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2일 목요일

What a nice PCR song!!!

아, 이 노래 중독성이 있습니다. 소위 PCR song인데요 태공망님께서 올리신 유튜브의 동영상에서 보았습니다. 열심히 가사를 받아 적다가 갑자기 구글을 돌려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구글을 돌렸더니 가사가 떡, 하니 나오네요. (그래서 번역까지 해서 포스팅을 하고나니 태공망님 게시물에도 가사가 접혀져 있었다는... 시간 아까워라...)



The PCR Song by Scientists for Better PCR

There was a time when to amplify DNA, (DNA를 증폭해야 할 때가 있었지)
You had to grow tons and tons of tiny cells.(그때는 수많은 세포를 키워야만 했다고!)
(Oooh) Then along came a guy named Dr. Kary Mullis, (그런데 캐리 멀리스 박사가 나타나)
Said you can amplify in vitro just as well. (세포밖에서도 증폭이 가능하다고 말했네)

Just mix your template with a buffer and some primers, (단지 주형DNA를 버퍼와 프라이머와 섞고)
Nucleotides and polymerases too. (뉴클레오타이드와 폴리머레이즈와도 섞으라고)
Denaturing, annealing, and extending, (Denaturing, annealing, 그리고 extending)
Well it’s amazing what heating and cooling and heating will do. (heating,cooling, heating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일이라니!)

[Chorus]
PCR when you need to detect mutation (detect mutation) (PCR, 돌연변이를 알아내고 싶을 때)
PCR when you need to recombine (recombine) (PCR, DNA 재조합이 필요할 때)
PCR when you need to find out who the daddy is (who’s your daddy?) (PCR, 누가 당신 아버지인지 알고 싶을 때)
PCR when you need to solve a crime (solve a crime) (PCR, 범죄를 해결하고 싶을 때)
[x2]

[Advertisement]
(PCR) To all the scientists out there doing PCR, Bio-Rad salutes you with the all-new 1000 series thermal cycling platform. (PCR을 수행하는 세상의 모든 과학자들께, Bio-Rad는 새로운 1000시리즈 PCR 기계로 인사를 드립니다!)

가사의 출처는 : http://practicality.wordpress.com/2008/01/13/the-pcr-song-with-lyrics/


아, 이 노래의 감동은 PCR을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 주 쯤에 PCR 실험을 가르쳐야 하는데 너무 좋은 노래군요. 게다가 이번 학기에 Bio-Rad의 Thermal cycler를 샀는데 말입니다. ^^

그런데 이 노래는 거의 확실히 USA for America를 모방한 것 같군요. 윌리 넬슨, 킴 칸스, 스티비 원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이미테이션 정도는 알겠네요. 아무튼 노래는 모방가수들이 불렀고 출연자는 바이오-래드의 직원들이라고 하네요. 모두들 립싱크를 했다는군요.  

간만에 We are the World도 들어볼까요?



2008년 5월 20일 화요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달라요!

오늘 또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구별하지 못하는 기사를 하나 보았습니다.

약발 안 듣는 슈퍼독감박테리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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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번 "항균 바이러스"에서도 썼던 이야기지만 생물학이나 미생물학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비슷한 놈들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실 이 둘은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수퍼독감박테리아라니요. 독감은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질병입니다.

박테리아는 세균과 동일한 단어로서, 독립된 생명체입니다. 핵이 없는 원핵생물이고 세포벽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대부분의 원형의 염색체 DNA를 가지고 있고 일부 방선균 종류들은 선형의 염색체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바이러스는 RNA 또는 DNA가 단백질로 둘러쌓여 있는 물질(?)로서 숙주(host)에 기생해야만 복제가 가능한 녀석들입니다. 생물체라고 보기는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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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세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항생물질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물질 (항바이러스제)는 다릅니다. 윗 기사에 나온 amantadine, rimantadine, tamiflu, Relenza 등은 모두 항바이러스 물질입니다. 이중 amantadine과 rimantadine은 고전적인 항바이러스제로서 M2 단백질 저해제들이고 최근에 개발된 Tamiflu와 Relenza는 Neuraminidase inhibitors 입니다.


2008년 5월 14일 수요일

유전자변형콩과 쥐의 사산 연구,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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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에 이어 GMO (유전자 변형 생물) 논란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벌써 그에 관련한 기사가 줄줄이 나오고 있군요. GMO 문제는 의견 대립이 워낙 첨예한 것이어서 함부로 언급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역시 광우병 논란과 마찬가지로 그 중에 fact를 골라내는 작업을 먼저 해야하는 것이겠지요.

