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7일 수요일

10 Emerging Technologies 2008 - Cellulolytic Enzy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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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도 몇 번 소개한 적 있었던 MIT Technology Review의 10 Emerging Technologies 2008 이 최근 발표되었네요. 하지만 올해엔 더욱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Cellulolytic Enzymes 이 그 열번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Cellulolytic Enzymes란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총칭하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세제나 청바지 물빼는 데 사용하는 cellulase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효소는 이미 가장 잘 알려진 효소이고 산업적으로도 다양하게 사용되는 효소입니다. 하지만 이 효소가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바이오연료 (Biofuel), 특히 그 중에서도 bioethanol 때문입니다.

이미 이 블로그에도 작년초부터 몇 번 다룬 바 있습니다. 바이오에탄올 덕분에 옥수수값이 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가용 식량 작물이 아닌 셀룰로직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cellulosic ethanol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고 있고 미국 에너지성 (DOE, Department of Energy)에서 6곳을 지정해서 생산시험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작년 여름에 제가 있던 곳을 포함해서3곳의 컨소시엄을 DOE가 지정했다는 뉴스 등을 말입니다.

최근에 새우깡 가격이 오르고 라면값이 오른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또한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꾸준해져서 얼마전에 오마이뉴스에서 브라질의 사탕수수 농장의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관한 시리즈물을 다룬 적도 있습니다. 결국 가능한 최선의 대안 중 하나는 바로 cellulosic ethanol이고 이를 위해서는 셀룰로스를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당으로 분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key step이 되는 것이지요.

이 Cellulolytic enzymes의 연구자 대표로 소개된 연구자는 바로 프란시스 아놀드 (Francis Arnold)입니다. 프란시스 아놀드는 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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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아 공대 (칼텍)의 교수로서 분자 진화와 효소 연구에 있어서는 가히 독보적인 존재의 하나죠. 예전에 벤처기업이 있었을 때 아놀드 방에서 나오는 논문과 특허를 수집,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의 하나였습니다.

결국 가장 많이 연구된 효소의 하나인 cellulase인데도 이 효소가 10 Emerging Technologies 2008 에 선정이 된 이유는 아직도 안정하고 빠르게 셀룰로스를 당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드물다는 이야기죠. 게다가 당화 시킨 포도당을 알콜 발효로 전환시키는 효율도 높여야 하겠구요.

글루코스의 알파 결합물인 전분과는 달리 글루코스 베타 결합물인 셀룰로스의 분해는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셀룰로스는 보통 리그니, 헤미셀룰로스 등과 섞여 있기 때문에 천연 바이오매스를 전처리 없이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효소를 자연계에서 찾는 것과 아울러 기존의 효소들을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개량해 내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죠. 그 기술을 분자 진화, 또는 directed evolution이라고 합니다.
 
이런 기술에도 극한미생물이 사용되곤 합니다. 그 예가 작년 5월 한겨레신문에 소개된 "볏짚으로 가는 자동차 달려온다" 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서 소개된 특별한 기술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바이오가솔의 핵심기술은 70도의 높은 온도에서 이뤄지는 목당 발효공정이다. 랑바드는 “아이슬란드 간헐천에서 채집한 호열박테리아를 활용해 높은 에탄올 변환율을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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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고온성 미생물은 다양한 곳에 응용이 가능합니다. 슬슬 저도 이쪽 연구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한가지 우스개 소리를 하고 마치자면 제가 석사과정에 들어와서 처음 했던 연구가 바로 이 cellulase효소 유전자 클로닝이었습니다. 그 때 생각보다 일찍 성공을 했기에 지금까지 당관련 효소 유전자를 만지작 거리고 있지요. 그런데 그 과제가 동력자원부 과제였는데 모두들 그거 해봐야 안된다고 그랬던 사람들이 지금 이 뉴스들을 보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요. 여전히 안되는 것이라고 할까요???)


* 사진은 모두 Technology Review에서 인용했습니다.

2008년 2월 26일 화요일

세상에서 가장 큰 세균은?

