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6일 수요일

일본 기자들 "박지성은 우리에게도 자랑이다"

일본 기자들 "박지성은 우리에게도 자랑이다"

‘닛칸 스포츠’의 가스가 요헤이 기자는 박지성의 결승전 출전을 확신하면서 박지성을 아시아의 자존심(프라이드 오브 아시아)라고 치켜세웠다. 가스가는 “박지성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누빌 것이다. 중국의 류시앙이 아시아인들에게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육상 단거리 종목(110m 허들) 세계 챔피언이 되면서 아시아인들에게 큰 자부심을 주었다. 박지성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도 아시아인들에게 그와 같은 자부심을 안겨 줄 것이다”고 전했다.

일본이 "하나된 아시아"를 외치면 자동적으로 과거의 대동아공영권 생각이 나면서 경계의 눈길을 보내게 되는 것은 식민지배를 당한 경험을 아직도 잊지 않았거나 잊지 못한 이유이겠지만, 사심없이 이웃 국가 선수의 좋은 일에 칭찬을 보여주는 모습은 참 좋아보입니다. 우리도 일본 선수가 잘 할 때 이런 칭찬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2009년 5월 1일 금요일

봄 산나물, 잘 먹으면 ''약초'' 잘못 먹으면 ''독초''

봄 산나물, 잘 먹으면 ''약초'' 잘못 먹으면 ''독초'' (헤럴드 경제)
본격적인 산나물과 산약초 채취시기를 맞아 독초를 산나물이나 약초로 잘못 알고 식용해 부작용이나 식중독 피해를 일으키는 사례가 매년 반복되면서 산림청이 '봄철 독초 식중독 피해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산림청에 따르면 대부분의 봄철 독초 식중독 피해는 산나물이나 약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 독초를 산나물이나 약초로 잘못 알고 섭취해 발생하고 있다. 식용 산나물 및 약초와 모양이 유사해 산림청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대표적인 독초는 털머위, 삿갓나물, 동의나물, 박주가리, 여로, 박새, 꿩의 다리, 진범, 놋젓가락나물 등 9종류다.

사진 출처: 헤럴드 경제


몸에 좋다고, 천연이라고 아무거나 막 먹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위의 식물들에 대해서는 아마 국가자연사연구종합정보시스템 (http://www.naris.go.kr/)에 가시면 사진과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얼굴 표정들

어제는 좀 안타까운 날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이런 방식의 사진들이 유행인가 봅니다. 

길어서 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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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30일 목요일

멕시코 독감의 원인들...

돼지독감, 짐승 학대한 ‘죗값’
그래도 생각을 해보자. 사람은 짐승을 너무 학대 했다. 닭은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운 닭장에서 사육된다. 빨리 키워서 팔아먹으려고 하루종일 불을 밝혀둔다. 그래야 쉬지 않고 모이를 쫀다. 부리를 지져버리기도 한다. 소에게는 가축을 도살하고 남은 찌꺼기를 강제로 먹이고 있다. 초식동물에게 ‘동물성’ 사료 다. 전기충격기와 지게차, 물 호스 등으로 괴롭히고 있다. 수퇘지는 태어나자마자 고환이 제거되는 고통 을 참아야 한다. 그래야 고기 맛이 좋아지는 것이다. 물론 마취제 따위는 없다. 좁은 우리에서 숨이 나 겨우 쉬다가 ‘식량’으로 팔려나갈 뿐이다. 어쩌면 사람은 짐승을 학대한 ‘죗값’을 치르고 있다. 나무와 풀이 자랄 땅도 빼앗고 있다. 나무와 풀 마저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약이 되기를 거부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참인가.

세상 참 너무 쉽게 사시는 것 같습니다. 조류독감을 퍼뜨리는 것은 주로 야생새들이 문제거든요? 나무와 풀은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못먹는 것이 훨신 더 많거든요???


그러나 이같은 바이러스가 출현하게 된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면, 결국 '인간의 욕심'이라는 답이 나오고 마는군요. 돼지든, 소든, 인간은 보다 많은 고기를 쉽게 얻기 위해 '집중형 사육방식'이란 것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각종 가축들을 좁은 공간 안에 최대한으로 밀집시켜 넣고 먹이를 공급함으로서, 말 그대로 짐승들이 '먹고 싸기만 하면 되는 환경'을 만들어 놓음으로서 비육 기간을 최대한으로 단축시켜 도축을 빨리 하도록 만든 시스템입니다. 이 때문에, 자연적 환경에서 방목되는 가축들과 달리, 집중형으로 사육되는 짐승들은 일반적으로 몸이 약하고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때문에 이렇게 길러지는 가축들은 쉽게 폐사될 우려가 높아, 사육자들은 이들이 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고 대량의 항생제를 투여해 왔습니다. 심지어 사람에게만 사용하도록 명백히 규제된 약들도 때로 가축들에게 투여되어 왔습니다. 이것은 비단 멕시코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생산주의 농법이 그 주류가 된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발견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자 가축에게 발병하던 질환들은 일단 그 발병도가 낮아지는 듯 했으나, 결국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전염력도 강한 세균들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오늘날 보는 돼지독감의 갑작스런 전세계 확산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과 짐승간의 경계가 사라진 질병들이 생길 수 있었던 배경엔 어쩌면 인간에게만 써야 하는 약들을 거리낌없이 이윤 창출을 위해 써 온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생산주의의 대표 주자'들이 있을런지도 모릅니다.

저기요, 항생제는 바이러스랑은 상관이 없는 것이거든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구별부터 좀 하셔야 할텐데요. 그리고 이번 멕시코독감이 돼지랑 얼마나 상관있는지도 아직 잘 모르거든요? 돼지는 길에서 기르건 축사에서 기르건 사람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공유하거든요?
동물들의 보복이 시작된 것일까? 동물을 생명이 아니라 공산품으로 취급하는 공장식 축산업을 배경으로 한 인수공통 전염병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돼지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조류인플루엔자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최근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은 동물에서 기원한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중략) 인수공통 전염병은 생명과 자연에 역행하는 인류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동물권 보호주의자들의 주장이다. 돼지인플루엔자는 또 한번의 경고장이다.

최대의 인수공통전염병 사례라는 스페인 독감도 공장식 축산업에 의해서 생겼던가요? 그렇지 않지요. 분명 현대식 축산업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주장이 공공연하게 펼쳐지는 것은 약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SARS의 원인 숙주로 현재까진 야생 박쥐를 의심하고 있는데 박쥐도 공장식 축산업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지 않을까요? 

어차피 바이러스와 숙주 생물은 서로 생존경쟁을 합니다. 조금 전에 EBS에서 좋은 다큐멘터리를 하던데 (다큐프라임 원더풀 사이언스- 전염병의 역습 편) 과거에 인간은 훨씬 더 심한 전염성 질병들과 싸워왔습니다. 인간의 역사를 보면 주로 졌고 최근에 좀 이기는 것 같았고 다시 바이러스와 세균들의 반격이 시작되었죠.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원인을 차분히 분석하여 맞서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게다가 아예 돼지와 상관없을지도 모른다는 뉴스까지 나오는데 말입니다. 

