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전 일본에서 생활하던 때, 스포츠를 제외하고 즐겨보던 프로가 있었으니 바로 <이것이 이상하다, 일본인 (ここが変だよ日本人)이었습니다. 작년에 귀국해서 말로만 듣던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보고 나서 제일 먼저 생각난 프로그램인데 일본어를 잘 못하던 시절, 언제나 커다란 자막이 함께 나와서 이해하기 쉬웠던 프로그램이기도 했지요.
이 프로그램은 미수다와 다르게 좀 더 많은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서 몇가지 주제 (주로 일본 문화)에 대해, 그야말로 난상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해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그 당시는 과연 한국어가 가능한 나라의 사람들이 10개국이나 되겠냐,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한국어가 가능한 외국인들이 많아졌다니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는 그 유명한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코미디언으로서의 이름은 비토 다케시)인데, 맨날 만국기가 그려진 이상한 옷을 입고 나와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뿅망치를 날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나름 공정하게 사회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로 밉상으로 나오는 인물, 언제나 일본을 옹호하는 쪽으로 나오는 인물은 테리 이토 (テリー伊藤 )라는 코미디언이 있고, 요코즈나 (쓰모의 천하장사) 아케보노도 자주 나왔습니다.
천의 얼굴 다케시
밉상 이토
생각없는 조마혼
그 중에서 제일 생각나는 방송이 바로 한일/한중 역사 문제에 대한 토론(?)이었는데, 오늘 우연히 유튜브에 그 방송분이 있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한글 자막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인이 올려놓은 것이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그 때 한국 여자분이 나름 조리있게 말을 잘해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거기에 비해 중국인 출연자가 너무 흥분해서 대조적이었다는 기억도 나는군요.
미수다에서도 여러 외국인 출연자들이 스타가 되었듯이 <ここが変だよ日本人>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도 있는데 그게 바로 조마혼 루핀 (ゾマホン・ルフィン)이라는 친구입니다. 바로 위 동영상에서 우린 700년이나 식민지 생활을 했는데, 어쩌고 하면서 따따따따 거리는 베난공화국 (Republic of Benin) 출신의 인물이지요. 이 친구는 이 방송에서 떠가지고 일본 방송에서 베난 공화국에 학교도 지어주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는 아예 다케시 사단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아무튼 미수다와 같은 프로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다른나라와 비교해서 한 번쯤 뒤돌아 본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민족주의가 강하고 오랜 세월 폐쇄적이었던 나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주체적이지 못하고 남의 눈을 "과하게" 의식하고 남을 통해서 자신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면이 강하기에 이런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약간 아쉬움을 갖게도 하는군요. 아무튼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TV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생각한 뒷북이었습니다.
이번 주 Journal of Bacteriology에 미니리뷰가 하나 실렸는데 archaea의 세포표면 구조에 관한 리뷰입니다. 제목은 "Cell Surface Structures of Archaea"이고 네덜란드의 Ken F. Jarrell 교수팀 등이 쓴 논문이군요. 아마 고세균에 관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FIG. 3. Proposed model for assembly of archaeal flagella using Methanococcus voltae as a model. A three-sugar glycan is assembled via the
activity of glycosyltransferases (AglH, AglC, and AglA) onto a dolichol phosphate lipid carrier, flipped to the external face of the cytoplasmic
membrane via an unknown mechanism, and then transferred to the flagellins via an oligosaccharyltransferase (AglB). Upon removal of the signal
peptide by FlaK, the processed flagellins are incorporated into the base of the structure, likely with the aid of the ATPase FlaI. (J Bacteriol. 2008 190(18):6039-47)
위 그림은 Methanococcus voltae를 모델로 한 플라젤라 그림인데 glycosyl transferase들은 밝혀졌는데 flippase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림이 잘 그려진 리뷰를 보는 즐거움은 논문 읽는 맛을 배가시키죠.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오늘 (미국시간 2008년 8월 28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후보인 버락 오바마의 연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그의 연설은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줍니다. 아마 오늘 오바마의 연설의 제목을 뽑는다면 "WE ARE BETTER" 또는 "NOW IS THE TIME"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언론들 웹사이트를 슬쩍 들러보니 언론사마다 모두 다른 제목을 뽑았더군요.