그 중에 오늘 제 눈에 들어온 기사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GMO작물이 동물의 사산이나 불임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위 GM soybean (유전자변형콩)을 먹인 쥐의 사산율이 높고 발육부진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문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계속되는 GMO 안전성 논란..소비자는 불안

"GMO먹인 동물자손 불임가능성 높아져”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몇 번 논란이 있었지요. 특히 어느 국회의원님의 국회발언으로 기사화된 적도 있었구요. 그 연구를 수행한 사람은 러시아의  Irina Ermakova 박사인데 논란 거리가 많은 내용입니다. 이미 모기불님이 정리를 한 번 하셨는데 먼저 1독을 권합니다. 

무시무시한 유전자변형콩

그런데 2005년에 이 발표가 있고나서 작년에 이와 관련한 초유의 사태(?)가 과학계에서 있었습니다. 저널 Nature Biotechnology 2007년 9월호에서 저 연구의 주인공 Irina Vladimirovna Ermakova 박사의 연구를 무참하게 초토화 시킨 것이었죠. 그것도 저널의 에디터인 앤드류 마샬이 직접 나서서 말입니다. 이 파격적인 실험 비평에는 4명의 학자가 함께 참여하여 문제점에 대해 코멘트를 했습니다.


요는 무엇이냐, 바로 실험 디자인과 수행에 대한 이야깁니다. 지난번 포스트에서 실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요. 사실 실험디자인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동물을 가지고 하는 실험에 있어서는 완벽한 실험디자인을 하기도 쉽지는 않지요. 아무튼 저 에르마코바 박사의 실험은 좀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 과학자들이 지적한 몇가지만 뽑아보자면,

1. 에르마코바 박사가 GM콩을 구입했다는 회사는 100% GM콩 (RR, roundup ready)은 판매하지 않고 판매한 적도 없다. 고로 GM콩만 먹인 쥐의 실험은 불가능!

2. 대조군(컨트롤) 그룹으로 콩단백질 함유물인 Arcon SJ 를 GM 콩가루 (soy flour)와 동량으로 사용했지만 Arcon SJ는 영양적으로 콩가루와 다르다.

3. 쥐를 따로 따로 키웠는지, 주어진 먹이를 쥐들이 얼만큼씩 먹었는지 등등이 기술되어 있지 않다.

4. 반복실험으로 재현되는 것이 중요한데 에르마코바 박사는 한 그룹에 다섯마리 정도를 사용했다. 이런 독성 실험에는 보통 그룹당 20-25마리는 사용해야 한다. 

5. 태어난 새끼들이 젖을 떼었는지, 어미로부터 격리되었는지의 여부, 태어난 새끼들의 성별과 숫자가 밸런스를 이루었는지도 불분명하다.

6. 새끼들의 건강과 행동을 평가할 때 이중맹검으로 측정했는지도 불분명하다.

등등등... 아주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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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soybean 에 대한 논란을 저널 에디터가 직접 점검한 파격적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2007 Sep;25(9):981-7


아무튼 최종 결론은 we conclude that no meaningful inferences can be drawn from these results. (그 결과들로부터 의미있는 추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입니다. 솔직히 왜 퍼블리시 안하냐까지 물어보는 것 등이 좀 심하지 않나 싶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므로 한 번 따져볼 필요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직접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과학은 계속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기 때문에 이런 내용에 대해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그저 예전에 한 번 발표한 내용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좀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네이처 바이오텍의 에르마코바 박사의 실험비판에 대한 재반론, 예를 들면 어떻게 GM콩을 구했는지부터, 자세한 반론과 지지글이 작년 연말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12월호에 나왔는데, 그건 다음에 또 시간이 나면 하도록 하죠.



2008년 5월 10일 토요일

오늘 본 최고의 개념 댓글

아래와 같은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뉴스비타민] 휴대전화 앞에서 ‘벌벌’ 떠는 꿀벌들

기사에 나온 실험의 내용인 즉슨,

1. 아카시아 꽃이 활짝 핀 양봉장에서 꿀벌이 활발하게 드나드는 벌통에 휴대전화를 설치한 뒤 통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벌통 밖으로 나가는 꿀벌이 줄고, 벌통으로 돌아오던 꿀벌은 벌통 주위를 맴도는 등 귀소 본능에서 방향 감각이 크게 떨어졌다.