2009년 4월 29일 수요일

놀라운 미식축구 (NFL) 선수들?

우연히 본 미국 NFL 선수들의 놀라운 실력들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한 번 보시죠.





보시면서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셨겠죠? 물론 NFL.com의 Fantasy file 선전입니다. 모두들 자기를 선택하라고 (Pick me!) 하면서 묘기(?)를 보여주는 동영상이네요. 그래도 처음 볼 때는 가슴이 벌렁벌렁...^^

2009년 4월 28일 화요일

멕시코 독감(돼지 독감)에 대해 정리해봅시다.

이 내용은 부산 MBC-FM "구인혜의 FM 모닝쇼"의 매주 화요일 코너인 "굿모닝 사이언스"의 원고 내용입니다. 생방송이라서 시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방송에서는 원고의 내용을 다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방송에서는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기 어려워서 이 곳에 조금 더 상세한 원고를 올립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PNAS 2001, 98(5) p2115-2116)

지난 주말엔 멕시코발 돼지 독감과 관련된 뉴스가 점점 더 전세계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계속 새로운 뉴스들이 올라오고 있어서 새롭게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돼지 독감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1. 돼지 독감 (Swine flu)이란 무엇인가?

일단 광우병에서와 마찬가지의 혼돈이 조금 있는데요. 광우병은 소가 걸리는 병이고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고 걸리는 병은 "인간 광우병 (vCJD)"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냥 “광우병”이라고 하는 것처럼 돼지 독감도 약간의 오해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독감이란 독한 감기가 아니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모든 증세를 말합니다. 그래서 돼지에게 감염되면 돼지 독감, 새에게 감염되면 조류 독감, 개에게 감염되면 개 독감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종 사이에는 잘 감염이 안되는데 인플루엔자의 경우는 드물게 종간 감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조류 독감이지요. 그래서 돼지를 감염시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어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킬 때 이를 “돼지 독감”이라고도 부릅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입니다. 독특한 점은 보통 바이러스는 genome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는 genome이 8개의 분절로 나뉘어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이 조각들이 서로 다르게 조합하여 새로운 변종을 만들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지요. 이 8가지 분절은 11가지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인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데이즈(N)입니다. 이 두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거나 빠져나올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두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서 H1N1, H3N2 등의 subtype으로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 

2. 돼지 독감이 왜 이렇게 문제가 되나요?

사실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하고 그 subtype이 유사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인큐베이터(배양기)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있어왔습니다. 게다가 최근 10년 정도 문제가 되어 온 조류독감 바이러스도 돼지에 감염될 수 있어서 새로운 변종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오던 차에 이번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게 된 것이죠. 현재까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바이러스는 사람 + 돼지 + 조류에서 발견된 인플루엔자의 혼합 변종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돼지 독감 감염자가 2005년 이전까지는 1-2년에 한 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는데 최근 2005년 겨울부터 2009년 2월까지 확인된 환자수가 12명이나 되었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멕시코에서는 4월 28일 오전 현재 1900명이 넘는 환자들과 약 150명의 돼지독감 의심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들 모두가 정확하게 돼지 독감으로 판명된 것은 아니고 계속 확인중이라고 합니다. 

3. 돼지 독감은 어떻게 해서 걸리나요?

현재까지 알려진 돼지 독감의 경로는 일차적으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와 접촉하여 사람이 감염되고 그 감염자들 사이에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과거 외국에서 돼지 독감에 감염된 사례들을 살펴보아도 주로 독감에 걸린 돼지들하고 접촉해서 감염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돼지로부터 사람에게 감염이 되면 그 이후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파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4. 돼지 고기를 먹는 것은 괜찮나요? 

독감은 호흡기성 질환으로 조리된 식품으로 섭취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 고기를 먹고 사람이 돼지 독감에 걸린 사례는 없습니다. 보통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서 70도 이상의 가열로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에 돼지고기에 대한 걱정은 안심하셔도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불안해하는 분들이 계실까봐 보건당국에서는 멕시코 주변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독감이 유행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먹는 고기가 아니고 사람입니다. 사람간의 직접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특히 인플루엔자 감염자는 격리해서 치료해야 합니다. 그리고 독감이 유행하면 가급적 사람 많은 곳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5. 돼지 독감 백신은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사람용 백신은 없습니다. 예전에 독감백신은 그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를 6개월 전에 예보하고 거기에 맞춰 백신 회사들이 백신을 만들어서 검증한 후 제품을 낸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이번의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 수가 없었지요. 

돼지용 백신은 현재 시장에 나온 것이 있지만 이 역시도 현재의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돼지용 백신은 H3N2 subtype에 대한 것인데 이번 백신은 H1N1 이기 때문입니다. 이 H1N1형은 독감의 대명사인 "스페인독감"과 유사한 subtype인데, 1918-1919년 겨울 당시 스페인 독감으로 죽은 사람이 무려 4천만, 통계에 따라서는 1,500만명에서 1억명에 이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1919년은 3.1 운동이 일어난 해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약 14만명이 독감으로 사망했었습니다.

지금까지 문제가 된 독감(influenza) 사건과 subtype들을 정리해보면
1918-1919년 스페인독감 - H1N1 : 최소 1,500만에서 최대 1억명 사망
1957년 아시아독감 (중국) - H2N2 : 100만명 사망
1968년 홍콩독감 - H3N2 : 70만명 사망
1997년 홍콩조류독감 인체감염 발견- H5N1 : 6명 사망
2003년이후 아시아 조류독감 - H5N1 : 2009년 4월까지 전세계 257명 (인도네시아 115명, 베트남 56명 등)
2009년 멕시코돼지독감 - H1N1 : 2009년 4월 28일까지 약 150명 사망

그림이 참 좋아서 가지고 왔는데 오류가 있습니다. 스페인독감은 1948년이 아니고 1918년입니다. 그리고 사스(SARS)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인플루엔자 감염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6. 그러면 돼지 독감 치료제는 있나요?

현재까지 나온 항바이러스제는 amantadine, rimantadine, oseltamivir,  zanamivir 등 4종류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amantadine과 rimantadine은 최근의 돼지 독감 바이러스에 잘 듣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Amantadine과 rimantadine은 고전적인 항바이러스제로서 M2 단백질 저해제들이고  태미플루와 렐렌자는 Neuraminidase 저해제인데 다행히 Tamiflu (oseltamivir)와  Relenza (zanamivir)는 이번 독감바이러스 치료제로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아마 각국 정부에서도 이 약품들을 비축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 두 약품을 약 240만명 분 비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독감치료제로 각광받는 뉴라미니데이즈 저해제의 원리 (source: http://www.fluwikie.com/)


문제는 이러한 치료제는 감염 후 이틀 안에 복용해야지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멕시코나 미국 서남부를 여행하시고 나서 독감 유사 증세를 보이는 분이 계시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서 확진을 받으시고 약을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7. 이번 돼지 독감은 증세가 좀 다르다고 하던데요. 