`마일 하이'의 도시인 덴버에서 만들어지는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왔다는 올해 65세인 맥 윌부란(사업)은 "오늘이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 꿈이 있어요'라는 연설을 한 지 45주년이 되는 날이라 오바마의 후보 수락연설의 역사적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맞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29년생으로 지금 살아있었다면 나이가 80이 안됩니다. 우리나라의 YS, DJ 두 전직 대통령보다 오히려 더 어립니다. 킹 목사의 부인인 코레타 킹 여사는 지난 2006년에 세상을 떠났고 당시 죠지아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큰 뉴스였습니다.
DJ (1926년생?), YS (1927년생), 말콤X (1925생), 킹 목사 (1929년생)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킹 목사의 시대는 훨씬 오래 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지냈던 동네가 킹 목사와 카터 대통령을 배출 했다는 죠지아 였는데 그 동네의 나이든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아마 젊어서까지 흑인들과 같이 식사도 안하고 버스도 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 세월이 많이 바뀌었죠. 가끔은 그 양반들은 과연 어떤 일생을 살았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간혹 영문법 책에서 독해 지문으로 접할 수 있는 킹 목사의 그 유명한 연설 "I HAVE A DREAM"은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행해진 연설입니다. 그러니 지금 나이가 50세 정도 이상의 미국 흑인들은 저 연설을 직접, 간접으로 들었을 것입니다. 과연 그 사람들의 감격은 어느 정도 일까요? 과연 오바마가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이 새로운 역사의 한 순간에 서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진 출처 : http://www.americanrhetoric.com/
I have a dream that one day this nation will rise up and live out the true meaning of its creed: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I have a dream that one day on the red hills of Georgia, the sons of former slaves and the sons of former slave owners will be able to sit down together at the table of brotherhood.
I have a dream that one day even the state of Mississippi, a state sweltering with the heat of injustice, sweltering with the heat of oppression, will be transformed into an oasis of freedom and justice.
I have a dream that my four little children will one day live in a nation where they will not be judged by the color of their skin but by the content of their character.
I have a dream today!
I have a dream that one day, down in Alabama, with its vicious racists, with its governor having his lips dripping with the words of "interposition" and "nullification" -- one day right there in Alabama little black boys and black girls will be able to join hands with little white boys and white girls as sisters and brothers.
I have a dream today!
I have a dream that one day every valley shall be exalted, and every hill and mountain shall be made low, the rough places will be made plain, and the crooked places will be made straight; "and the glory of the Lord shall be revealed and all flesh shall see it together."²
This is our hope, and this is the faith that I go back to the South with.
With this faith, we will be able to hew out of the mountain of despair a stone of hope. With this faith, we will be able to transform the jangling discords of our nation into a beautiful symphony of brotherhood. With this faith, we will be able to work together, to pray together, to struggle together, to go to jail together, to stand up for freedom together, knowing that we will be free one day.
And this will be the day -- this will be the day when all of God's children will be able to sing with new meaning:
My country 'tis of thee, sweet land of liberty, of thee I sing.
Land where my fathers died, land of the Pilgrim's pride,
From every mountainside, let freedom ring!
And if America is to be a great nation, this must become true.
And so let freedom ring from the prodigious hilltops of New Hampshire.
Let freedom ring from the mighty mountains of New York.
Let freedom ring from the heightening Alleghenies of Pennsylvania.
Let freedom ring from the snow-capped Rockies of Colorado.
Let freedom ring from the curvaceous slopes of California.
But not only that:
Let freedom ring from Stone Mountain of Georgia.
Let freedom ring from Lookout Mountain of Tennessee.
Let freedom ring from every hill and molehill of Mississippi.
다음에도 떴었고 티스토리의 메인 페이지에 며칠씩이나 올라있는 "우생순의 라스트 신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포스팅을 보고 있자니까 저 포스팅과는 다른 어떤 의미에서, 우생순의 라스트 신은 정말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적으로 보면 별로 세련되어 보이지 않았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적셨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마지막 장면은 바로 아래 인터뷰 동영상입니다. 과연 4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환경과 상황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과연 4년전 저 인터뷰 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나요?
"그건 뭐, 뭘로, 어떻게 이야기해 드릴까요?
