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30일 수요일

영어 몰입 교육 논의에 대한 단상 - 어느 TV 광고를 보고

아마 아래의 광고를 보신 분들 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한 번 잘 찾아보시죠.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BD6DB401AFB141EFF906A2BCA9ACF8A761D4&outKey=862b8a70b41dcd3d532a362e9ef3f8b1d1b231bba5e4f8cb6943483b62e1aea2385d517fc3372e8ebed6162eef0ebc0b



찾으셨습니까?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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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어에 대한 뉴스가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많습니다. 특히 영어 수업에 대해서요. 제가 지난 첫학기에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불만 사항이 영어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쓸데없이 아무때나 영어를 쓴 것이 아니라 전공의 중요 개념들만이라도 영어로 외우라는 것이었고, 그 단어들을 설명하라고 그대로 시험에 냈었을 뿐이죠. 그런데 그게 학생들에겐 전공시험이 아닌 영어시험으로 느껴진 모양입니다. 뭐 제가 잘못가르쳤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일본 동경대에 post-doc으로 있었을 때 크게 느낀 것이 있는데, 그건 일본 학생들은 결코 영어를 못해서 전공을 못하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건 물론 일본 사회의 번역 문화에 덧입은 것일 겁니다만 아무튼 제대로 전공을 배운 학생들은 영어를 못해도 연구에 지장이 없지만 영어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미국 유학파들이 영어로 강의도 못한다는 조롱(?)을 가끔 보게되는데, 이것은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영어때문이 아니라 전공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영어는 박사학위를 받을 만한 전공 지식을 표현하는 정도면 충분한 겁니다. 미국 교수들은 유학생들의 영어를 평가해서 학위를 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영어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5년 가까이 미국에 있는 동안 미국에 유학오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일취월장입니다. 예전엔 유학생들이 오는 여름이 되면 공항 라이드부터 은행 계좌 열기, 아파트 구하기, 온갖 utility 신청, 면허증 취득까지 선배들이 다 따라다니며 해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본인들이 혼자서 너무 잘 합니다. 물론 인터넷이 발달한 탓도 있지만 분명히 과거보다는 영어실력이 좋아졌습니다. 뭐 토플이나 GRE 점수는 인플레이션에 가깝지요. 인터넷에 올라오는 후기의 탓도 있지만요.^^ 아무튼 우리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몰입교육을 논하는 분들의 시대보다 훨씬 나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영어 아무리 잘 해도 전공 실력이 없으면 금방 실력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린 사회는 교육개혁은 입시제도개혁(?)이고 대학의 경쟁력은 영어실력에 있다는 식의 인식이 너무 만연해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초중등학교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지요. 어차피 학교는 시간때우는 곳이고 학원에서 미리 배운다고 가정한다면요.  

그러니까 한 줄 요약을 하자면 "영어 실력을 높이겠다는 것은 좋은데 왜 다른 모든 교육을 담보로 해야 하는가?"라고나 할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의 다음 글이 좋더군요.
영어라는 이름의 우상 
일독을 권합니다.

(물론 같은 실력에 영어를 조금 더 잘하면 여러가지 유리한 점이 많이 있겠죠. 하지만 그럴 요량이면 대학에서 교양필수 형태로 외국어를 강화하든지, 영어 성적으로 졸업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이 맞지 않나 싶군요.)

2008년 1월 16일 수요일

미국 사립대학의 학비 감면?

"대학자율은 등록금인하 경쟁부터"라는 오늘자 연합시론을 보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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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사립대학들의 학비 감면 뉴스가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사실 "수업료 감면"에만 촛점이 맞춰지는 것이 좀 이상합니다. 실은 "저소득층에 대한" 학비 감면이 맞는 말이겠지요. 2006년 말의 기사지만 USA today의 기사를 보면 여전히 미국대학의 등록금은 연간 6% 정도 인상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옆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미국 사립대학의 작년 학비는 연간 3만불 수준입니다. 공립(주립)대학은 120000불 정도로 훨씬 싼데 아마 in-state tuition waiver 등을 통해 학비 감면을 받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의 주립대학들은 그 주의 학생들이 진학을 하면 학비를 3분의 1정도 밖에 안내고 다닙니다. 보통 일정기간 이상 세금을 낸 적이 없는 유학생들은 학비를 전부 다 내야하는데 아마 사립대수준보다 조금 낮을 겁니다.

그런데 저 연합시론에 나온 대학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칼텍, 유펜)의 학비는 얼마나 될까요. 위의 다섯 대학들은 미국 최고 college들이므로 당연히 학비가 평균보다 훨씬 비쌀 것입니다.

그 학교들의 학비를 전부 알아보기는 귀찮고 하버드의 학비만 찾아봤더니 최소 48550불을 넘는군요. 그래서 미국 대학 홈페이지의 입학 (admission) 부분에 가면 반드시 finantial aids에 대한 부분이 있답니다. 재정적 지원없이 대학다니기는 거의 힘들죠. 유펜을 나온 제 실험실 동료는 40대 중반인 아직도 그 loan을 다 못 갚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사실 저 연합시론에서 언급한 중요한 사실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일대는 올해부터 연소득 12만달러(약 1억1천200만원) 이하의 가정에 대해 수업료를 50% 줄여주고, 6만달러 이하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학비를 아예 면제하기로 했다.

대게 장학금이란 대다수에게 주는 것이 아니고 일부에게 주는 것이므로, 적어도 예일에 입학하는 학생 부모들의 연간 수입이 12만불을 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미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은 재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점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파격적인(?) 저소득층 자제들 지원계획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미 우리나라도 소득에 따라 소위 상위권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 미국에 비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전에 NY Times의 컬럼니스트로 유명한 폴 크루그먼이 네이션이라는 잡지에 쓴 "호레이쇼 엘저의 죽음"이 나온 것이 수년 전이니 말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공교육이 죽었다고 외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세상에서, 공교육보다는 사교육 (사립학교가 미국에서는 사교육같은 역할이죠) 의존성이 훨씬 큰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하나의 모범으로 따라가자고 하는지 (연합시론이 미국 대학시스템을 따라가자고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는 겁니다.) 솔직히 잘 이해가 안됩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사회하고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사실 우리나라야 학비가 얼마가 들든지 모두가 원하는 대학의 순서가 이미 결정되어있는 구조에서 미국과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고 문제가 없어지지는 않을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연합시론도 사실 학비감면 경쟁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 학비경감경쟁을 촉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우리 대학들은 그 반대 방향인 고교등급제를 하겠다고 하지만 말입니다.