이번 독감은 일반적인 독감 증상인 고열, 기침, 기관지 이상, 목아픔 등의 독감 증세랑 유사하지만 일부의 경우 열이 심하지 않거나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고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특이한 점은 사망자가 20-40대에 많다는 것입니다. 보통 독감의 희생자는 아주 어린 아이나 노인들과 같이 면역력이 조금 약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건강한 성인 사망자가 많이 나와서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Crete님의 자세한 설명 클릭!)

8. 어떻게 주의하는 것이 좋을까요?

일단 아직 우리에게 닥치지 않은 것을 미리부터 겁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특히 각국에서 유사의심 환자들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는데 이는 그냥 독감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역시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하겠습니다. 

하지만 여행 주의 지역으로 지정된 멕시코나 유사환자 발생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의 경우는 입국 후 7일 정도 경과를 지켜보시고 그 안에 독감 증세가 있으시면 빨리 병원에 가셔서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행을 하셔야 하는 분들은 어디서나 손을 잘 씻거나 주변 청결을 유지하고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동물과 접촉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09년 4월 26일 일요일

싸이의 문제점? - 혈액형 성격론

혈액형 성격론을 퍼뜨린 1등 공신이 싸이월드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싸이에 간만에 개념글이 하나 올라왔더군요. 



심리학과 학생이 말하는 '혈액형'에 관한 진실입니다. 내용인 즉슨 심리학과 학생시절 이와 관련된 조사를 했었는데 혈액형과 성격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는 내용이지요. 그래서 혈액형 성격을 믿는 것은 미신과 같고 잘못하면 사회적 차별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내용의 글 아래에 붙어있는 싸이의 추천글... 두둥...



네, 역시 싸이는 문제가 좀 있네요.^^ (물론 이런 멋진 개념댓글 다는 사람도 있지만요.)

Matt Stafford No. 1 pick!!! (NFL Draft 2009)

죠지아의 Matthew Stafford가 NFL draft에서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에 의해 넘버 원 픽(number 1 pick)으로 뽑혔군요.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좀 찍어둘 것을 그랬습니다. 죠지아에서 NFL 드래프트 넘버 원 pick이 나온 것은 1953년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기념할 만한 일이겠네요. 
 

붉은 색 죠지아 유니폼에서 파란색 디트로이트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매튜 스태포드(ESPN.com)


이 친구의 실력이야 고등학교 시절부터 워낙 유명했다고 하지요. 전미랭킹 2등인가 그랬다고 해서 죠지아에 올 때부터 주목을 받았고 1학년 후반기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뛰었지요. 어깨는 정말 강견인데 거의 야구선수처럼 빨랫줄로 던져서 리시버가 약한 죠지아에서는 리시버를 보강해야 한다는 말도 많았구요. 그래도 NFL 드래프트 넘버 원은 약간 의외네요. 


그나저나 죠지아는 괴물 러닝백 Knowshon Moreno도 덴버 브롱코스에 1라운드 지명을 받아서 내년에 최강 전력 두 명이 빠져나가게 되는군요. 작년에 내셔널 랭킹 1위로 시작했다가 막판에 무너졌었는데 올해는 한 번 해볼만 할까 했더니 올해는 좀 더 어렵겠군요. 4학년까지 뛰다가 갔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약간 아쉽네요.   

2009년 4월 25일 토요일

멕시코 돼지 독감 사태 updated

멕시코에서 사람에게 돼지 인플루엔자 (type A-H1N1)가 감염된 사건이 발생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멕시코에서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밝혀진 18명 가운데 12명은 올해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돼지 인플루엔자와 동일한 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미국에서 보고된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자는 7명인데 모두 건강하게 회복되었다지요. 그런데 왜 멕시코에서는 사망자가 많은지 모르겠네요. 증상도 구토와 설사 등 보통 독감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상이라는 이야기는 여러번 했었지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type A, B, C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독감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대부분 type A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돼지 인플루엔자도  type A이고 subtype은 H1N1이라고 하는군요. H, N은 바이러스 표면의 두 단백질입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은 이전 포스트 참조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는 사람하고 H/N subtype이 유사하기 때문에 돼지가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고 게다가 사람에게 문제가 된 조류독감 바이러스 (avian influenza, H5N1)도 돼지에 감염될 수 있어서 변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1976년 군인 다섯명이 돼지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어 1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1988년에도 임신한 여성이 독감에 걸린 돼지들이 있는 농장에 다녀온 후 감염되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1-2년에 한 건 정도의 감염에 지나지 않았는데 최근 2005년 겨울부터 2009년 2월까지 확인된 환자수가 12명으로 갑자기 많아지고 있었고 이번에 멕시코에서 이런 일이 생긴 것입니다. 

이번 멕시코 감염의 경우 아직까지 정확한 숫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감염 의심 환자가 1000명이 넘고 사망자도 수십명에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상당히 큰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이번 감염의 경우는 건강한 성인들의 감염이 많은데 보통 인플루엔자로 희생된 사람들의 경우는 어린아이나 노인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더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더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돼지 인플루엔자에 걸린 환자가 보고된 적이 없고, (제대로 조리된, 즉 충분히 익힌) 돼지고기를 먹고 감염된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없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사람을 통해 전염이 되고 멕시코 여행자들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앞으로의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PS 1. 현재까지 나온 항바이러스제 4종류 (amantadine, rimantadine, oseltamivir and zanamivir)중에 amantadine과 rimantadine은 최근의 돼지 독감 바이러스에 잘 듣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Amantadine과 rimantadine은 고전적인 항바이러스제로서 M2 단백질 저해제들이고 최근에 개발된 oseltamivir와 zanamivir는 Neuraminidase 저해제들인데 Tamiflu (oseltamivir) 만드는 로슈와 Relenza (zanamivir) 만드는 GSK 주가가 급상승하겠군요.

PS 2. 아직까지는 섣부르게 단정하기 어렵지만 멕시코를 여행한 학생들이 있는 뉴욕의 한 사설학원의 학생들에게 독감 유사증세가 나타났다고 하는 뉴스도 나왔군요. 만일 이게 정말 돼지 인플루엔자라면 문제가 훨씬 심해질 듯합니다. 

PS 3. 뉴질랜드에서도 멕시코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 10명이 돼지 독감 유사 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심각하지는 않고 회복 중에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PS 4. 이번 독감의 증상은 화씨 100도 이상의 고열, 기침, 기관지 이상, 목아픔 등의 독감 증세랑 유사하고 일부의 경우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다고 하는군요.