"우리 선수들 너무나 자랑스럽고 너무나 잘 해주었습니다. 잘 해주었고, 비록 은메달이지만 금메달 못지않는 그런, 오늘 투혼을 발휘해주었지 않느냐, 이렇게 평가를 하고 싶구요."
"어떻게 올림픽에 이렇게 나와서 대표선수하는 그 종목의 선수가... 마음놓고 뒬 수 있는 그런 팀이 없다는 자체가... 그건 뭐 뭘로, 어떻게 이야기해드릴까요?"
"마지막 연장에 들어가서는 제가... 저희 선수들이 훈련을 하다가.........................................."
실은 임영철 감독님은 제 고등학교 선배님이시고 제가 나온 고등학교가 핸드볼로 나름 유명했던 학교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학교에는 핸드볼 팀이 없습니다. 입시가 모든 사회적 현상을 잡아먹고 운동부는 운동만 해야하는 우리나라에서 학원 스포츠는 사실 살 길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물며 비인기 종목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렇지만 어린 차세대 육성이라는 뿌리가 받쳐주지 못할 때 우리는 계속 우생순을 찍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뉴스레터인 <생물산업>에 실린 "초고온성극한미생물 omics 연구 및 유용소재 개발" 이라는 리뷰를 올립니다. 혹시나 홈페이지에 pdf 가 올라올까 싶어 여지껏 기다렸는데 2007년까지만 올라오고 그 이후로는 업데이트가 안되는 것 같네요. 저자는 한국해양연구원 이정현 박사님 팀입니다.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리뷰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수영 50m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였던 원조 "수영천재" 였던 선수입니다. 그래도 잘 모르시겠다면 이런 기사는 어떻습니까?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수도 있을 텐데요. 지금부터 8년 전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절의 한겨레 21 기사의 일부입니다.
태릉선수촌은 어린 학생의 미래를 염두에 둘 만큼 포용력과 융통성을 가진 곳이 아니다. 한국체육이 알고 있는 유일한 문법은 ‘스파르타식 훈련’이다. 장 선수는 촌외훈련 계획서까지 제출하며 “1학기 기말고사 때까지만이라도 학교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장 선수는 입촌식 직후 태릉선수촌을 ‘무단이탈’했다.
기가 막혔을 것이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들여, 먹여주고 재워주며 완벽한 스포츠 전사로 길러주겠다는데도 이를 거부하는 어린 소녀의 당돌함 앞에서 체육당국은 할말을 잃었을 것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들은 장 선수의 요구가 ‘건국 이래 한국체육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도전행위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대한수영연맹은 지체없이 그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고 1년간 국가대표팀 및 상비군 선발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중징계를 내렸다.
운동선수는 운동만 해야 하나요???
내용을 요약하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게 해달라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요구는 수영연맹에 의해 무참히 꺾였고 그래서 다음 해에 장희진 학생은 미국의 유명한 사립고등학교 (보딩스쿨)인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로 홀연히 유학을 떠납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여전히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여 "3년간 미국 동부지역고교연합 최우수선수(MVP)와 유력지 ‘보스턴 글로브’가 선정하는 ‘올해의 수영선수’에 선정"(동아일보 기사인용)되는 등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고 결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에 "4년 전액 장학금과 무료 의료 혜택은 물론 학업에 필요한 개인 카운슬러 배정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학을 하게 됩니다.
물론 다른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사생활을 다 포기하고 피와 땀을 흘려가며 노력하는데 본인만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지낼 수 있는가, 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식의 운동만능주의가 만들어 내는 폐해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 문제에 대해 계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분들이 있지만 특히 KBS 스포츠 전문기자인 정재용 기자님의 글(아래 박스 참조)과 방송을 보면 우리 스포츠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작년에 <시사기획 쌈>에서 다루었던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를 통해 진지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었지요.
"프린스턴대에서 미국 최고의 농구 선수로 활약했지만 졸업 뒤 NBA 진출을 거부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NBA 뉴욕 닉스에 입단해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후 선수 생활을 마친 빌 브래들리 상원의원"이 나오려면 장희진 선수처럼 공부와 학업을 병행하려고 하는 선수들에게 더욱 많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하지 않을까요?
