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6일 목요일

극한미생물로 바이오수소 생산의 길 열린다

심해 미생물로 바이오수소 생산의 길 열린다
초고온성 고세균 이용 바이오수소 생산 

지금까지 알려진 다른 미생물의 최소 2배인 8개의 수소화효소군(hydrogenase cluster)을 보유, 단위당 수소추출량이 훨씬 클 뿐만이 아니라 일산화탄소, 전분, 개미산 등 다양한 기질(먹이)을 이용하여 바이오수소를 생산을 하는 기술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한국해양연구원(원장 강정극) 해양·극한생물분자유전체연구단(단장 김상진)의 이정현, 강성균 박사팀이 지난 2004년부터 국토해양부 R&D사업으로 추진 중인 해양생명공학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개발에 성공한 이 기술은 국내 최초로 남태평양의 심해 열수구에서 분리해 낸 초고온성 고세균 NA1(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Thermococcus onnurineus NA1)의 유전체 연구를 통해 이뤄졌다.
확실히 해양연구원에서 우리나라 극한 미생물 연구의 선두자리를 굳혀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내용은 작년 극한미생물학회에서도 관심을 끌었던 내용인데 Thermococcus라는 미생물 자체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균이지만 해양연의 Thermococcus onnurineus NA1은 꽤 독특한 녀석입니다. 특히 위에서 나와 있는대로 hydrogenase gene 클러스터가 많아서 수소 생산능력이 다른 것들에 비해 좀 더 뛰어나지 않은가 여겨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저희 실험실에서도 hydrogenase라는 녀석이 워낙 발현이 안되어서 대장균에서 활성형으로 발현만 되면 대박이라고 했었는데 과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나갈지 나름 흥미진진합니다.


2009년 2월 25일 수요일

잊을만 하면 또 멜라민? 피로인산제2철

어제 뉴스 한 꼭지 보시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4일 독일 회사(CFB)가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한 철분강화제인 ‘피로인산제이철’에서 멜라민이 나왔으며, 국내 6개 업체가 이 첨가물을 음료, 과자, 건강기능식품 등 12개 제품에 쓴 사실을 확인하고 당분간 유통·판매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고소미, 고래밥, 과일촌 씨에이 포도맛 주스, 닥터유 골든키즈 웨이퍼 등 관련 제품 정보를 식품나라 사이트(foodnara.go.kr)에 공개하고, 이들 제품에 멜라민이 들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네, 일전에 군인들이 먹는 건빵에 멜라민?에서와 마찬가지입니다. 그 때도 건빵에 넣는 첨가물인 탄산수소암모늄에서 600ppm의 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있었죠. 하지만 최종제품인 건빵에서는? 그 다음 보도는 없었습니다. 사실 모두들 관심도 없었지요. 아마 그 첨가물이 정량 들어갔다면 최종적인 건빵에는 약 6ppm 정도가 들어갔겠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번에는 첨가물 이름이 바뀌었네요. 피로인산제2철이라는 철분강화제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출된 멜라민의 농도가 8.4ppm에서 21.9ppm 사이라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최종제품에는 얼마나 들어있을까요? 아마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가 들어갈 것입니다. 

물론 측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먹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잠정적으로 유통, 판매를 금지시키고 확인 작업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그 첨가물은 모두 폐기해야 할 것이구요. 참고로 이번에 중국 영아들이 사망한 분유최종 제품에서 나온 멜라민 농도는? 2500ppm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심하게 말하면 저 피로인산제2철을 그냥 먹어도 사실 그렇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거듭 강조하지만 그러니까 그냥 먹자, 이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유해한지 조금 생각해 보자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식으로 보도하면 안되지요. 

멜라민이 검출된 것은 첨가물이지 그 완제품이 아닙니다. 완제품에서는 안나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안나온다는 것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워낙 미량이라서 그럴 것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멜라민 첨가물이 나왔다고 "소비자 분통!", "제2의 멜라민 사태 오나?" 이런 식의 기사는 좀 오버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대체 왜 멜라민이 "피로인산제2철"에 들어가냔 말입니다!!! (버럭!)



철의 강화제로서 분유 등에 사용한다. 사용기준은 없다. 제일철은 백색, 무정형의 침전으로 얻어지고 과잉의 피로인산나트륨에 녹는다. 공기 속에서 용이하게 산화되어 녹색을 거쳐 갈색이 된다. 제이철은 황~황갈색의 분말로 무취로 약간의 맛을 갖는다. 제일철액은 1.7~2.5% 함유하는 담록~암회록색의 우유상의 액체이며 무취로 약간의 맛을 갖는다. 차광된 밀봉용기에 공기를 불활성가스로 치환하여 저장한다. 제이철액은 제이철을 2.5~3.5% 함유하는 백~담황색의 우유상의 액체로 무취, 약간의 철맛을 갖는다.


2009년 2월 24일 화요일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은 없다!

얼마전에 저녁에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려고 하는데 "사과는 밤에 먹으면 독"이니까 다른 과일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러다가 산성식품이 어쩌고 알칼리성식품이 어쩌고까지 이야기가 진전되었단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사과와 산성식품/알칼리성식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밤에 먹으면 독사과, 아침에 먹으면 금사과?

흔히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사과, 밤에 먹는 사과는 독사과”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지나친 과장입니다. 왜 이런 말이 유행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서양속담이라는 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압니다. 오히려 진짜 서양 속담은 “one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 (하루 사과 한 알은 의사를 멀리하게 만든다)는 것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소개된 대표적인 사과에 대한 소개를 보면 “사과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단백질과 지방이 적고, 비타민C와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또 섬유질이 많아 소화를 돕고, 철분 흡수율도 높여 준다. 부사는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으며,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뤄 사과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좋은 효과 일색이죠.

2. 그래도 뭔가 밤에 사과를 먹지 말라는 주장의 근거가 있지 않나요? 

지금까지 인터넷이나 여러 매체에 나온 사과를 밤에 먹지 말아야 할 근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섬유질이 많아서 장이 예민한 사람은 잠을 설치게 된다. 
2) 사과도 먹으면 살찐다. 
3) 사과산이 위의 산도를 높여서 유해하다. 

하지만 위의 세가지 근거는 밤에 먹는 사과가 독이라는 근거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3. 섬유질 식품을 밤에 먹으면 안좋은가요?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식이섬유를 수용성과 불용성으로 나누는데 사과에는 펙틴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들어있습니다. 이 수용성 식이섬유는 위액의 점도를 높여서 식품이 위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주므로 너무 늦은 밤에 먹으면 위에 약간의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펙틴은 사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렌지나 귤 같은 citrus들에는 더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사과를 먹고 설사를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만 이런 것은 특별히 장이 안좋으신 분들이 아니라면, 걱정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만약 식이섬유 때문에 그렇다면 저녁에 먹는 과일의 대부분이 안좋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식이섬유가 몸에 좋다는 이유들, 예를 들면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변비예방, 장운동 촉진으로 대장암 예방 등등은 매우 다양합니다. 따라서 너무 늦은 밤시간만 아니라면 저녁 식후에 사과가 독이 될 이유는 없습니다. 

사과속의 식이섬유(섬유질)의 함량은 보통 100그램 사과에 약 2-3g, 껍질까지 포함하면 4-5g 정도 포함되어 있는데 특별하게 식이섬유가 많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녁에는 사과 대신 다른 과일을 먹는 것은 별로 타당성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4. 사과도 먹으면 살찐다는 뉴스도 있었는데요?  

그건 맞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열량이 있는 음식은 뭐든지 많이 먹으면 살찝니다. 저녁 식사를 과하게 하고 과일을 먹으면 무엇을 먹든지 살이 찔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과 국광 200g짜리 하나의 칼로리는 100kcal 정도이고 그 안에는 과당(fructose)가 약 12g, 설탕이 약  6g, 포도당이 약 3g 들어있습니다. 설탕도 분해되면 과당과 포도당이 되는데, 최근에는 혈당조절에 있어서 과당의 역할에 학자들이 주목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사과 속에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과일에 다 들어있는 것으로서 지나친 섭취만 아니라면 문제될 것이 없는 것입니다. 