PS 5. 멕시코에서 이번 사태로 발생한 환자는 1,324명이고 81명이 사망했는데 이들이 모두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인지는 아직까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확진된 사람은 약 20여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답니다. 



2009년 4월 24일 금요일

빈볼 시비와 Top 10 Baseball fights (ESPN)

SK-롯데전에서 조성환 선수가 크게 다치고 박재홍의 빈볼 시비가 붙었었군요. 야구에서 이런 경우가 종종 있지요. 2002년 미국 ESPN에서 뽑은 Top 10 Baseball fights 인가 본데 당사자들은 심각했겠지만 너무 웃기네요. 우리의 박찬호 선수 모습도 보이고 의외로 무기력하게 넘어지는 페드로는 약간 실망. 헤드록 걸어서 패는 놀런 라이언... 놀런 라이언은 세 번이나 나오는 군요. 그래도 제일 웃기는 것은 4위에 오른 잠시 보스톤 레드삭스에서 뛰었던 이지 알칸타라 (Izzy Alcantara)가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포수에게 보복(?)하고 1 대 9로 싸우는 장면...^^


우리나라에서도 뭐 여러번 이와 같은 일이 있었지요. 특히 봉중근의 들어메치기 한 판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송진우 회장님의 이단 옆차기...후 엉덩방아...

2009년 4월 23일 목요일

해양심층수, 딱 걸렸군요

KBS 소비자 고발을 보고 있는데, 오늘은 참 볼만한 내용이네요. 사실 주변에 엮여 있는 분들이 있어서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해양심층수니 천일염이니 하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좀 엄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오늘 프로그램은 몇가지 점에서 아주 뛰어난데 특히 미네랄 성분의 양을 잘 따져서 보도했다는 점 (해양심층수 500ml에 들어있는 칼륨의 양이 바나나 한 조각 속의 칼륨양과 동일!!), 그리고 논문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설명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몇가지 불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부 응고제로 염화마그네슘이나 해양심층수미네랄이나 그게 그거인데 왜 해양심층수 미네랄을 사용하느냐고 하는데, 그게 바로 여태까지 많은 방송과 언론에서 "화학물질은 나쁘고 천연은 좋다"라는 식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화학적으로 같거나 비슷한 것인데 말입니다. 그런 사례가 한 두가지가 아니지요. 식품회사에서 괜히 비싼 "천연물질" 사다쓰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이지 천연이 훨씬 더 좋아서가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장사하려니까 자기들도 천연이 더 좋은 것 처럼 하는 것일 뿐이죠. 

또 한가지, 최근의 미네랄 열풍에도 언론의 역할이 컸습니다. 아, 물론 모든 것이 다 언론 때문이란 것은 아닙니다. 연구자와 회사도 책임이 큽니다. 초기단계의 연구결과와 상술이 합쳐져서 그 효능이 과장되고, 그 과장이 널리 퍼지는데 언론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죠. 아무튼 "미네랄 꿀꺽, 꾸~울꺽"이라는 광고는 상업광고라고 쳐도, 심지어 비만이나 암까지도 미네랄 때문이라는 방송도 있었습니다. 물론 미네랄이 중요한 영양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쉽게 결핍되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반론을 하는 입장에서는 KBS 소비자고발에서는 주로 나트륨, 칼륨, 칼슘, 칼륨만 다루었는데 해양 심층수에는 아연, 철, 셀레늄 등의 쉽게 섭취하기 어려운 미네랄도 들어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양이 얼마냐, 그리고 그게 정말 영향을 줄 정도의 양이냐는 것이 중요한 논점이 되겠지요. 그리고 해양심층수의 혈류개선 효과 등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올 지도 모르겠군요. 아무튼 이번 프로그램은 보기 드물게 좋은 방송이었습니다.  

2009년 4월 21일 화요일

과학의 날, 과학은 상식이다.

오늘 4월 21일은 제 42회 과학의 날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과학이지만 또한 매우 무시되는 것이 과학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총론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1. 과학의 날이란?

과학의 날은 1967년 4월 21일 과학기술처가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된 것을 기념하여 생긴 날로서 그 다음해인 1968년 4월 21일 첫 번째 기념일로축하하면서 생긴 기념일입니다. 그 후 약 20년 동안 과학기술처로 존재하다가 1998년 과학기술부로 승격되었고 2004년에는 과기부 장관이 부총리급으로 승격되어 “3년 천하”를 누렸으나 2008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과학기술부”로 교육인적자원부와 통합이 되면서 독립행정부서로서의 수명을 다했습니다. 물론 과거의 기능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교육부가 워낙 주목받는 곳이기 때문에 사실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학기술처의 탄생에는 약간의 뒷이야기가 있는데 1967년 5월 3일이 대통령 선거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공약인 근대화의 상징으로 독립된 과학기술 행정부처를 대선 공약 차원에서 급하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footnote][박성래 교수의 ‘과학 속 세상史’] 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4/08/20/200408200500054/200408200500054_1.html [/footnote]. 그만큼 국민들도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2. 과학기술이 근대화의 상징이었군요.

사실 과학의 날 이전에 “과학 데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footnote][사이언스 에세이/4월 13일] '과학 데이'를 아십니까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cience&no=956 [/footnote]. 그 유래는 일제시대로 넘어가는데 김용관 선생 (1897-1967)이라는 분이 챨스 다윈의 사망일인 4월 19일을 “과학 데이”로 정하자고 주장하여 1934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운동은 “과학기술의 발전만이 민족 자립을 이루고 근대화와 산업 발전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고 <과학 조선>이라는 잡지와 <과학지식보급회> 등의 단체를 결성으로 이어졌으나 민족운동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일제의 탄압으로 오래가지는 못하고 관련 단체가 없어지거나 친일 단체로 변질되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일제시대부터 과학기술이 민족의 근대화, 조국의 근대화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들이 선각자들에게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3. 과학기술 발달의 역사는 산업 발달의 역사

과거 과학기술의 발달은 산업의 발달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의 10대 기업 중에 없어진 기업들도 많고 (삼호-건설, 개풍-제빙·탄광, 극동유리, 동립산업-제분, 태창방직) 아직까지 그 이름을 이어가는 기업은 몇 군데가 있지만 실제로 주력 업종은 다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footnote]재계 지도 변혁 http://www.venturepeople.co.kr/kor/html/journal_2_view.asp?fcode=133 [/footnote]. 재미있는 것은 1960년대 당시 제일제당, 삼양 등의 설탕제조 기업들이 10대 기업에 속했는데 지금은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기술 분야가 우리나라 경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처가 처음 생긴 1967년에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포드와 합작하여 자동차 조립공장으로 시작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최근 미국의 경제 한파로 포드나 GM을 위협하는 회사로 발전했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게도 합니다.

4. 과학기술은 미래성장동력산업의 핵심?