그 장희진 선수가 수영여자자유형 100m 예선에 오늘 (13일 19시 39분)에 첫 출전 한다고 합니다. 아마 축구와 야구 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시간이라 어디서도 중계해주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무튼 장선수의 건투를 빕니다.
위 사진은 용상 2차시기를 성공시키고 대기실에서 생글거리면서 웃음짓는 모습입니다. 비록 1위는 힘들 것 같은 기록이었지만 스스로 만족하며 짓는 웃음이 너무 예쁘더군요. 물론 본인도 금메달을 따고 싶었겠지만 그래도 즐겁게 경기를 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나니까 윤진희 선수가 3차 시도를 성공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환호를 하게 되더라구요.
해냈어!!!
그에 비해서 같은 무게를 들어올리고도 동메달을 딴 벨로루시의 나스타샤 노비카바 선수의 모습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좀 아쉽더군요. 시상식이 끝나고 퇴장할 때까지 울더라구요.
너무나 기죽은 동메달...
경우는 다르지만 우리 유도의 최민호 선수도 지난 대회 동메달을 따고 받았던 설움(?)때문에 그렇게 울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이겠지만). 오히려 당시 동메달을 받은 네덜란드 선수가 제일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시드니 은메달의 영웅 강초현
아테네 은메달의 영웅 장미란
베이징 은메달의 영웅 윤진희
하지만 강초현, 장미란에 이어 윤진희 까지, 이제 우리 선수들도 국제 대회에 나가서, 승부에 온 힘을 다하지만 승부가 끝나고는 자신과의 싸움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외형적인 국력만 커진 것이 아니라 우리 선수들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게다가 어려서는 아버지를, 좀 더 커서는 키워주신 할머니를, 그리고 엄마와 같았던 감독님마저 간암으로 잃은 어려운 환경까지 이겼다고 하니 이제부터는 윤진희 선수의 팬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면서 평소에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1. 말만 너무 많은 중계방송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우리 아나운서나 해설자님들, 말이 너무 많습니다. 그 말들이 경기의 분석이나 필요한 배경지식 등을 전해주는 것이라면 그래도 좀 나을텐데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말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경기에 대한 분석과 잘 모르는 경기 규칙, 경기를 풀어나가는 작전, 이런 것이지 끝없이 반복되는 "자랑스런 대한건아"라는 칭찬만이 아닙니다.
2. 경기장 분위기를 전해주지 못하는 중계방송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TV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경기장의 환호와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데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떠드는 통에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단순히 시끄럽기만 합니다. 아래 동영상을 한 번 보시죠. 수영황제 펠프스가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는 순간입니다.
위 동영상을 보시면 금메달을 딴 후에 선수가 환호하는 소리, 동료들과 축하를 나누는 소리, 관객의 환호하는 소리들이 다 들립니다. 오히려 해설자는 replay를 틀어놓고 열심히 영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요. 그것을 통해서 시청자들은 현장의 느낌과 해설을 다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중계는 미국에선 흔합니다.
미국 대학 풋볼 National Championship의 아래 장면은 잊을 수 없는 순간입니다. 레지 부시와 빈스 영같은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들의 맞대결로 유명했던 이 경기는 마지막 텍사스의 쿼터백 빈스영의 터치다운이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는 터치다운 후에 아주 입을 닫아버립니다. 그리고 들리는 환호성...