2. 맛과 향이 강한 대추나무꿀을 60㎝ 띄워 두 곳에 5g씩 바른 뒤 한쪽에만 휴대전화를 설치했다. 실험 결과 휴대전화가 없는 곳에는 꿀을 찾아 꿀벌이 모여들었으나 휴대전화가 있는 곳에는 벌들이 거의 찾지 않았다.

3. 벌을 몸에 붙이는 실험을 했다. 처음엔 자신의 몸에 잘 모여들던 꿀벌들이 통화 중인 휴대전화를 몸에 가까이 가져가자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결론은 ""세 가지 실험 결과 각종 전자파에 의해 꿀벌의 항법비행기관이 교란당한다는 가설이 꿀벌의 실종 현상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단서"라며 "전자파의 유해 정도에 깜짝 놀랐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여준 것이 아래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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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 네티즌이 정말 좋은 댓글을 남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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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실험을 할 때는 대조군 (control)을 명확하게 해서 다른 요인이 간섭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한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실험의 디자인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아마 저 댓글을 적은 네티즌께서는 이쪽 분야에 잘 훈련되신 분인 듯합니다. 그리고 꿀도 저렇게 그냥 뿌려놓으면 안되겠지요. 같은 양을 같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거나 해야할 것입니다. 과연 저 네티즌이 제안한 방식으로 실험을 다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군요.


"항균바이러스" 때문에 생각난 것들

아래 신문사설은 한 7년 전 조선일보 사설입니다. 좀 어이가 없어서 제 컴퓨터에 잘 간직해놓은 내용이죠. 아마 과학에 대한 내용이 사설에 실리는 것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이런 내용들은 좀 곤란합니다. 일단 그 사설의 앞부분만  읽어보시죠.

[사설] ‘癌도 세균’ 대책 시급

유흥접객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 절반이 자궁암을 일으키는 파필로마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고, 이들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에 의해 다른 여성도 이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는 국립보건원의 최근 연구는 충격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각종 암, 심장병, 궤양 등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각종 질병이 유전적 소질과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의학적 연구는 세균이야말로 이런 만성질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임을 밝혀 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흔한 위궤양만 해도 과거에는 스트레스나 매운 음식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위 속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이 궤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이로써 위 속에서는 세균이 살 수 없다는 종래의 통설이 뒤집혀진 것이다. 일단의 과학자들은 세균이 심장병과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고 보기도 한다.

(이하 생략, 전문은 위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어디가 이상한 지 아시겠습니까?

1) 암은 세균이 아닙니다. 따라서 "암도 세균"은 틀렸습니다. (물론 "암도 세균이 일으킨다"의 준말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요.)
2) 바이러스는 세균이 아닙니다.
3) 만성 질환과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이 관련은 있겠지만 그 주된 원인이 세균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자궁경부암 같은 몇몇 암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주된 원인이 세균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입니다.
4) 세균이 심장병과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것은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아무튼 정설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의 과학자라고 한 것을 봐서는 극히 마이너 그룹이 아닐까 합니다.

이 중에서 특히 첫번째, 바이러스와 세균을 구별못하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균이라고 하면 안된다, 항균제와 항바이러스제는 다르다, 뭐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단골 메뉴입니다. 여기엔 바이러스를 미생물로 보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있고, 더 근본적으로는 바이러스를 생물로 보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으로 보는 견해가 고전적이라면 최근에는 (편의상) 바이러스를 미생물의 범주에 넣어서 보기도 합니다. 미생물이라는 것이 "눈으로 보기 힘든 작은 생물"이라는 의미이므로 바이러스가 생물이라면 미생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미생물시간에 가르치기도 합니다. Thomas Brock의 유명한 미생물학 교재 The Biology of Microorganisms에도 바이러스 챕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균이라고 할 수 있는가는 또 조금 다릅니다. 게다가 세균은 더더욱 아닙니다. 보통 "균(菌)"이라고 하면 세균 (단세포 원핵생물)이나 진균 (진핵생물인 곰팡이나 효모)을 이야기하는데 바이러스는 균이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항균제라고 하면 보통 anti-bacterial (항세균)나 anti-fungal (항진균) 활성을 갖는 물질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항생물질 (Antibiotics)의 아버지 왁스만에 따르면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물질로서 저농도에서 다른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것"을 항생물질로 정의하였습니다만 최근에는 화학이 발달하면서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물질로서"라는 부분은 더 이상 고려되고 있지 않고 "다른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죽"인다고 할 때 다른 미생물은 세균, 진균, 기생충에 한정되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는 다르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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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만큼 유명하진 않아도
스트렙토마이신을 개발해서 노벨상까지 받은 항생물질의 아버지,
셀만 왁스만 (Selman A.Waksman) 박사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항균바이러스로 대비하자"는 말이 몇몇 게시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더군요. 저도 한참동안 무슨 말인가 했는데 아마 AI 독감 백신을 개발해서 대비하자는 뜻인 것 같습니다.(하루가 지나서 보니까 백신이 아니고 치료제 타미플루였군요.) 아마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AI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인데 항균이라는 말을 쓰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그 백신을 바이러스라고 했다는 점이 되겠습니다. 뭐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백신도 있으니까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으나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요. 뭐 대통령이 전공자가 아니니까 개념이 혼동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항균바이러스라고 한다고 밑의 관료들도 항균바이러스라고 답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항바이러스제라고 하든지 항바이러스 백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참고로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는 전혀 다르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가끔 혼용해서 항바이러스제도 항생제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섞어서 쓰시는 과학자나 의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약의 메카니즘이나 이런 면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2008년 5월 9일 금요일