5. 그러면 사과가 산성이라서 위의 산도를 높인다는 것은요?

(Lehninger Principles of Biochemistry, 4th ed)


사과에는 사과산 (malic acid)이 많이 들어있어서 산성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옆의 그림에서 보듯이 위산 (gastric juice)의 pH가 1.5이므로 사과산이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사과산은 사과에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포도에도 많고 와인에도 상당량 들어있는 물질입니다. 또한 많은 과일에는 다 산성 물질이 들어있습니다. (유기산에 대한 예전 포스팅 참조)

게다가 맨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사과는 알칼리성식품이라고 합니다. 뭔가 이치에 안맞는 듯해 보이죠? 

6.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흔히들 이 식품은 산성이라서 나쁘고, 이 식품은 알칼리성이라서 좋고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 합니다. 인터넷이나 책에 보면 몸에 좋은 알칼리성식품이라고 해서 오이, 고구마, 매실, 식초 등 많은 식품들이 나옵니다. 식초가 알칼리성 식품이라니까 좀 의외죠?

7. 그런데 식초는 “초산”이라서 산성식품 아닌가요? 

맞습니다. 식초는 초산이 주성분입니다. 그리고 식초나 매실 모두 pH를 재보면 산성입니다. 하지만 알칼리성식품이라고들 합니다. 왜냐하면 산성식품은 산성을 띄는 식품, 알칼리성식품은 알칼리성을 띄는 식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8. 그럼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의 정의가 뭔가요?

식품을 산성식품이니 알칼리성식품으로 분류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스위스 바젤대학의 Gustav B. von Bunge라는 독일의 학자가 주창한 학설인데 이 분이 초기 영양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분이었지만 1920년에 돌아가신 아주 오래전 분입니다.

당시에 영양학자들의 생각에는 식품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 연소가 일어나는데 그 연소가 불에 태우는 것과 유사할 것이다, 라는 가정 하에 식품을 태우고 남은 재의 성분(회분 = 무기질)이 우리 몸에서 산으로 작용할 것인가, 염기로 작용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나눈 분류입니다. 그래서 쉽게 설명해서 나트륨, 칼륨, 칼슘 등 양이온 성분이 많으면 알칼리성 식품, 인이나 염소 등 음이온 성분이 많으면 산성식품, 이렇게 나누게 된 것입니다.  

9. 그럼 산성 식품이 우리 혈액을 산성으로 만드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체온을 보면 1도만 정상에서 올라가도 몸에 이상을 느끼듯이 우리 혈액도 중탄산 완충시스템을 통해 아주 엄밀하게 pH를 유지합니다. 보통 우리 몸 속의 동맥혈의 pH가 약 7.4인데 (폐에서는 약 7.6, 조직에서는 7.2)를 유지합니다. 여기서 약 0.05정도만 바뀌어도 산(독)증 (acidosis, pH 7.35이하), 알칼리(독)증 (pH 7.45이상)의 증상이 옵니다. 하지만 이는 신장이상이나 당뇨 (Metabolic acidosis), 호흡이상 (Respiratory acidosis) 등의 질병에 의한 것이지 정상적인 사람들에게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폐나 조직의 pH는 조금 더  변동폭이 크지만 역시 엄밀하게 조절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현대 식품학에서는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이라는 개념 자체를 폐기해버린 상태(물론 아직도 인용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입니다. 

10. 그러면 사과를 밤에 먹어도 좋은가요?

일단 너무 늦은 밤에 무엇인가를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녁에 과일로 후식을 드시려고 할 때 사과가 아닌 다른 과일을 굳이 찾을 이유는 없습니다. 특별히 장이 안좋아서 사과를 먹고 나서 불편하시지 않다면 사과도 좋은 후식입니다. 

2009년 2월 23일 월요일

과당 대사, 이래서 과학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오늘 마바리님의 포스팅에서 본 내용입니다. 과당이 간에서만 대사되고 근육에서는 대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명색이 생화학 담당교수인 제가 보기에는 조금 이상하더군요. 분명히 생화학 교재들에는 과당이 두가지 루트를 통해서 대사된다고 나와 있거든요. 아래에서 보는 두가지 과정입니다.

Lehninger Principles of Biochemistry, 4th ed. Chapter 14



위 그림의 붉은 점선부분이 해당과정 (glycolysis)인데 두 과정 모두 해당과정으로 들어가지만 서로 다른 효소에 의해 전환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마바리님께서는 실제로는 간에서는 전환이 일어나지만 근육이나 신장에서는 과당이 해당과정으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시는 겁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hexokinase에 힌트가 있더군요. Hexokinase라는 것은 6탄당에 인산을 붙인다는 것인데 과당에 특이적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과당에 대한 기질 특이성이 얼마나 될까, 궁금했는데 마바리님께서 주신 레퍼런스를 보니까 명확해 지더군요. 

당의 인산화에 관련된 효소들의 kinetic data


위 data를 보면 근육의 hexokinase의 포도당과 과당에 대한 Km값이 큰 차이가 납니다. 포도당에 대한 Km값이 과당에 대한 Km보다 약 300배 적은데 이는 포도당에 대한 기질 친화도가 월등히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포도당과 과당이 있으면 거의 포도당만 전환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순수하게 과당만 존재하지 않는다면, 근육에서 과당이 실제로 fructose-6-phosphate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간에 있는 glucokinase와 비교해보면 hexokinase의 과당에 대한 Km값이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닙니다.) 

자세한 설명은 Carbohydrate metabolism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Best Oscar Speech Ever! - 아카데미 최고의 수상소감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인터넷으로 군데 군데 중계방송을 봤는데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의 수상자인 카토 쿠니오가 나와서 한 연설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유투브를 찾아보니 벌써 누군가가 올려놓았더군요. 


영어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그의 소감은, 2007년 엔니오 모리코네가 공로상을 받고 나서 좌중을 무시하고(?) 이탈리아어로 주욱 소감을 말하던 것과는 다른 어떤 느낌을 주었습니다. 첫째는 영어를 저렇게 못해도 나와서 "생큐"만 읊을 수 있는 담대함이 놀랍고 둘째는 영어를 저렇게 못해도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이 놀랍다고나 할까요. 

I... so heavy, 
sankyu my pencil,
sankyu animation
sankyu my company robot!
どうもありがと Mr. Roboto!

아무튼 약간 부러운 느낌.

  

2009년 2월 20일 금요일

설탕이 어린이 말라리아 환자에게 응급처치로 사용된다?

설탕, 말라리아 아동 환자 구해
그는 2006년 말리에서 심한 말라리아로 저혈당 증세를 보인 23명의 아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갈라 한 쪽은 포도당 주사,다른 한 쪽은 설탕 요법을 쓴 결과 설탕이 포도당 주사와 마찬가지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위 기사의 원문은 이것입니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모기의 기생충인 Plasmodium 들이 사람의 혈액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내는 질병입니다. 말라리아에 대해 잘 정리된 페이지를 보니까 성인 환자의 약 8%에게서 저혈당이 오지만 어린이 환자의 경우는 약 25%에게서 매우 심한 저혈당이 온다고 하네요. 그래서 당을 정맥주사해야 하는데 급한 경우에는 녹인 설탕 (mostened sugar)을 먹여도 효과가 있나 봅니다. 

하지만 이건 서아프리카에서 아주 바쁜 말라리아 시즌의 응급처치 정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하네요. 물론 좀 더 많은 사람으로 테스트로 해봐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군요.  