그런데 2002년 월드컵때도 그랬지만 우리 아나운서들와 해설자분들은 너무 자기들끼리 떠들어서 그런 감동의 순간을 즐기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3. 중요한 순간을 가로채는 중계방송
심지어 금메달 수상식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 소개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계속 말을 해대는데, 이건 중계가 아닙니다. 하계올림픽 경기는 아니지만 과거에 음악과 경기를 함께 즐겨야 하는 피겨 스케이팅 중계 때도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말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중계에서 실수는 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실수라기 보다는 일단 중계에 대한 기본 철학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포츠에 흥미를 갖고 좋아하게 만드는데는 방송 중계의 묘미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앞으로 경기중계를 하실 때 제발 좀 신경써 주시기 바랍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봤습니다. 아, 솔직히 멋있었습니다. 사실 올림픽 개막식에 별로 의미를 두지 않기에 볼 생각도 없었는데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들과 그 화려함에 매료되어서 계속 보았습니다. 큰나라 중국의 광대한 스케일과 빛과 조명, 그리고 홍콩영화를 상징하는 듯한 와이어 액션까지... 얼마전에 구입한 LCD TV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와이어 액션을 이용한 성화 점화
수많은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던 순간....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활을 쏘아 성화를 점화할 때도,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에서 알리가 성화를 점화할 때도, 2000년, 2004년에도 모두 개막식이 저녁에 시작되어 밤에 열렸었는데 서울 올림픽은 저녁이 아니라 아침에 열렸습니다. 그래서 화려함에 있어서 베이징 올림픽이 훨씬 더 해 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88서울 올림픽 개막식이 아침에 열린 이유는 뭐 다 아시는 바대로 올림픽 중계권 협상 때문이었죠. 미국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저녁시간에 맞추어 위해서 아침에 개막식을 시작하고 (미국에서는 저녁), 게다가 오래전에 조금 하다가 없어진 서머타임제 (정확한 용어는 daylight saving time)를 부활하기까지 한 것입니다. 물론 서머타임제는 한 해인가 더하다가 슬그머니 없어져 버렸지요.
그런데 사실 미국인들은 우리처럼 올림픽에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도 안했다고 하는군요. 하긴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아테네 올림픽이 열렸는데 스포츠를 좋아하는 저도 거의 경기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마 거기서는 이제 곧 시작될 NFL과 college football에 대한 뉴스가 더 관심일 것입니다. (가끔은 이런 다양성이 부럽기도 합니다.)
일단 미국은 주관 방송사인 NBC만이 전 종목을 생중계할 수 있는데, 사실 생중계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저녁에 하일라이트나 조금 보여주고, 메달을 따면 뉴스시간에 찔끔 보여주고, 나머지는 미국인들이 흥미있을만한 종목, 예를 들면 농구나 수영 같은, 그야말로 "주요종목"만 보여주죠.
아무튼 서울올림픽으로부터 20년이나 지났으니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볼거리가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만 만일 우리도 밤에 개막식을 했다면 조금 더 멋지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서울올림픽이 베이징 올림픽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올림픽 이전의 1980 모스크바 올림픽이나 1984 LA 올림픽이 냉전의 막바지에 반쪽 올림픽으로 열렸었지만 1988년 냉전의 심장인 서울에서 다시 화합하여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냉전의 기류가 남아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손에 손잡고, 이 가사가 범상치 않은 역사적 의미가 있었던 서울올림픽)
그런데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날에는 러시아가 그루지아와 전쟁을 시작해서 세계의 이목이 오히려 그 쪽으로 쏠리는 것 같습니다. 사실 올림픽보다 더 큰 비중으로 뉴스를 다루는 것 같더군요. 뭐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습니다만 말입니다.
요즘 방학을 맞아 저녁 때마다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 운동장이나 주변 바닷가나 공원까지 걷거나 뛰는 것이 운동의 전부입니다. 운동을 하다보면 좀 지겹게 느껴지기 때문에 mp3 음악을 듣거나 하는데 요즘에는 라디오를 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정관용씨가 진행하는 KBS 열린토론이 방송시간이 딱 100분이라서 운동시간과 잘 맞아서 주로 듣곤 했는데 최근에는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주로 듣고 있습니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진행자 최양락씨와 성대모사의 달인 배칠수씨. (사진출처:한겨레신문)
오히려 시사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도 결코 빠지지 않는데 특히 다양한 풍자가 눈에 띕니다. 그 가운데는 성대모사의 달인 배칠수씨가 자리를 잡고 있지요. 역시 배칠수씨는 엽기 김대중을 빼놓을 수 없지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그의 성대모사에 전국민이 배꼽을 잡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모사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노무현 전대통령의 성대모사도 인기를 얻었지요.
하지만 정치인 뿐만이 아니라 손석희 아나운서 (교수?)의 성대모사도 아주 뛰어나다는 생각입니다. 손석희 씨의 특징을 잘 잡아낸 것 같습니다. "알면서 왜 그러셨나요?"
이 외에도 방송인 김제동, 야구선수 이승엽, 허재 감독의 성대모사도 많은 웃음을 줍니다.
