론

최근에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막연히 에이즈를 21세기의 흑사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에이즈 자체는 위험한 병이고 전염병인 것은 사실이지만 HIV 감염인에 대한 지나친 경계나 차별 등은 우리사회가 성숙해가면서 시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 3월 16일 월요일

황사에 삼겹살?

황사에 삼겹살?...‘살만 찐다’
그러나 삼겹살이 황사 해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돼지고기가 중금속 해독효과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황사로 인해 중금속 중독이 일어나지 않는 만큼 섭취로 인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연세의대 세브란스 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돼지고기가 황사에 포함된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을 중화시킬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황사 먼지가 폐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신체에 쌓일 정도의 크기는 아니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섭취해서 중금속을 제거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간만에 웃었습니다. 제가 준비했던 글이랑 매우 비슷한 내용이라서요. 황사가 오면 포스팅하려고 몇주째 묶혀 놓았던 내용인데, 황사가 온 오늘 이런 기사가 났군요. 

그런데 황사에 돼지고기라는 근거는 예전에 광산노동자들이 기름진 돼지고기 먹고 목에 기름칠한다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요. 그러다가 여기에 불을 끼얹은 뉴스가 있었는데 바로 다음 뉴스입니다. 

위 기사는 한식연(한국식품연구원)의 연구결과(라고 보기는 조금 그렇지만)인데 2007년이 바로 돼지해였지요. 그래서 돼지해를 맞이하여 돼지고기의 장점(?)을 홍보하려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던 내용입니다. 그 때의 논란에 대해서는 기사에서 밝힌대로 "이번 연구는 시험 참가자들이 돼지고기 외에 섭취한 음식물에 대한 통제가 없었던데다 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대조군이 없어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전망이다."라는 말에 잘 나타나있죠. 저 연구내용이 논문으로 발표되지도 않은 것으로 아는데 자료를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2009년 3월 15일 일요일

제천 "에이즈 파동" 관련 뉴스를 보다가...

제천 '에이즈파문' 여수사건과 닮은꼴
(전략) 2002년 3월까지 1년6개월간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긴 채 하루에 수명에서 많게는 10여명의 남자와 접촉을 해 온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중략) 당시 에이즈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사례는 단 1건도 없었지만 사건 발생 후 1년간 5천621명의 시민이 보건소 등 의료기관을 찾아 에이즈 항체검사를 받는 웃지못할 소동이 벌어졌다.(중략)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생존해 있는 감염인 5천136명 중 3천75명(59.9%)은 이성간 성접촉으로, 2천7명(39.1%)이 동성 간 성접촉으로 에이즈에 감염됐으며 나머지는 수혈 등으로 감염됐다.이에 대해 '한국에이즈재평가를 위한 인권모임'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에 보내온 이메일에서 "에이즈라는 질병은 마약중독, 스트레스, 동성애, 장기이식 등 다양한 요인에 따른 면역력 약화로 발생하는 매우 드문 증후군일 뿐 단일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ㆍ전파되는 질병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 굿모닝 사이언스에서 에이즈를 다루려고 최근 자료도 좀 찾아보고 뉴스도 꼼꼼이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저 위의 기사를 봤는데요. 두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성관계를 통해 에이즈가 감염될 확률이 아주 낮다는 것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두빵님의 멋진 포스팅을 참조하세요.) 두번째는 에이즈 음모론 또는 에이즈 거부운동 (AIDS denialism)이 언론에 소개되었다는 것입니다. 

먼저 첫번째 문제를 보면 이번 제천 사건은 이전의 여수 사건에 비하면 접촉자가 훨씬 적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렇게까지 이슈가 될만 한 사건인지 약간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여수 사건 당시에 5,621명이 검사를 받았지만 양성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하지요(관련기사). 게다가 제천의 택시기사 전 모씨의 경우는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7번에 걸쳐 실시된 에이즈 감염력 측정지표인 HIV RNA 정량 검사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던 사람(관련기사)이라서 더욱 감염확률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는 사실 오래 전부터 과학계에선 논란(?)이 되었던 것인데, 소위 에이즈 음모론입니다. 아마 최초에는 HIV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환자에게서 정제된 적이 없다, HIV는 생화학무기를 개발하다 만들어졌다, HIV가 AIDS를 일으키지 않는다, 등등의 다양한 버전으로 진화해서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 최근에는 HIV 감염하고 에이즈는 무관하다는 버전이 가장 많이 퍼져있는 것 같습니다. HIV 감염 후에도 생존하는 사람들이 획기적으로 늘어났고 잠복기가 길면 10년 넘게 되는데다 어떤 과정에 의해서 HIV감염이 AIDS로 전환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주장에 귀가 솔깃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과학계에서는 어불성설이라고 보는 내용입니다. 