신생아 유전자 검사가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Time지 보도)

Genetic Tests For Newborns Now Widespread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이번 보도한 내용입니다. March of Dimes report 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생아가 태어날 경우 총 29가지 질병에 관한 검사를 하게 되는데 50개 주에서 모두 하는 것은 21종이고 나머지 8종은 주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 신생아의 96%가 태어나자 마자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영화 GATTACA의 세상이 점점 열리고 있는 것일까요?

29가지 질병은 크게 나누면 아미노산 대사 이상, 유기산 대사 이상, 지방산화 대사이상, 헤모글로빈관련, 그리고 기타 이렇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개가 다 수만에서 10만명에 한 명 정도 걸릴 수 있는 희귀질병들인데 전혀 모르는 것도 있고 생화학책에 나오는 유명한 질병도 있고 그러네요. 개별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닥블의 선생님들이 더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로렌조 오일>의 ALD는 없네요.)

1. 아미노산 대사 이상

1) PKU = Phenylketonuria (발병 확률 : 1/25,000)
2) MSUD = Maple syrup urine disease  (1/100,000)

희귀병 ALD를 다룬 영화 로렌조 오일

3) HCY = Homocystinuria (1/100,000) 
4) CIT = Citrullinemia  (1/100,000)
5) ASA = Argininosuccinic acidemia  (1/100,000) 
6) TYR I = Tyrosinemia type I  (1/100,000)

2. 유기산 대사 이상

1) IVA = Isovaleric acidemia  (1/100,000)
2) GA I = Glutaric acidemia type I  (1/75,000)
3) HMG = Hydroxymethylglutaric aciduria or HMG-CoA lyase deficiency (1/100,000)
4) MCD = Multiple carboxylase deficiency  (1/100,000)
5) MUT = Methylmalonic acidemia due to mutase deficiency (1/75,000)
6) Cbl A,B = Methylmalonic acidemia cblA and cblB forms (1/100,000)
7) 3MCC = 3-Methylcrotonyl-CoA carboxylase deficiency (1/75,000)
8) PROP = Propionic acidemia (1/75,000)
9) BKT = Beta-Ketothiolase deficiency (1/100,000)

3. 지방 산화 대사 이상
1) MCAD = Medium-chain acyl-CoA dehydrogenase deficiency (1/25,000)
2) VLCAD = Very long-chain acyl-CoA dehydrogenase deficiency (1/75,000)
3) LCHAD = Long-chain 3-OH acyl-CoA dehydrogenase deficiency (1/75,000)
4) TFP = Trifunctional protein deficiency (1/100,000)
5) CUD = Carnitine uptake defect (1/100,000)

4. 헤모글로빈/적혈구 관련 질병

1) Hb SS = Sickle cell anemia (1/400)
2) Hb S/Th = Hb S/Beta-Thalassemia (1/50,000)
3) Hb S/C = Hb S/C disease (1/25,000)

5. 기타

1) CH = Congenital hypothyroidism (1/5,000)
2) BIOT = Biotinidase deficiency (1/75,000)
3) CAH = 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 (1/25,000)
4) GALT = Classical galactosemia (1/50,000)
5) HEAR = Hearing loss (1/5,000에서 3-4/1,000)
6) CF = Cystic fibrosis  (1/5,000)

 (붉은 색은 비교적 많이 발생하는 질병들)

"한국 男, 신사 아니면 망나니?"의 약간 이상한(?) 사진

한국 男, 신사 아니면 망나니?라는, 한국 남자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고 보니 중국의 성인업소에 출입하는 한국 남자에 관련된 쓸데 없는 기사를 읽다가 본 아래의 사진인데요. 

사진은 숨겼습니다.



 

계란에 혈압 낮추는 성분 있다, 들여다 보기.

<의학> 계란에 혈압 낮추는 성분 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 농업-식품-영양학과의 우 젠핑 박사는 계란에서 생성되는 펩티드가 혈압강하제 중 하나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와 유사한 효과를 일으킨다고 밝힌 것으로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19일 보도했다. 우 박사는 삶은 계란과 프라이 한 계란이 소화과정을 거치면서 위와 소장에 있는 효소들에 의해 ACE 억제제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여러가지 펩티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시험관 실험에서 밝혀졌다고 말했다.

계란은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고지혈증인 사람은 조심해야 하고 고지혈증이면 동맥경화나 고혈압의 원인이 되고 어쩌고 하는 "상식(?)"이 판치는 세상에 계란에 혈압 낮추는 성분이 있다고 하니 놀랍지요? 그래서 사이언스 데일리에는 같은 내용의 기사에 이런 제목을 붙였네요. 


그리고 이 기사의 소스가 된 논문은 아래와 같군요. 

네. 위 논문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단어는 in vitro라는 단어입니다. 맨 위의 연합뉴스 기사에서는 이것을 "시험관 실험에서"라고 번역했지요. 맞는 번역입니다만 전공자가 아니면 이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생물과 관련된 실험을 할 때 in vitroin vivo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in vitro는  시험관 안에서 즉 생체 밖에서 수행한 실험이라는 의미고, in vivo라는 말은 생체 안에서 수행한 실험이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슈퍼박테리아 잡는 강력한 항생제, 꿀"에 대한 바른 이해라는 포스팅에서도 한 번 다루었지요.

예를 들어 항암제 하나를 개발한다고 합시다. 영지 버섯의 어떤 물질이 항암활성이 있다고 할 때, 가장 먼저는 체외에서 배양한 암세포에다가 처리를 해봅니다. 이런 실험을 in vitro 실험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그게 활성이 있으면 암에 걸린 동물에 먹이거나 주사를 놓아서 활성을 측정하고 맨 마지막에 사람에게까지 테스트를 하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생물체에 테스트 하는 것을 in vivo 테스트라고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약효성과 안전성까지 다양한 검사를 해서 최종적인 항암제가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의약품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넘어야 하는 수많은 장애물들



그러므로 in vitro 테스트에 성공을 했다고 한다면, 정말 그런 활성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갈 길은 멀겠다, 고 생각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맨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위의 논문은 계란 속에 있는 단백질을 끓이거나 fried해서 체내에서 소화되듯이 가수분해를 시켰더니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ACE) inhibitory peptides 들이 7종 (Val-Asp-Phe (IC(50): 6.59 microM), Leu-Pro-Phe (10.59 microM), Met-Pro-Phe (17.98 microM), Tyr-Thr-Ala-Gly-Val (23.38 microM), Glu-Arg-Tyr-Pro-Ile (8.76 microM), Ile-Pro-Phe (8.78 microM), Thr-Thr-Ile (24.94 microM) 발견되었다는 논문입니다. 

아미노산은 20종이라서 tripeptide만도 8000종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에 그걸 하나 하나 합성해서 활성을 볼 수는 없으므로 단백질이 많은 계란을 이용하여 단백질을 무작위적으로 가수분해하는 식의 접근을 한 것 같은데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란을 먹으면 저런 아미노산들이 만들어져서 ACE를 저해하여 혈압을 낮춘다? 이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저 위의 서열 중에 펜타펩타이드 두 종류는 체내로 흡수가 될지도 잘 모르겠네요. 사실 소나 돼지 고기에도 저런 서열의 펩타이드는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들어있느냐인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는 것 같네요. 계란에 위의 펩타이드들이 아주 dominant하게 들어있다면 조금 생각해 볼 여지가 있겠지요.

그리고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의 맨 마지막에는 이렇게 써 있네요. 
Funding for the research came from livestock and poultry industry groups.

연구비가 관련 산업계에서 나왔다고 연구결과를 산업계에 유리하게 보고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학자에게 모욕스런 일이지만 연구 내용의 해석이 호의적일 수는 있겠지요. ^^


2009년 2월 17일 화요일

인간과 세균의 전쟁, 슈퍼박테리아

지난 주에 화제가 되었던 뉴스 중의 하나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어 병원에 갔다는 뉴스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왕년의 팝의 황제


1. 마이클 잭슨을 저렇게 만든 것은 누구?