이 외에도 차인표, 배영만, YS, 박지성, 이회창, 배철수, 이종환 등등 정말 다양한 성대모사를 통해 웃음을 안겨줍니다. 대체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이 방송의 묘미는 역시 단순한 성대모사 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우리네 삶에 대한 풍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마 여기에는 작가의 손길이 들어가는 것이겠지만 우리 국민들이 답답하게 여기는 것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그 대표가 만수아버지 최주봉씨의 성대모사입니다.
아마 최근에는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던데,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우리 라디오의 재도약을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배칠수씨의 더 다양한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이번 주 타임지의 기사입니다. 제목이 좀 독특한데, The Myth of Moderate Exercise (적당한 운동의 신화) 입니다. 여기서 moderate exercise란 1주일내내 하루 30분 정도의 중간강도 운동을 이야기합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피츠버그대학의 John Jakicic 등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보통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moderate exercise 정도로는 "비만인 사람의 경우" (21-45세 여성들 200명, 평균 체중 193파운드 = 87.5 kg)에는 크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합니다. 2년간 프로그램에 따라 운동을 한 기록을 분석해보니 비만인 사람의 경우는 하루 1200-1500칼로리를 섭취하면서 적어도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68분 이상 운동을 해야 전체 체중의 10% 정도 감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바다를 보며 달리면 기분도 좋답니다. 사진 출처: Time.com
하지만 이런 기사나 논문을 읽을 때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것은 그렇다고 moderate exercise가 나쁘거나 효과가 없다고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 경우는 비만인 여성의 경우이고 심하게 비만이지 않은 사람들이나 체력이 딸리는 사람들에게 너무 강한 운동은 그다지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 논문 한 편으로 그간의 논의들이 다 무효화 되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타임의 기사에서 돋보이는 것은 생물학적인 해석도 같이 덧붙였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Still, the underlying question remains: are diet and exercise a reliable cure for obesity? Modern-day obesity researchers are skeptical — achieving thinness, they say, is not simply a matter of willpower. Research suggests that weight may largely be regulated by biology, which helps determine the body's "set point," a weight range of about 10 lbs. to 20 lbs. that the body tries hard to defend. The further you push you weight beyond your set point — either up or down the scale — some researchers say, the more your body struggles to return to it. That might help to explain why none of the women in Jakicic's study managed to lose much more than 10% of their body weight.
사실 우리 몸은 유전에 의한 내적인 요인과 환경이라는 외적인 요인에 의해 같이 조절을 받는데 점차 과학이 발달하면서 유전적인 영향들에 대한 자각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품섭취나 운동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과 함께 자신의 가계병력등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죠. 우리는 보통 비만이 된 다음에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의 가계에 비만인 사람들이 많다면 정상체중일 때부터 운동을 통해서 그 체중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얼마만큼 좋은가요?
A) 확실한 것은 흑설탕 정도, 또는 그보다 (약간 또는 많이) 더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Q) 아니 겨우 설탕 정도라니, 게다가 설탕이 몸에 좋다구요?
A) 예, 설탕도 몸에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Q) 그럼 꿀은 좋기만 하고 나쁘지는 않은가요?
A) 아니요, 설탕이 나쁘다면 꿀도 나쁠 수 있습니다.
흔히 건강의 3적 어쩌고 해서 3백식품, 백설탕, 흰쌀밥, 흰조미료를 이야기하는데 사실 뭐 그렇게 일리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리 없는 이야기도 아니구요. 어제 꽃새우를 파는 한 식당에 갔더니 꽃새우에는 글루탐산이 많아서 뭐가 좋고 뭐 이렇게 광고를 써 놓았더군요. 그게 바로 미원 (조미료)인데…
아무튼 꿀이 몸에 좋은 12가지 이유라는 포스팅을 읽었는데, 사실 저 내용은 과장이 많습니다. 벌꿀이 미생물 증식을 억제한다는 것도 아마 당장(糖藏, 당에다가 담그는 효과)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금에 담그는 염장뿐만이 아니라 설탕에 담그는 당장도 미생물 억제방법의 하나입니다. 뭐 항균효과에 대한 논문이 몇 편 있기는 있는데, 실험방법들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벌꿀 항균효과의 control로는 고농도 설탕을 써야하는데 말입니다. 유산균 증식을 높인다는 것도 별로 타당성이 높지 않아 보이고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도 설탕과 큰 차이가 없구요. 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꿀과 설탕의 주요한 차이점은 한 세가지 정도입니다.