'美쇠고기 사태'에 대한 외국인들의 댓글

더 타임즈 (영국)에서 한국에서의 "미국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런데 좀 심하게 이야기를 하는군요. 제목부터 약간 선정적이네요.

"South Korean internet geeks trigger panic over US 'tainted beef' imports"
(한국의 인터넷 찌질이들이 미국의 "오염된 쇠고기" 수입에 대해 패닉에 빠져들다)

내용은 솔직히 국내 보수신문(?)들이 하는 이야기랑 큰 차이가 없는데, 다만 영국쪽에서 저런 소리를 한다는 것이 좀 의외군요. 궁금하시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라고...

제가 재미있게 생각한 것은 저 기사 밑에 있는 댓글들인데요. 주로 미국인들이 달았던데, 미국인 중에서 The Times를 읽는 사람들은 상당히 소수에다 고학력일텐데, 그네들의 댓글도 우리네 "Internet Geeks"와 다를 바가 별로 없네요. 그 중에 몇몇 사람들은 한국에 살아봤던 사람들인 모양인데, 그네들의 반응도 재미(?)있습니다.

몇 개만 소개해 보자면,

I have lived in Korea for over 2 years as an English teacher. They have a group mindset, especially High School aged kids, one moment everyone has to have a "hello kitty" backpack, and the next...it is anti US beef. Do not read too much into this, it is a manufactored rumor, (John, Incheon, Korea)
(한국인들은 집단성향이 있다. 헬로키티 가방을 가져야만 할 때와 미국 쇠고기에 반대할 때...)

(인천의 영어선생 죤인데, 그래도 기사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인가 보네요.)

I worked in Seoul, Pusan and Taegu for 10 years. I like Koreans but they're true xenophobes and have an exaggerated sense of themselves and Korea's place in the world. As noted, the group mindset is paramount. Koreans have prickly sensitivities and are prone to hysterics, especially the young kids. (Cole Younger, Sarcoxie, MO, USA)
(한국인은 확실히 제노포비아 (외국인을 싫어하는 사람)이고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허풍이 있다. 집단성향은 최고이며 너무 민감하고 히스테릭하다)  

(이 분은 한국에서 사는 것이 좀 힘드셨나봐요.)
The have McDonalds and Burger King and I bet the beef is from the USA. Go to any of these places in Seoul on a weekend and they are packed by Jr High and High school kids. The Koreans need to more concerned with the recent outbreak of Bird Flu than Mad Cow! (RJ, Seoul, Korea)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쇠고기는 미국에서 올텐데, 주말에 그런데 가면 어린아이들로 꽉차 있다고! 광우병보다는 조류독감에나 신경쓰라고!)

(이 친구는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쇠고기가 미국에서 오는 줄 아는군요. 맥도날드는 잘 모르겠고 버거킹의 쇠고기 패티는 호주산인데 말이죠. 미국에 수입되는 호주산 쇠고기도 주로 햄버거에 사용된다고 하죠?)



그 외에도 여러가지 감정적인 댓글들이 많은데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패턴을 읽을 수 있는 것 같군요. 주한미군 이야기 나오고, 현대, 기아차 이야기 나오고, 북한 이야기 나오고... 그런데 글로벌 warming 가지고 떠는 인간들은 또 뭔지... (이런 반응에 화를 낼 필요는 별로 없다고 봐요. 그냥 씩 웃어주면 되지...)