마이클 잭슨은 제가 어렸을 때의 영웅 중의 영웅이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원더걸스의 텔미나 노바디를 따라하듯이 아마 당시 어린 학생들 중에 마이클 잭슨의 beat it이나 빌리 진의 뮤직 비디오를 따라서 브레이크 댄스를 춰보지 않은 학생이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게 팝의 황제라고 불리우던 마이클 잭슨이 언제부터인가 여러 가지 구설수에 휘말리고 거기에 성형수술의 부작용으로 고생한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성형수술은 그가 1980년대 중반부터 백반증과 루퍼스를 앓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주 영국의 The Sun지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잭슨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었는데 이 균이 피부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영국의 Sun지는 최대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이지만 가십위주의 보도를 하는 매체라서 얼마나 정확한 보도인지를 판단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2. 그렇다면 슈퍼박테리아는 무엇인가요?

슈퍼 박테리아는 항생제에 잘 죽지 않는 "세균"입니다. 일단 미생물에 대한 몇가지 기본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미생물이라고 하면 작아서 안보이는 생물 전체를 이야기합니다. 그 미생물들을 크게 나누면 바이러스(실제로는 생물로 보기 어렵지만 "편의상" 그렇게 분류합니다), 세균, 효모, 곰팡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눈에 안보이는 원생동물도 포함됩니다만 말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감기는 바이러스, 맥주 양조나 빵 만드는데 사용되는 것은 효모, (개량)메주를 띄울 때 사용하는 누룩은 곰팡이, 그리고 항생제 마이신으로 죽이는 세균, 영어로는 박테리아입니다.(모든 마이신이 세균만 죽이는 것은 아닙니다.)

3. 세균과 바이러스는 전혀 다른 것이군요.

언론 기사를 보다보면 자주 보는 오류가 있는데 바로 이 세균과 바이러스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전혀 다릅니다.

감기나 독감, AIDS 등은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인데 바이러스는 생물이라고 하기 어려운 기생체입니다. 생물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세포라고 하는데 바이러스는 세포의 형태가 없고 단백질 껍데기에 유전물질인 DNA나 RNA가 있을 뿐입니다.

이에 비해 세균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단세포 생물이고 바이러스에 비하면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식물이나 동물에 비하면 매우 단순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세균은 이렇게 살아있기 때문에 세포벽을 부순다든지,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면 쉽게 죽일 수 있는데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라서 죽이기가 어렵습니다. 

4.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는 다른 약

흔히 균(보통 세균, 효모, 곰팡이)을 죽이는 물질을 항생제라고 하고 바이러스를 죽이는 물질은 항바이러스제라고 합니다. 세균과 바이러스를 많이들 혼동하시지만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를 혼동하는 경우는 더 많습니다. 지금까지 항생제는 수백종이 개발되었지만 항바이러스제는 몇 종류 되지도 않고 효과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감기엔 약이 없다는 말은 감기약으로 감기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퇴치시키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이에 비해 병원균의 퇴치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로 항생제를 사용하여 상대적으로 쉽게 가능했는데

포도처럼 생긴 포도상구균

최근에 들어와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세균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를 슈퍼박테리아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5. 슈퍼박테리아는 어떤 세균인가요?

흔히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줄여서 staph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이라고 불리우는 균입니다. 화농성(종기가 곪아서 고름이 생기는 성질) 세균의 일종인데요. 흔히 우리 피부와 코의 점막 등에 서식하는 균이고 정상인들의 약 20% 정도는 몸에 가지고 있는 균입니다. 독소를 만들어서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균들이 평소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은 우리 몸의 피부나 위장관 상피세포의 경계를 뚫고 들어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처라든지 다른 요인에 의해 그 경계가 뚫리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와 자라면서 염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에는 쇼크나 사망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그럴 경우에 항생제를 사용하여 미생물들을 죽이는데 슈퍼박테리아들은 그런 항생제에 견디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6. 슈퍼박테리아에는 어떤 항생제들에 견디나요?

일단 항생제는 종류가 매우 많습니다만 가장 먼저 발견되고 개발되어진 것을 베타-락탐계열 항생제라고 합니다. 미생물에 감염되면 제일 먼저 사용하는 페니실린이나 아목시실린 종류들이죠. 보통 처음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면 가장 먼저 개발된 페니실린이나 다른 베타-락탐계열 항생제를 사용했는데 그 내성 균이 나오자 메티실린이라는 항생제를 사용했습니다. 메티실린도 베타-락탐계열 항생제이긴 하지만 페니실린 내성 SA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곧이어 메티실린에 내성을 보이는 포도상구균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가 보고되면서 베타-락탐계열 항생제로는 생육저해가 안되는 슈퍼 박테리아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마이클 잭슨이 감염되었다는 균도 바로 이 MRSA입니다.   

7. 이 MRSA 슈퍼박테리아는 죽일 수 없나요?

그래서 과학자들이 새롭게 개발한 항생제가 바로 밴코마이신이라는 항생제입니다. 밴코마이신은 페니실린이나 메티실린과 같은 베타-락탐계열이 아닌 glycopeptide 계열로서 베타-락탐계열과 마찬가지로 세포벽 합성을 저해하지만 작용하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MRSA를 퇴치하는데 효과적입니다. 이 약은 먹어서는 흡수가 잘 안되기 때문에 주사로 맞아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기사에서 정맥 주사를 맞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아마 이 항생제를 맞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1996년 일본을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미국, 브라질 등에서 밴코마이신 내성 포도상구균 (Vancomyc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VRSA)이 보고되면서 다시 미생물과 인간의 전쟁이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이 밴코마이신 저항성은 엔테로코코스 (Enterococcus)라는 장내 미생물로부터 전해진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몇몇 Leuconostoc, Pediococcus, Lactobacillus 등의 유산균들도 밴코마이신에는 잘 죽지 않습니다

8. 슈퍼박테리아를 잡기 위한 노력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항생물질을 찾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개발된 것으로 Daptomycin (lipopeptide 계열)이나 Linezolid (oxazolidinone 계열)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6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폴리펩타이드인 hydramacin-1 이라는 물질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제약회사와 각국의 연구자들이 새로운 항생제를 찾기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생물들은 거기에 저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요. 아마 인류와 미생물의 전쟁은 끝없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09년 2월 14일 토요일

아직도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헷갈리시는군요.

마이클잭슨 울린 '슈퍼박테리아' 뭐지?
사실 황색포도상구균은 사람의 피부나 점막에 군(무리, 집단)을 형성하며 존재하는 가장 흔한 병원성 세균이다. 이 중 메티실린에 내성을 보이는 돌연변이 균이 슈퍼 바이러스인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대부분 혈류를 통해 감염돼 조직을 파괴하는데, 환자의 10% 정도에서는 세균이 살을 파먹는 증상까지 나타난다. 대부분의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뭐 이해는 갑니다만 아직도 세균과 바이러스를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고 혼동해서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와 세균은 천지차이입니다.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의 "항균 바이러스" 언급 때문에 썼던 포스트를 참조하시면 바이러스와 세균이 어떻게 다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물엿과 고과당옥수수시럽 (High Fructose Corn syrup, HFCS)은 다릅니다.

어제 포스팅 ("KISTI의 과학향기"마저 이러면 안되는데...)에 대해 모기불님께서 KISTI의 과학향기의 글이 "물엿과 High-fructose corn syrup 를 같은 개념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선의의 해석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말이 조금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식품공업에서는 물엿 (corn syrup) HFCS는 다른 것으로 취급합니다. 잘 모르는 분들이 영어로 보면 둘 다 corn syrup 이 있어서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옛자료를 뒤져보니 물엿은 DE (dextrose equivalent)가 20이상이고 20 이하면 maltodextrins (말토올리고당)이라고 하는군요.