1) 꿀은 물이 있고 설탕은 없다는 점,
2) 꿀에는 미네랄이나 비타민이 있고 설탕에는 없다는 점,
3) 설탕은 sucrose라는 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꿀에는 포도당과 과당이 약 5:6 정도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1)은 뭐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3)번도 사실 큰 차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왜냐하면 설탕의 구성성분 sucrose는 포도당과 과당이 1:1로 결합된 물질이기 때문에 실제로 당의 조성 측면에서는 꿀이 설탕보다 과당의 함량이 약간 높지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불만제로인가에서 벌에게 설탕물을 먹여서 만든 가짜(?) 꿀에 대한 보도가 나왔었는데 그 분들이야말로 과학자들입니다. 설탕을 분해하면 당의 조성이 꿀과 거의 유사하게 되니까요.
보통 설탕이 단순당(2당)이라서 혈당을 금방 높이고 어쩌고 해서 나쁘다고 하는데 꿀의 당은 설탕보다 더 단순당(단당)이라는 것이죠. 최근에는 과당을 감미료로 많이 사용하는데 꿀의 조성은 거의 고과당옥수수시럽(HFCS)와 유사합니다. 그러므로 설탕이 나쁘다면 꿀도 나쁠 수 있겠지요. 대신 꿀이 흡수가 빨라서 원기회복에 좋다면 설탕도 좋을 것이구요. (괜히 농사짓는 분들이 설탕물 타 드시는 것이 아닙니다.)
자, 그럼 가장 큰 차이는 미네랄이나 비타민등의 미량성분에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꿀에는 그런 미네랄이나 비타민이 얼마나 들어있을까요? 꿀의 nutrition fact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wiki에 나온 것을 보시면 과연 꿀의 미네랄이 얼마나 좋은 역할을 할 것인지 조금은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흑설탕의 성분표 (wiki 캡쳐)
일반 꿀의 성분표 (wiki 캡쳐)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꿀 속의 비타민C 함량은 극히 미량입니다. 저 표는 꿀 100g 속의 성분값입니다. 보통 우리가 한번에 먹는 양은 한 20g 내외이지요. 그런데 100그램을 먹어도 하루 섭취해야 하는 최소량의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다른 미량원소들의 daily value도 거의 하루 권장량의 3%내외입니다. 그러므로 꿀의 비타민C 덕분에 뭐가 좋고, 비타민B가 많이 들어있고 과장에 가깝습니다. 이 값을 흑설탕이랑 비교하면 차라리 흑설탕에 미네랄은 더 많습니다. 비타민은 약간 적지만 그게 그것이구요. 그러므로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갖가지 고른 반찬으로 보충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물론 꿀은 다양한 방식으로 채취되기 때문에 어떤 꿀에는 특정 성분이나 비타민이 위의 표보다 더 많이 들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꿀을 사기 전에 저 성분표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언제나 나오는 이야기들이 우리가 모르는 미량의 성분이 좋은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반론이 제기되곤 하지요. 아니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왔던 꿀의 효능, 이런 이야기도 있구요. 저 역시 무슨 성분지상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물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있지만 지금 현재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는 것”과 “그런 것”은 차이가 크고 믿음의 문제가 결부되는, 과학의 영역을 좀 더 넘어서는 이야기입니다. 꿀에 대한 더 많은 연구들을 통해 “그럴 수 있는”이 아니라 “그런” 유효성분들이 좀 더 많이 발견되기를 기대해봅니다.
PS. 참고로 최근에 상처치료용 꿀 제품이 나왔다고 합니다. Medical-Grade Honey라고 하는데 상표명은 Revamil 이고 생산 회사는 Bfactory라는 네덜란드 회사인가 봅니다. 논문도 있으니까 한 번 보시고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그런데 홈페이지 참 부실하군요.^^)
다음 신지식에 어제 올라온 질문, "요구르트는 왜 1.5리터가 없는 걸까요?"에 대한 답변 중에 야쿠르트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몇 개 올라와 있습니다. 과연 그것은 사실일까요?