작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바로 HIV를 처음 발견한 뤽 몽따니에와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였는데 그 때, 노벨상 위원회의 비욘 벤스트롬 교수는 즉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번 노벨상의 수여가 HIV가 에이즈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기를 바란다고 인터뷰하였다 (출처 NO AIDS)고 합니다. 제가 공부한 바에 따르면 벤스트롬 교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2009년 3월 13일 금요일

지문과 성격과 직업 선택

한 후배의 블로그에서 "(손가락) 지문과 성격과 직업"에 대한 퍼온 글을 봤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렇게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성격 유형을 먼저 읽습니다. 성격의 유형은 A부터 E까지 다섯가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자신의 성격과 가장 유사한 하나를 선택합니다.

성격유형 읽기


자, 그러면 여러분의 성격은 어떤 형인가요? A부터 E중에 가장 자기 성격에 맞는 것 하나를 고릅니다. 그리고 이제 자기 지문을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지문의 모양도 다섯가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지문 형태 알기


저 다섯가지 중에 자기 지문과 가장 유사한 하나를 택하셨으면 앞서 A에서 E까지의 결과와 비교해봅니다.  

더보기


자신의 지문과 성격이 잘 맞아 떨어지시나요? 그렇다면 다음 링크 (지문과 성격과 직업)을 읽으시고 지문에 맞는 직업 선택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어떻냐구요? "맞기는 개뿔!!!" (확률적으로 5명 중에 1명은 맞을 수도 있습니다.^^)

뭐 재미로 하는 건데 너무 뭐라고 하는 것인가요? 

2009년 3월 12일 목요일

한 청년의 막춤, Where the Hell is Matt!

어느 유명 블로거께서 "여태까지 살면서 경험한 최고의 예술작품"이라고 칭했던 그 동영상을 본 것은 꽤 오래 전이었습니다. 투실투실한 청년 하나가 희안한 인도스러운 음악에 맞추어 화질도 좋지않은 동영상 속에서 춤을 추는 그 동영상 말입니다. 하지만 처음엔 그것을 보고 울었다는 댓글을 보면서 "왜????"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알게된 그 청년은 맷 하딩 (Matt Harding)이라는, 코네티컷에서1976년에 태어난, 게임업계에 종사하던 미국 청년이었고, 사람 죽이는 게임을 만드는 일에 실증을 느껴 서른을 며칠 앞둔 어느날 세계 여행을 떠났다고 합니다. 세상에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야 많지만 그는 자신의 후진 디카를 사용해서 각 여행지의 랜드마크 앞에서 춤추는 장면을 촬영했고 그것을 편집하여 인터넷에 올렸다가 일약 유명인사가 됩니다. 그리고 그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두번째 비디오를 만듭니다. 이번에는 전 세계 36곳 앞에서 그의 막춤을 소개합니다.


여기까지 봤을 때까지만 해도 한 청년이 정말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내었다는 데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끔 학생들에게 "놀아도 후회하지 않도록 좀 제대로 놀아라!"라는 잔소리를 하곤 하는데 이 친구 멋지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고 2008년 그는 세번째 비디오를 공개합니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전세계 69군데의 장소에서 막춤을 선보입니다. 하지만 이제 맷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춤을 통해서 말도 안통하고 인종과 종교와 관습과 생각이 다른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단지 한 청년의 춤 때문에 함께 리듬을 타는 모습은 감동을 주더군요. 그제야 과거에 막춤 동영상을 보고 울었다는 분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이 동영상에는 우리나라도 두 번 나옵니다. 한 곳은 Demilitarized Zone, 즉 DMZ이고 다른 한 곳은 지금은 없어져 버린 숭례문입니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이 모든 동영상에 나오는 한 곳, 한 곳이 모두 의미있고 소중한 곳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고 우리가 아웅다웅하며 사는 세상이 훨씬 더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바로 한 청년의 막춤에서 시작되었다니... 놀랍지 않나요??? 갑자기 무언가에 미쳐보고 싶어집니다.