그 중에서 맘에 드는 댓글을 하나 소개하면서 마치죠. 아마 한국인인 것 같은데, 저런 개념 댓글들을 좀 달아야한다고 봅니다.


I live in Korea and have no probs with US beef. However,

- Kids aren't given a choice on food at school
- Import agreement gives up all quarantine rights.
- Deal was struck just a day before Korean president met with Bush.

The anger is at their president who gave up quarantine just to plz Bush.

Jay, Seoul, Korea

(화를 내는 이유는 부시의 기쁨조가 되기위해 안전성 보장을 포기한 한국 대통령에 대해서라구!)


2008년 5월 6일 화요일

한림대 김용선 교수논문 간단 리뷰 - 프리온 단백질과 다형성 (Polymorphism)

광우병 논란으로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좀 더 쉬운 예를 들면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polymorphism (다형성)이죠. 인간 (Homo sapiens)이라는 단일 생물종은 인종에 상관없이 유전자의 배열이 (거의) 같은데, 하지만 생긴 것은 다 다릅니다. 이것이 바로 다형성 때문입니다. 유전자의 배열, 예를 들어 유전자 A, B, C, D 의 순서는 같아도 그 유전자 A, B, C, D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은 약간의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아미노산순서도 약간씩 다르게 되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같은 인간에, 같은 인종, 게다가 유전적으로 비슷할 가능성이 높은 같은 강씨지만
전혀 다른 표현형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polymorphism (다형성) 때문이라는 말씀!)



광우병 유발물질로 알려진 프리온 유전자의 129번째 코돈이 메티오닌을 코딩하느냐 발린을 코딩하느냐에 따라 광우병에 더 잘 걸릴 수 있느냐, 아니냐는 논쟁이 열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한림대 김용선 교수팀이 Journal of Human Genetics에 2004년도에 발표한 논문, Polymorphisms of the prion protein gene (PRNP) in a Korean population 이 있습니다. 저는 광우병 논란에 있어서 그 위험성에 대한 과장이 좀 심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문제는 과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129번 코돈 (실제로 이는 유전자의 triplet이므로 프리온 단백질의 129번째 아미노산)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게다가 129번 코돈의 다형성은 단순히 CJD 뿐만이 아니라 알쯔하이머 등의 다른 neurodegenerative 질병 (신경퇴행성 질병)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논문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게 특별히 vCJD에 연관된 것인지, 아니면 알쯔하이머나 CJD같은 아밀로이드 플레이크 (amyloid plaques) 형성에 의한 neurodegenerative 질병의 일반적 현상의 일부인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현재까지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무튼 논란이 되고 있는 논문을 찾아서 읽어보니 한가지 더 흥미로운 것이 있는데, 129번 아미노산 뿐만이 아니라 219번 아미노산이 글루탐산이냐 라이신이냐에 따라서도 sCJD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하는군요. 보통의 프리온은 글루탐산인데 라이신을 가지고 있으면 프로테인 X와 결합하여 CJD를 억제(방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The Lys allele appears to protect against CJD by binding to protein X. This binding appears to prevent PrPC from being converted into PrPSc (Kaneko et al. 1997).

Kaneko K, Zulianello L, Scott M, Cooper CM, Wallace AC, James TL, Cohen FE, Prusiner SB (1997) Evidence for protein X binding to a discontinuous epitope on the cellular prion protein during scrapie prion propagation. Proc Natl Acad Sci USA 94:10069–10074

그런데 그것 말고도 171번 아미노산이 아스파라진인가 세린인가도 중요하다고 하고, 다른 논문들에도 다른 아미노산의 변이들이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것이 많이 나와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한 아미노산의 변이가 큰 변수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129번 아미노산만큼 극적인 것은 없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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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용선 교수팀의 논문의 결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자료가 윗 테이블입니다. 한국인 529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129번째가 M/M이고 219번째가 Q/Q (실제는 E/E, 아래 box설명 참조)인 사람이 86.7%라고 하는군요. 조금 조악하게 말해서 “최악의 경우” 광우병이 좀 더 쉽게 발병할 수 있는 사람인 셈입니다.