일단 제 경험으로 봐서 4-5개 정도를 한꺼번에 먹어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통 야쿠르트를 모아뒀다가 큰 컵에 4-5개를 한꺼번에 먹고는 했거든요. 조금씩 먹는 것이 감질나서 말이죠.
하지만 야쿠르트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개인적인 경험을 함부로 일반화 시키면 안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말 야쿠르트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할까요?
일단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산균 제품을 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상표명으로 그냥 야쿠르트, 요플레, 메치니코프(아니면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등등)이렇게 나누어 보죠. 그런데 법적으로는 이들을 발효유와 농후발효유, 두 종류로 나뉩니다. 야쿠르트는 발효유이고 요플레나 메치니코프는 모두 농후발효유입니다. 그런데 요플레는 호상발효유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요. 보통 떠먹는 요거트를 뜻하는 말이지만 법적으로는 역시 농후발효유입니다. 발효유와 농후발효유의 차이는 무지유고형분의 함량과 유산균의 수인데 발효유의 경우는 무지유고형분이 3% 이상, 유산균이 1ml 당 1천만마리이상인 제품을 뜻하고 농후발효유는 무지유고형분 8% 이상, 유산균의 수는 1ml 당 1억마리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쉽게 이야기하면 요플레나 메치니코프 등에는 야쿠르트보다 최소 몇 배에서 최대 10배 이상의 유산균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므로 야쿠르트를 10병 마신다고 해도 균총수는 농후발효유 1개의 양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산균을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발효유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저는 특정상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아, 물론 각각 사용하는 유산균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반응하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야쿠르트는 Lactobacillus casei를 사용하고 요플레는 Lactobacillus bulgaricus, Streptococcus thermophilus,Lactobacillus acidophilus를 사용하며 헬리코박터 윌이나 메치니코프는 "HY2177(애시도필러스균)+ HY2743(카제이균) + HY8001(비피더스균) + 써머필러스균"을 사용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비슷한 유산균들이고 사실 저 균들 중에 장에 도달하는 녀석들이 그다지 많지 않기에 역시 그렇게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농후발효유를 여러병 마신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유당 (젖당, lactose)의 문제일까요? 보통 유당불내증 (lactose intolerance)이라고 해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결핍된 사람의 경우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보통 분해되지 않은 유당이 장에 쌓이면 삼투압이 높아져서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지요. 원래 발효유는 유산균이 유당을 분해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유당의 비율이 높지 않고 유당불내증 환자에게 좋다고 이야기합니다만 혹시 그래도 남아있는 유당때문에 설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 저 각각에는 얼마만큼의 유당이 들어있을지 알아보면 되겠지요.
야쿠르트의 성분표 (출처:http://www.yakult.com.au/)
그 데이터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성분표를 통해 짐작을 해보자면, 일단 야쿠르트 한 병이 65ml인데 그 속에 당류는 11.6그램이 들어있고 그 중에 유당은 1.2그램이 들어있습니다. (놀랍게도 설탕이 10.2g, 포도당이 0.2g입니다. 대부분이 설탕이죠.)
원래 프랑스 제품인 요플레 오리지널의 nutritional facts를 찾아보면 요플레 한 통에는 당류가 27그램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당이 얼만큼 들어있는 지는 나와 있지 않군요. 이럴 때 방법은 보통 칼로리가 낮은light 제품의 성분을 찾아보는 것인데 라이트의 경우는 14그램의 당류가 들어있군요. 보통 라이트의 경우는 설탕을 대체감미료로 바꾸기 때문에 아마 나머지 당류 14그램의 상당수가 유당이나 포도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과당과 같은 당도가 강한 당도 넣을 수 있구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의 경우는 당류가 14내지 15그램이 들어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역시 유당이 몇 %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이런 농후발효유들은 과일이나 이런 것을 같이 넣는 경우가 많아서 유당의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야쿠르트 10병을 마신다면 유당 12그램을 먹는 셈인데 우유를 많이 마시면 400-500ml도 마시니까 유당때문에 설사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뭐든지 너무 많이 한꺼번에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 물도 말입니다.
끝으로 자료를 찾다보니 서울우유에서 900ml 짜리 대용량 요하임 저지방 요구르트를 이미 출시한 바 있고 업소용 2.3리터짜리도 판매하고 있네요. (약간 허무해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