2009년 3월 11일 수요일

안병수씨가 컬럼을 그만 두시는 군요.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 (안병수의 바르게 먹자)
나는 자연주의자가 아니다. 과학을 부정하는 사람도 아니다. 식생활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게 됐고, 그래서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자연주의자가 돼 있었다. 단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신한다. 최소한 식생활만큼은 자연과 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과 멀어지면 질병에 가까워진다”는 괴테의 말, “야생동물은 병이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현대인이 늘 음미해야 할 진리다. 19세기 철학자 포이어바흐가 갈파했듯,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이기에. 그동안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준 <한겨레21>에 감사한다. 아울러 졸고를 사랑해주신 독자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린다.
안병수씨가 한겨레 21 칼럼을 그만 두시나 봅니다. 제가 전에 좀 심한 말을 하기도 했는데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드네요. 

네, 그 분이 어느날 혜성처럼 나타나서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을 때, 저 역시 그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주목해서 들었던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분의 주장에 과학적 오류들과 지나친 동어반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가 소개했던 여러 인물들이 사실은 과학자로서는 함량미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이런 정보들이 이 사회에 너무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진실과 거짓, 또는 확실과 불확실의 경계가 모호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특히 식품은 단일 성분이 아니고 증상에 대한 반응이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이 너무 횡행하는 분야인데 거기에 이런 불확실한 정보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 위에 인용된 괴테의 말, 소크라테스의 말은 철학적인 의미에서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좋은 생각할 거리를 주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상어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와 같은 "엉터리"입니다. 괴테의 시대는 아주 자연적인 흑사병이 돌아서 유럽이 초토화된지 몇 백년 지나지 않아서였고 여전히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대였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말할 것도 없지요. 저 당시엔 자연발생설도 믿었던 시대이니까요. 인간이 훨씬 자연 친화적이었던 시절 우리는 일찍 죽었습니다. 100년전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47세 였다는 말입니다. 

결코 천연이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자연에서 잘 자라는 버섯 중에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몇가지 일까요? 심지어 우리가 먹는 감자도 싹이 난 부분을 잘못 먹으면 위험하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좋을 것 같은 어떤 식물성 기름들은 독소 성분인 지방산이 제거되어야 합니다. 식물은 자기 방어를 위해 phytoalexin을 내고 미생물은 항생제를 만듭니다. 복어는 말할 필요도 없죠. 천연이건 인공이건 안전한 것은 안전하고 아닌 것은 아닌 것입니다. 과학이 모든 것을 다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전성을 밝혀내는 나름 유용한 방법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쓰게 된 것은 어떤 착하고 좋은 분이 항생제가 아이에게 나쁘다며 병원에 가지 않고 아이가 중이염에 걸려 신음하는데도 "우리 아이 잘 버텨주길 바란다"는 일기글을 모 매체에 쓴 것을 보고나서 입니다. 백신이 나쁘고, 항생제가 나쁘고, 우유는 독이고, 밤에 먹는 사과도 독이고, 곰탕이 건강을 말아먹고,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워 먹으면 안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일찍 죽는다는 정보들은 과연 사실일까요? 아마 안병수씨가 컬럼을 그만 쓰시더라도 이런 질문은 오랫동안 계속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09년 3월 10일 화요일

사탕과 설탕, 달콤한 진실들

이번 주말이 화이트데이입니다. 화이트 데이는 일본에서 시작된 날인데다 상업적인 의도가 많은 날이라서 조금 기분이 나쁘지만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사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사탕, 달콤한 유혹