작년 9월에는 신성장동력기획단과 콘텐츠코리아추진위원회에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반이 될 신성장동력으로 6대 분야 22개를 최종 선정[footnote]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22개 분야는? http://www.chinpia.com/bbs/board.php?bo_table=l_focus&wr_id=53 [/footnote]했다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6대 분야는 에너지-환경, 수송시스템, 뉴 IT, 융합신산업, 바이오, 지식서비스인데 올해 1월에는 이 제안을 정부에서 3대 분야 17개 부문으로 최종 확정지었다는 뉴스[footnote]신성장동력, 3大분야 17개 부문으로 최종 확정 http://blog.daum.net/mocie/15609426?srchid=BR1http://blog.daum.net/mocie/15609426 [/footnote]가 있었습니다. 이들 분야에서 사실 과학기술과 관련이 없는 분야는 거의 없고 특히 새로운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과학과 기술을 연결시켜서 소위 “실용적 사고”를 하다보니까 소위 비실용적인 것, 또는 당장은 실용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홀한 문제점도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즉 과학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기 보다는 기술이 너무 앞서가는 현상, 돈되는 기술이 너무 중시되는 현상을 보이게 된 것이죠.  

5. 과학은 _____________다.

과학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정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과학은 상식이다, 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과학은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예를 들어 살을 빼는 방법은 조금 적게 먹고, 조금 더 움직이는 상식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비만유전자, 렙틴 같은 호르몬, 비만치료약 등이야 말로 진짜 과학인 것 처럼 보이지만 이것 역시 상식이라는 틀안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혹시 처음에는 아주 독특한 현상일지라도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면 그것이 또 하나의 상식이 됩니다. 예를 들어 미생물은 끓는 물에서 죽는다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현재는 122도에서 사는 미생물도 발견되었고 모든 단백질이 고온에서 변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새로운 상식이 되었죠.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또는 안타까운 것은 과학자들의 이미지는 상식과는 좀 거리가 먼 인물들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6. 영화 속의 과학자들은 부정적 이미지가 많아? 

몇 년전에 영화에서 다루는 과학자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이 많다는 보도[footnote]"영화 속 과학자, 부정적 이미지 많아"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0000009157 [/footnote]가 있었는데요. 이것은 뭐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영국의 사회학자인 앤드류 튜더도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호러 영화에서 과학자의 이미지 변천 과정을 분석한 바도 있다[footnote]http://blog.peoplepower21.org/PSPD/6489 [/footnote]고 하는데 “과학이 일상세계 속으로 더욱 많이 동화되어 감에 따라, 과학 연구는 점차 갖가지의 미치광이같은 목표의 추구에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효과적인 수단들에 불과한 것으로 그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영화에서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점점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과학은 필요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것, 잘 모르기 때문에 속기 쉬운 것,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대주는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상당히 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과학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이 생기면 그 내용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과학자들의 발언은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7. 하지만 상식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죠.

제가 최근에 읽은 <불량 의학>이라는 책에서 “과학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야 말로 가장 큰 미신”이라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매우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간 우려스러운 반과학/반지성적인 면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요즘엔 전 국민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새로운 사실을 과장하고 선정적으로 다뤄서 화제가 되거나 인기를 얻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상식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이론을 세우고 이론을 따져보고 거기에서 나온 결과를 설명하는 방식을 훈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면 영화 속의 외국인 UN군 장군이 “한반도는 진실을 감춤으로서 평화가 유지되는 곳”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조금 생뚱맞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이성적으로 어떤 진실을 따져보기 보다는 감정적인 위안을 너무 중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약간의 우려를 하게도 됩니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을 위해서도 조금 더 따져보고 논리적/과학적으로 사고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정무역커피에는 독소가 없을까요?

[건강36.5] 몸에 좋은 커피의 조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원두커피 조사 결과를 보면, 210개의 제품 가운데 7개(3.3%)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인 오크라 독소가 1.3~4.8ppb 검출됐다. 또 2006년의 정부용역 보고서를 보면 당시 국내에서 유통된 커피 제품 66개를 검사한 결과 38개(57.6%)에서 오크라 독소가 검출됐다. 아울러 인스턴트 분말 커피의 경우 14건의 시료 모두에서 이 독소가 나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원두커피의 오크라 독소 검출기준을 5ppb로 정해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야 기준을 만들었다.

한 가지 더. 중간도매업자나 다국적 커피 회사에 대항해 공정무역으로 판매되는 커피를 마시면 가난한 이들의 건강에도 보탬이 되는 윤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저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커피 속의 독소? 독소는 어디에나 있다."에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작년 오크라톡신의 문제제기는 일단 우리나라에서도 기준을 정했다는데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송 메인 뉴스에 나올 정도의 사건이었는가하면 그렇지는 않지요. 세계에서 가장 엄한 기준치 (5ppb) 이하의 수치가 나왔는데 말입니다. 발암물질 1급인 아플라톡신과 같은 기준치라니 발암물질 2B급인 오크라톡신은 약간 억울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그렇고 그냥 호기심인데 공정무역 커피에는 독소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순 유기농 우리콩으로 메주를 쑤어 만든 된장 간장에는 아플라톡신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한 번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식품 가공회사가 욕은 많이 먹어도 일단 위해성이 알려지면 적어도 알려진 위해에 대해서는 저감노력을 많이 하지만 자기 방식으로 가내수공업을 통해서 나오는 제품은 사실 품질관리(quality control)가 어렵지요. 물론 된장의 아플라톡신은 메주를 씻는 동안, 또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 없어지므로 걱정할 이유가 없지만 그래도 5ppb 가지고 뉴스에 나오는 세상이니까 말입니다. 
 
그냥 과학의 날에 가져본 호기심이었습니다.

2009년 4월 19일 일요일

카메론 디아즈 삭발은 오보?

카메론 디아즈 삭발 투혼에 대한 뉴스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미 작년에 카메론 디아즈 삭발 사진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뉴스가 있었죠. 그런데 카메론 디아즈가 엊그제 다시 정말로 삭발을 했다고 하길래 영화찍는 막판에 혹시 진짜로 삭발을 했는지 IMDB를 뒤져보았더니 거기에 최근 뉴스가 링크되어 있더군요. 기사 제목이 Cameron Diaz Shaves Head In "My Sister's Keeper" 이길래 이번엔 정말인가 했더니 기사 말미에 이런 내용이 있네요. 
Cameron Diaz did NOT shave her head in real life, relying instead on wigs and skull caps for the scene.
다른 매체들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어서 아직까지 정확하세 판단 하기는 어렵지만, IMDB에 링크된 것으로 봐서는 진짜 삭발이 아닐 가능성이 더 커보이네요. 카메론 디아즈가 정말 삭발을 했다고 한다면 지난 번의 포스팅 "영화를 위해 삭발한 배우들"을 업데이트하려고 했는데, 아쉽군요. 

이번에 진짜로 오인된 사진 (huffingtonpost.com)

이건 확실한 가발 (사진출처:씨네21)



그나저나 이 스토리,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위해 골수 이식을 하는 keeper인 동생 안나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과학 윤리를 위해서도 한 번 봐야 할 영화같군요. 6월 개봉이 기다려집니다.