간단히만 적어보면 물엿은 전분을 가수분해나 산분해(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하여 만드는데 완전 포도당화가 아니고 주로 maltose (맥아당)가 주성분이지만 포도당이나 작은 분자의 올리고당이 섞여 있습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효소는 알파-amylase와 베타-amylase (말토스 생산효소), pullulanase (가지치기 효소) 등입니다.


하지만 HFCS는 모깃불님이 쓰신 것처럼 알파-amylase glucoamylase로 일단 완전 당화하여 포도당을 만들고 xylose isomerase (XI)를 사용하여 포도당을 과당(fructose)로 전환시킵니다. 원래 XI 미생물에서 xylose xylulose로 전환시키는 효소인데 기질 친화도가 낮은 포도당도 과당으로 전환시키는 성질이 발견되어 산업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조금 전문적으로 말하면 aldose와 ketose를 상호 전환하여 이성질체를 만들어주는 효소죠.

최초로 발견된 XI는 포도당에 비해 xylose에 친화도가 160배 높았지만 단백질 공학적인 방법으로 최근에는 오히려 포도당에 더 기질 친화도가 높은 glucose isomerase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모깃불님이 인용하신 Wiki의 설명은 조금 부정확해서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한데, 원칙적으로 모든 효소는 조건이 맞으면 가역적이고 이성화효소 (isomerase) 역시 상호 평형이 되면 더 이상 반응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XI가 포도당을 과당으로 전환하다가 과당이 42% -43% 정도가 되면 반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평형이 됩니다. 이 상태에서 그냥 단순 refining 해서 팔면 그게 HFCS-42입니다.

그런데 그 HFCS-42를 크로마토그래피를 거쳐서 포도당과 과당을 분리하면 과당이 90% 함유된 HFCS-90이 나오게 되고 이것과 HFCS-42를 섞어서 꿀과 조성이 더 가까운 HFCS-55를 만드는 것입니다.

 


HFCS와 과당에 대해서는 "사과도 먹으면 살찐다? Fructose index"라는 포스팅에 설명을 했으니까 참고하세요. 그러고 보니 그 기사에서도 기자가 HFCS를 잘못 이해하고 썼네요. 하긴 내추럴리 데인저러스의 번역에서도 잘못 썼군요. 

2009년 2월 13일 금요일

"KISTI의 과학향기"마저 이러면 안되는데...

라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
설탕보다 물엿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당분이 전혀 없는 음식이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핏 단맛을 느낄 수 없는 음식에도 조리 과정에서 약간의 설탕 정도는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당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은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으로 흡수되고 에너지로 쓰인다. 하지만 당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문제가 된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의 경우 여러 가지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설탕이다. 

설탕은 사탕수수, 사탕무 등의 식물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한동안 천연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탕은 그 정제 과정에서 단백질, 미네랄 등 대부분의 성분을 빼내고 단맛만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인공감미료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설탕의 남용은 당분을 과잉공급하는 원인이 되고 이것이 누적되면 당뇨와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황설탕이나 흑설탕 등이 더 낫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국 정제설탕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물엿의 주재료는 옥수수이다. 옥수수 내에 있는 전분을 정제하여 추출하고 이것을 효소 가수 분해해 물엿을 제조한다. 물엿이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고 나서 물엿의 용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미국에서는 물엿이 비만을 유발하고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나친 당분의 섭취를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방법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짧은 상식 하나. ‘사과는 먹는 시간에 따라 아침에는 금, 점심에는 은, 저녁에는 동’이라는데, 그 이유는 뭘까?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오후보다는 오전에 활발하므로 저녁에 과일의 당분을 섭취할 경우 쉽게 중성지방으로 저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섬유소가 많아서 저녁에 먹으면 장이 소화하는 데 부담을 줄 수 있어 소화하는 시간이 비교적 많은 아침에 먹는 것이 좋은 것이다. 또한 사과의 산도는 위액의 산보다 훨씬 낮으므로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위가 나쁜 사람이 먹어도 좋다.
심각합니다. 심각해. 지금은 너무 바빠서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간단히만 적어보면...

1) 물엿이 설탕보다 좋은 이유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물엿이 덜 달아서 더 많이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당분 섭취가 더 많을 수 있고, 설탕은 과당이 한 분자 있어서 혈당을 덜 높이는데 비해 물엿은 분해되면 모두 포도당이라서 혈당을 더 높일 수 있고, 등등...설탕이든 물엿이든 과하게 먹지 않으면 됩니다.

2) 설탕은 인공감미료? 넌센스입니다! 
그러면 소금도 인공조미료. 후추도 인공향신료. 물엿도 당연히 인공감미료. 

3) 물엿이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 넌센스!!!! 
(위에서 썼습니다.) GI(Glycemic index)는 아마 물엿이 더 높을 것입니다. 물론 물엿도 종류가 다양합니다만 아무튼 분해되면 모두 포도당이죠. 그래도 설탕은 흡수가 잘 안되는 과당이 한 분자 있어서 동량을 먹었을 때 혈당을 높이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을 겁니다.

4) 저녁에 먹으면 동사과? (거의) 넌센스!!! 
사과의 당분이 중성지방이 된다면 저녁밥은 모두 중성지방으로 갑니다. 사과의 섬유소가 문제라면 저녁에 먹는 채소는 다 문제입니다. 모든 과일은 아침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해야 합니다. 고로 너무 늦은 밤에만 먹지 않으면 큰 문제 없습니다.
(이것은 방송 때문에 자세하게 쓰고 있는 중입니다.)





마이클잭슨을 괴롭히는 슈퍼박테리아란?

갑자기 슈퍼박테리아를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아마 제 예전 포스트 "슈퍼박테리아 잡는 강력한 항생제, 꿀"에 대한 바른 이해를 찾아 오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왜 슈퍼박테리아에 관심이 늘었나 봤더니 이 기사 때문인가 봅니다.

마이클잭슨, 코 성형수술 후유증 ‘슈퍼박테리아’ 감염 충격
'더 선'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잭슨은 기존 항생제가 통하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타입 감염증에 걸려 현재 정맥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가 흔히 슈퍼박테리아라고 부르는 세균은 뭐 별다른 것이 아니고 식중독균으로 잘 알려진 포도상구균 (Staphylococcus aureus, SA)입니다. 이 녀석은 여러가지 항생제로 쉽게 죽일 수 있는데 점차 항생제가 듣지않는 즉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SA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번째가 메티실린 내성 (Methicillin-resistant) SA 즉 MRSA입니다. 마이클 잭슨이 걸렸다는 바로 저 놈이지요.

사진출처 : 윗 기사 링크 (뉴스엔)

 
조금 더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MRSA는 메티실린 뿐만이 아니라 페니실린이나 세팔로스포린과 같은 베타-락탐계열 항생제에 두루두루 저항성을 보이는 균입니다. 베타-락탐계열 항생제는 항생제의 대표 중의 대표로서 수 많은 종류가 개발되었고 세균 세포벽 합성을 저해하여 균을 죽이는 물질입니다. 이런 MRSA를 죽이기 위해서는 베타-락탐계열이 아닌 다른 계열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glycopeptide 계열 물질인 밴코마이신입니다. 아마 마이클 잭슨이 정맥 항생제 치료를  통해 투여받는 물질이 밴코마이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위 사진에 써 있는 것처럼 MRSA가 피부 전체에 감염되었다고 하니 약간 걱정이네요.

메티실린 (Methicillin)

복잡하게 생긴 밴코마이신 (Vancomycin)


하지만 사실 MRSA보다 더 무서운 슈퍼박테리아가 있습니다. 바로 밴코마이신 내성 (Vancomycin resistant) SA 즉 VRSA인데 1996년에 일본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습니다. 처음 일본에서 발견된 VRSA균은 항생제 두 종류(암피실린과 설박탐)를 함께 처리해서 치료에 성공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VRSA가 각 국에서 보고되었고 사망자도 여럿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예전 포스팅에서 언급된 것처럼 꿀로 슈퍼박테리아를 잡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지요. 지금도 제약회사와 각국의 연구자들이 새로운 항생제를 찾기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생물들은 거기에 저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요.