과거 사탕은 전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식품이었습니다. 배고팠던 시절, 드롭프스나 캬라멜, 눈깔 사탕 하나 빨아먹는 것 만으로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지요. 또한 어디를 놀러가면 손에 하나 들어야 하는 솜사탕도 있었고 두 번 보기 괴로운 영화 <박하사탕>에서도 사탕은 주인공 영호가 공단 야학에서 간 야유회에서 첫사랑 순임에게 받은 선물로서 순수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녀시대가 <키싱 유>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사탕을 들고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사탕은 달콤함, 동심, 순수 등을 생각나게 하는 아이콘이었고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주는 것도 그런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녀들의 사탕



2. 엄마들에게는 공공의 적, 사탕
 
하지만 현재 사탕은 많은 부모님들에게 “공공의 적”입니다. 가끔 길에서나 열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에게 사탕 하나 주시려고 해도 막는 아이들 부모님을 보기도 할 정도지요. 

원래 사탕이라는 식품은 설탕 액을 농축하여 고체화시킨 것으로서 거기에 다양한 향료나 과일 즙 등을 넣어서 만듭니다. 그런데 지난 40년 동안 설탕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설탕으로 만든 사탕에 대해서도 부모님들이 매우 민감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엔 소아 비만이나 소아 당뇨 같이 과거에는 없었던 질병들이 늘어나는데 이것도 사탕이나 설탕 때문이 아닌가하는 의심도 많이 받았지요. 

3. 사탕을 먹으면 오래 산다?

1998년에 British medical Journal에 재미있는 또는 논쟁적인 논문[footnote]Life is sweet: candy consumption and longevity, Lee IM, Paffenbarger RS Jr. BMJ. 1998, 317(7174):1683-4 [/footnote]이 하버드 의대 연구진에 의해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이 논문은 1916부터 1950년까지 하버드에 입학한 동창생 중에서 심혈관 질환이나 암에 걸리지 않은 7,841명을 조사한 결과인데요. 1988년 건강 조사에서 캔디를 전혀 먹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과 나머지 캔디를 먹는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캔디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의 사망자가 캔디를 먹는 사람보다 더 많았고 사탕을 먹는 사람의 수명이 약 0.92년 더 길다는 내용입니다.    

4. 그렇다고 캔디를 먹으면 오래 산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물론입니다. 언제나 이런 종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매우 주의 깊게 그 내용을 들여다봐야 하는데요. 특히 인과관계를 잘 따져봐야 합니다. 밥을 빨리먹으면 비만해진다는 연구가 많이 있지만 실제로 동량의 칼로리를 단지 빨리 먹고 천천히 먹는다고 한다면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즉 빨리 먹는다는 속도와 비만은 상관관계일 뿐이고 빨리 먹기 때문에 과식을 한다는 것이 비만과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것이지요.  

또 다른 한 예로 아카데미상 후보와 수상자 중에 누가 더 오래 사는가[footnote]Survival in Academy Award-winning actors and actresses. Ann Intern Med. 2001, 134(10):955-62 [/footnote] 같은 것이 그렇죠. 만일 아카데미 수상자가 더 오래 산다면 성취감과 마음의 평화가 그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고 후보가 더 오래 산다면 아카데미상을 받기 위해 삶의 목표가 더 확실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런 것은 해석의 개연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확정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죠.

사탕과 수명과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그 논문을 잘 들여다보면 사탕을 먹느냐 안먹느냐로 나누면 먹는 사람들의 수명이 약간 더 긴 것으로 나왔지만 오히려 사탕을 가장 많이 먹은 그룹과 사탕을 전혀 먹지 않은 그룹의 기대 수명은 같았습니다. 그리고 사탕을 먹지 않은 사람들은 담배를 약간 더 피우고 술도 조금 더 마시는 것으로 조사되었지요. 그래서 그 논문의 마지막 문장은 “moderation seems to be paramount.(중용이 최고인 듯하다)”입니다.  

5. 그런데 사탕의 주성분인 설탕이 건강에 안좋다는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그렇습니다. 제가 어느 방송에서 보니까 설탕은 백해무익하다는 이야기까지 하던데요. 건강을 해치는 3백식품 (백설탕, 밀가루, 조미료)에도 들어가구요. 하지만 사실 설탕만큼 억울한 식품도 많지 않습니다.