세상의 여러 연구자들이 새로운 미생물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신종 미생물을 발견하는데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미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발견되었습니다만 아직 지구상에 있는 전체 미생물의 5%에도 못미친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극한 조건에서 신종 미생물들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그런데 세균중에서 가장 큰 미생물은 무엇일까요? 1999년 이전까지는 "Epulopiscium fishelsoni"였습니다. 1985년에 발견된 Epulopiscium fishelsoni는 검은 쥐치 (surgeonfish)의 장에서 공생하는 그램 양성 미생물로서 길이가 약 200-700 μm, 직경이 약 80 μm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1999년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해양 미생물팀 연구자들이 나미비아 해변에서 발견한 미생물에 의해 그 권좌를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 미생물의 이름은 바로 "Thiomargarita namibiensi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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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namibiensis
는 그램 음성 프로테오박테리움이고 nitrate를 이용하는 chemolithotroph인데 그 직경이 750 μm (0.75mm)로서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이 세균이 이렇게 클 수 있는 것은 몸 부피의 80%정도까지 nitrate을 저장하는 vacuole을 잔뜩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환경의 nitrate 농도가 낮아지면 이를 이용하여 호흡을 할 수 있다는군요






(그림 출처 : http://www.shirazmicrobiology.blogfa.com/)


* 의외로 CNN에서도 오타가 많네요. 두 미생물 이름을 모두 틀렸습니다.^^

2008년 2월 19일 화요일

설탕이 학대받는 두가지 사례

설탕을 보통 sugar라고 하지요. 하지만 sugar는 당(그리스어로saccharide)의 의미도 있습니다. 화학적으로 설탕은 sucrose이지요. 그리고 sugars라고 복수로 쓸 경우에는 "당류"라는 뜻으로서 여러가지 당을 이야기합니다.

지난 학기에 설탕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있어서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아직도 국내 방송에서 설탕의 유해성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한 번은 정말 방송국에 전화를 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장의 한 복판에는 바로 이 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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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 건질만한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1975년에 쓴 책이니만큼 전혀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고, 책에서 예를 든 것들이 무슨 19세기나 기껏해야 1970년대의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과장된 내용들, 예를 들면 설탕이 아편보다 나쁘고 방사선 낙진보다 더 위험하다라는 주장, 개에게 설탕과 물만 먹여버렸더니 도중에 죽어버렸다는 1816년의 실험 등등을 과학적 근거라고 버젓이 방송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일단 영양학이나 생화학에 대한 기본이 안되어있는 책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돈주고 산 것을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설탕의 유해성을 과장한 책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책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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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열차를 기다리다가 구입한 책인데, 이 책은 처음에 이야기한 것럼 아예 제목의 번역부터 문제입니다. Sugars That Heal, 번역하자면 당류가 치유한다, 치유하는 당류, 뭐 이렇게 해야죠. 이걸 설탕이 병을 고친다고 해놓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다행이 내용에는 설탕이라는 말을 별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글리코영양소 판매하시는 분들이 사용하시려고 만든 책 같습니다. 일단 저자인 에밀 몬도아 박사는 매나텍의 기술고문 출신입니다. Pubmed에서 Mondoa EI 로 검색해보니 논문은 하나도 안나오는데 의학박사라고 하네요. (뭐 MD면 논문을 안쓸 수도 있겠지만 한 편도 없는 것은 좀...)

그래도 위의 책보다는 읽어볼 만한 약간의 내용이 있습니다. 일단 그나마 과학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쓴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 아픈 사람이 무얼 먹었더니 나았다더라, 라는 간증이 가득하고 면역, 암, 알레르기, 당뇨, 바이러스 및 세균 감염증 등 거의 만병통치약의 느낌이 들도록 글리코영양소를 선전하는 책입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뭐 설탕이 나쁘지 않다거나 글리코영양소는 다 가짜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 나와있는 소위 교양과학서적(?)들의 위험성, 특히 유해성이든 이로움이든 그 효과에 대한 지나친 과장이 판치고 불명확한 개념들이 너무 선정적(?)으로 독자들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아무튼 설탕이 욕보는 세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