 

2009년 2월 11일 수요일

닌자 어쌔신은 한국배우를 위한 영화?

가수 비 (정지훈)가 헐리웃 영화 <닌자 어쌔신>에 출연하고 받는 영화 개런티가 830만원이라고 합니다. (하루 뒤인 오늘 다시 정정했는데 7억원이랍니다.^^) 그래서 닌자 어쌔신이 무슨 영화인가 찾아봤는데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IMDB에 나와 있는 닌자 어쌔신의 cast를 보면  

IMDB의 닌자 어쌔신 캡쳐 (http://www.imdb.com/title/tt1186367/)


위에서부터 5번째까지 배우 중에서 여자 배우 나오미 해리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계) 배우들입니다. 맨위의 Sung Kang은 한국계 2세인 강성호, <매트릭스> 시리즈의 키 메이커로 유명한 Randall Duk Kim은 김덕문 선생님 (김덕문 선생님에 대한 이전 포스팅), 007 Die Another Day에 출연했던 유명한 배우 Rick Yune (우리 이름 윤성식), 다섯번째에 Rain 정지훈이군요(시놉시스를 보면 다섯번째로 비중있는 인물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의 소속사에서 키우는 이준이라는 배우도 출연(이 배우의 출연료가 830만원인가 보네요)한다고 하는데 IMDB에는 없네요. 아무튼 왠지 닌자 어쌔신은 일본스러운 영화일 것 같은데 한국(계) 배우들이 주로 포진하고 그 아래에 일본(계) 배우들이 있다니 좀 의외입니다. 

그런데 비가 무릎팍도사인가 나와서 워쇼스키 형제에게 주연제의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감독은 워쇼스키가 아니라 James McTeigue이고 워쇼스키 형제는 총제작 (executive producer)도 아니고 producer 중의 한 명(두 명?)이네요. 스피드 레이서로 망신살이 뻗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면 더 좋았을텐데 약간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튼 좋은 영화 만들어서 헐리웃에서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2009년 2월 10일 화요일

발렌타인 데이 선물, 초콜릿의 과학

이번 주말이 발렌타인 데이라서 벌써부터 언론에 초콜릿과 관련된 기사들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초콜릿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초콜릿은 무엇으로 만드나요? 

초콜릿은 카카오열매 씨앗을 원료로 만드는 식품입니다. 카카오나무는 15도 이하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열대성 식물이라 전세계 생산량의 3분의 2정도를 서부 아프리카에서 생산하고 특히 코트디브와르에서 43%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카카오 열매 씨앗을 발효시킨 후 건조하여 볶은 것을 cacao bean이라고 하지만 커피와 마찬가지로 콩은 아닙니다.

또한 초콜릿은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커피와 같이 마시는 음료로서 오랜 기간 애용되었으나 1828년 네덜란드인 반호텐에 의해서 고형화된 형태의 초콜릿이 개발되어 현재는 주로 고형화된 제품형태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2. 코코아는 초콜릿과 어떻게 다른가요? 

코코아는 원래 상품명으로 시작되었는데 영어로는 hot chocolate이라고 부릅니다. 이 코코아는 카카오 버터를 제거한 분말 (코코아분말)을 더운 물에 타서 먹는 음료를 뜻하는데 카카오에는 커피와 달리 지방 성분이 많이 있어서 그 지방성분 (버터)을 제거하고 마시는 것입니다.

3. 코코아분말 뿐, 코코아버터, 코코아매스 등 원료명이 헷갈리네요.

이런 것을 이해하려면 초콜릿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를 해야하는데요. 일단 카카오 열매를 따고 그 씨앗을 얻어서 발효를 하고 건조시키는데 이를 카카오 콩(cacao bean)이라고 합니다. 이 카카오 빈을 볶는 것까지는 커피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는데 그 외피(껍질)와 배아를 제거한 것을 코코아 매스(cocoa mass, 또는 chocolate liquor)라고 하는데 약 53-55%정도의 지방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코코아 매스에서 지방성분을 짜내면 그 지방성분을 코코아 버터 (cocoa butter), 남는 고형분을 코코아 분말(powder)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초콜릿은 코코아 매스에 설탕, 우유, 향료 등을 넣은 후 코코아 버터를 넣어 굳힌 것을 뜻하지요. 


일반적으로 코코아 매스의 맛은 쓰고 떫기 때문에 설탕과 우유를 넣는데 우유가 들어간 초콜릿을 밀크 초콜릿,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초콜릿을 다크 초콜릿, 그리고 코코아 매스 없이 코코아 버터로만 만든 초콜릿을 화이트 초콜릿이라고 합니다. 

사실 코코아 버터는 초콜릿을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성분으로서 특히 녹는점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초콜릿은 상온에서는 고체, 입속에서는 액체로 존재해야 하므로 녹는점이 30도 내외가 되어야 하는데 코코아 버터의 녹는점은 32-34도 정도입니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코코아 버터는 좌약 등에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초콜릿의 녹는점은 지방성분의 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포화지방이 많아지면 더 낮은 온도에서 고체로 존재하게 됩니다.  

4. 그러면 화이트 초콜릿에는 카카오 성분은 거의 안들어가는 것인가요?

실제로 화이트 초콜릿에는 지방성분인 코코아 버터만 들어가고 (적어도 20% 이상) 설탕 (약 55%), 우유 또는 전지분유 등이 들어가므로 카카오 성분은 없습니다. 흔히 카카오 성분 중에 몸에 좋은 성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화이트 초콜릿에는 거의 없는 셈이지요. 

5. 그런데 쓴 맛의 다크 초콜릿이 인기를 많이 끌었지요?  

밀크 초콜릿에는 설탕과 유당을 포함해서 당류가 약 50% 가까이 들어갑니다. 당류 이외의 탄수화물이 약 10%, 지방이 약 30% 정도이고 나머지는 단백질 및 미네랄 등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밀크 초콜릿 100g의 칼로리는 500 kcal 이 넘습니다.  

다크 초콜릿은 우유나 분유가 들어가지 않은 초콜릿을 뜻하는 것으로서 보통 코코아 매스가 43% 이상 들어있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다크 초콜릿이 식욕을 저하시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거나 카카오의 성분이 많아서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고 실제로 99% 코코아 매스로 만든 다크 초콜릿까지 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먹어본 사람들의 평은 대체적으로 악평 일색이었다고 하더군요.

6. 그렇다면 다크 초콜릿이 정말 몸에 좋은가요?

초콜릿의 주 성분인 카카오 빈에는 약 300여가지 정도의 다양한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보통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이 풍부해 심혈관 질환, 혈압 감소, 뇌졸중 위험 감소[footnote]“다크 초콜릿, 심장질환 뇌중풍 위험 줄인다” (코메디 닷컴, 2008/08/29) - 이 보도는 J Nutr. 2008, 138(9):1671-1676에 실린 "Blood pressure is reduced and insulin sensitivity increased in glucose-intolerant, hypertensive subjects after 15 days of consuming high-polyphenol dark chocolate" 논문에 대한 것으로 연구 대상이 너무 적고 (19명) 단기간 (15일)이라는 단점이 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footnote], 만성피로증후군 등에 좋다고 하고 우울증에 효과[footnote]Th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2007) 191: 351-352. Chocolate craving when depressed: a personality marker [/footnote]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약간 과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완전식품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초콜릿에서 제일 유명한 물질은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라는 물질입니다. 카카오 나무의 학명을 Theobroma cacao라고 하는데 카카오에서 제일 유명한 물질이 바로 이 테오브로민이라는 물질입니다. 이 물질은 밀크초콜릿에도 들어있지만 아무래도 코코아 매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에 더 많이 들어있지요.