6. 왜 설탕이 억울한가요?

실제로 설탕이 받고 있는 대부분의 혐의는 (설탕 그 자체로는) 무혐의로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 설탕의 성분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꿀의 성분이나 고과당옥수수시럽(HFCS)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꿀은 영양제로 값비싼 대접을 받는데 비해 설탕은 만악의 근원으로 대접을 받고 있지요. 

설탕이 단순당이라서 혈당을 급격하게 올린다고 하지만 실제로 설탕도 다른 탄수화물과 마찬가지로 장에서 분해가 되어야지 흡수가 되며 분해가 되었을 때 포도당에 비해 과당은 흡수가 잘 되지 않아서 혈당을 그렇게 높이지 않습니다. 순수한 포도당을 100으로 보았을 때 설탕은 64정도이고 꿀이 62입니다. 그에 비해 설탕대체물질이라는 물엿의 주성분인 맥아당은 105나 되고 떡도 80이나 됩니다. 그러니까 소아 당뇨가 걱정되어서 떡에다가 조청이나 물엿을 찍어 먹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국민 1인당 설탕소비량


그리고 설탕과 비만과의 관계를 봐도 국민 1인당 설탕소비량[footnote]International sugar statistics (Source: ED & F Man - 2007/08, Oct/Sep basis.) [/footnote]이 제일 높은 나라는 브라질(미국의 두 배)이고, 호주, 태국, 남아공 등도 미국보다 소비량이 많지만 비만은 미국이 훨씬 더 심합니다. 물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단순하게 1인당 설탕 소비량과 비만과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말입니다. (물론  대략적으로 설탕 소비가 많은 나라일 수록 비만의 비율도 높다는 데이터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설탕을 먹으면 금단현상을 보인다거나 중독현상을 보인다는 것도 사실은 탄수화물 중독에 가깝지 설탕중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7. 하지만 설탕을 많이 먹으면 분명 나쁘지 않나요?

물론입니다. 설탕의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충치입니다. 설탕섭취와 충치는 인과관계가 명확한 편이구요. 그 다음에는 열량의 과잉입니다. 보통 밥 한공기의 칼로리가 300 kcal 정도인데 실제로 밥에는 수분이 많아서 그렇지 마른 쌀의 양은 얼마되지 않지요. 하지만 설탕은 수분이 없이 먹기 때문에 실제로 양이 적게 보여도 칼로리는 꽤 높습니다. 

또한 가공식품에 알게 모르게 들어간 설탕의 양이 꽤 많은데 특히 탄산음료 속에 설탕이 꽤 많이 들어가죠. 보통 패스트푸드 점의 콜라 한 잔에 30g이 넘는 설탕이 들어갑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영양섭취 가이드라인[footnote]WHO/FAO release independent Expert Report on diet and chronic disease 3 March 2003 [/footnote]이 있는데 당류를 통해 섭취하는 열량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이걸 무게로 환산하면 당류를 하루에 약 32그램에서 72그램 정도로 제한하라는 것인데 패스트 푸드점의 레귤러 사이즈 콜라 한 두 잔이면 사실 거의 하루 섭취 당류를 섭취하는 셈이죠. 

또한 지나친 과당의 섭취가 비만과 관련된다는 관심도 요즘 증대되고 있습니다. 과당은 능동수송이 아니라 facilitated diffusion이라서 흡수가 잘 안되고 과일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몸에 좋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최근에 과당은 간에서 대사가 안되면 막바로 지방 합성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나친 과당의 섭취는 비만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8. 결국 설탕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현대 식생활이 과다하게 설탕을 섭취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충치를 제외하고 설탕에 대한 거의 모든 문제제기들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먹는 설탕의 섭취가 과다하게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지 설탕에 무슨 나쁜 물질이 들어있거나 설탕 그 자체가 나쁜 물질이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열량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 그와 함께 고른 영양 역시 중요합니다. 적당한 열량과 고른 영양의 범위안에서는 달콤한 사탕을 즐기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