여기서 잠깐!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논문의 실수가 있는데, 글루탐산 (Glu)의 약자는 Q가 아니라 E 입니다. Q는 글루타민이구요. 지난 번 포스트의 프리온의 아미노산 서열을 보시면 219번이 E 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Q라고 나와 있어서 뭔가 제가 알지 못하는 의미가 있나 해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아무래도 실수로 보입니다. 이런 중요한 논문에 아미노산 약자를 잘못 쓰는 실수를 하시다니… 저희 과 2학년 지난 중간고사 시험문제였는데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프리온 129번의 타입이 M/M이면 vCJD, sCJD의 발병 가능성이 조금 더 높거나, 잠복기가 짧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90%를 상회하는 한국인에게는 좀 더 주의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129번째 아미노산 뿐만이 아니라 219번째, 171번째 아미노산등 다른 아미노산의 변이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지므로 역시 좀 더 많은 연구를 해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는 단순한 문제일지라도 과학적으로는 언제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니까요.




2008년 5월 3일 토요일

광우병 신문기사 첨삭지도 (프리온의 분자생물학)

광우병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그냥 지켜보는 중입니다. 그런데 지난 번 황우석 교수 사태처럼 이번 사태도 전국민의 과학 지식을 높이는데 큰 공헌을 할 것 같군요. 하지만 역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fact는 무엇이고 거기에서 나온 추론은 합리적인가, 이겠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논쟁의 당사자들이 비전문가인 경우가 많다보니 엉뚱한 표현과 묘사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 본 대표적인 기사 일부를 가지고 프리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죠. 전체 기사가 궁금한 분들은 광우병에 대한 7가지 궁금증 을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도 어딘가 틀린 곳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아래는 위 신문기사의 첫번째 내용 중에 부정확한 표현들만 간단히 재구성한 것입니다.

◆(1) 한국인 유전자는 광우병에 더 취약한가?
= "한국인 유전자는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
이 주장은 김용성 한림대 의대 교수에게서 처음 나왔다. 김 교수는 2005년 국가연구수행과제로 한국인의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형 조사를 했다. 결론은 현재까지로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리온 단백질은 모든 생명체가 (많은 생명체가) 갖고 있으며 세포구성에 들어가는 평범한 단백질이다. 하지만 이 단백질이 동종 개체를 섭취할 경우 (동종 또는 이종의 이미 변형된 프리온, PrPsc, 을 섭취할 경우)변이를 일으켜 변형 프리온 단백질로 바뀌는데 이것이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리온 단백질의 유전자 형태는 (유전자 염기서열, 더 바람직하게는 아미노산 서열은) 사람마다 다르다. 특히 129번째 유전자 배열에 (코돈 또는 아미노산 구성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필수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2개 결합한 메티오닌-메티오닌 동질 결합체(MM형)와 메티오닌과 발린(필수 아미노산 일종)이 결합한 메티오닌-발린(MV형), 발린이 2개 결합한 발린-발린 동질 결합체(VV형)가 그것이다.

사람에게는 염색체가 쌍으로 존재하고 같은 유전자를 두 개씩 가지고 있으므로 프리온 유전자도 두 개인데, 그 두 개 유전자가 코딩하는 프리온 단백질의 129번째 아미노산이 모두 메티오닌이면 MM, 한쪽은 메티오닌이고 다른 한 쪽은 발린이면 MV, 둘 다 발린이면 VV형이라고 한다.

이 중 인간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의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형을 (유전자가 코딩하는 아미노산 서열을) 조사한 결과 100% MM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수는 연구결과 조사 대상 한국인의 95%가 MM 유전자형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영국(38%), 미국(5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다시 말해 아시아 혈통이 인간광우병에 훨씬 취약하다는 것을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정해관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는 학문적으로 확립된 사실로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MM형만 걸린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MM형이 먼저 나타나고 MV와 VV형은 나중에 나타날 가능성, 인간광우병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질병으로 나타날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은 Preproprotein 형태입니다. Preproprotein들은 보통 두 번의 proteolysis를 거쳐서 mature 단백질이 되지요. 프리프로프리온 단백질은 253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이 되며, 맨 앞쪽 N-말단의 22개 아미노산 조각 (signal peptide)이 떨어져 나가면 proprion이 되고, 다시 반대편 C-말단의 23개 아미노산조각 (GPI-anchor)이 떨어져 나가면 최종적으로 mature prion, 소위 PrP가 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의 하나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 그림 출처는 J Biol Chem. 2004 Jul 9;279(28):29469-77