(다코타 패닝 자매가 극 속의 자매로 출연할 뻔 했는데 역시 삭발하기 싫어서 거절했다고 하네요.)

2009년 4월 17일 금요일

I dreamed a dream (뮤지컬 레 미제라블 중) - 수잔 보일

어제 오늘 유난히 여기저기서 보이는 것은 Britain's got talent에 출연한 여성 폴포츠 수잔 보일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이제 이런 혜성과 같은 신데렐라 이야기는 약간 식상할 것도 같은데 그 동영상을 보고나니까 그래도 천만명이 넘게 보았고 환호한 것이 괜한 이야기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저 가사에 얽힌 이야기를 안다면...

학생들 보여주면 좋겠다 싶어서 가사를 찾아서 열심히 자막화일을 만들어 덮어씌우려는 순간, 동영상 다운로드가 잘 안되어 국내 사이트를 뒤져보니 이런, 벌써 누군가가 다 작업을 해놓았군. 미리 알았으면 1시간 낭비하지 않았을텐데, 아무튼 땡큐! (어라? 아래 동영상에 문제가 있나보군요. 다시 만들어야 하나...^^ 일단 다른 동영상으로...)



중간에 수잔 보일 아줌마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사이먼 코웰이 물어보니까 엘렌 페이지를 이야기하는데 엘렌 페이지는 영화 <주노>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그 엘렌 페이지(Ellen Page)가 아니었고 영국의 뮤지컬 가수이자 배우인 엘레인 페이지 (Elaine Paige)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래도 뮤지컬 곡으로 불렀나보다. 

이 엘렌 페이지가 아니랍니다.


이 노래 I dreamed a dream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곡이다. (결혼 전에 아내가 사놓은 CD가 우리집에 있다.) 쟝발쟌으로 더 잘 알려진 "레 미제라블(The miserable, 비참한 사람들)"은 사실 굉장히 사회성이 강한 작품인데 어렷을 적엔 빵을 훔친 도둑의 교화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쟝발쟌이 나중에 시장이 되어 팡틴이라는 여인을 만난다. 팡틴은 죽으면서 자신의 딸 코제트를 쟝발잔에게 부탁하고 쟝발쟌은 코제트를 딸처럼 보살피는 것이 후반부의 줄거리인데 그 가운데 팡틴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부르는 노래가 바로 이 I dreamed a dream (나도 한 꿈을 꾸었었지)라는 노래이다. 그래서 가사를 보면 애잔하면서 가슴아픈 한 여인의 일생이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수잔 보일은 노래 전체를 다 부른 것이 아닌데 (아니면 편집했거나) 아래 동영상에는 전체 가사가 다 나와 있다. 

(레미제라블 10주년 기념 공연 실황)


이건 수잔 보일이 되고 싶다던 엘레인 페이지의 I dreamed a dream 

수잔 보일이 스스로 이 노래를 골라서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노래의 배경을 생각하고 듣는다면 좀 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나이 47이 되도록 vilage에서 살아온 어떤 한 여성의 꿈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말이다. 

PS. 그나저나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인 American Idol 보다 오히려 Braitain's got talent가 더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처럼 건방진 사이먼은 요것봐라? 이런 표정을 짓다가 자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눙을 친다. 그런데 은근히 밉상이 아니다.

영화 슈렉2 DVD에도 출연한 사이먼 코웰 (사진 출처: 씨네21)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 정승일의 격정대화)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쾌도난마 한국경제> (부.키)를 읽다.

예전에 책 읽던 버릇 중에 이런 버릇이 있었다. 한 1년 동안 경제학 관련 책만 읽고, 다음 1년은 역사 관련된 책만 읽고, 그러던 시절. 물론 다른 책을 전혀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집중적으로 한 주제에 대해 읽는 재미가 좋았다. 물론 대부분은 교양수준의 책이었지만 말이다. 

그 때 경제학 관련 서적들을 쭈욱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특히 경제학자의 역사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정체가 모호하다"라는 것이었다. 아마 유시민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과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연속으로 읽고난 다음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자편은 우파, 빈민편은 좌파, 자본주의 우파, 사회주의 좌파라는 식의 명쾌한 구분이 모호해지고 목사라는 멜더스는 기독교적인지 아닌지, 당시 기독교계에서나 유명하던 헨리 죠지는 빨갱이가 아닌지, 케인즈는 우파인지 좌파인지, 마구 헷갈려서 노트에다가 가운데 줄을 긋고 좌와 우를 나누어 경제학자들을 포지셔닝시켜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늘 읽은 바로 이 책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바로 그 헷갈림의 정점에 있을 것 같다.

이게 바로 그 옛 흔적. 참, 혼자서 이러고 놀았다니...



모호하다. 먼저는 박정희의 근대화와 재벌을 인정하면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장하준/정승일이 모호하다. 나의 이분법적 세계관으로는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반시장주의자 박정희를 추종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보수세력도 모호하다. 게다가 장하준/정승일에게 혼나면서도 신자유주의 반대에는 뜻을 같이하는 진보세력도 모호하다. 대략 정치는 포지셔닝이라고 했건만 이건 다리를 어느 쪽으로 뻗어야할지 모르는 판국이다. 모호하면서 도발적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결코 모호하지 않다. 혹자들은 인터뷰, 대담, 신문기고 따위 모아서 책내는 것에 대해 혹평이나 악평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책은 내가 본 대담을 정리한 책 중에 가장 쉽고 명확하고 내용이 짜임새가 있다. 물론 내가 경제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문외한이 보기에 이 정도의 책이라면 정말 잘 쓴 (내용에 동감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책이라고 할 만하다. 강추다. 특히 최근의 경제 위기나 경제상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욱 더.

지난 번에 읽었던 불온서적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이어 두 번째 대하는 그의 생각은 점점 더 흥미롭다. 이제 책꽂이에 꽂히기만 기다린지 한 달이 넘는 <사다리 걷어차기>를 읽을 차례다. 그러고 보니 장하준의 책을 거꾸로 읽고 있다. <박하사탕>인가? (진실을 말하자면 최근에 알라딘에서 장하준의 책들을 무려 50% 할인해서 판매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경제학자라는 칭찬(그제 부산 MBC 창사 50주년 뉴스데스크)과는 별도로 장하준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장하준을 보호무역론자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그렇게 오해될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으나 이 책은 그렇게 읽히진 않는다. 오히려 국가주의자 정도? 그렇다면 자신들이 구박한 민족경제론 박현채의 뮤턴트인가? 원래 진보주의자들은 아나키스트적인 성격이 강한데 장하준이 눈에 거슬릴 것도 같다. 