카페인의 메틸기 대신 수소가 붙으면 theobromine


Theobromine은 구조도 카페인과 비슷하고, 하는 역할도 비슷한데 초콜릿속에 카페인보다 약 10배 정도 더 들어있습니다. 이뇨작용, 혈관 확장 작용 등이 있어서 고혈압 치료효과도 주목받았고 2005년 초에는 영국의 과학자에 의해 진해제(기침을 멈추는 약)로 사용되는 코데인이라는 약물보다 초콜릿 속의 테오브로민이 더 효과가 좋다는 연구 보고가 있어서 화제[footnote]Theobromine inhibits sensory nerve activation and cough. FASEB J. 2005 Feb;19(2):231-3[/footnote]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물들은 분해속도가 사람보다 훨씬 느리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개나 고양이에게 초콜릿을 많이 주는 것은 위험합니다.

7. 초콜렛 섭취시에 주의할 점도 있지 않을까요?

초콜릿의 가장 안좋은 점은 역시 충치입니다. 설탕함량이 50% 가까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동량의 설탕을 먹었을 때보다는 충치 발생률이 낮다고도 합니다. 다크 초콜릿은 종류에 따라 설탕의 함량이 적거나 거의 없는 것도 있습니다.  

다크 초콜릿은 보통 밀크 초콜릿을 만드는 우유나 분유 함량인 20% 대신 코코아 매스를 넣은 것인데요. 그러면  약 43% 정도의 다크 초콜릿이 됩니다. 그런데 72%, 86% 코코아 매스의 진한 다크 초콜릿은 설탕을 빼고 코코아 매스를 넣게 되지요. 그러면 설탕이 줄어들었으니 칼로리도 더 적어지겠지 생각을 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코코아매스가 많이 들어가면 지방의 함량이 많아져서 칼로리는 거의 같거나 약간 더 늘어납니다. 설탕과 같은 당분은 g당 4 kcal인데 비해 지방은 g당 9 kcal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다이어트 효과는 사실 없다고 봐야 옳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카페인입니다. 다크 초콜릿 (20mg/oz)에는 밀크 초콜릿 (6mg/oz)에 비해 약 3배 이상의 카페인이 들어있어서 시판되는 다크 초콜릿 하나에 커피 한 잔 정도의 카페인이 들어있습니다. 때문에 어린이의 경우는 과량으로 섭취하는 것이 안좋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phenylethylamine 등의 교감신경 흥분 성분이 있어서 가슴을 뛰게 하거나 맥박을 조금 빠르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끔 드물게 초콜릿을 섭취하면 어지럽거나 약한 멀미 증세를 보이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물질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초콜릿을 적당히 소량 섭취했을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8. 초콜릿 하나에도 참 다양한 효과가 존재하는 군요.

조금 오래된 자료 (1997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 1명이 1년 동안 소비하는 초콜릿의 양은 약 0.9kg으로 일본의 2kg, 미국 5kg, 영국 8kg, 스위스 10kg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꽤 적은 양입니다. 

발렌타인 데이가 사실은 국적 불명의 명절(?)이라는 비판도 많이 받고 우리 명절인 정월 대보름에 행하는 "탑돌이"에 떡을 나누는 전통을 살리자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꽤 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주는 풍습이 확산되는 것은 아마 일년에 한 번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쉽지 않은 기회를 달콤한 초콜릿을 통해서 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회이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까요.

참고문헌     

2009년 2월 6일 금요일

올해의 극한미생물 관련 학회들

올해 열리는 극한미생물 관련 학회는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Thermophiles 2009 meeting이구요. 다른 하나는 Gordon Research Conference (GRC)의 Archara meeting입니다.

아직 Thermopiles 2009 meeting은 프로그램이 확정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는 만들어졌군요. 기간은 8월 16일에서 21일까지이고 주제는 예년과 비슷하게 

- Evolution and the origin of life 
- Diversity and ecology 
- Genomics and metagenomics 
- Genetic mechanisms 
- Physiology and metabolism 
- Environmental adaptations 
- Mobile genetic elements - Applications

등입니다. mobile genetic elements 분야는 좀 생소하군요. 


GRC Archaea meeting(정식명칭은 Archaea: Ecology, Metabolism & Molecular Biology)은 사실 한국 연구자들에게 좀 생소하지만 사실 아키아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미팅이고 파이오니아적인 연구보고가 많이 되는 미팅입니다. 올해의 chair는 Julie Maupin-Furlow와 Bettina Siebers 이고 Vice Chairs는 Kenneth M. Stedman과 Haruyuki Atomi 라고 합니다. 기간은 7월 26일에서 31일인데 Thermophiles 2009 미팅이랑 너무 붙어있네요. Thermophiles 2009 meeting 흥행에 약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양쪽에 모두 걸려있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특히 저의 ex-boss) 연구 발표 주제는,

  • systems biology and genome function
  • ecology and diversity of archaea and their viruses
  • enzyme structure and function
  • transcription and gene regulation
  • translation and post-transcriptional modification
  • physiology and regulation of metabolism
  • extremophiles and biotechnology applications
  • replication, repair and recombination
  • evolution and the tree of life

  • 등이라고 하네요. Systems biology는 확실히 대세인가 봅니다. 프로그램의 대체적인 윤곽은 나왔으니까 참고해보셔도 되겠습니다. 

    저는 어디에 가야 할까요? (갈 수는 있을런지...) 



      

    2009년 2월 3일 화요일

    현대 제네시스 수퍼보울 광고는 몇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43회 미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 경기 방송을 통해 공개된 현대자동차 광고에 대해 전문가들이 '아이디어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2일 보도했다. 
    예년처럼 올해도 수퍼보울 광고가 화제로군요. 현대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퍼보울 광고를 냈다고 합니다. 2편을 낸 것 같은데 ("Angry bosses"와 "Contract") 현대자동차의 올해 광고는 작년보다 좀 더 관심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렉서스)과 독일(BMW) 경쟁사들을 등장시킨 광고 "Angry Bosses"편이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마치 예전의 fake 비교광고를 연상시키죠?



    "Contract"편


    이 광고들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요? 맨 위의 기사는 포브스에서 4명의 전문가에게 수퍼보울 광고 코멘트를 받은 내용으로 작성된 기사로 보입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에 대한 코멘트는 이것 입니다. 
    Contract is a good idea. The execution misses a little bit. But the idea transcends.
    그런데 저 아이디어가 좋다는 것은 광고의 아이디어인지 아니면 현대의 세일즈 아이디어(할부로 차를 사고 나서 직업을 잃으면 차를 되 사준다는 획기적인 계약조건)가 좋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수퍼보울 광고에 대한 평가는 매체에 따라 다릅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도 수퍼보울 광고들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데 좀 더 자세하게 점수를 매깁니다. 그러면 현대자동차 광고는 몇점을 받았을까요? 확인해 보니 "Angry bosses"편은 B-, "Contract"편은 B를 받았습니다. 물론 A가 아니라서 좋은 점수를 못받은 것이 아닌가 싶으신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B정도 받았으면 잘 받은 편입니다. C, D, 심지어 F를 받은 광고도 있으니까요. 

    참고로 경쟁사인 혼다 어코드 광고는 C+, 토요타 벤자는 C-, 토요타 툰드라는 C+, 애큐라 불릿은 C+를 받았습니다. 자동차 광고에선 아우디만 A-를 받았군요. 일본 회사에서 정말 보스들이 화를 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범죄와 과학, 지문과 혈흔

    지난 주엔 군포 여대생 실종사건의 용의자가 알고 보니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져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용의자가 자백을 하게 된 것이 유전자검사 결과였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실제로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듯이 범죄 수사에 과학적인 기법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고 법의학에 대한 관심도 많이 증가되는데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법의학이란 무엇인가요?