그리고 사람의 프리온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manlgcwmlv lfvatwsdlg lckkrpkpgg wntggsrypg qgspggnryp pqggggwgqp
       61 hgggwgqphg ggwgqphggg wgqphgggwg qgggthsqwn kpskpktnmk hmagaaaaga
      121 vvgglggyml gsamsrpiih fgsdyedryy renmhrypnq vyyrpmdeys nqnnfvhdcv
      181 nitikqhtvt tttkgenfte tdvkmmervv eqmcitqyer esqayyqrgs smvlfssppv
      241 illisflifl ivg

붉은 색으로 표시한 저 중간의 m (129번째)가 바로 문제의 메티오닌 이지요. 저 기사에서 필수아미노산이니 하는 것은 전혀 쓸데없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아미노산은 단지 저 메티오닌 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관련 논문만 소개하고 마치자면,

Creutzfeldt-Jakob disease with E200K mutation in Slovakia: characterization and development.
Acta Virol. 2002;46(1):31-9.
PMID: 12197632 [PubMed - indexed for MEDLINE]

Insomnia associated with thalamic involvement in E200K Creutzfeldt-Jakob disease.
Neurology. 2002 Feb 12;58(3):362-7.

Inherited prion disease caused by the V210I mutation: transmission to transgenic mice.
Neurology. 2001 Dec 26;57(12):2198-205.

Mutation of the PRNP gene at codon 211 in familial Creutzfeldt-Jakob disease.
Am J Med Genet. 2001 Oct 1;103(2):133-7.

Identification of three novel mutations (E196K, V203I, E211Q) in the prion protein gene (PRNP) in inherited prion diseases with Creutzfeldt-Jakob disease phenotype.
Hum Mutat. 2000 May;15(5):48

등등 여러 논문이 많이 있습니다.

2008년 5월 2일 금요일

옥수수수염차 논란으로 본 칼륨

최근 옥수수수염차에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트륨과 길항작용을 하는 칼륨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칼륨이 좋다는 이야기들이 방송이나 언론에 몇차례 보도가 된 적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혈관이 건강해진다, 칼륨편)

특히 우리나라는 짜게 먹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칼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라면 한 봉지에 김치면 하루 나트륨 권장량의 한 배 반이 훌쩍 넘으니까요. 세포에서 세 분자 나트륨 이온이 빠져나가면 그 카운터파트로 두 분자의 칼륨 이온이 들어옵니다. 가장 유명한 능동수송 (active transport) 메카니즘이지요.

(Play를 누르면 실행됩니다. 영어 설명이지만...)


이 때문에 칼륨이 나트륨 함량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고 혈압강하, 신장결석 위험을 감소, 뇌졸중 위험을 줄이고 골밀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들이 관심을 끌었고 심지어 소금(NaCl)에 KCl을 섞은 저염소금이나 저염간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칼륨은 대부분의 음식에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에 심한 편식만 하지 않으면 따로 섭취할 필요는 크게 없는 미네랄입니다. 단, 식욕부진, 구토, 설사, 운동과다, 탈진 등으로 단기간 칼륨이 부족한 경우들이 있는데 이때는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칼륨이 많이들어 있는 음식들: 100그램당 칼륨 (potassium) 및 나트륨 (sodium) 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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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weightlossforall.com/potassium-rich-food.htm


하지만 오히려 지나친 칼륨의 섭취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특히 투석이 필요한 심한 신부전증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소위 “고칼륨혈증”이라는 병입니다. 이는 신장이 칼륨 배설을 제대로 못해서 피 속에 칼륨이 고농도로 존재하는 병인데, 근육의 힘이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의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하면 심장이 멎는 등 생명을 위협한다고 하는군요. 심한 신부전증 환자들은 야채나 과일도 조심해야 합니다. 야채 과일이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한신장학회에서는 고칼륨 식품의 경우엔 신부전환자들을 위한 경고문을 넣자는 의견을 낸 모양인데 식약청에서는 일반인들에게는 큰 문제가 안된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식품이든지 과하면 좋지 않고, 특히 질병이 있으면 조심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건강한 사람들이 너무 이런데 민감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2008년 5월 1일 목요일