다만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며 힌트라면 힌트를 얻은 것이 있다면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진보와 보수가 화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마 양쪽에서는 "무슨 얼어죽을 화해!" 라고 소리를 칠지 모르겠지만 수백만을 죽이고 다치게한 전쟁도 잊고 화해하는 판국에 못할 것은 또 무엇인지. 아니 섣부르게 화해라고 하지 말고 그냥 서로 한 발자국 다가서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라고나 할까. 하지만 사민주의적 좌파와 기민주의적 우파의 출현을 기대하기엔 아직도 지난 상처가 너무 크다.

아무튼 쉽고 재미있는 책. 책의 내용에 동의하든 않든 한 번은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강추!!!

PS. 이 책을 통해 알게된 또 다른 한가지는, 장하준이 칭찬한대로, 서말의 구슬을 보배로 꿴 이종태 기자의 사회자로서의 능력이다. 그 능력, 정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릎팍도사와 박중훈쑈가 비교될 수 없듯 사회자의 능력이라는 것, 맥락을 인지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적절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능력은 아주 고난이도의 기술이자 예술이다. 





2009년 4월 16일 목요일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

80먹은 古木의 삶과 죽음에 대한 소품. ★★★★

영화 시놉시스만 보고 소위 "삘"받은 영화가 또 뭐가 있었던가 싶다. 이 영화, 공화당 지지자인 리버태리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완고한 미국노인으로 등장하면서 미국을 spoil 시키고 있는 외국인들과 교통한다는 영화, 게다가 왕년의 미국을 상징하는 포드사의 그랜 토리노! 거기까지만 설명을 듣고 "이거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와중에 우리집에 배달되어온 씨네 21의 20자 평과 별점.

달시 파켓 이스트우드는 노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뛰어난 파이터고 훌륭한 감독이다 ★★★☆
황진미 이스트우드의 리버테리언적 세계관이 응축된 간명한 소품 ★★★
주성철 컨벤션들의 조합만으로 가슴 뜨거운 미학을 만들어내는 경지 ★★★★★
이화정 그의 손가락 끝으로 황야의 ‘무법자’가 오버랩된다 ★★★★★
이용철 죽음과 깨달음 사이의 그 무시무시한 경지 ★★★★★
이동진 미리 써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유서를 보았다 ★★★★
유지나 더티 하리, 주름살 늘어도 여전히 멋지다! ★★★☆
박평식 할리우드의 어른다운 위엄과 관용! ★★★★
김종철 거장의 숨결을 느낀다 ★★★★★
김도훈 영감. 옥체보존 만수무강 백년해로 무병장수하쇼 ★★★★★

이건 뭐, 내 기억에 다섯 명에게 별 다섯개를 받은 영화가 또 있었던가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20자 평이었던 <타이타닉>의 "카메론, 너 잘났다 ★★★★★"의 경우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텐데... 

영화를 보고나서 다시 저 20자 평을 들여다 보면 황진미, 이동진, 김도훈의 평에 공감이 간다. 이 영화는 생각보다 스케일이 작은 소품이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유언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1930년생, 우리나이로 여든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가 많은가 보다. 그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다. 영감님, 백살까지만 살아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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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가 그랜 토리노를 몰고 해변을 달리면서 영화가 마칠 때 즈음 흘러나오는 클린트 옹의 목소리를 들으면 이 영화를 쉽게 잊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게다가 이 영화, 클린트 옹의 마지막 출연작이 될 것이라고 하니, 오, 이건 정말 유언인가? 벌써 그가 그리워지려고 한다. (아래 동영상의 클린트 옹 노래 꼭 감상하삼~)


(오랜기간 이 글을 쓰다 말다 쓰다 말다 하다보니 길기만 길고 글의 흐름이 영 이상하군요. 뭐 내가 평론가도 아닌데, 이러면서 스스로를 위안하렵니다.^^)

2009년 4월 14일 화요일

1급 발암물질들을 알려드리죠.

주유소·미용실·세탁소···생활 주변 '발암물질' 널렸다

"작업장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노출되는 발암물질의 수가 엄청나다"며 "작업장에서 생산, 제조, 배출하는 과정에서 수백 가지 이상의 발암물질이 나오는 만큼 정부는 일반 시민과 작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발암물질이 무엇인지부터 알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래도 정부가 좀 바쁜 것 같아서 제가 알려드리죠. IARC 1급 발암물질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1급 발암물질 목록 보기


잘 보시면 몇가지 재미있는(?) 점들이 보이실 겁니다. 먼저 맨 위의 aflatoxin은 우리 몸에 좋다고 매번 소개되는 된장에서 가끔 발견되는 물질이죠. 포름알데하이드(formaldehyde)는 바로 그 골뱅이 파동의 주범이자 영화 <괴물>을 만들었던 물질입니다. 역시 자연적으로 식품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물질임이 나중에 밝혀졌지만 골뱅이 및 번데기 회사들은 다 망한 다음이었죠. 앗, 우리가 잘 알고 있는 X-선 조사도 보이는군요.

하지만 그 다음에 보면 알콜 음료 (Alcoholic beverages)가 보이네요. 세상에 술도 1급 발암물질이었군요. 게다가 이건 또 뭔가요? 중국식 절인 생선? (Salted fish, Chinese-style) 아니 이런 것도 1급 발암물질이란 말인가요? 네, 그렇답니다. 마지막에는 흡연과 2차흡연(secondhand smoke)도 있군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런 발암물질들은 우리가 그냥 접한다고 다 암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노출되는 양과 정도, 기간, 그리고 개인의 유전형 등 다양한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야 암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단순히 발암물질이 생활주변에 있다고 걱정하기 보다 정말 위해한 정도의 발암물질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사실 저 맨 위의 기사는 직업형 암과 관련해서 같은 내용으로 더 좋은 기사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냥 발암물질이 널렸다는 식으로 제목을 정한 것이 조금 아쉽네요. 

꽃피는 봄이 오면, 알러지의 계절???

완연한 봄이 와서 많은 곳에서 꽃 축제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꽃피는 봄이 오면 꽃가루 알러지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게 계시는데요. 오늘은 그래서 꽃가루 알러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알러지란 무엇인가?

알러지란 “면역 과민 반응”이라는 뜻으로 보통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는 물질이 특정한 사람에게만 두드러기, 콧물, 재채기, 가려움 등의 이상 과민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뜻합니다. 면역이란 우리 몸을 방어하는 시스템인데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뜻하지요.

이런 알러지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러젠(Allergen)이라고 하는데 보통 사람에겐 항원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을 항원으로 인식할 때 알러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꽃가루(화분)이고 약물, 음식물, 화학물질, 햇빛 등이 있습니다. 

2. 꽃가루 알러지는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꽃가루는 번식을 위해 꽃의 수술에서 생성되어 암술로 날라 다니는 분말을 뜻하는데 이런 꽃가루가 코나 눈 등의 점막에서 우리 몸과 반응하면 알러지 반응이 일어납니다. 실제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가루는 크기가 작아 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한데 보통 꽃가루에 의한 알러지 질환으로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대표적이고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나 천식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알러지는 집먼지 알러지이고 꽃가루 알러지(화분증)는 두번째라고 합니다.  