    법의학의 사전적 의미는 “법률상 문제가 되는 의학적 사실에 관해 연구하고 새로운 의학지식을 응용함으로써 법률상의 문제해결과 그 대책에 관여하여 법률의 적정한 운용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만 영어로는 Forensic science (또는 forensic medicine)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법률적인 문제들을 과학 지식으로 풀어내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주로 의대에 있지요. 2008년 현재 우리나라에 법의학 관련 학과가 13개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법의학이 알려진 큰 계기가 되었던 사건은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때였습니다.

    2. 책상을 쾅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했던 그 사건이었지요?

    1987년 1월 당시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군의 사인을 은폐하기위해 경찰에서는 쇼크사라고 주장을 했는데 당시 부검의였던 황적준 박사가 사인은 질식사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부검을 했던 검찰은 질식사, 같은 날 경찰은 쇼크사라는 주장을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답니다. 훗날 질식사라는 부검소견서가 당시 치안본부장인 강민창의 외압으로 '외상 없음'으로 조작되었다는 것이 고문 관계자들이 재판에 회부되었을 때 황적준 박사의 일기장을 통해 공개되어서 화제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법의학이 어떤 것인지 강한 인상을 남겼었죠. 

    3. 부검뿐만 아니라 수사에도 과학적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휴대폰을 이용한 위치추적, 통화기록을 통한 알리바이 확인, CCTV, 심지어는 교통단속 카메라 등을 이용한 수사 등이 보편화 되어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지문으로서 이미 19세기 후반서부터 사용되어온 방법입니다. 지문은 손가락의 무늬이지만 크게 두가지로 나누는데요. 보통 피나 잉크 등이 묻어서 육안으로 지문 융선을 관찰할 수 있는 지문을 현재지문이라고 하고 육안으로 보이지 않고 사람 피부의 자연 분비물만으로 남은 지문을 잠재지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지문은 손가락의 3가지 샘(애크린 샘, 피지, 아포크린 샘)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구성되는데 애크린 샘에서는 주로 물하고 아미노산이나 요소와 같은 질소화합물, 피지에서는 지방성분, 아포크린 샘에서는 나트륨, 칼륨이나 단백질등을 분비한다고 합니다. 

    4. 지문을 찾아내기 위해서 무슨 시약 같은 것을 사용하던데요?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 보통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서 가루를 뿌리는 것을 보는데요. 보통 알루미늄 분말이나 흑연, 숯가루 등을 사용하는데 주로 수분이나 지방성분에 붙어서 안보이던 지문을 보이게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분말은 신선한 지문에만 효과적이기 때문에 액체 시약을 사용해서 지문을 띄우기도 한다고 합니다.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미노산과 반응시키는 닌히드린 훈증과 지방성분과 반응시키는 요오드 훈증이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형광시약이나 발색시약 등으로 지문을 띄울 수 있는데 이런 시약들은 발색원리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디에 찍힌 지문을 찾느냐, 예를 들면 종이, 유리, 파이프, 옷, 가죽 등 지문이 있을만한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가죽이나 직물과 같이 기존의 방식으로는 지문을 알아내기 어려운 물질에 묻은 잠재지문을 X-선을 통해 밝혀내는 기술 (micro-x-ray fluorescence, MXRF)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땀 속에 들어있는 염분에서, 나트륨, 칼륨, 염소 같은 물질을 검출해내는 원리라고 하는데 증거물의 표면을 전혀 손상하지 않고 지문을 채취할 수 있는 방식이라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음성 지문을 분석해서 협박전화 목소리를 가려내는 등의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5.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도 유전자 검사가 나왔었죠?

    출처: http://mechtheory.egloos.com/143356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의 클라이막스가 되는 장면이 소위 굴다리 씬인데요. 용의자 박해일을 잡아서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그 기술이 없어서 샘플을 미국에 보냈다가 결과를 받았는데 그 결과 박해일이 범인이 아닌 것으로 나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유명한 대사 “밥은 먹고 다니냐?”는 장면이 그 장면이죠. 

    우리나라에 유전자 감식이 도입된 것은 1991년인데 요즘에 유전자 검사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이제 간단한 유전자 검사는 작은 실험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범죄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은 잘 갖추어지고 공신력있는 곳에서 이루어져야 하지요. 이번 연쇄살인사건을 푸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었던 것도 혈흔을 찾아내서 유전자 분석을 한 것이라고 하지요.



    6. 혈흔이라고 하면 피의 흔적인가요? 

    최근에는 단순한 사인 분석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과학적 방법이 사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혈흔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혈흔이란 피의 흔적인데 피가 묻어있는 모양만으로도 많은 상황들을 추리하고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피가 한 방울 떨어진 모양을 살펴봐도 자유낙하한 모양인지 아닌지에 따라 사건이나 사고 후에 흘린 피인지 사건 당시에 생긴 핏자국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죠. 보통 충격을 받아 의식을 잃은 후에 흘린 피의 경우는 자유낙하한 모양을 하지만 가격을 당해 흘린 피는 비산(흩뿌려짐)된 형태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작년에 이런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모여 한국혈흔형태분석학회가 생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지 오래되었거나 물로 씻어버린 경우 혈흔의 형태를 보고 판단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럴 때는 보이지 않는 지문을 찾아내듯이 보이지 않는 핏자국을 찾아내는데 그 방법이 루미놀이라는 시약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7. 루미놀은 CSI (Crime scene investigators)의 진짜 주인공?

    실제로 CSI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물질인 루미놀은 아주 적은량의 핏자국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질로서 형광을 나타내는 물질입니다. 

    우리의 피 속에는 적혈구가 있고 적혈구 속에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존재합니다. 그 단백질은 철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철이 촉매로 작용해서 과산화수소를 분해하여 산소와 물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산소가 루미놀과 반응하여 형광을 띄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루미놀이 직접 혈액과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동물이나 심지어 모기 같은 벌레의 피가 검출되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혈액의 흔적에서 다시 유전자를 찾아내서 검사를 하게 되는 것이죠.

    8. 피의 얼룩이나 흔적 정도에서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나요?

    소설 <쥐라기 공원>에서 보면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에서 DNA를 추출해서 공룡을 복원하는 기술이 나오는데 이런 기술을 “중합효소 연쇄반응” (Polymerase Chain Reaction)라고 합니다. 이 기술을 고안한 캐리 멀리스 박사는 노벨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아주 소량의 DNA를 가지고 원하는 DNA를 수없이 증폭시킬 수 있는 방법이죠. 최근에는 유전자와 관련된 거의 어느 실험실이나 다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극히 소량의 혈흔에서도 DNA를 얻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참혹한 범죄가 자꾸 일어나는 것이 안타깝지만 또한 이런 범죄의 죄과를 치루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과학을 사용해서 범인들을 잡아내는 노력이 또한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범죄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2009년 2월 2일 월요일

    "혈액형이 결국 당신을 말해준다(?)"…일본서 '혈액형이론' 大열풍!

    "혈액형이 결국 당신을 말해준다(?)"…일본서 '혈액형이론' 大열풍!
    "혈액형이 뭐예요?" 간단한 대화 같지만, 일본에서는 직장 업무나 중매 등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에 연관되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일본에서 혈액형은 과학적 측면과는 상관없이 한 사람의 모든 면을 설명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혈액형이 성격을 말해준다고 믿는다는 것을 잘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혈액형 성격론을 설명하는 AP통신의 기사인데우리는 이미 싸이월드에 퍼져있는 혈액형 성격론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기사입니다.

    하지만 저 기사에 달린 베플은 좀 기억할 만한 부분이 있네요. 이른바 혈액형론이 거짓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기사 중에 "일본 신슈(信州)대학 심리학과 키쿠치 사토루 교수는 "혈액형은 혈액에 포함된 단백질로 규정되며, 성격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과학적이지 못한 것에 근거해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인종차별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되어있는데 단백질이 아니고 당쇄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스핑고지질 (glycospingolipid) 끝의 당 1개의 차이입니다. 이미 혈액형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으니까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