완득이는 그 친구에게 희망을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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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젊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친구였죠. 그 친구는 가난이 싫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난을 남앞에 드러내는 것이 더 싫다고 말했습니다. 전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해주었고, 하필이면 그 때 우리 사이에 놓여있던 책 <완득이>를 그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그래서 전 지금 그 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이제부터는 순전히 제 기억과 남은 감정을 모아서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완득이>의 서두에 난장이가 나오지 않았으면 그 책을 끝까지 읽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인간승리 드라마"삘(feel)"이 나는 다큐멘터리나 책들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책의 둘레 둘레에게 쓰여진 "완득이, 파이팅!" 이라는 문구도 그랬습니다. 아마 가장 편파적으로 부자를 옹호하는 신문의 기자가 완득이 파이팅을 외치는 현실이 마뜩치 않은 것은 제 심성이 삐뚤어졌기 때문임을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뭔가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책이 없어서 이 말을 윤도현씨가 했는지 아니면 그 기자분이 했는지 헷갈립니다.)


하지만 초반에 난장이가 등장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난장이"라는 단어는 거의 자동적으로 제게 오래전에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을 생각나게 합니다. 난쏘공은 바로 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그리고 아직도 저의 부모님께서 40년이 넘도록 살고계신 동네가 등장하는 저의 첫 소설이었습니다. 어쩌면 완득이가 제가 살던 그 동네에 사는 아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 전 그 소설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냥 인간승리 드라마 류의 소설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저는 완득이에게 감정이입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제가 빠져들어간 대상은 완득이가 죽이고 싶어했던 담임선생 "똥주"였습니다. 저 녀석은 대체 왜 저 선생을 싫어하는 거야, 내가 보기에는 옳은 소리만 하는 사람인데, 라는 의문은 책의 절반을 지나며 해소되었고, 이 소설의 한가지 맘에 안드는 부분 (똥주 선생이 완득이 아버지와 동업을 하는 부분, 이 부분은 약간 억지 같습니다.)까지 발전하였습니다. 이 소설을 완득이의 성장소설이라고 한다면 아마 완득이가 가장 많이 성장한 부분이 바로 똥주 선생님을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자기 자신과 그 환경을 받아들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시빈민, 장애인, 다문화가정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쓴 완득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아이입니다. 육체적으로는 주먹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원래 건강했었지만, 이 소설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완득이의 건강함은 어디서 왔을까요. 그 첫걸음은 자신의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체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게 어려움과 난관에 대처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그것을 회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에 맞서는 것입니다. 회피는 다시 현실도피나 왜곡된 성공의 욕구로 발전됩니다. 하지만 완득이는 회피의 길에서 현실에 맞서는 길로 들어섭니다. 완득이도 처음엔 분명 자신의 현실을 떠벌이고 다니는 똥주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회피하고 싶어했었지만,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절정은 여기, '제 어머니십니다.' 였죠.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인 다음에 완득이는 과연 성공적으로 그 길을 갔을까요? 그 부분은 독자의 상상 속에 있을 뿐이라고 봅니다. 완득이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니까요. 청소년을 넘어 청년 완득이의 삶이 어떠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제게는 조금 지나친 자의식 과잉으로 읽혔던(하긴 젊어서 자의식 과잉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젊은 날의 초상이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들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 정도는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득이에게 환호하는 지점은 앞서 말한 완득이의 그 건강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럼 세상엔 이렇듯 건강한 완득이들이 많이 있을까요? 과문해서인지는 몰라도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못한 듯합니다. 하긴 누구나 다 가는 길을 걷는 사람을 보고 환호를 할 이유는 없겠지만, 아쉽게도 세상의 완득이들은 점점 더 그 건강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는 발전했고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운 만큼 민주화가 되었지만 그럴 수록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어느 컬럼에서 보고 무릎을 쳤던 말, 일찌기 헨리 죠지의 통찰인 "부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그리하여 전반적으로 애국심·덕·지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도 개선된다. 그러나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는 오히려 악화된다."는 경구를 여기서 적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소설이 더 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작가 김려령씨는 한편의 영화를 보여주듯 원숙하게 완득이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과거 이런 환경을 다룬 소설들이 그 지긋지긋한 일상과 구질구질한 삶의 솔직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식이었다고 한다면, 김려령 작가는 신세대답게 쿨하게(?) 적절한 사회적 현실과 그 시대 속에 놓여진 소외된 사람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상엔 이런 애도 있다, 며 약올리듯이 말입니다. 혹시 그게 구질구질한 가난 이야기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요즘의 트렌드 때문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건강함이 반갑습니다. 그리고 그런 완득이들을 세상에서 좀 더 만나고 싶습니다.


완득아, 그 젊은 친구에게 희망을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