3. 꽃가루 알러지 환자는 벛꽃 축제에 가지 마라?

일단 꽃가루 알러지가 있으신 분들은 꽃가루가 날리는 3-5월에는 외출을 삼가는 편이 좋습니다만 벚꽃 축제에 가서 알러지가 심해진다는 것은 약간 사실과 다릅니다. (그래도 화분증이 심한 분들은 그냥 집에 계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벚꽃은 충매화(蟲媒花)로서 알러지와는 큰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알러지를 일으키는 꽃가루는 주로 충매화가 아니라 풍매화의 꽃가루입니다.

4. 충매화, 풍매화가 뭔가요?

꽃은 꽃가루를 매개하는 방식에 따라 풍매화, 충매화, 수매화, 조매화 등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풍매화는 바람에 날려 꽃가루가 전해져 수정이 이루어지는 꽃이고 충매화는 벌이나 나비 등의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 수정하는 꽃이며 수매화는 물이, 조매화는 새들이 옮겨주는 꽃입니다. 동백꽃이 대표적인 조매화의 하나로 동박새가 꽃가루를 옮기죠. 

그런데 대부분의 꽃가루 알레르기 물질은 충매화가 아니라 풍매화의 꽃가루입니다. 풍매화의 꽃가루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바람에 날려다니면서 우리의 코 점막이나 호흡기로 들어올 수 있으나 충매화나 조매화의 꽃가루는 대부분 크기 때문에 땅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거의 알러젠으로 작용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5. 그럼 충매화와 풍매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충매화는 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옮겨지므로 보통 향기가 좋고 꽃이 화려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벚꽃, 유채꽃, 진달래, 튤립, 매화 등의 꽃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따라서 꽃가루 알러지가 있으신 분들이 이런 축제에 못가실 이유는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Pollen.com의 화분경보 (제가 살던 동네가 최악이죠^^)


반면 풍매화는 수분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꽃가루의 양을 엄청나게 만들어서 공기중에 뿌리는데 아카시아, 버드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등이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삼나무에 의한 “화분증” 때문에 봄만 되면 온 나라가 떠들썩하기도 합니다. 

6. 외국의 경우는 꽃가루 경보도 한다고 하던데요.

일본은 전국민의 15%가 삼나무꽃가루 알러지(スギ花粉症)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스스로 “민족병”이라고까지 부릅니다. 미국도 적어도 3천만명이 화분증(hayfever)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하니 엄청난 사람들이 꽃가루 알러지로 고생을 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 등 여러나라에서는 지역적인 화분지도 (pollen map), 계절적인 분포 자료로 화분달력 (pollen calendar)등을 제작하고 특히 꽃가루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일기예보와 함께 화분예보 (pollen forecast)를 발표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꽃가루 알러지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숫자에 대해서 명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알러지 환자는 약 500만명이고 그 중에서 봄에만 알러지가 생기거나 심해지는 사람은 약 10만명 내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7.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이런 것은 병원에 가셔서 하셔야 하는데 병원의 호흡기 내과 등에 가시면 혈액 검사와 피부테스트 등을 통해서 진단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혈액검사는 면역반응을 통해 생성된 항체를 측정하는 방법이고 피부테스트는 다양한 알러젠을 피부에 올려놓고 그 반응을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가까운 의사선생님과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8. 유용한 알레르기 예방법은?

여러 매체에 소개된 알러지 예방법을 한마디로 말하면 알러젠과 접촉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외출 삼가기, 마스크 사용하기, 창문 닫기, 긴팔 옷 입기, 손 자주 씻기 등등 모두 알러젠과의 접촉을 피하고 불가피하게 접촉한 알러젠을 몸에서 제거하는 방법이죠.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진단이 우선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가까운 병원에서 제대로 진단을 받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가까이 하는 버릇은 좋은 버릇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의료비가 싼 나라에서는 말입니다. 아무튼 요즘처럼 좋은 봄날, 건강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2009년 4월 12일 일요일

누군가를 두들겨 패주고 싶었던 날

뭐, 그런 날 많이 있죠. 아무리 원수를 사랑하라고 배웠지만 때로는 분을 이기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미국에서 운전을 할 때 였습니다. 아틀란타 시내에 나갔다가 잠깐 신호에 걸려서 본 광경이었는데 옆의 차를 보니까 어떤 엄마가 뒷자석에는 베이비 카시트를, 그리고 앞좌석에는 다른 아이 하나를 태우고 가더군요. 앞자리의 아이는 햄버거를 먹고 있었는데 보통 미국에선 아이들을 차 앞좌석에 앉히지 않지요. 저 엄마는 왜 저럴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엄마가 손을 입에다 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앗, 그런데 그 손에는 담배가...

아주 어린 아기와 유치원 정도의 어린이를 차에 태우고 가면서 그 안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엄마, 그냥 내려서 뺨을 한 대 후려쳐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차가 다시 출발했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잘 자라고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서울에선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버스를 탔는데 유치원생 정도의 사내아이가 자리에 앉아있지 않고 일어나 버스 뒷문 근처에서 자꾸 장난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라는 인간이 갑자기 일어나서 아이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더군요. 아이는 한 방에 벌벌벌 떨면서 엄마에게 끌려가서 자리에 앉고 버스는 공포에 질렸습니다. 그 때도 사실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그냥 어이없이 바라만 보았죠. 

이런 잡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오늘 아이들과 부산 어린이대공원에 갔다가 목격한 장면때문입니다. 감기에 걸린데다 생각보다 복잡하기만 하고 소박한 어린이대공원이라 약간 실망(?)도 했지만 전혀 상관없이 좋다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기분은 과히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빼곡히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그 가운데서 담배를 뻑뻑피워대는 어떤 할아버지...

가만히 서서 그 할아버지를 쏘아보았더니 그 할아버지가 이 자식이 왜 쳐다봐, 이런 표정으로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약간의 눈싸움이 벌어지는 찰라, 그 때 그 할아버지의 팔에 매달리는 두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래, 저 할아버지도 손녀와 손자 때문에 오셨을 텐데 이런 것으로 기분나쁘게 해서 뭐하냐는 생각에 그냥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혹시 깨달으실까해서 연방 기침을 해댔지만 전혀 관계없이 꽁초까지 다 피우시더군요. 

담배를 피우진 않아도 나름 애연가들과 잘 어울리며 간접흡연 열심히 하는 편인데, 오늘은 정말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게다가 줄에 서서 담배를 피운 그 할아버지 말고도 유모차옆에서 담배피우는 사람 등등 왜 그렇게 어린이 대공원에서 담배피우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러고보니 강원과 영남지방의 흡연, 음주율이 충청, 호남의 두배에 달하기도 한다던데 설마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요. 어디나 생각없는 사람들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